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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처방약 왜 바꿔"-약사 "귀찮다" 팽배

  • 정시욱
  • 2004-11-10 12:55:48
  • 간호조무사가 대부분 '처리'...혜택적어 필요성 못느껴

대체조제 약국가 현실은...
의약품 생동성 확보를 통해 의사와 약사, 소비자의 의약품 품질에 대한 신뢰를 회복한다는 취지의 대체조제가 의약사, 소비자 모두가 기피하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특히 의사와 약사간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지 않아 절차 간소화와 현실성 있는 정책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의사는 귀찮아하고 약사는 번거러워하는 현실적 제도 맹점을 찾아본다.

"팩스없는 동네의원 많다"

부천의 K약사는 얼마전 인근 의원에서 접수된 처방전을 대체조제한 후 해당 모 의원에 전화를 했지만 해당 의사는 되려 환자를 바꾸라며 언성을 높였다.

관악의 L약사의 경우 대체조제 사후통보를 위해 인근 의원에 팩스를 보내려 했지만 자꾸 에러가 나 확인해보니 의원에 팩스가 없었다.

이후 전화를 통해 해당 의사에게 대체조제 사실을 알리려는 순간 "00간호사, 알아서 처리해"라는 말과 함께 간호사와 대체조제 내역을 통보했다.

이같은 사례는 대체조제 활성화라는 광범위한 이슈가 현실적으로 원활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처방권자인 의사가 아닌 간호사가 이를 접수, 처리하는 관행이 저변에 확대되면서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실정이다.

성남의 L약사는 "대체조제를 위해 의원에 전화를 해도 간호사가 '알았다'는 답변만을 해 올 경우에는 의사를 바꾸라고 해야할 지 그냥 넘어갈지 망설여질 때가 많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심평원 관계자는 "저가 대체조제의 경우 사후통보라는 점을 들어 누가 처리하느냐는 큰 무리가 없겠지만 전체적인 대체조제 테두리 안에서 생각하면 간호사가 판단하는 것은 문제점"이라고 밝혔다.

대체조제 불가 처방전까지
거부감 갖는 의사...번거러운 약사

약사들은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하는 원인에 대해 대체조제에 대해 거부감을 갖거나 불쾌감을 드러내는 의사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인근 의원의 처방전을 통해 약국 매출이 주로 나는 문전약국들은 불이익을 우려해 대체조제를 망설이거나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는 실정이다.

또 A지역 의원에서 처방을 받은 후 B지역 등 타 지역 약국에서 조제를 받아야 할 경우 해당 약이 없을 때는 부득이하게 대체조제를 해야하는 상황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체조제로 인한 품목간 인센티브 차액으로 인해 선호하는 일부 품목만 대체조제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에 따라 자연히 차액이 적은 대체조제 품목은 약국에서 멀어지는 실정이다.

동대문의 L약사는 "차액이 없는 품목과 차액 큰 품목간 차이가 갈수록 크게 날 것"이라며 "오리지널약과 큰 가격차이가 없다면 무엇을 선택할지는 불보듯 뻔하다"고 전했다.

의사 "환자 불안한데 약은 왜 바꿔" 반감

의사들도 대체조제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강남의 모의원 J의사는 "내 환자를 진료하고 적합한 처방을 내렸는데 약국에서 다른 약을 쓴다고 하면 누가 흔쾌히 OK할 것인가"라며 "대체조제 활성화도 좋지만 엄연한 의사의 권리를 흔드는 자체가 불만"이라고 피력했다.

이처럼 의사들은 의사대로, 약사들은 약사대로 입지에 따른 명백한 입장을 가지고 있어 이견을 좁히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또 의사들은 환자들의 입장에서 약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환자들이 약을 더 잘 알고 조금만 바뀌어도 불만을 가지는 상황에서 대체조제라는 것을 허락하기가 쉽지 않다"며 "환자들도 싫어하고 의사, 약사도 싫어하는 대체조제를 현실성 있게 바꾸는 노력이 필요할 때"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와 약계는 공통으로 약의 주도권 싸움이 아닌 의사와 약사간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추구해 개선해 나가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처방약 목록제출 '빛좋은 개살구'

약국 재고약 문제와 대체조제 활성화라는 말만 나오면 빠짐없이 나오는 말이 처방약 목록제출이다.

그러나 처방약 목록이 사실상 취합되기도 어렵고 취합된다해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경기도 모 약사회의 경우 의사회와 우려곡절 끝에 처방약 목록을 취합했지만 다 취합되지도 않았지만 4천 품목에 이르렀다.

하지만 약국에서 바라보는 적합한 처방약 수는 1,500여개로 보고 있어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동네약국들은 처방이 주가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부담이 가중돼 약사사회 내부에서도 이견이 맞서는 실정.

경기도의 모 약사는 "3~4천가지 이상 되는 처방약 목록을 제출받고 공개한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별 소득없는 소리"라며 "약사들이 처방받지 못하면 결국 손해"라고 일축했다.

상호 절차 간소화로 대체조제 활성화 기해야

유명무실해지는 대체조제에 대해 약사들은 사후통보 등의 절차 간소화를 강력히 주장했다.

이에 사후통보 전용 웹사이트 개설, 의사에게 메일 또는 문자메시지 전송방식, 약국과 의원 관리 프로그램에 기능을 탑재하자는 의견도 제기됐다.

강남의 모 약사는 "팩스도 없는 의원들도 많은 실정에서 굳이 목메고 대체조제 사후통보를 하라는 것은 무리"라며 "의사들이 거부감으로 대하고 간호사들에게 미루는 상황을 감안해 사후통보 안에 대해 현실적으로 간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복합제 등 대체조제 품목이 한정돼 있어 약사들도 뚜렷한 방향을 찾지 못하는 점도 지적됐다.

지역 약사회 한 관계자는 "소화제나 복합제 등은 대체조제 불가품목으로 묶여있어 자칫 약사의 부주의로 불법 대체조제 우려까지 있다"며 "2천 품목이 넘었다고 해서 거기에 취지를 두지 말고 어떤 분야로 확대됐다는 점이 강조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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