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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타트

외자 제약사에 1등마저 내줬다

  • 데일리팜
  • 2004-09-09 06:10:08

매출순위 유럽 1위, 세계 3위로 올라선 사노피-아벤티스 합병회사의 한국 CEO가 국내인으로 발탁된 것은 다국적 제약사들의 안목있는 경영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중 하나다. 사노피-아벤티스 측이 한국인을 전면에 내세운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필요한 사람을 앉히기 위해서라면 자리와 권한에 연연해하지 않는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김영진 한독약품 및 아벤티스 대표이사겸 부회장은 일약 국내 제약업계 매출순위 1위로 올라선 합병회사의 사령탑에 앉았다. 구체적인 국내 합병이 어떤 모양새로 결정 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김영진씨의 초대 CEO 발탁은 한독약품, 아벤티스, 사노피의 3개사 국내매출을 하나로 보게 하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번 인사는 국내 제약업계의 판도가 바뀔 암시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3개 회사의 매출은 단순 외형만으로 5천억원을 훌쩍 뛰어 넘을 뿐만 아니라 제품구성을 봤을 때도 성장 동인과 시너지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돼 사실상 국내 1위 제약기업이 탄생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우리는 그동안 다국적 제약사들의 초거대 합병바람이 외국에서만 진행되는 것으로 여겨왔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거대 제약사들의 합종연횡(合縱連衡)은 이제 한국에도 직격탄을 날리는 시대가 왔다는 점이다.

국내 제약사들이 ‘소유욕’을 중시할 때 다국적사들은 ‘자기 것’을 과감히 버리면서 합병전선에 나섰다. 이유는 몸집 부풀리기를 통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시너지 효과를 보기 위한데 있었다. 다시 말해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내 것’이라는 울타리를 과감히 깨뜨렸다.

국내 제약사들은 그럼에도 여전히 합병은 어렵다느니 또는 안된다는 식의 추상적이고 비합리적인 결론에 물들어 자기다리를 옭매고 있다. 자리와 권한을 과감히 양보하고 사람을 제대로 기용할 줄 아는 용단을 내린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임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아 퇴보를 자초하고 있다.

우리는 사노피-아벤티스가 한국에서 어떤 모양의 회사를 차릴지도 궁금하지만 한국인 CEO를 중심으로 어떤 일을 해나갈 것인지가 더 궁금하다. 한국내 합병의 모양새가 어떤 것이든 3개 회사는 내국인의 지휘아래 하나의 회사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 인사는 국내 제약업계의 패권이 외자사로 넘어가는 전주곡인 것 같은 느낌까지 들게 한다. 그럼에도 국내 제약사들은 응시만 한 채 여전히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제약시장에서 강력한 파워를 행사할 공룡기업이 출현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용기가 도대체 뭔지 궁금할 따름이다.

대부분 2~3세 후계구도를 이미 갖춘 국내 제약사들은 나름대로 성장을 해나간다고 하지만 그 발전 속도가 외자기업에 비해 더디다. 언젠가는 국내 제약사가 외자 제약사에 먹힐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 제약사들은 기업의 세습과 소유라는 울타리를 걷어내야 한다.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국내 제약사간의 활발한 인수·합병이 추진돼야 한다. 동업은 안된다는 식의 구시대적인 논리가 지금은 통하지 않는다. 무한경쟁 시대에서 영속적인 기업발전을 담보하는 것은 경쟁력을 갖추어 가는 것이고, 그 중 가장 빠른 지름길은 기업 간의 인수·합병이다.

최근 국내 몇몇 제약사들 사이에서는 경영권을 놓고 부모와 자신 간에 얼굴을 붉히는 사례가 종종 불거져 나오고 있다. 해당업체는 조직이 이원화되고 분파까지 생겨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으니 안타깝다. 국내 제약사와 외자 제약사의 상반된 얼굴이다.

분업이후 외자기업이 급성장하면서 덩달아 외자사 의약품을 취급하는 쥴릭도 국내 유통을 쥐락펴락하는 시대에 도래했다. 이제는 마지막 자존심인 제약사의 매출 1순위도 빼앗길 처지다. 국내 제약사들은 이제 시장 방어를 위해서라도 인수·합병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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