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대 있는데 '제약공학'은 뭔가
- 데일리팜
- 2004-06-07 12:3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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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학대학 커리큘럼과 중복되는 유사학과의 개설은 있을 수 없는 일임에도 계속해서 이슈화 되고 있는 것은 주무부처인 교육부가 도대체 주관이나 철학이 있는 부처인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일명 ‘제약공학과’ 문제는 지난 2002년 말 건양대에서 처음으로 불거져 논란을 거듭하다가 인제대학으로 불똥이 옮겨 붙었고 최근에는 우석대학으로 확산되기에 이르렀다.
건양대와 인제대는 그래도 의대가 있고 약대는 없었으니 논란의 여지가 어쩌면 우석대 보다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하지만 우석대는 약대가 버젓이 있는 마당에 제약공학과 학생을 모집하고 나서 문제를 크게 촉발시켰다.
건양대 제약공학과 사례를 견주어 보면 18개 과목중 무려 14개 과목이 약학대학 커리큘럼과 유사하거나 중복돼 제약공학과 학생들은 사실상 약대 교과목을 이수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우리는 차제에 공학이라는 이름으로 약학이라는 학문의 교과목을 가르치는 것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본다.
우선 약학은 인간의 생명을 우선시하는 학문이기에 약학을 이수한 자에게는 약사라는 배타적 면허(직업)를 국가가 부여 하고 있는 점이 공학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공학을 이수했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취득할 수 없고 직업으로 가질 수 없는 이른바 ‘공학면허’와 ‘공학가게’를 주지 않는다.
만약 공학면허가 있다면 건축공학, 기계공학, 우주공학, 유전공학, 전기공학, 전자공학, 토목공학 등의 졸업생 역시 다른 학과 출신은 넘보지 못하는 배타적 직업군에 속하게 된다.
공학에 면허를 부여하는 것은 이처럼 상식적으로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이해될 사안이 아니다. 반면 의학이나 약학은 그 반대다. 의·약학은 배타적 면허나 직업이 당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공학이라는 이름으로 약학 커리큘럼을 만들어서도 안되고 유사해서도 안될 이유다. 공업(산업) 발달의 근간인 공학은 그 특성상 생산성이나 효율성을 더 중시하기 때문에 자칫 인간의 생명이 경시될 우려가 없지 않다.
제약은 산업(공업)이기에 약학과 공학의 접목이 필요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공학이 약학의 내용을 빌려 제약업에 관여하고자 한다면 제약은 인간질병을 이용해 부를 창출하는 역기능의 나락에 빠질 수 있다. 공상 과학영화에나 나올 법한 사건이 전개될 수 있기에 전율이 드리우는 무서운 일이다.
혹자는 약사기근을 겪고 있는 제약업계를 감안해서라도 제약공학과는 개설돼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데, 참으로 근시안적이고 무책임한 발상이다. 의약품의 제조·개발을 엔지니어에게 맡기는 것은 한마디로 ‘땜질’인 탓이다.
백보 양보해서 제약공학과가 설립된다면 현재 개설돼 있는 약대내 제약학과는 폐과하거나 약학과로 흡수·통합 하라는 이야기인지 궁금하다. 거꾸로 이야기하자면 제약학과 졸업생을 제약 근무인력으로 충분히 활용 가능함에도 왜 불필요한 직업군을 또 두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간다.
학문적 차원에서도 한 대학에서 비슷한 과목을 가르칠 학과가 두개씩 개설될 필요가 없다. 다른 대학이라고 해도 약대와 비슷한 커리큘럼을 학과명만 달리한 채 개설한다는 것은 국가적 차원으로 보면 인적, 물적 낭비다.
유사학과를 개설하는 것 보다는 제약사들이 겪고 있는 약사 구인난을 해결해 주는 방안을 찾는 것이 긴요하다. 이번 기회에 지방에 소재한 제약공장에 근무할 약사들에 대한 근본적인 처우개선 등의 문제를 노·사·정 차원에서 함께 고민해 봤으면 한다.
앞으로 제약공학과 문제의 원만한 해결여부는 전적으로 교육부의 태도에 달렸다.
교육부는 유사학과 명칭을 사용하는 대학에 대해 적합한 명칭으로 개정토록 하고 유사명칭 사용으로 인한 문제 발생시 이에 상응하는 책임도 물을 방침이라고 밝히기는 했다. 교육부는 그러나 제약공학과 문제는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전형적인 공무원들의 어물쩍 넘기기가 아닌가. 제약공학과 문제가 분명히 정리되지 않으면 대학에 특성이 없는 학과가 난립해 종국에는 애꿋게 학생들만 피해를 본다. 제약공학의 경우도 자칫 약학이나 공학 어느 쪽에도 끼지 못해 졸업생의 진로가 불투명 해지는 사태가 야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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