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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후 코로나 또 온다…국가·산업 감염병 근육 키울 때"

  • 이정환
  • 2020-03-19 18:36:42
  • 배진건 박사, 감염병, 백신·치료제 발전 계기로 삼아야

배진건 박사
[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우리나라가 코로나19 백신·치료제 분야에서 속수무책인 이유요? 메르스, 사스, 에볼라 사태를 지켜보면서도 아무 준비를 안 했기 때문이죠. 코로나 사태에 누군가는 바이러스연구소를 신설하자더군요. 이미 국내에는 한국파스퇴르연구소 등 감염병 전문기관이 있습니다. 가진 자원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게 한국의 감염병 대응 현주소죠. 5년이 지나 코로나2024는 또 올 겁니다. 지금부터 정부가 청사진을 그리고 연구개발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사회·경제적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어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 백악관에서 글로벌 제약사 경영진을 초청해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연구개발 가속화를 당부했다.

그 중에서도 방점이 찍힌 부분은 치료제 보다는 백신이었다. 실제 참석한 제약사도 GSK, 사노피 등 백신 베테랑 빅파마와 백신 전문 바이오 벤처 등 10여곳에 달했다.

왜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치료제가 아닌 상용화에 시간이 걸리는 백신에 백악관 코로나 TF회의 무게중심이 쏠렸을까.

18일 데일리팜이 만난 배진바이오사이언스 배진건(70, 위스콘신대) 박사는 "당장 치료제가 없을 뿐더러 미국은 '감염병' 이라는 장기전에 대비하는 나름의 청사진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배진건 박사는 감염병 전문가라기 보다는 감염병 대응 신약·백신 전문가에 가까운 과학자다.

배 박사는 우리나라가 세계와 비교해 감염병 백신 분야에서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재정적 지원을 거의 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이웃나라 중국에서 터져 국내로 확산해도 치료제 측면에서 당장 할 수 있는 능력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라는 지적이다.

배 박사는 우리나라야 말로 이번 코로나 사태를 감염병의 역설, 감염병의 아이러니 효과로 '전화위복'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코로나 확산으로 딱딱하게 경직됐던 감염병 관련 규제를 개선하고 평소 관심을 주지 않았던 백신·치료제 분야 청사진을 그려 '감염병 대응 근육'을 키워야 한다는 견해다.

그는 코로나 사태로 수면 위로 부상한 국가바이러스·감염병연구소 신설 이슈에 대해서도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새로 기관을 만드는 게 능사가 아니라 이미 갖고 있는 감염병 대응 자원을 제대로 인식하고 고효율로 활용하는 노력부터 하라는 지적이다.

그는 구체적 사례로 한국파스퇴르연구소(IPK, Institute Pateur Korea)를 들었다.

IPK는 프랑스 생명과학·바이오기술 연구기관인 파스퇴르연구소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2004년 국내에 공동 설립한 비영리 전문 연구기관이다.

그는 IPK 등 국내 소재 기관들이 세계 신종 감염병 스크리닝 능력이 충분하지만 정부 지원이 부족해 코로나 사태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고 했다.

그는 "솔직하게 말해서, 감염병이나 백신에 대해 평소에 제대로 쳐다보기나 했나. 미국은 다수 제약사와 정부가 감염병 관련 인프라를 갖춘 '준비 완료' 상태"라며 "우리나라는 이제서야 바이러스연구소를 만들자고 한다. 공격적인 표현을 쓰자면 웃기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그는 "감염병 재난 사태에 급작스럽게 대응하려는 차원에서 고위 당국자가 대안을 내놨다는 점에서 일견 이해는 간다. 하지만 이미 있는 자원도 제대로 활용을 못하면서 새 기관을 만드는 것은 해법이 아니"라며 "IPK(한국파스퇴르연구소) 등 감염병 대응에 준비된 기관이 있지만 국내 설립 후 10년만 지원하고 장기 지원은 끊었다. 혜안이 없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코로나 사태가 백신·치료제 분야에 큰 변화를 야기했다고 봤다. 이미 앞서 에볼라 바이러스 등 사태 당시에도 백신·치료제 분야 진화가 이뤄지는 감염병의 아이러니 현상이 발현됐다고 했다.

특히 우한바이러스연구소(WVI) 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리바비린 등 FDA 승인된 5개 의약품과 광범위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 파비피라비르 등 총 7개 약물의 생체 외 시험(In Vitro) 분석결과만을 근거로 코로나 환자 임상에 착수하는 혁신을 보였다는 게 그의 평가다.

더욱이 렘데시비르는 에볼라바이러스로 개발되는 과정에서 인체 안전성 임상인 1상을 통과한 게 신속 투약에 영향을 줬다고 했다.

그는 "지금 활발히 진행되는 코로나 백신·치료제 연구는 추후 도래할 신종 감염병에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어떻게 보면 먹히지 않을 확률이 농후하다"며 "그럼에도 우리는 이런 연구에 몰두해야 한다. 근거를 계속 쌓아야 안전성을 확인한 렘데시비르 긴급 임상 같은 공격적 시도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시도를 멈춘다면 신종 감염병 사태에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다. 나를 포함해 다수 전문가는 5년 내 신종병이 또 찾아올 것으로 관측한다"며 "코로나2024가 상륙했을 때 쓸 근육을 만드는데 정부와 사회가 앞장서야 한다. 수익성이 문제가 아니다. 이미 사회·경제적 피해는 추산 불가"라고 피력했다.

이어 "코로나가 끝나도 백신·치료제 연구는 계속돼야 한다. 준비가 된 국가는 감염병이 터지면 즉각 움직일 수 있지만 준비가 되지 않으면 또 속수무책"이라며 "코로나19 치료제가 향후 변종 바이러스에 먹히지 않을 확률이 높더라고 연구를 계속해야 하는 이유"라고 부연했다.

끝으로 그는 백신과 신약 개발은 '투 트랙'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백신은 수익성이 낮고, 공익성은 큰 태생적 특성을 갖기 때문에 국가가 백신 전문 제약사·기관이 연구를 지속할 수준의 지원을 멈추지 않아야 하며, 신약은 다수 제약사 간 연구개발 경쟁을 통한 시장 '어깨싸움'을 독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그렇다고 모든 돈을 감염병 백신에만 투자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백신과 신약은 완전히 다른 특성을 갖는다"며 "우리나라만 봐도 백신을 만들 수 있는 회사는 녹십자나 SK바이오사이언스 정도가 백신의 낮은 수익성에도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신종 감염병에 대응하려면 백신 전문사에 대해 정부가 공적 재정지원을 하는게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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