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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 골판지 수급난에 진땀…의약품 포장 차질

  • 김진구
  • 2021-04-17 06:00:05
  • 택배량 증가+대형업체 화재로 '박스' 품귀
  • "현재 물량 소화하기 빠듯해"
  • 사태 장기화 대비 대책마련 분주

한 종이박스 업체의 창고에 골판지가 쌓여 있다. 사진=한국골판지포장산업협동조합.
[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제약업계가 의약품 포장에 쓰이는 종이박스의 수급에 애를 먹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일반 택배량이 급증한 상황에 더해, 지난해 한 대형 골판지 업체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공급량마저 크게 줄어든 탓이다.

대부분 업체가 현재 생산되는 물량을 소화하기에 빠듯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업계에선 이 같은 수급난이 적어도 연말까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형 원지업체 화재 도미노…제약업계도 작년 말부터 수급난

1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의약품 포장용 종이박스 수급난이 시작된 시점은 지난해 말이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온라인 소비가 늘면서 택배량이 급증했고, 이로 인해 시장에서 택배박스용 골판지의 수요도 덩달아 늘었다.

여기에 지난해 10월 골판지 원지(폐지를 재가공해 만드는 골판지 원료)를 생산하는 대양제지 안산공장이 화재로 전소하면서 공급량이 급감했다. 대양제지는 국내 3대 원지생산 업체 중 하나다. 화재 전까지 국내 원지 생산량의 7%를 담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양제지는 지난 2월 영업정지를 공시했다. 향후 사업재개 여부는 미지수다.

수요가 증가한 상황에서 공급마저 크게 감소하자, 도미노처럼 수급난이 확산됐다. 제약업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제약업계는 소포장된 의약품을 병의원·약국과 유통업체 등에 전달하기 위해 종이박스를 사용해왔기 때문이다.

최근엔 골판지 가격이 인상되면서 수급난이 가중됐다. 주요 원지 생산업체들은 지난달부터 일제히 원지 공급가격을 12~15% 인상한 바 있다.

◆"당장 내달 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다"…거래선 확보 '비상'

의약품 품목수나 포장단위에 따라 차이가 크지만 대체로 대형제약사는 한 달에 60만~100만장의 골판지를, 중견제약사는 5만~10만장을 사용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기존에는 필요분의 5% 정도를 추가로 구매해 갑작스런 수요 확대 등에 대비했다. 그러나 수급난이 심해진 뒤로는 빠듯하게 생산량을 소화하고 있다고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한 제약업체의 창고에 의약품 박스가 쌓여 있는 모습.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관계 없음.
한 대형제약사 구매팀 관계자는 "아직까지 출하하는 데 문제가 생기는 정도는 아니지만, 당장 다음 달에 차질이 발생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라며 "기존에는 2개 업체를 거래선으로 두고 있었지만, 품귀현상이 심해진 뒤로는 4~5개 업체로 거래선을 확대했다"고 말했다.

그는 "종이박스의 경우 부피가 크고 보관이 까다롭기 때문에 대량으로 비축해둘 수도 없다"며 "그때그때 주문을 해야 하는데 매번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문제는 중소형 제약사일수록 더욱 심각하다. 한 중견제약사 관계자는 "몇몇 품목은 종이상자가 부족한 상태"라며 "급한 품목부터 상자에 담아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급난, 연말까진 이어질 듯…"사태 장기화 대책마련 시급"

업계에선 이같은 수급난이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온라인 소비와 이로 인한 택배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데다, 당장 공급량을 늘릴 만한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공급량이 확대되더라도 제약업계의 수급난이 해결되는 데까지는 어느 정도의 시간차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 제약업계 구매팀 관계자는 "골판지 업체 측과 이야기해보면 당장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적어도 올해 말까지는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제약업계의 또 다른 어려움은 종이상자 수급을 위해 대형 유통물류 업체와 경쟁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현재도 구매력이 큰 대형 유통물류 업체가 얼마 없는 골판지를 선점하는 상황이다. 원지 공급이 정상화되더라도 대형 유통물류 업체에 먼저 공급되고, 제약사는 그 이후에나 공급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 의약품 유통업체의 창고에 의약품 박스가 쌓여 있는 모습.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관계 없음.
제약업계에선 수급난 장기화에 대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재활용 박스의 활용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일반 택배와 달리 의약품은 굳이 1회용 종이박스를 쓸 필요가 없다"며 "내용물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전달하고 박스는 수거해와 다시 사용하는 것이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구매력을 높이기 위해 제약업계가 공동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대형 유통물류 업체와 비교하면 제약업계에서 사들이는 종이상자는 매우 적다"며 "종이박스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제약업계가 공동으로 구매하는 방안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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