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이 마약사범 온상인가
- 데일리팜
- 2004-09-06 00:5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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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에서 일반적으로 취급하는 향정신성의약품(향정약)이 약사들에게는 큰 골칫거리다. 향정약을 취급하기에는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지만 처방이 나오고 환자가 찾기 때문에 취급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개국약사들은 향정약 1정만 관리를 잘못해도 ‘마약사범’으로 몰린다.
향정약 중에는 흔한 감기약도 상당수 있다. 이를 매일매일 잠금장치에 보관해 관리해야 하고 시도 때도 없이 보건소, 시·군·구, 검찰, 경찰들의 조사나 수사를 받아야 한다. 향정약은 약사들에게 온갖 정신적 스트레스와 고통을 주고 있는 품목인 것이다.
향정약을 고의적으로 빼돌려 유통시킨다면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하겠지만 향정약은 유통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이른바 ‘로스’가 발생하게 된다. 로스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으나 심지어 생산단계에서부터 발생하는 경우조차 있어 일일이 확인하지 않으면 그 책임이 고스란히 약사에게 돌아온다.
유통과정에서 망실이 되거나 부서지는 사례도 있어 역시 약사가 구입할 때 꼼꼼하게 확인해야 할 몫이다. 약국에서 장기간 보관시 또는 약국 이전시 등에도 관리소홀로 망실되기라도 하면 해당약사는 영락없이 마약사범에 몰리는 처지다.
물론 간간히 약국을 통해 향정약이 다량 엉뚱한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사례가 있어 왔기 때문에 향정약 관리를 엄정하게 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하지만 억울한 약사들이 나와서는 안된다는 전제가 중요하다. 그럼에도 지금은 억울한 약사들이 더 많이 나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약사들에게 불필요한 공포감을 주는 상황이다. 향정약 1정으로 3개월 동안 자격정지 처분을 하는 것은 지나치다.
정부는 차제에 약국에서 관리하는 향정약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자연 로스율을 생색만 내는 식의 기준은 무의미하다. 복지부가 지난해 연말 관련법령을 개정해 인정하고 있는 로스율 0.2%는 현실과 전혀 맞지 않는다. 인정 로스율이 총량개념이 아닌 품목당 전월 사용량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월 1천정 이상 사용하는 다빈도 품목만 해당이 되는 탓에 거의 대부분의 향정약은 로스율을 인정받지 못한다.
향정약의 약국감시도 일원화 돼야 한다. 약국은 통상적으로 보건소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으니 향정약 사후관리를 보건소로 일원화 하는 방안이 좋다. 시·군·구청, 검찰, 경찰 등은 보건소에 약국의 향정약 관리를 위임해야 한다.
향정약을 잠금장치에만 보관하도록 한 것도 개선할 사항이다. 업무시간중 조제대에 비치할 경우는 예외로 하고 있지만 ‘업무시간중’이라는 것이 애매하다. 이는 조제행위가 약사의 고유직능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과 다르지 않다. 아울러 향정약이 부족하면 약사가 복용하거나 빼돌린 것으로 몰아붙이는 관행 또한 개선돼야 한다.
우리는 향정약을 마약류관리법에서 분리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싶다. 향정약에 관한 법률이 별도로 제정돼 현실에 맞는 사후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현행 마약류관리법은 마약류의 정의에 마약과 대마 이외에 향정약을 포함하고 있지만 향정약은 통상적인 마약의 개념이 아닌 치료약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해 법률을 분리·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반 감기약 중에 덱스트로메토르판 성분이 함유된 품목이 지난해 연말 향정약으로 전환됐다. 유명제약사의 유명 감기약 상당수가 향정약으로 신규허가를 새로 받았다. 약국은 이처럼 향정약을 흔하게 그리고 평범하게 취급하는 상황이 됐다. 중요한 것은 약국에서 취급되는 향정약이 치료용으로 판매된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약국에서 툭하면 마약사범이 나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한약사회가 뒤늦게나마 향정약과 관련된 불합리한 처벌이나 사후 불이익 사례 등을 조사하고 나선 것은 다행이다. 개국약사들은 약사회의 이번 조사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혹시 처벌을 두려워 해 약사회 조사에 협조를 하지 않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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