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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대병원, 노무사 배제 “교섭 나서겠다”

  • 최은택
  • 2005-07-06 06:36:32
  • 9개 의료원장 출석...노사관계 급반전 여부 ‘주목’

2주만에 다시 대면한 병원노사 대표단
사립대의료원장들이 노무사를 배제하고 산별교섭에 적극 나설 뜻을 비쳐,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병원 노사관계가 급반전될지 주목된다.

한양대병원 등 사립대의료원장 9명은 5일 서울 불광동 여성개발원에서 열린 13차 교섭에 참석, 심종두 노무사를 배제하고 교섭에 직접 나설 뜻을 내비쳤다.

윤견일 이화여대의료원장은 이날 “파업이 벌어져 봤자 노사 모두 득 될 게 없다는 인식하에 사립대병원장들이 대거 참석하게 됐다”면서 “파업을 유보하고 대표단을 구성해 교섭을 빨리 진행하자”고 밝혔다.사립대병원 특성대표로 교섭 테이블에 앉은 김명호 한양대의료원장과 윤견일 이화여대의료원장은 그러나 “심종두 노무사를 배제하고 교섭하겠다”고 밝히면서도 “노무사 위임을 철회한 것이냐”는 노조측의 질문에는 답변을 회피했다.

사립대병원의 갑작스런 태도변화로 인해 그동안 노무사 위임문제로 파행을 거듭해왔던 노사관계가 급진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사용자측의 공동대표단을 구성한 뒤 본교섭을 시작해야 한다는 노조측 주장과 특성별대표들로 교섭을 진행하자는 사용자측의 의견이 엇갈려 이날도 요구안 심의는 이뤄지지 못했다.

노조측은 일단 6일 오후2시에 있을 중노위 본조정 때까지 사용자측 공동대표단을 구성할 것을 요구했으며, 이날 사용자측의 태도여하에 따라 산별총파업의 향방이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 관계자는 “현재로써는 큰 기대는 없지만, 사용자측이 공동교섭대표단을 구성하고, 산별교섭을 성실히 이행할 의사가 있음이 확인된다면, 파업예정일 이내에 교섭이 타결될 수도 있고, 상황에 따라서는 파업을 유보하는 결단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사 이견 커 본교섭 들어가도 '산 너머 산'

그러나 사립대병원의 '2005 산별교섭 대응자료'에서 언급됐던 임금동결, 이중교섭 금지, 유효기간 2년, 무노동무임금, 매년 30%씩 노조 전임자축소, 인사 경영권 보장 등 7가지 대응요구안이 사용자 측의 공동입장으로 알려지고 있어, 본교섭에 들어가도 노사간 입장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 중재자인 중앙노동위원회가 병원산별교섭과 관련 행정지도, 조건부 중재, 직권중재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최종 결정내용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용자측이 공동교섭대표단을 구성, 성실교섭에 임할 뜻을 보인다면 파업 유보를 권고하는 행정지도가 내려질 가능성이 크고, 이럴 경우 노조는 산별총파업에 상당한 부담을 안을 수 밖에 없게 된다.

행정지도를 무시하고 총파업에 들어가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직권중재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

반면 사용자측이 대표단 구성과 성실교섭에 적극적이지 않을 경우, 지난해와 같이 조건부 중재가 내려질 공산이 크고, 노조 또한 산별총파업을 강행할 명분을 얻을 수 있다.

13차 교섭, 화기애애한 분위기속 설전도 오가

이날 교섭은 사립대의료원장들의 집단적인 출현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첫발을 뗐다.

그러나 노조측이 12차 교섭에 일방적으로 불참한 데 대해 사용자측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서자, 설전이 오가는 등 분위기가 일순간 퇴색됐다.

노조 윤영규위원장은 “교섭일정을 합의해 놓고 일방적으로 교섭장에 나타나지 않은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차후에 비슷한 상황이 재발되지 않도록 먼저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사측 간사인 박찬병 수원의료원장은 “교섭을 원만히 진행하기 위해 사립대병원장들이 대거 참석했다”면서 “모처럼 좋은 분위기에서 교섭이 진행될 듯한데 지난 일을 들춰내서 어쩌자는 거냐”고 맞섰다.

윤견일 이화여대의료원장도 “교섭이 파행은 겪은 데는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데도 심종두 노무사의 교섭대표권을 인정하지 않은 노조측에도 책임이 있다”면서 박 원장을 거들었다.

사용자측은 그러나 1시간의 정회를 거친 뒤 “사용자측이 공문을 보내고 일방적으로 12차 교섭에 불참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한 걸음 물러섰다.

노사양측은 또 공동교섭단 구성을 둘러싸고도 장기간 논쟁을 벌였으며, 결국 사용자측이 사정상 이날 공동교섭단을 구성하기 어렵다고 밝혀 교섭을 종료했다.

노조측은 “지난해 산별협약에 합의한 104개 병원의 교섭권을 위임받은 공동대표단을 구성해야 앞으로 집중·축조교섭 등에서 책임 있게 교섭을 벌일 수 있다”면서 “첫 단추부터 제대로 꿰지 못하면 결국 나중에 사안이 더 복잡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용자측은 이에 대해 “공동대표단을 구성하겠지만, 오늘 당장은 힘들다. 특성별로 입장이 다른 부분이 많아 각기 돌아가서 동의를 구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서, “일단 본안심의를 진행하고 공동대표단 구성은 시간을 더 달라”고 응수했다.

노조측은 그러나 “공동대표단이 구성되지 않은 가운데 본안심의를 진행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면서 “내일(6일) 중노위 본조정 때까지 시간을 줄 테니 그때까지 대표단을 구성해 달라”고 요청했다.

노조측은 이밖에 사용자단체 구성노력, 주5일제 미이행 병원 고소건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주문했고, 사용자측은 “노조가 고소를 취하해도 법적절차는 계속 진행되는 사안이라며, 여기서 논의해봐야 실익이 없는 만큼 법원에 판단에 맡길 수 밖에 없다”고 답변했다.

사용자단체 구성과 관련해서는 “내년도 산별교섭준비와 관련된 것으로 노조측과 협의해 단체구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노조측은 “오늘 교섭을 통해 파국을 막겠다는 사용자측의 의지를 기대했지만 실망밖에 남은 게 없다”면서 “전향적으로 공동교섭대표단을 구성해 파국을 막을 수 있는 노력을 다시한번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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