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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과 신성장동력의 만남'…바이오텍, 맞춤형 M&A 확산

  • 차지현 기자
  • 2026-06-26 12:00:57
  • 요약
  • 에이프릴, TKG·IMM서 3468억 조달…신주 발행 통한 경영권 이전
  • 창업주 엑시트 아닌 회사 유입 자금…장기 R&D 재원 확보 성격
  • 신성장동력 찾는 대기업·자금 필요한 바이오텍 결합 확산 전망

[데일리팜=차지현 기자] 기술력을 보유한 바이오텍이 대기업 자본을 끌어와 장기 연구개발(R&D) 재원을 확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막대한 개발 자금이 필요한 바이오텍과 신성장동력을 찾는 이종산업 대기업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파트너형 인수합병(M&A)'이 확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에이프릴바이오, 3468억 유증…IMM 최대주주·TKG 경영권 확보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에이프릴바이오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총 3468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번 거래는 최대주주와 경영권자가 분리되는 구조다. 거래 종결 이후 에이프릴바이오 최대주주는 IMM자산운용 측으로 변경된다. 반면 에이프릴바이오 경영권은 TKG휴켐스가 확보한다. 주식 보유 기준으로는 IMM 측이 최대주주에 오르지만 실제 이사회 운영과 경영 의사결정의 주도권은 TKG휴켐스가 쥐게 된다는 의미다.

유상증자는 크게 세 갈래로 이뤄진다. 먼저 IMM자산운용과 IMM스케일업바이오 제1호 유한회사는 보통주 409만5456주를 주당 3만4620원에 인수한다. 이를 통해 에이프릴바이오는 1418억원을 조달한다.

IMM자산운용과 IMM스케일업바이오 제1호 유한회사는 별도로 무의결권부 전환우선주 122만2254주도 인수한다. 전환우선주는 향후 보통주로 바꿀 수 있는 주식이다. 해당 주식은 내년 7월 24일부터 보통주 전환이 가능하다. 발행가는 주당 4만908원으로 IMM 측이 이 전환우선주 인수로 에이프릴바이오에 투입하는 금액은 500억원이다.

TKG휴켐스는 이번 거래를 통해 에이프릴바이오 경영권을 확보한다. TKG휴켐스와 IMM스타트업벤처펀드 제2호는 1550억원을 투입, 에이프릴바이오 의결권부 전환우선주 360만8595주를 주당 4만2953원에 인수한다. 이 가운데 TKG휴켐스 투자금액은 1500억원, IMM스타트업벤처펀드 제2호 투자금액은 약 50억원이다.

이번 거래는 기존 최대주주가 보유 지분을 팔고 회사를 떠나는 일반적인 투자금 회수(엑시트)와는 결이 다르다. 창업주 차상훈 에이프릴바이오 대표는 보유 중인 구주를 처분하지 않는다. 이번 자금 조달이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투자금 전액이 차 대표가 아닌 회사로 유입된다. 창업주의 단순 엑시트보다 외부 자본을 끌어와 장기 R&D 재원을 확보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얘기다.

최대주주가 바뀐 이후에도 차 대표 측 역할도 일부 이어질 전망이다. 거래 이후 에이프릴바이오 이사회는 TKG 지명 등기이사 3명과 차 대표 측 지명 등기이사 2명 등 총 5인 체제로 구성할 예정이다. TKG그룹이 이사회 과반을 확보하지만 차 대표 역시 본인이 지명하는 등기이사 2인을 통해 일정한 균형을 맞추며 공동 경영 파트너로 남는 것이다.

오리온-리가켐 닮은꼴…대기업 자본으로 R&D 체급 확대

바이오 업계에서 바이오텍 창업주와 기존 연구진의 역할을 유지한 채 대기업 자본을 결합하는 사례가 최근 들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오리온그룹의 리가켐바이오 투자가 대표적이다. 오리온그룹은 2024년 3월 5485억원을 투입해 항체약물접합체(ADC) 전문기업 리가켐바이오 지분 25.7%를 확보, 최대주주에 올랐다. 오리온은 리가켐바이오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 796만3283주를 주당 5만9000원에 인수하고 창업자인 김용주 리가켐바이오 회장과 박세진 리가켐바이오 대표로부터 구주 140만주를 주당 5만6186원에 사들였다.

