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사를 찾으시나요?
닫기
2025-12-18 07:10:30 기준
  • 의약품
  • 데일리팜
  • #MA
  • 글로벌
  • GC
  • #제품
  • #허가
  • 약가인하
  • #침
네이처위드

[데스크 시선] 제네릭 약가 개편, 품질과 무슨 상관인가

  • 천승현
  • 2019-04-01 06:15:05

정부 제네릭 약가제도 개편안이 베일을 벗었다.

보건복지부는 생동성시험 직접 수행과 원료의약품 등록(DMF)을 모두 충족해야만 현행 53.55% 상한가를 유지해주기로 했다. 1가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때마다 상한가는 15%씩 내려간다. 신규 제네릭은 규정 개정과 일정 기간 경과 후 건강보험 급여를 신청하는 제품부터 개편안이 적용된다. 기등재 제네릭은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소급 적용된다.

“품질이 좋은 품목에 약가를 더 주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품질이 확보된 약을 적정한 건강보험 가격에 공급하는 게 목표다” “약가개선의 방점은 의약품 품질 확보다”

복지부가 약가제도 개편안을 설명하면서 내놓은 일부 문장을 발췌했다. 제네릭 품질에 따라 약가를 차등 부여하겠다는 큰 줄기가 이번 개편안에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약사가 직접 제네릭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수행했을 때 높은 품질을 담보할 수 있다는 뉘앙스로 들린다.

이번 개편안의 타당성과 적절성은 논외로 치더라도 복지부가 제네릭 품질 문제를 언급한 것은 다소 당황스럽다. 약가 등재 단계까지 도달한 제네릭 제품은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품질을 인정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제네릭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면밀히 평가해 허가를 내준다. 적정한 원료의약품의 사용, 규격 기준에 제시된 유해물질 점검 결과, 생동성시험에서 검증된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동등성 등 다양한 요건을 합격한 제품만 승인받을 수 있다.

중국이나 인도산 원료의약품을 사용했더라도 엄격한 허가 절차를 통과하면 다국적제약사가 만든 제네릭과 품질은 동등하다는 게 식약처의 판단이다.

제네릭 판매 업체가 생동성시험을 직접 진행하는 것이 품질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뜻이다.

제네릭 의약품 개발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 제품에 높은 약가를 주겠다는 의도는 공감하지만 더 많은 노력이 품질과 직결된다는 인식은 위험하다. 마치 식약처 허가를 받는 제품들 사이에도 품질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시각으로 보인다. 식약처 허가 시스템을 믿지 못하겠다는 의미로도 비춰지기도 한다.

오히려 업계에서는 수탁업체가 특정 제품을 집중적으로 생산하면 품질 관리 수준이 높아질 것이라는 인식이 많다. 지난 몇 년간 허가와 약가제도 변화로 제네릭이 범람했지만, 제네릭 난립으로 품질에 심각한 문제를 노출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복지부는 이번 개편안의 기폭제가 된 발사르탄 사태에 대해 “공동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제도와 높은 제네릭 약가 수준으로 인한 제네릭의 난립 및 원료 품질관리 미비가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설명했다.

하지만 불순물 발사르탄 사태는 우리 정부와 제약사들의 품질관리 미비가 아니라 사전에 예측하지 못한 불운에서 발생했다.

문제의 발사르탄 원료에서 검출된 발암가능물질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은 제약사가 의도적으로 넣은 불순물이 아니다. NDMA는 발사르탄 원료에서 규격기준이 없는 유해물질이다. 제조업체와 보건당국 누구도 발사르탄의 품질관리 과정에서 NDMA 검출 여부를 들여다보지 않았다.

복지부 표현대로라면 식약처와 제약사가 제네릭 품질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들리기도 한다.

복지부가 제네릭 난립 해결을 위해 7년만에 약가제도 대변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겪었던 고심의 흔적은 여기저기서 보인다. 계단형 약가제도의 부활은 후발 제네릭의 진입을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장치가 될 수 있다.

약가제도 개편안의 실효성도 다소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식약처가 이미 4년 뒤 위탁 제네릭의 허가를 전면금지했는데, 생동성시험 수행 여부에 따라 제네릭 상한가를 차등 부여하는 제도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다.

지난해 발사르탄 사태 이후 복지부와 식약처는 협의체를 꾸려 장기간 대책을 논의했다고 한다. 과연 복지부가 식약처의 허가 시스템과 정책방향을 모두 이해하고 대책을 마련한건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 해주세요.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운영규칙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