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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약국 영리법인 허용하라

  • 데일리팜
  • 2004-08-23 00:26:02

국내 의약경기는 국가 전체적인 불황속에서 외견상으로 그나마 사정이 나은 것 같지만 막상 속을 들여다보면 더 암울한 불황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제약사들이 발표한 경상지표를 보면 의약경기가 의외로 양호한 것처럼 보이기는 했다.

하지만 상장제약사들이 지난 상반기 중 매출과 이익면에서 모두 두자리 수 이상의 고성장을 구가했다는 지표는 애초부터 의아한 수치였을 뿐이다. 실제로 몇몇 제약사와 영업 간부들에게 탐문 식으로 물어 본 결시 역시 지표와 현실이 따로따로였다.

병원과 약국을 내방하는 환자가 30% 이상 줄어든 상황에서 제약회사만 독야청청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지표는 한마디로 허수였다. 환자가 없는데 의약품 소비만 늘었다는 것은 역시 앞뒤가 맞지 않았다.

제약회사 지점장 한 명이 그만두면 반품이 많게는 수십억원이 나오고 영업사원이 퇴직해도 반품이 1~2억씩 나오는 것이 제약계 내부의 진짜 현실일 따름이다. 제약사 경상지표는 그렇게 부풀려져 있다. ‘호황에도 죽는 소리 했나’라는 데일리팜 사설에 대해 반론이 많았던 것이 이를 반증한다.

우리는 속앓이에 빠져 있는 의약계의 불황이 곪아 터지기 이전에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정부가 내놓아야 할 대책은 부작용을 감수한 과감하고 단호한 조치여야 한다.

그 대책의 초점은 환자를 창출해 내는 정책이어야 한다. 그것도 국내환자에 머물지 말고 외국환자까지 포함해서다. 국내 의약계에는 무엇보다 ‘시장경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 시작은 바로 '민간의료'의 활성화에 있다.

영리추구가 가능한 의료법인과 약국법인을 더 늦기 전에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현 정부는 공공의료의 확충을 통해 의료수혜의 폭을 넓히려 하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불경기에서는 옳은 판단이 아니다.

공공의료의 맹점은 의료의 질적 발전이 더디다는 것이다. 특히 불경기하에서는 환자가 창출되기는 커녕 환자가 줄어들어 종국에는 의료의 질이 떨어지는 사태로 귀결된다. 의료의 질이 떨어지면 환자불만이 커지고 저수가 체제로 갈 수 밖에 없어 공공의료 시스템마저 위협당하는 악순환에 빠져든다.

의약계는 지금 불황을 탈출할 특단의 유인책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의료와 약국시장에 경제적 이윤동기를 던져 주는 것이 그 핵심이다. 보험재정이 부족하다면 민간의료보험을 과감히 도입하라. 아울러 병원과 약국의 광고도 전면적으로 허용하고 전문의약품의 대중광고 허용도 검토해야 한다.

우리가 망연자실하면서 기존 틀에 억매여 있는 사이에 이웃한 중국은 의료시장 개방·개혁 정책으로 우리 보다 한수 위의 의료수준을 넘보며 국내환자들까지 끌어들일 채비를 갖추고 있다. 상해만 해도 아시아 의료허브 계획을 추진 중이다.

또 싱가포르는 2012년까지 연간 100만명의 외국환자 유치를 달성한다는 계획을 수립하고 민간의료기관의 모든 운영을 완전히 자유화시키고 있다니 놀랍다. 우리나라는 자칫 외국 환자를 유치하기는 커녕 우리 환자들마저 대거 빼앗길 판국이다.

병원과 약국시장에 자본의 논리와 시장경제 도입의 타당성을 주장하면 속된말로 쌍욕을 듣지만 그래도 해야 하겠다. 영리를 추구할 의료법인과 법인약국은 시급히 도입을 검토할 때다.

쉬운 말로 하면 의사, 약사가 아니더라도 영리를 목적으로 한 자본이 의약계로 유입되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의·약사가 자본에 예속되는 것을 두려워 할 시대는 지났다. 이미 수면 하에서는 의·약사 자본이 아닌 영리자본 침투가 상당히 진행되고 있지 않은가.

중국이 대한민국 환자들을 빼앗아 가는 식으로 국내 의료시장을 파죽지세로 공격해 들어 올 날은 그리 멀지 않았다. 싱가포르는 이미 그 계획을 실천하는 단계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환자가 없는데 불황을 탈출할 길이 보일리 만무하다. 우리나라 의료와 약국시장의 진짜 위기는 불황이 아니라 불황의 원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불황을 극복할 대안을 모두 알고 있으면서 실천으로 옮기지 않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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