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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일원화 폐지는 의혹대상이다

  • 데일리팜
  • 2004-01-29 06:43:36
  • 요약

공정거래위원회가 느닷없이 누구나 아는 이유같지 않은 이유를 명분이라고 내걸고 유통일원화 폐지를 들고 나온 것은 어이가 없는 일이다.

공정위가 내민 방안의 골자는 약사법 시행규칙 제57조(의약품 등의 유통체계확립 및 판매질서유지를 위한 준수사항)에 명시된 100병상 이상 종합병원에 대한 제약회사의 직거래 제한규정 철폐다.

공정위는 폐지명분으로 도매상과 종합병원간의 부조리 발생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점과 의약품 납품시 경쟁을 제한하는 요소 등의 두가지 요건을 핵심으로 들었다. 일반 국민들이 보기에는 공정위의 명분이 틀리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공정위의 문제제기는 현실을 간과한 무책임한 주장이다.

제약사에게 종합병원 직거래를 허용하면 그렇지 않아도 출혈경쟁이 심한 의약품 납품시장이 더 격화돼 부조리 발생 가능성이 더 커진다. 이는 누구나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기에 재론의 여지조차 없다.

부조리가 있다면 부조리를 줄일 방안을 짜야 하는 것이 먼저인데도 더 큰 부조리를 양산하는 방안을 명분이라고 내놓고 있으니 도대체 어쩌자는 말인가.

경쟁 제한적인 이유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종합병원 거래에 제약회사들이 참여할 수 없는 것은 경쟁 제한적인 요인이 있지만 이 부분이 공정거래에 과연 위반되는지 여부는 따져봐야 할 사안이다.

의약품 유통의 경우 선진국들도 대부분 도매에 의존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이미 도매비중이 60%대를 넘어섰다. 의약품 유통은 제약업체가 직접 참여하는 것 보다 도매에 맡기는 것이 물류비와 영업비를 줄이는 효과가 더 크기 때문임은 불문가지다.

만약 제약업체들이 종합병원 거래에 참여하면 불필요한 물류비와 영업비가 크게 늘어나 제약사 뿐만이 아니고 국가적으로도 자원낭비다. 많은 제약사들이 스스로 직거래 제한에 대해 경쟁 제한적이라고 느끼지 않고 있음에도 이를 과연 공정거래 위반이라고 못을 박을 수 있는가 말이다.

그렇다면 공정위가 이처럼 뻔히 드러나 있는 상황들을 모를리 없을 텐데도 왜 갑작스럽게 제약회사 직거래 제한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나왔느냐 하는 점이 참으로 궁금하다.

규제개혁위원회가 그동안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해온 것을 감안하면 굳이 공정위가 나서서 이를 거들 필요까지 있는지 의문이 든다.

지난 94년 법제화된 직거래 제한 규정이 10년간의 한시입법이기 때문이라면 이유가 되지만 그 명분은 아예 내걸리지도 않았다. 이는 거꾸로 이 조항이 현실적으로 존속돼야 할 조항이기 때문은 아닐까.

공정위의 행동은 결국 뜬금없는 행동이다. 명분이나 이유가 너무 궁색하기 때문에 문제제기를 하고 나선 배경 자체가 그저 의아하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종합병원들에게 더 많은 힘을 싫어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일고 있다. 아니면 상대적으로 뒷거래가 많은 중하위 제약사들의 경쟁력을 높여 주기 위한 아량 차원인지 묻고 싶다.

제약사들이 종합병원 직거래를 하면 아무래도 더 유리한 쪽은 마켓쉐어가 적어 시장을 파고들려는 중하위 제약사라고 본다. 이는 뒷거래나 비리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이 과정에서 종합병원들은 모종의 떡고물을 더 챙길 수 있음도 누구나 알고 있다.

이를 공정위만 모른다고 할 것인가.

명분같지 않은 명분으로 정책을 추진하면 반드시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 유통일원화 폐지와 관련해 공정위가 내세운 명분은 지금 오히려 의혹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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