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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는 희대의 악덕기업 됐다

  • 데일리팜
  • 2004-08-02 00:53:02

식품의약품안전청이 페닐프로판올아민(PPA) 성분이 함유된 감기약 제품에 대해 사용을 중지토록 조치하자 해당 제약업체들은 하루아침에 희대의 악덕기업이 됐다. 생명을 구하는 의약품을 생산하는 곳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의약품을 대책 없이 생산하고 유통시켰다면 응당 악덕기업이 맞다.

놀란 국민들의 응어리진 마음을 조금이라도 어루만지려면 해당 제약사들은 앞뒤 안 가리고 석고대죄를 해도 부족한 판국이다. 만두 조차 전국을 온통 들썩거리게 한 상황에서 출혈성 뇌졸중 가능성이 있는 의약품이 버젓이 유통됐다는 뉴스는 국민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기에 충분하다.

우리는 하루아침에 용서받을 수 없는 죄인이 돼 버린 해당 제약사들에게 묻고 싶다. 정말 국민들을 속이고 생명을 위협했느냐고. 그리고 변명의 여지없이 그토록 초라하고 옹색한 입장이 맞느냐고. 아무래도 너무 잠잠한 것을 보면 그것이 맞는 모양이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점이 있다. 이번에 발표된 PPA 품목들중 약 70% 정도는 시중에 없다. 이들 품목들은 지난 2001년 4월 식약청이 단일제 및 1일 최대복용량 100mg 초과 복합제에 대한 사용 금지조치 이후 이미 생산 중단된 것으로 안다. 발표된 75개 제약사중 상당수가 PPA가 함유되지 않은 대체품목을 개발해 시중에 유통시키고 있는 중이다.

단순 매출규모만 봐도 그렇다. 167개 품목중 실제 유통되는 감기약의 실제 매출외형은 Y사의 유명제품 1개를 빼고 나면 거의 미미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식약청이 발표한 문제의 제약사 75개사중 단 1개 제약사만 빼놓고는 이상하리만치 전부 꿀 먹은 벙어리다. 1개사만 반론 보도자료를 냈다. 다른 제약사들은 혹시 다른 루트로 PPA제제를 유통시키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적막강산’이다.

국민들은 지금 해당 제약사는 물론이고 전 제약사들에 대해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특히 국내 제약업체들이 생산한 의약품을 믿지 못하겠다는 불신의 강도가 높다. 공교롭게도 PPA제제로 거론된 제약사들은 대부분 국내 제약사들인 탓이다. 제약사들이 전례 없는 불황의 늪에 빠져 있는 판국에 사상 유례없는 된서리까지 맞을 판국인데도 당당할 수 있는 제약사회사들 마저 끝까지 꼬리를 내리고 있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이유인가.

우리는 제약사들에게 잘못이 있다면 엄정하게 처벌받아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만두사건에서 보듯 상황을 잘 모르는 언론의 마녀사냥식 호들갑은 사태의 본질을 흐리게 할 뿐만 아니라 문제를 꼬이게 한다.

식약청은 이를 거들기라도 하듯 하필이면 휴가시즌이 시작되는 주말에 보도자료를 내 의혹을 눈덩이처럼 키웠다. 의도가 그게 아니라고 하지만 누가 봐도 사건의 파장을 축소하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이로 인해 국민들은 더 불안해 하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식약청은 보도자료 성격이 아니라 사건의 배경 및 경과 그리고 향후 계획 등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차원에서 발표했어야 했다. 그것도 홍보효과가 큰 날짜와 시간대를 잘 선택해서 당당하게 했다면 불필요한 의혹을 받지 않았다.

제약사들의 종주단체인 제약협회의 대응도 옹색하기는 마찬가지다. 숨길 것이 없는 떳떳한 제약사들이 불똥이 튀는 것을 우려해 소위 알아서 겨야 하는 입장이라면 제약협회는 그 태도가 달랐어야 했다. 제약협회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사건의 자초지종을 밝히고 국민들을 안심시키는데 가장 적극적으로 임했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휴가철이 시작돼 그도 이미 실기해 버린 상황이다.

우리는 또 본질적으로 아무리 저함량이라고 해도 위험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면 유통을 금지시켜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효과와 부작용이 동시에 있는 의약품의 특성을 한번쯤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효과가 매우 우수하다면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는 길이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특정 환자나 연령 등에 따라 복용금지나 복용함량 등을 세부적으로 다시 정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고 또 하나는 이같은 토대 위에 전문약으로 전환해 반드시 의사의 진료를 거쳐 복용하도록 하는 방안이 가능하다. PPA제제가 지금 나와 있는 대체품목들 보다 효과가 우수하기도 하거니와 전문가들과 의료계에서 전문약 전환에 대한 논의가 그동안 활발히 있었다. 이러한 내용들이 지금 여론의 뭇매로 무조건 간과되고 있다.

여기에 식약청의 느닷없는 ‘주말작전’이 벌어져 과거의 대안은 불필요해졌다. 식약청은 4년을 신중했으면서도 막판의 ‘섣부른 발표’로 인해 불필요한 의심까지 덤으로 받는 처지가 됐다. 우리는 식약청이 그동안 신중해 온 배경과 이유를 알지만 흥분한 국민들은 이해하지 않는다.

우리가 지금 더 우려하는 것은 국민들이 제약사 특히 국내사와 이들 회사에서 만든 의약품들을 전면적으로 불신하는 사태다. 실제로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이번에 거론된 제약사들의 의약품 복용을 거부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자칫하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진다.

질병은 치료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플라시보 효과를 보기 위한 위약(대조약, 가짜약)도 진짜 약처럼 환자에게 먹이면 효과가 있는 만큼 약의 효능은 믿음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정부와 제약업계 그리고 관련단체들의 당당하지 못한 미온적, 수동적 대처로 그것이 무너졌다. 설사 일부는 당당할 수 없었다고 해도 떳떳이 잘못을 인정하는 당당함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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