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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대받는 ‘약국한약’ 사생아인가

  • 데일리팜
  • 2004-02-05 08:06:19
  • 요약

한약을 취급하는 약국수가 최근 급격히 줄어든 것은 예의 그냥 지나칠 사안이 아니다.

한약조제자격증을 취득한 약사가 2003년 12월말 기준으로 1만9,262곳에 이르고 있음에도 한약을 취급하는 약국은 6,881곳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하니 정말 의외다. 3개 약국중 2곳이나 한약취급을 안하고 있는 셈이다.

약사들이 약국한약을 기피하는데는 많은 요인이 있겠지만 역시 가장 큰 원인은 ‘처방 지상주의’에 빠진 약사들이 많아진 탓이다.

많은 개국약사들은 분업 이후 노다지를 캐겠다는 의지를 갖고 의료기관 인근으로 달려가 이른바 ‘묻지마 개업’에 열을 올렸다. 2~3천여 곳의 문전약국들은 그래서 경제적 부를 향유한 것이 사실이다.

이러는 사이에 일반의약품, 약국한약, 건강식품 등은 약국에서 멀어져만 갔다. 특히 약국한약은 과거 수년간 골육상쟁에 가까운 한약분쟁의 작지만 값진 전리품임에도 약사들의 머리 속에서는 잊혀져만 갔다.

대다수 개국약사들은 문전약국이 성업하는 바람에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려온 것을 안다. 그러다 보니 약국한약은 안중에 없고 문전약국 대열에 뒤늦게 올라타거나 합류하려고 하는 약사들이 지금 너무 많다.

약국한약은 먼나라 이야기가 됐다. 처방전 하나 더 받는 것이 중요한 마당에 100방으로 제한된 약국한약을 취급해 봤자 재미를 못 본다는 하소연이 많아졌다.

하지만 약국한약이 이렇게 홀대받아도, 아니 사생아로 취급받아도 될 하찮은 전리품이었는지 묻고 싶다.

개국약사들은 숨고르기를 하고 개국가의 현실을 돌아보자. 처방전 때문에 개국약사들간의 골육상쟁이 벌어져 분열과 불신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문전약국의 과포화에 따른 법정다툼 속출, 의료기관과 약국의 주종관계 심화, 온갖 편법 담합약국의 난립, 상식을 뛰어넘은 초고가 임대료 등이 한꺼번에 불거 터지고 있음을 눈 부릅뜨고 직시해야 한다.

욕심을 낸 몇몇 문전약국들은 부도로 좌초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개국약사들은 더이상 처방전의 유혹에 끌려 다니지 말아야 한다. 약사 본연의 자세로 본다면 환자를 치료하는데 꼭 처방전을 많이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반약, 한약 등을 활용하면 약국매출도 높이면서 환자를 돌볼 여지가 더 많아진다.

비록 100방으로 제한된 취급범위이지만 직능과 직역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지금 갖고 있는 작은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약사 스스로 힘겹게 얻은 한약조제자격증을 왜 사장시키고 버려야 하는가 자문해 봐야 할 시점이다. 지금 배출되는 후배약사들에게는 한약조제시험 조차 보는 길이 막혀 있음을 비통하게 생각하지 않는지 궁금하다.

지난 1년 사이 약국한약을 취급하는 약국은 무려 1,347곳이나 줄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앞으로 한약을 취급하지 않겠다는 약사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는데 있다.

한약조제자격증을 가진 약사들은 어려울 때일수록 한약을 더 취급하고 사랑해야 맞다.

한약을 통해 국민건강을 증진하는데 기여해야 하고 한약산업을 육성하는데 앞장서야 할 책임을 가진 사람들이 바로 한약조제약사다.

한약조제약사는 더 이상 신규 배출되지 않기 때문에 향후 50년이 지나면 그 수가 극히 작아질 수 밖에 없고 세월이 더 지나면 사실상 종지부를 찍는다. 반쪽자리 ‘양약사’가 예정돼 있는 것이다.

이렇게 끝나도록 내버려 둘 것인가. 자신은 기득권을 갖고 있고 후배들 일에는 무관심이란 말인가.

한약조제약사의 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한약을 집요하게 사랑하는 애착뿐이다. 올해는 한약취급 약사가 다시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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