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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약국 '우후죽순'...4.5평 제한 부활론

  • 홍대업·정웅종
  • 2006-01-16 06:20:06
  • 일본은 최소 8평...복지부 "평수제한보단 시설규제"

|월요진단|쪽방약국의 실태 및 문제점

약국가의 천덕꾸러기 쪽방약국. 이들이 발을 내딛는 곳마다 문제가 발생한다. 기존 약국의 틈바구니를 비집고 들어 과당경쟁을 유발하거나 담합의혹까지 사고 있다. 약사회도 새해 들어 쪽방약국 척결의지를 내비치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이에 대한 실태와 문제점, 해법을 짚어본다.

경기도 구리시 백화점 주변 클리닉빌딩. 이곳 빌딩마다 대문짝한 간판들이 걸려 있다. '○○4층약국' '××5층약국'. 의원과 약국이 같은 층에 몰려있는 이른바 '층약국'들이다.

부천시 중심가에 위치한 M빌딩의 경우 의원과 약국이 같은 3층에 위치하면서 이를 합법화하기 위해 탁구장을 개설, 층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같은 층 연결통로를 두고 약국과 의원이 붙어있지 못하도록 한 현행법을 피해가기 위해 그 사이 위장점포를 두는 층약국이 늘고 있다.

층약국 개설을 위해 1평 규모의 구멍가게를 낸 서울 강남구 모 메디컬빌딩을 비롯해 경기도 용인, 부천 상동, 서울 답십리 일대, 서울 잠실지구, 노원구 모 메디컬빌딩, 경기 고양시 일산 등 서울과 수도권 메디컬빌딩을 중심으로 층약국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의원-약국 사이에 위장점포 '층약국' 전국확산

이같은 층약국은 지방까지 확산되고 있다. 대전 상권의 모 메디컬빌딩과 부산시 번화가의 모 건물, 인천 시가지 인근 건물, 광주, 안산시 모 지구 등이 대표적이다.

경기도 한 상가 앞 메디컬 간판. 5층 의원 8곳에 대한 처방을 약국은 1곳이 독점하고 있다.
이들 층약국과 의원 옆 쪽방실태를 보면 구두방, 책대여점, 건강식품 매장, 구멍가게, 탁구장 등을 개설한 곳이 다수 포착된다. 그러나 대부분이 실제 영업을 하지 않고 비워두는 경우가 상당수로 담합 의혹이 일고 있다.

기존약국 자리 옆에 2~3평대 약국이 틈새를 치고들어가는 쪽방약국도 약국가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 서초구 J병원 인근. 병원에서 30미터 떨어지는 곳에 기존약국이 자리잡고 있었지만 작년 병원과 약국사이에 쪽방약국이 개업하면서 말썽이 빚어졌다.

3평이 채 안되는 신규약국은 기존약국이 수용하던 처방전의 상당수를 흡수했다.

처방 노린 2~3평대 '쪽방약국'도 말썽

기존약국과 이름이 비슷한 간판을 단 '쪽방약국'이 바로 옆에 들어서 말썽을 빚기도 한다.

서울 동작구 P약국 옆에 작년 12월 들어선 N약국이 그 일례. 기존약국 옆 10미터 거리에 3평짜리 새약국이 오픈하면서 간판이름까지 비슷해 논란이 되고 있다.

기존 약국이 쪽방약국에 간판사용금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내면서 법정다툼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P약국 K약사는 "약국간 거리제한이나 평수제한이 없어지면서 막가파식으로 들어서는 쪽방약국으로 약국간 과당경쟁이 유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층약국& 183;쪽방약국 담합의혹...처방검토 소홀 병폐유발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는 층약국 개설로 인해 인근 약국, 혹은 기존 1층 약국과의 분쟁이 심심찮게 일고 있다.

답십리역 층약국이 들어선 클리닉빌딩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한 약사는 "약국이 같은 층에 있으면서 의사와 약사만이 통하는 쪽지처방을 내고 있지만 버젓이 잘만 운영된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층약국 피해를 보고 있는 한 약사도 "층약국이 개설된지 몇달이 지났지만 1.5평짜리 구두방 위장점포는 한번도 문을 연 적이 없다"며 "인근 약국들은 층약국 개설후 처방이 30%도 안오는 등 담합 의혹이 짙다"고 주장했다.

