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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 재고약 더 쌓이게 생겼다

  • 데일리팜
  • 2004-04-05 23:18:38
  • 요약

보건복지부가 의약품 제조업체의 소포장 생산을 의무화 하는 내용을 담은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령을 입안·예고하고 나서자 개국약사들이 환영하고 있다. 소포장 생산 법제화를 추진해 온 약사회도 소기의 성과를 거둔데 대해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이번 시규 개정으로 약국의 고질적인 재고의약품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중요한 전기가 마련됐다. 이제 공은 세부적인 소포장 생산 규정을 마련해야 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넘어갔다.

우리는 복지부의 전향적인 조치에 환영하면서 식약청은 제약업체나 수입자에게 큰 경제적 부담이 돌아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소포장 생산이 원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련 세부규정을 가급적 조속히 마련해 시행해 줄 것을 우선 당부한다.

그러나 이번 약사법 시규 개정령은 아주 핵심적인 부분을 간과하고 있다.

따라서 약국의 소포장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장담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아니 개정령안은 약국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치명적 오류를 내재하고 있다.

복지부는 소포장 생산을 의무화하면서 시규 제58조(의약품의 개봉판매) 제4항을 삭제했다. 이 조항에는 의약분업 시행 초기에 허용했던 의약품도매상의 개봉판매 허용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의약품도매상들은 이 규정에 의거, 방사성의약품이나 국가검정의약품을 제외하고 약국에 의약품을 개봉판매 해 왔다. 약국은 이 규정으로 도매상들에게 소량 다품종 주문이 가능하게 돼 재고약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실익이 있었다. 다만 상당수 도매상들이 위생적인 ‘소분시설’과 ‘전문인력’을 갖추지 못해 개봉판매 과정에서 변질, 변형, 세균침투 등의 우려가 적잖이 제기됐다.

복지부가 도매상들의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해 개봉판매 공급규정을 삭제한 것은 이해가 가지만 이를 대체할 만한 규정이 마련되지 않은 것은 큰 혼란을 일으킬 문제다. 복지부는 제조업자의 소포장 생산규정을 의무화 한 것이 이를 대체할 것이라고 보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물론 식약청이 후속작업으로 소포장 생산규정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따라 도매상들이 하지 않게 되는 개봉판매 업무를 어느 정도 대체해 줄지가 결정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도매상들의 개봉판매 공급 보다 제약사들의 소포장 생산이 절대로 약국의 소량 다품종 수요를 따라갈 수 없다는 점이다. 약국의 소량 다품종 수요는 상상 이상으로 매우 일반화 돼 있고 광범위하다. 제약사들의 소포장 생산 공급은 당장 이에 부응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복지부는 제약사들의 소포장 생산현황을 면밀히 살펴보면서 도매상들의 개봉판매 규정을 삭제해도 늦지 않았다. 도매상들이 일거에 개봉판매를 하지 않으면 약국가는 엄청난 혼란에 빠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또 하나 심각하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 있다.

이는 복지부가 도매상 개봉판매 규정을 삭제하면서 관련규정의 단어만 적당히 바꾸다 보니 ‘약국간 의약품 판매 허용규정’이 또한 약국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역시 재고약 문제 해결에 아주 중요한 사안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약사법 시규 제58조 2항은 개봉판매시 용기나 포장상의 표시 의무사항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번 개정에서 이 조항중의 ‘의약품도매상’이 ‘약국개설자’로 단어만 바뀐 것이 전부다. 그 근거는 제58조 3항의 ‘약국간 판매 허용규정’을 근거로 했다. 즉, 의사가 처방한 의약품이 약국에 구비되지 않아 이를 긴급하게 구입하고자 하는 경우 다른 약국으로 해당 의약품을 구입하거나 판매할 수 있다는 예외규정이 바로 제58조 3항이다. 이른바 논란이 있지만 ‘약국간 교품’으로 확대 해석이 가능한 조항이다.

복지부는 이처럼 약국간 교품을 사실상 인정하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제재하고 간섭만 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약국간 마진이 없는 순수한 교품행위임이 명백한데도 일선 보건소에서는 단속이 강력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을 복지부만 모른다고 한다면 어처구니가 없다.

복지부는 의약분업 시행을 전후해 의약품의 원할한 구비를 위해 약국간 교품을 권장했다.

일정 증빙사항만 있으면 약국간에 의약품을 자유롭게 판매하도록 장려했음에도 지금에 와서는 단속에 더 치중하고 있는 것이 복지부다. 이로인해 약국에는 의료기관의 잦은 처방변경으로 쌓여가는 재고약들이 소진될 기회를 상실 당했다.

이번 시규 개정령안에는 교품에 대한 보다 명백한 세부 근거규정이 담겨야 했다. 교품을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디까지 제한을 둘 것인지 등에 대한 분명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됐어야 맞다.

현재 교품으로 해석할 여지를 준 근거규정은 시행규칙 제57조(의약품등의 유통체계확립 및 판매질서유지를 위한 준수사항)가 전부다. 이 조항은 ‘의약품도매상 또는 약국 등의 개설자는 의약품의 제조업자·수입자 또는 도매상이 아닌 자로부터 의약품을 구입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다만 폐업하는 약국 등의 개설자로부터 의약품을 구입하거나 의사 또는 치과의사가 처방한 의약품이 없어 약국개설자가 다른 약국개설자로부터 해당 의약품을 긴급하게 구입하는 경우를 제외한다’라는 조건부 규정을 달고 있다.

복지부는 이 규정의 세부 항목으로 교품에 대한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 이를통해 약국간 교품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도매상 개봉판매 규정 삭제에 따른 개국가의 혼란과 재고약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할 길이 없다.

그것이 아니라면 의료기관의 잦은 처방변경 행위를 정부가 막아야 하겠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 처방변경을 막으려면 제약사들의 영업행위부터 제재해야 하는데, 자유시장경제하에서 가당치 않은 일이다.

법은 상식이라는 말이 있다. 이런 의미에서 재고약 해결을 위한 관련 조항은 누구나 인정할 만한 개국가의 현실을 반영해야 함에도 이번 시규 개정령에는 재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겉만 그럴듯한 기계적인 조항의 신설, 삭제, 변경만이 보일 뿐이다. 정부는 더 이상 겉만 보기 좋은 법개정을 하지 말아야 한다. 재고약은 약국 입장에서 생사를 가늠하는 중차대한 문제다. 기업에게는 부도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과 같다.

복지부는 하루하루 재고약으로 시름하고 있는 개국가의 현실을 내일처럼 생각해 본다면 법을 어떻게 개정해야 할지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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