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도매업에도 철학은 있다"
- 최봉선
- 2003-12-18 06:44:01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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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용현 한사랑약품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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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코드의 주인공이 있다. 서울 한사랑약품 공용현 사장(52.철학박사), 다채로운 경력을 갖고 있는 그가 지난 9월 이 회사의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도매(都賣)란, 도매의 都자는 무더기로 팔다, 이익을 많이 남긴다는 뜻이 아니라 都市라는 뜻에서 알 수 있듯이 넓게 광범위하게, 약업계의 표현대로라면 구색을 갖춰 판다는 뜻이겠지요. 따라서 도매상이 구색을 갖추지 못한다면 이미 도매상의 기능을 상실하고 있는 것입니다"
철학도인 그가 내린 의약품 도매업의 정의다.
"철학은 사물에 대해 남들보다 좀더 깊이 있게 관찰하는 것 뿐 입니다. '하늘의 별'이 도매업의 이상이자 원칙이라 한다면 이를 따지는 못한다할지라도 우리가 목표로 삼고 가야할 길이 아닙니까"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부전공이었던 철학에 매료되어 같은 학교 대학원 철학과에 진학해 서양철학으로 석사과정을 마치고, 과학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직업도 다양한 영역을 섭렵했다. 한양투자금융 전산부 시스템분석가를 시작으로 서강대 철학연구소 연구원,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지능연구센터 연구원, 서강대 철학과 강사 등을 거쳐 지금도 도매업을 운영하면서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인지과학과 강사로 일주일에 2번 강의를 하고 있다.
공학 전공 출신이 철학박사가 된 것도 이채롭지만, 여기에 남들이 보면 가당치도 않은 의약품 도매업 사장으로 변신에는 우연한 계기가 있었다.
1999년 IMF당시 잘못 선 빚 보증(5억원)으로 인해 전재산을 날리고 한순간에 알거지가 된 적이 있다.
"너무 힘들었고, 그야말로 버러지 같은 삶을 살았습니다. 칩거하는 동안 새벽에 혼자 북한산을 오르며,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경험을 했습니다"
먹고살기 위해 의약품도매업 관리프로그램 개발 유지업체인 '인포스피어'를 한사랑약품 건물 4층에서 시작해 이 회사에 납품한 것이 인연이 됐고, 2001년 5월 부사장 겸 기획실장으로 전격 발탁이 되면서 사장자리까지 오르게 됐다.
공 사장은 이번에도 지적 호기심이 발동한 듯 최근 중앙대 의약식품대학원에 등록했다. 이 분야에 근무하는 이상 최소한 의약품이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서란다.
그는 작금의 의약품 도매업에 대해 승자가 없는 무차별한 경쟁에 우려를 표시하고, 과연 무엇을 위한 경쟁이냐고 되물었다.
"자유경제체제에서 경쟁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우리는 지금 룰(rule)안에서 인간적인 경쟁이 아닌 '약육강식'이라는 정글법칙의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체질강화의 경쟁도 아니고, 공멸을 향한 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사랑약품은 공 사장 취임직후 약사들이 주주로 구성된 신의약품을 인수하는 등 의욕적인 영업활동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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