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에 '醫-藥' 또 전쟁
- 데일리팜
- 2004-03-14 23:4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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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결정이 세대간, 이념간 갈등으로 표출되고 있는 가운데 의약계에서는 의(醫와) 약(藥)이 또다시 칼날을 세우고 서로 덤벼들 기세다.
의와 약은 그렇지 않아도 지금까지 영원한 주적(主敵) 인양 서로를 공격해 왔다. 그런 의-약간 갈등이 대통령 탄핵정국하에서 그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약사사회에서는 탄핵을 반대하는 여론이 대세이고 의료계는 그 반대다.
겉으로는 대한약사회나 의사협회 모두 대통령 탄핵에 대한 공식입장이 없다. 아니 중앙회 차원의 정치적 입장표명이라는 것은 회원들의 여론이 100% 통일될 수 없기에 앞으로도 있을 수 없다고 본다.
그러나 개국가와 개원가의 밑바닥 여론은 실감날 정도로 확연히 다르다.
참여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을 비판해 온 의사들은 대통령 탄핵에 대해 잘됐다는 반응이고 일부 의사는 크게 환호하며 박수까지 친다. 이들은 이른바 ‘의료사회주의’를 강행하려는 현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일단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데 크게 기대를 걸고 있다.
반면 개국가에서는 의약분업의 기조가 흔들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많이 나오고 있다.
의와 약이 서로 아전인수식 예단을 하고 있기 때문에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대결양상까지 불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은 사실 정치적인 것이 없어 의와 약이 으르렁거리며 싸울 필요가 없다. 참여정부 보건의료정책의 기본줄기는 주지하다시피 서구 복지국가의 사회통합을 모델로 한 ‘의료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공공의료의 확충에 있을 뿐 정치적 계산이 없다고 본다.
물론 이 과제를 실현하려면 민간의료는 ‘정해진 틀’ 속에 갇혀 위축될 여지가 없지 않다.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민간의료에 투입될 보험재정과 예산이 한정돼 의사들에게 돌아갈 밥그릇 크기가 작아진다.
더욱이 현 정부는 의료계가 가장 반대하는 약사 대체조제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성분명처방 시스템으로 갈 것이라는 방침까지 몇 차례 표명해 왔다.
이같은 배경하에서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의사들과 탄핵에 반대하는 약사들의 정치적 세(勢) 대결 양상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은 보건의료정책과 연결시켜서는 안된다. 야당이 탄핵을 가한 것은 엄연히 정치적이지만 참여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은 비정치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태생이 분명히 다르고 절대 협력할 수 없는 3당이 대통령을 밀어내기 위해 일사분란하게 손을 잡은 것을 두고 의료계 발전을 위한 목적이 있다고 누가 인정하겠는가.
의료는 사실 분배쪽에 많이 기울어야 정의롭다. 하지만 지금의 거대 야당이 분배를 먼저 생각했느냐고 질문하면 국민 대다수는 ‘노’라고 답할 뿐이고 노 대통령은 분배를 먼저 생각한 것이 다른 점이다.
그것이 의료계의 이해관계와 맞지 않았다. 그래서 의와 약이 정치판 대립으로 비화됐다.
스스로 못 배우고 가진 것이 없다고 토로하는 노 대통령의 눈에는 의료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이 절대절명으로 중요하게 여겨졌을 줄로 안다. 심지어 전국의 보건소가 병·의원을 대체하지 않나 하는 우려까지 나왔을 정도이니 대통령에 대한 의료계의 반감은 인지상정 이해가 간다.
그렇지만 대통령 탄핵은 참여정부의 보건의료정책과는 무관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분명히 오점이다. 야당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노 대통령은 반면 못 가진 자를 더 많이 바라보는 서민형, 탈권위주의형 스타일이다. 대통령의 눈에는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의료의 국가 책임성을 먼전 실현시키는 과업이 더 중요했을 것이다.
우리는 약사들에게도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약사들은 참여정부의 정책이 약사들에게 유리하다고 해서 좋아할 것이 없다. 참여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이 약사 편을 들거나 약사들의 배를 불리기 위한 목적이 없기 때문이다.
참여정부는 언제든 분배의 형평성이 어긋나면 약사들에게도 불리한 정책을 내놓을 수 있다.
이번 대통령 탄핵은 가장 정치적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가장 무지몽매하고 무식한 정치인들의 막가는 생존싸움이다. 의와 약이 이런 무식한 싸움에 묻어 들어가 서로의 직능을 상하게 하는 싸움은 절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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