오리온은 식품·제과를 주력으로 하는 이종산업 대기업이지만 리가켐바이오가 보유한 ADC 플랫폼과 기존 R&D 역량을 기반으로 바이오 사업에 진입했다. 단순히 바이오텍을 내부 사업부로 흡수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 플랫폼과 연구 조직을 살리면서 대규모 성장 자금을 공급하는 구조를 짠 것이다. 계약 당시 오리온은 리가켐바이오의 독자적인 R&D 경영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원칙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리가켐바이오 이사회에는 허인철 오리온그룹 부회장과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 장남 담서원 오리온 부사장, 권용수 오리온 신규사업팀 이사 등 오리온 측 인사가 참여하고 있지만 리가켐바이오는 기존 ADC 플랫폼 중심의 R&D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오리온이 최대주주에 오른 이후 리가켐바이오는 대기업 자본을 바탕으로 R&D 투자 규모를 크게 키웠다. 리가켐바이오의 R&D 비용은 2024년 1133억원에서 지난해 2171억원으로 91.6% 늘었고 올 1분기에도 674억원을 집행해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리가켐바이오의 R&D 투자는 국내 대형 제약사와 맞먹는 수준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R&D 투자액은 같은 기간 유한양행(2424억원)이나 한미약품(2290억원) 등 굴지 제약사 R&D 투자액과 비슷한 규모다. 올 1분기 기준으로는 R&D 투자 규모가 한미약품(651억원)과 대웅제약(552억원), 유한양행(547억원) 등 주요 전통 제약사 R&D 투자액을 넘어섰다. 대기업 자본 유입이 바이오텍의 R&D 체급을 전통 제약사 수준으로 끌어올린 대표 사례라는 평가다.

에이프릴바이오 거래도 이와 비슷한 흐름으로 볼 수 있다. TKG그룹은 이번 거래를 통해 그룹 사업 영역을 바이오 신약개발 분야로 넓히게 됐다. 그룹은 최근 M&A를 활용해 신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속도를 내왔는데 이번 에이프릴바이오 인수로 첨단소재와 산업재를 넘어 신약개발 바이오텍까지 보폭을 확장하게 된 것이다.

앞서 TKG그룹은 지난해 첨단 전자소재기업 제이엘켐 지분 50%를 603억원에 인수했다. 같은 해 소방용 기계·기구 제조사 우당기술산업 지분 100%도 550억원에 사들였다. 이외에도 송원산업, 쌍용머티리얼, 고려노벨화약 인수전에 참여하는 등 기존 신발·화학 중심 사업을 넘어 소재·산업재 분야로 외연을 넓혀왔다.

에이프릴바이오 입장에서는 대규모 R&D 재원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3월 말 기준 에이프릴바이오의 현금성 자산은 829억원이다. 현금및현금성자산은 64억원과 단기금융상품 765억원을 합한 결과다. 지난해 에이프릴바이오가 한 해 R&D 비용으로 투입한 금액이 40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규모다. 여기에 이번 거래로 3468억원이 추가 유입되면 현금성 자산은 4000억원대까지 늘어나게 된다. 에이프릴바이오가 이번에 확보한 대규모 자금을 바탕으로 플랫폼 고도화와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 등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신성장동력 찾는 대기업·플랫폼 바이오텍 결합 주목

이 같은 움직임은 바이오텍과 이종산업 대기업의 니즈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해석된다. 바이오텍은 기술력과 기술수출 성과 등을 보유해도 후속 임상과 신규 파이프라인 개발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반면 이종산업 대기업은 바이오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싶어도 신약개발 경험과 전문 인력 없이 독자적으로 진입하기 어렵다. 원개발사의 R&D 역량을 유지한 채 대기업 자본을 결합하는 방식이 양측 모두에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는 배경이다.

대기업의 제약바이오 진출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시도됐지만 성공 사례가 많지는 않았다. 한화는 의약사업부와 드림파마를 통해 제약사업을 키우려 했지만 결국 사업을 매각했고 롯데도 과거 롯데제약을 운영하다 철수한 경험이 있다. CJ 역시 CJ헬스케어를 분리한 뒤 매각하면서 의약품 사업에서 물러났다. 장기간 R&D 투자와 임상 실패, 허가 지연 가능성이 상존하는 제약바이오 업종의 특수성이 대기업에도 부담으로 작용한 셈이다.

다만 최근 들어 바이오를 바라보는 시각은 달라지는 분위기다.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데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팜 등 국내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성과를 내면서 바이오가 다시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주력 사업의 성장 한계를 보완할 고부가가치 미래 먹거리로 바이오를 다시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이종산업 대기업들의 제약바이오 투자도 다시 활발해지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GS그룹은 휴젤을 인수하며 미용성형·바이오의약품 시장에 진입했고 OCI그룹은 부광약품을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롯데그룹은 과거 롯데제약 철수 이후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하며 CDMO 사업으로 제약바이오 분야에 재진출했다. CJ그룹은 천랩 인수를 통해 마이크로바이옴 사업을 본격화했고 신세계그룹은 고바이오랩과 합작법인 위바이옴을 세웠다. HD현대그룹도 에이엠시사이언스를 설립하며 신약개발 사업에 발을 들였다.

그럼에도 제약바이오 진출은 여전히 쉽지 않은 도전이다. 신약개발은 자본력만으로 성과를 담보하기 어렵고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허가까지 긴 시간과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다. 이런 현실적 한계를 고려해 최근 이종산업 대기업은 기술력과 연구진을 갖춘 바이오텍과 손잡는 방식으로 바이오 진출 전략을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신성장동력을 찾는 이종산업 대기업과 플랫폼 기술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바이오텍 간 결합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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