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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 의약단체 '실리'-공단 '주도권' 챙겨

  • 최은택
  • 2005-11-17 06:36:42
  • 양보·전향적 노력 결실...‘특성·유형별’ 계약 싸고 논란 불가피

|최초 수가자율계약 의미와 전망|

내년도 수가협상에서 건보공단과 의약단체는 최초로 자율계약을 성사시키면서 사회적 명분을 얻었다.

또 의약단체는 3%대 수가인상이라는 비교적 높은 인상율을 챙겼으며, 건보공단은 부속합의를 통해 종별계약과 견줄만한 개별 계약방식으로의 전환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부속합의 문구 해석과 실제 의약과 병원·의원 등을 따로 계약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느냐를 두고 내년도 수가협상에서는 적지 않은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초 자율계약, 미리 예상됐던 게임

공단과 의약단체는 15일 건보통합 이후 최초로 수가 자율계약이라는 대타협을 이뤄냈다. 당초 양측은 2%에 가까운 간극을 놓고 타결이 쉽지 않은 신경전을 반복할 것으로 예측됐으나 막상 마지막 날 협상 상황의 일기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번 막판타결의 돌파구 역할을 했던 것은 수가인상을 현실화하는 데 앞서 제시된 사회적 합의 성격의 부속합의, 즉 3가지 전제 조건이었다.

의약단체는 부속합의보다는 수가인상 수치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전제조건에 그다지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았고, 공단 측도 협상타결에 걸림돌이 될 부분(선택진료 급여화)은 합의문에서 미리 빼놓는 등 자율계약을 위해 양보했다.

시각에 따라서는 절묘한 인상률로 보이는 3.5% 인상은 실제 의약단체의 경우 실리는 있지만 부담스런 수치였던 것은 분명하다.

일반 회원들의 정서는 5%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의 인상요구가 일반적이며, 이번 공동연구에서도 대표적 중위수가 4.27%로 제시됐던 점을 고려하면 3.5% 인상을 받아들인 것은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

이는 의약계가 최초의 계약성사를 이뤄내기 위해 전향적으로 부속합의를 받아들이면서까지 전향적으로 협상에 나섰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한편으로는 건정심으로 넘겨졌을 경우 공단이 제시한 수치보다 낮은 수준에서 수가인상폭이 결정될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 14일 실무협상 자리에서는 재경부가 2.5%대에서의 인상안을 갖고 있다는 말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 3년간 물가인상율을 밑돌았던 것이 올해는 상반기 2.6%의 물가지표보다 무려 1%에 가깝게 높은 수치를 끌어올려졌다는 점에서도 실리적인 명분은 충분해 보인다.

공단, 개별계약 통해 의약 분할관리 길 열려

반면 의약단체는 단일수가계약에서 개별 수가계약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특성에 따른 유형별 계약’ 방식을 받아들임으로써 수가협상의 주도권을 건보공단에 상당부분 넘겨주고 말았다.

거꾸로 보면 건보공단은 내년부터 수가협상 과정에서 의약단체를 분할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전체적인 건보료 규모에서 4개든 5개든 ‘특성·유형’별로 쉐어를 나눠 가져야 한다는 측면에서 상호견제와 감시가 불가피하다.

이와 관련 사실상 종별계약에 다름 아닌 개별계약방식 도입은 총액예산제 도입을 위한 수순밟기이며, 총액예산제가 아니어도 목표진료비제나 진료비목표를 꺼내놓고 총액예산제와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묘수를 부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특성·유형별’ 계약방식제 도입과정에서 순탄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먼저 의약단체는 최대한 개별계약을 지연시키기 위해 제도와 여건과 관련한 흠집내기에 나설 공산이 크다.

공단 또한 수가계약 진행과 제도지원을 위한 실질적인 여건을 1년 만에 마련할 수 있을 지도 장담할 수 없다.

의약단체 일각에서는 부속합의 과정에서 ‘종별’을 ‘특성에 따른’으로 기를 쓰고 바꾸려 했던 것 자체가 1~2년 동안의 시간을 벌기위한 전술이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관건은 공동연구든 다른 방식이든 양측이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하고, 외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한국적 상황'에 맞는 제도도입과 법률개정을 모색하는 것이나, 하나하나가 그야말로 ‘산너머 산’인 셈이다.

약가제도 개선이나 보장성 80% 확대는 이미 투명사회협의회에서 진행되고 있거나 추진되고 있는 내용들이어서 선언적 합의에 다름 아니었다.

가입자단체, 부속합의 이행강제 압력 행사

이 때문에 시민단체나 가입자단체들은 이번 세 가지 부속합의가 실질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건정심에서 ‘푸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건강세상네트워크는 16일 논평을 통해 “최초의 합의를 의미 있게 하려면 부속합의와 이를 실행할 세부계획을 연내에 마련,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즉, 가입자단체들은 부속합의가 수가인상폭을 상쇄할 수 있는 재정절감 효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전방위적인 압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것.

한편 16일 수가계약을 추인하게 위해 열린 재정운영위 전체회의에서 재경부 관리가 3.5% 인상합의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등 인상안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계약추인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한 재정위원은 “부속합의가 제대로 이행되면 1% 인하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게 재정소위의 입장이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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