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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장관·단체장, 제네바서 적과의 동침

  • 홍대업
  • 2006-05-15 06:50:02
  • 연쇄접촉 이어 8박9일간 대장정 나서...쟁점현안 논의

유시민 장관과 의약단체장들은 오는 17일 스위스 제네바로 함께 출발한다.
|월요진단|WHO총회와 의약계 현안조율 전망

유시민 복지부장관과 의약단체장이 17일 제네바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WHO(세계보건기구)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유 장관측에서는 연례적인 행사일 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그러나, 지난 3일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 도입을 천명한 이후 의약단체장간 만남이 이어지고 있고, 제네바에서도 이들이 8박9일간 '적과의 동침'을 한다는 의미는 가볍지 않다.

올 상반기 최대 이슈는 단연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이다. 각 관련단체의 입장이 달라 복지부도 진행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유시민 장관 역시 시스템 도입 방침을 천명하면서 각 관련단체장을 만나 이해를 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제내바행, 포지티브-FTA 협상 입장조율이 핵심

유 장관과 의약단체장의 이번 제네바행에서는 단연 복지부에 대한 의약단체의 건의사항이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자연 유 장관은 이 자리에서 포지티브와 관련 각기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는 단체들의 입장을 조율하는데 상당 시간을 할애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의사협회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이해와 협조를 당부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달 들어 새로 출범한 장동익 집행부와 지난 9일 만났지만, 포지티브 방식에 대해서는 '처방권 제한'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음을 재확인한 때문이다.

포지티브의 성공도 처방권을 쥐고 있는 의료계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 사실. 의사가 고가 오리지널 위주의 의약품 처방을 고수할 경우 포지티브는 약제비 절감은 고사하고 전체적인 의료비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받게 될 것이다.

특히 6월5일부터 한미FTA 협상을 앞두고 약가정책에 대한 관련단체의 의견조율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미국조차 설득시킬 수 없을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 장관은 8박9일간의 여정에서 적절한 선물(?)을 의료계에 제시하면서 정부 정책의 참여를 유도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유시민 장관은 지난 9일 의협 장동익 회장과 접견을 갖고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사진=Kmatimes)
물론 이 과정에서 리베이트 문제를 지적하며, 의료계와 밀고당기는 신경전도 예상할 수 있다. 이미 리베이트 척결문제와 관련 국가청렴위에서 의약사간 담합 뿐만 아니라 제공자와 취득자 모두를 처벌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도 또 다른 무기가 될 수 있다.

자율징계권 내주고 포지티브 지원사격 요청 예상

제네바행에 앞서 의약단체장간 연쇄회동도 이어질 예정이다. 지난 10일 의약계 수장이 만나 일종의 신사협정을 체결한 데 이어 15일에는 이들 단체가 한의사협회 엄종희 회장 등과도 회동할 계획이다.

또 16일에는 보건의료단체 사회공헌 공동추진 협약식 체결을 이유로 유 장관과 14개 보건의단체간 접견도 예정돼 있다.

우선 장 회장과 원 회장간 만남에서는 자율징계권 확보를 위한 공동전선 구축의 의미가 크다. 최근 치과의사협회가 열린우리당 김춘진 의원측에 자율징계권을 주요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을 요청한 것이나 의협 김재정 전 회장이 유 장관에게 역시 같은 건의를 한 것도 마찬가지.

여기에 약사회도 최근 투명사회협의회 대표자회의에서 이를 공식 언급함으로써 사실상 의약계가 자율징계권 확보를 위한 공동전선을 구축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유 장관도 김 전 회장의 요청에 '긍정' 답변으로 화답했다는 것도 의미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이의 전제는 적어도 포지티브에 대한 '적극 지원'을 담보로 한 것이어서 경우에 따라서는 엇박자가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체조제 활성화-성분명처방 허용도 쟁점

의약계의 해묵은 쟁점인 대체조제 허용 문제도 이번 제네바행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복지부와 국회 일각에 따르면 이번 약제비 적정화 방안에 당초 대체조제 활성화와 성분명처방 허용 문제를 포함하느냐 여부를 놓고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복지부 내부에서는 포지티브 도입으로 제약업계의 위기상황이 도래할 수 있는 만큼 제네릭 활성화를 위해 대체조제를 허용해야 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제약업계와 관련된 사안이기는 하지만, 실상 의약계의 최대 쟁점을 우회적으로 풀어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여기에 내년부터 기등재품목에 대한 생동시험이 의무화되는 만큼 성분명처방 요구가 더욱 불거질 것은 자명하다. 따라서 유 장관은 포지티브는 물론 대체조제 활성화를 통해 의약계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시민 장관은 지난 3월16일 약사회 원회목 회장과 회동을 갖고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한 바 있다.
지난 10일 장 회장과 원 회장의 만남에서 상생을 위해 상대에게 큰 피해가 없는 사안에 대해서는 서로 양보키로 하는 등 의약계의 화해무드가 조성되고 있다는 점도 복지부로서는 긍정적이다.

