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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社說]재산까지 압류하는 보험공단의 오만

  • 데일리팜
  • 2002-07-21 17:24:00
  • 요약

건강보험공단이 보험료를 장기 체납한 국민들에게 '재산 압류·처분'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들었다.

보험공단은 이미 29만건 4,141억원에 대해서는 재산 압류조치를 마쳤고 50만건 2,680억원에 대해서도 재산이 확인되면 압류절차에 들어간다고 한다.

장기체납 보험료가 무려 1조1,378억원에 달한다고 하니 공단측이 국민들의 사유재산까지 빼앗아서라도 체납보험료를 메꾸려는 고심의 흔적이 엿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공단측의 이번 조치는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이라고 도량있게 이해하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는 이유를 말해야 하겠다.

보험료를 내고 있는 국민들중 상당수는 아직도 보험료가 정확하게 책정된다고 믿지를 않는다.

특히 자영업자의 소득파악이 보험료를 정확하게 메길 정도로 완벽성을 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국민 대다수의 생각이다.

공단은 보험료 적정부과에 대해 자신있어 하지만 정작 국민들이 믿어주지 않으면 분명히 문제가 내재돼 있다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공단은 자영업자들의 소득신고가 100% 정확하다고 믿는 국민들이 얼마나 있을지 길거리 가는 사람들을 잡고 물어보라.

장기체납자 재산압류 보다 더 중요한 것은 365일 24시간 가동되는 자영업자들의 정확한 소득 변동상황 체크이다.

또 하나는 보험료를 체납한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 보험료를 체납했는지 정확하게 앞뒤를 가리고 재산압류에 들어가는지 참으로 의문스럽다는 점이다.

체납자중 무조건 재산만 확인되면 압류에 들어가고 공매처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고 싶을 뿐이다.

보험료 장기 체납자중에 조금의 재산은 있지만 실제로는 생활능력이 전혀 없는 사람과 빚이 재산을 능가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농·어민, 장기 실업자, 미망인, 독거노인 등이 비근한 사례이다. 반면 돈 많은 재력가가 보험료를 장기 체납하는 경우는 거의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논·밭 등 토지와 임야 또는 선박 등을 소유하고 있는 농·어민들중에는 빚이 산더미처럼 쌓여 보유재산을 처분해도 빚을 못갚는 예가 너무 많다.

중·장년층 이상인 사람중 직장에서 내몰려 새 직장을 구하기 어려우면 보통 장기 실업상태에 빠진 때도 마찬가지다.

이들중 적지 않은 수가 대개는 거처할 집 정도의 재산이야 있겠지만 친·인척이나 지인들의 도움으로 근근히 생활만을 꾸려나가는 예도 얼마든지 있다.

남편을 사별하고 경제적인 능력이 없는 미망인들도 재산은 있지만 생활능력이 없어 보험료를 낼 형편이 못되기도 한다.

또한 부모의 조기사망으로 인해 경제능력이 없는 학생 등이 생활할 집 정도의 재산상속만을 물려받았다면 역시 보험료를 낼 처지가 못된다.

자식을 모두 잃고 재산만 조금 갖고 있는 독거노인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보험료 장기체납자중에는 이처럼 재산이 있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보험료를 못내는 '실 빈곤층'들이 많이 있음을 공단측은 인식해야 한다.

보험료를 낼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그나마 살아갈 집 마져 국가가 강제로 빼앗아 공매처분한다면 빈곤층을 양산하는 처사이다.

특히 빚에 허덕이는 농·어민들의 논·밭까지 압류해 처분한다면 말이 되지를 않는다.

그러나 공단측은 이미 이달부터 공매예정통보서를 발송하기 시작했다.

공단은 이어 '납부 거부자'(?)에 대해서는 조만간 재산을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위탁해 공매처분에 들어갈 예정이다.

보험공단은 이번 체납자 재산압류를 통해 어느정도 징수율(5월 현재 징수율 98.6%)을 높이겠지만 사전에 충분한 조사없이 무턱대고 시행하면 '악덕 사채꾼'에 버금간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벌써부터 일각에서는 "방만한 보험재정 운영도 바로잡지 못하는 주제에 오만을 부리고 있다"는 비아냥이 거침없이 나온다.

압류를 통해 재산권 행사를 막는 것도 모자라 아예 공매처분한다는 것은 사실 심하다.

적정 보험료 부과여부 문제로 그나마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는 보험공단은 이번에 더 큰 불신을 키울 우려가 크다고 하겠다.

지금이라도 장기체납 대상자들로부터 청문과정을 한번쯤 거치고 철저한 조사를 먼저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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