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외면하는 처방전 1매발행
- 데일리팜
- 2002-07-10 22: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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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의료계가 끝내 건너지 말아야 할 다리를 또다시 건너고 말았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제4차 처방전서식위원회를 열고 처방전 2매발행 의무화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처방전서식위원회는 다만 환자가 요구할 때는 추가로 처방전을 발행하기로 하는 이른바 '1+@안'을 도입하기로 했다.
우리는 이번 서식위원회의 결정을 보면서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까운 심경을 감추기 어렵다.
의약분업이 도입된 중요한 단초중의 하나는 의사 처방전의 공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통해 의사의 과잉처방을 막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음은 물론 처방전의 이중점검으로 약물 오남·용을 막는 것 등이 중요한 대의명분이었다.
그런데 처방전 1매발행을 원칙으로 한다면 이같은 핵심명분을 져버리는 처사이다.
환자가 요구할 때 추가로 1매를 더 발행하도록 한다고 하지만 추가발행을 요구할 환자가 과연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알파'라는 단서는 결국 처방전 1매발행으로 가는 징검다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알파'안은 의협, 병협, 치협 등 의료계가 강력히 밀어부쳤고 경실련, 소시모, 약사회 등이 완강히 반대했지만 심평원과 건강보험공단이 찬성입장으로 돌아서 최종 결정됐다는 소식이다.
의료계 3개단체와 심평원, 공단 등은 결국 처방전 2매발행 의무화를 폐지한 후 나타날 부작용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주체가 됐다.
그 부작용의 하나는 분업이 거꾸로 후퇴하는 것이고 또 하나의 부작용은 환자들이 의료인들을 신뢰하지 않는 상황이다.
분업 후퇴는 과잉처방에 따른 약물 오남·용이 재연될 소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환자와 의료인간의 서먹서먹한 관계가 더욱 고착화 될 수 있다는 우려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환자들은 분업시행 이전까지 의료인들이 작성하는 도무지 알아보기 힘든 처방전을 '성역'으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분업후 환자들은 환자용 처방전을 손에 받아들게 되면서 의료인에 대한 신뢰도를 더 높게 쌓을 수 있었다.
정부가 이처럼 분업 시행명분 조차 되돌리고 환자들에게 준 선물을 느닺없이 환수하려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의료계도 처방전 2매발행 의무화가 권익을 확보하기 보다는 환자들과의 거리만을 더 크게 벌려 결국은 의료인들이 소외당하는 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사실 처방전 2매발행을 의무화 한 이후에도 처방전 1매발행을 하는 의료기관이 적지 않아 제도의 실효성이 의문시되기는 했다.
그러나 이를 활성화 하기 위한 노력을 아예 접고 제도자체를 폐기하려 하는 것은 힘없는 환자들을 우롱하는 행위이다.
배신감이 가득 어려있는 환자들의 눈동자를 한번이라도 생각한다면 처방전 2매발행 의무화를 폐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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