경기도 구리의 한 상가 빌딩간판. '3층약국', '4층약국'이라는 명칭이 보인다.
층약국이나 쪽방약국이 단순히 기존약국에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다. 담합으로 인한 약사의 처방권검토가 소홀해 국민건강을 해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과 함께 약사의 자정의지를 송두리채 흔들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과당경쟁은 결국 약국간 드링크무상제공이나 조제료할인 행위 등의 경쟁을 유발하는 병폐라는 지적이다.

약사회, 평수제한 부활 추진...쪽방약국 철퇴 가능할까

무분별한 약국개업으로 말썽을 빚고 있는 쪽방약국이나 층약국에 대해 약사회가 두 팔을 걷어 부쳤다. 대한약사회 원희목 회장이 신년부터 고질적인 약국가 부도덕성에 대해 철퇴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원 회장은 "약국간 과당경쟁으로 비정상적인 약국 출현이 비일비재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의료기관과의 담합 등 부패 발생 방지를 위한 약국 시설기준이 필요하다"고 밝혀 시설기준 부활의지를 천명해 주목된다.

규제개혁위원회가 약국의 시설기준를 완화한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분업과 동시에 규개위가 약국의 시설기준령시행규칙을 삭제하면서 무분별한 쪽방약국을 양산했다는 지적이다.

중소규모 클리닉빌딩에도 층약국이 일반화되고 있다.
인근 외국사례는 어떤지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일본의 경우 대기실 19.8㎡(6평), 조제실 6.6㎡(2평)의 시설기준과 함께 조도도 대기실은 60룩스 이상, 조제실은 120룩스 이상으로 최소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일본에선 최소 8평 "규제강화, 기존 약국만 유리" 지적도

규제완화보다는 안전한 의약품 조제를 위한 필수적 공간마련이라는 조건충족이 중요하다는 지적은 일면 타당하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 같은 규제강화에 반발하는 움직임도 있다. 약국입지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신규약국 개설을 막아 기존 약국에게만 유리하다는 게 그 이유다.

복지부도 약사회의 시설기준 제한에는 공감하고 있다. 다만 약사회의 시각과는 달리 과당경쟁이나 담합소지, 난매 등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지 않다. 국민(환자)에 대한 약제서비스 차원으로 접근하고 있다.

약사회의 지적처럼 지나치게 협소한 1∼2평짜리 약국에서는 환자에 대한 의약품서비스의 질을 담보할 수 없는 탓이다.

일본처럼 기본적인 시설기준 마련이 재논의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은 위장점포를 내세운 층약국.
그러나 복지부의 시설기준 제한이 곧 평수제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즉, 약사회의 주장처럼 지난 2000년 6월 폐지된 약국의 면적기준(4.5평)을 부활시키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복지부 "평수제한보다 시설규제" 약제서비스 제고, 먼저 고려돼야

국민의 정부에 들어서면서 이에 대해 규제개혁위원회가 '규제'로 결론을 내렸고, 복지부도 시설기준령시행규칙에서 약국의 면적기준 제한조항을 삭제한 바 있다.

대신 복지부는 환자에 대한 양질의 의약품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환자대기공간, 약품에 대한 안전보관장치, 환자와의 상담실, 의약품 보관 공간 등의 시설을 갖추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 시설기준에 부합하려면 적어도 4.5평 이상의 공간이 필요하고, 자연 쪽방약국에 대한 문제도 해소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복지부는 아직 구체적인 내부논의는 진행되고 있지 않지만, 약사회에서 쪽방약국 문제를 건의할 경우 이같은 방향으로 검토할 수는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약사회도 지난해 1월 우수약사실무(GPP)기준 공청회에서 이와 유사한 내용을 발표한 만큼 의견을 조율하기는 어렵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약사회가 투명사회실천협의회에서 이 문제를 공식 제기할 경우 복지부에서도 본격적인 검토작업에 착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약사회가 시설기준보다는 평수제한에 초점을 맞춘다면 다소 시각차가 존재할 것으로 관측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약국의 면적을 제한하는 것에 대한 타당한 근거가 필요하다”면서 “평수제한은 일종의 규제라는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소비자 측면에서는 최소한의 복약지도 시설 등이 필요하다”면서 “약사회가 이 문제를 건의할 경우 토론회 등을 거쳐 정말 합리적인 규제인지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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