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한 ‘약값 회전일’ 창피하다
- 데일리팜
- 2004-04-14 23:4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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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회사의 약값대금 회전기일이 다른 산업분야에 비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긴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될 사안이다.
데일리팜이 지난해 결산자료를 바탕으로 제약사들의 회전일을 분석한 결과 12월 결산 상장제약사들의 평균 회전일이 175일에 달했다. 코스닥상장 제약사는 196일, 비상장 제약사는 180일로 각각 나타났다.
큰 제약사 보다 중하위 제약사들의 회전일이 더 긴 것은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반증이다. 전반적으로는 의약분업 이후 단축됐던 회전일이 다시 늘어나는 추세를 보여 걱정이 앞선다.
제약사들의 회전일은 사실 창피스러운 지표다. 그럼에도 이를 심각하다고 여기지 않는 약업계 분위기가 실로 큰 문제다. 잘못된 관행을 고치려 하기는 커녕 오히려 지키려고 하고 있으니 무슨 말을 하겠는가.
개별 제약사들의 회전일을 보면 정말 가관이다. 200일이 넘는 곳이 수두룩하고 300일을 넘는 곳도 적지 않게 눈에 띤다. 심지어 500일을 넘는 업체까지 있을 정도다.
의약품을 납품하고 빨라야 6개월만에, 늦으면 1년 뒤에나 대금을 받으면서도 답답한 심정을 공론화 하지 않는 제약사들의 속내가 무척 궁금하다. 개선할 엄두를 못낸다고 이해하기에는 왠지 탐탁치 않다. 안스럽기 보다는 왠지 바보같은 행동을 자임하고 있는 탓이다.
일반 제조업의 평균 회전일은 50~60일에 불과해 제약사들에 비해 3~4배나 짧다. 다른 산업분야에서 보면 제약사들은 현금을 쌓아놓고 장사하거나 땅만 파고 장사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를 지경이다.
약업계는 왜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회전기일을 당연한 것처럼 방치하고 있는가. 또 단축할 생각은 왜 안하는가. 회전일 문제를 제기하면 오히려 이상하게 보이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니 답답할 따름이다.
제약사들은 저마다 생존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항변하지만 빈약하고 궁색한 핑계다.
회전기일을 100일 이내로 운영하면서도 경영을 잘 하고 있는 제약사들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결국 회전일이 긴 회사는 구태에 의존하면서 편하게 영업하려는 업체다. 문제는 이들이 의약품 유통질서를 문란하게 하는데 있다.
지금과 같은 회전기일이 유지되는 한 대부분의 제약사들이 3개월에서 6개월 어음을 사용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결국 제약사들과 거래하는 업체들만 애꿎게 불편과 피해를 감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는 잘못된 관행을 뜯어고쳐야 한다. 제약산업 발전과 의약품 유통 선진화에 발목을 잡고 있는 회전기일 문제는 시급한 개혁대상이다.
의료기관과 약국의 마인드부터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 약값은 천천히 줘도 된다는 식의 구태는 이제 벗어던질 때다. 생명의 존엄함이 배어 있는 의약품이 ‘약장사’로 비하되는 현실은 회전일이 기여한 바 크다. 회전일 문제는 의약품을 처방하고 취급하는 의사, 약사들의 인격과도 연결돼 비하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물품을 제공한데 대한 재화는 즉시 제공돼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소비자들이 현금을 주지 않으면 물건을 살 수 없는 것과 같다. 중간유통 단계라고 해도 1~2개월 정도는 모르지만 6개월이 넘고 심지어 1년이 넘는 것은 도대체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제약사들의 과당경쟁이 근원적인 문제이기는 하지만 우월적 지위에 있는 병원, 약국이 먼저 솔선수범 나서준다면 창피스러운 회전일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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