의약계, 공통현안엔 협력...쟁점사안은 유지

그러나, 의료계에서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장 회장과 원 회장간 만남도 자율징계권이 핵심사안인 것처럼 비쳐지지만, 사실 대체조제에 대한 입장을 서로 탐색하는 자리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 이유는 바로 생동조작 파문에 대해 의협이 날카롭게 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장 회장은 이날 회동에서 생동조작과 관련 신문광고를 게재한 것에 대해 "약사회를 공격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잘못됐다"고 전임 집행부를 비난한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일단 한발 물러서서 생동조작 문제에만 초점을 맞춰, 식약청과 정부의 대체조제 및 성분명처방 움직임을 견제하겠다는 계산이다.

약사회와의 전면전으로 끌고 가서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실제로 신문광고를 통해 약사회를 직접 겨냥했지만, 오히려 불똥은 의사의 리베이트 문제로 귀결되는 악재를 만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약계의 회동이 공통분모에 대해서는 공동전선을 구축하겠지만, 이것만으로 그동안 대립각을 세워왔던 현안까지 일소하기는 어렵다. 제네바행에서도 어쩌면 큰 실익을 챙길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도 이런 탓이다. 대체조제 허용여부는 의약계 수장이 목을 걸고 사수해야 할 마지노선인 것이다.

약사회, 불균형 법조항 손질-의료계, 과잉약값 환수법 재고 건의

이번 제네바행과 의약계 단체장간 회동에서는 의약분업 재평가와 함께 의료법& 183;약사법 개정안에는 어느 정도 교감을 이끌어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의약분업 재평가는 그 주체를 놓고 복지부와 국회, 의약계간 시각차로 지연돼 왔지만, 올해의 경우도 논란이 이어질 것은 분명하다. 특히 분업 이후 의약계는 서로 법 조항이 불평등하다고 주장해온 만큼 자연 법 개정 과정에서 이들의 의견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의약계 수장이 지난 10일 만남을 갖고 상생의 길을 모색하기 위한 일종의 신사협정을 체결했다.
더욱이 복지부도 의료법과 약사법에 관한 연구용역을 마친 상태이며, 이들 법 조항 가운데 형평성 논란이 있다는 것도 인식하고 있다.

약사회에서는 이미 국회와 복지부에 의심처방에 대한 의사응대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을 건의한 바 있고, 복지부와 국회에서도 긍정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의료계 역시 과잉약제비 환수책임을 의사에게 묻는 건강보험법 개정안의 재고와 약사의 임의조제 근절 등을 위해 복지부가 확답을 내놓는다면 의료법과 약사법의 균형을 맞추는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토를 달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들 법 조항의 균형을 맞추면서 오히려 처벌수위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힐 가능성이 있어, 자칫 복지부가 여론의 부담을 가질 우려도 없지 않다.

유 장관측 "제네바행, 확대해석 하지말라"...의약계 "깊은 논의 오갈 것"

이번 제네바행을 놓고 유 장관측에서는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포지티브나 의약계 쟁점사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라 WHO총회에 참석하는 것이 주요 행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8박9일간 숙식을 함께 하면서 전혀 논의가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앞서 언급했던 쟁점현안에 대한 입장교환이 자연스레 이뤄질 것이고, 가능하다면 해답도 구해올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의협 장 회장도 이같은 전망을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포지티브에 대해서는 좀더 논의를 해봐야 하겠지만, 짧지 않은 시간동안 깊은 의견 교환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약사회에서는 아직 특별한 입장을 표하고 있지 않지만, 역시 복지부의 정책을 지원 사격하는 대가로 적절한 선물을 기대하고 있다.

8박9간의 '적과의 동침'에서 유 장관과 의약단체장은 쟁점현안을 무난히 조율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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