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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지만 보탬된다면"…최저임금 1만원 내건 약국

  • 김지은
  • 2017-06-14 06:14:55
  • 장영옥약사, 시급 1만원 실험…“동료 약사에 누 끼칠까 걱정도”

장영옥 약사
“시민이 세운 정부에 한명의 시민으로서 힘을 보태고 싶었던 건데, 이렇게 큰 반향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비온 뒤 숲속 약국, 이름부터 특별한 이 약국이 최근 한 지역 주민 대상 SNS 페이지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약사가 내건 ‘최저임금 1만원’ 구인 광고 때문이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서 ‘비온 뒤 숲속약국’을 운영 중인 장영옥 약사(56)는 지난 3일 ‘망원동 좋아요’ 페이스북 페이지에 최저임금으로 ‘시급 1만원’을 내건 직원 구인 광고를 냈다. 평범한 시민으로 새 정부에 보탬이 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아이디어를 낸 게 이번 구직 공고였다.

“시민들 촛불 혁명으로 세워진 정부인 만큼 시민들이 정부의 든든한 배경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문재인 대통령이 내건 여러 정책 중 어떤 부분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하던 중 최저임금 1만원이 떠올랐고요. 약국을 운영 중인 약사로서 그나마 실천이 가능한 부분이잖아요.”

구인난과 적은 시급에 팍팍한 삶을 살고 있는 청년들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희망을 주고 싶은 생각도 컸다.

그런 그의 뜻이 통했는지 망원동 시민들이 참여하는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장 약사가 구인광고를 게재한 이후 이를 지지하는 시민들의 응원 글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지역 주민은 장 약사의 글을 공유하며 "꼭 들러 만나보고 싶은 약사님, 가고 싶은 약국"이라는 글도 게재돼 있다. 하지만 현재의 지역 약국의 현실 속 장 약사의 선택이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장 약사는 해당 구직 광고를 게재하고, 예상 외로 큰 관심을 받으면서 최근 잠도 제대로 못자고 있다고 했다.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지만, 동네 약국을 운영 중인 그가 시급 1만원에 직원을 채용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은 현실었다. 장 약사는 아침 8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오전, 오후 타임 전산직원을 두명 채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급 1만원 실행은 기존보다 인건비가 150%는 인상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현재 우리 약국 경영 상황을 보자면 무모한 선택이기도 해요. 같은 건물에 이비인후과가 한 곳 있기는 하지만 처방전이 그렇게 많지 않고, 전형적인 동네약국이에요. 하지만 이번 선택으로 기존 직원의 월급도 인상하고 채용하는 직원 월급도 상당 부분 인상되는 거잖아요. 하지만 그만큼 내가 더 노력해보자 생각했죠. 내가 더 일하고 우리 약국을 찾는 환자에 서비스를 더 하자고 결심한거죠."

장 약사가 쉽게 잠들지 못할 정도로 걱정이 되는 부분은 단순 약국 경영에만 있지 않다. 자신의 선택과 공표가 혹여나 동료 약사들에 피해를 끼칠까 하는 걱정이 크다.

“요즘 약국들 운영 참 힘들잖아요. 어렵게 경영 수지를 맞춰가고 있는 약국이 많은데 우리 약국의 도전이 동료 약사들에 부담이 될까하는 걱정이 커요. 다들 아시지만 지금 지역 약국들 경영 구조상 현실적으로 직원의 시급을 1만원으로 인상할 수 없는 약국들도 많잖아요. 직원 구직 자체가 어려운 약국들도 있고요. 그런데 우리 약국의 도전이 외부로 알려져 혹시 구직자들이 약국에 대한 선입견을 갖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장 약사는 힘든 선택이지만 최저임금 1만원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자신의 무모한 도전이 꼭 성공해 실천을 망설이고 있는 많은 고용주들의 결정에 힘을 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나아가 충분히 도입이 가능하지만 그렇게 하고 있지 않은 업체들에 압박이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자신의 사례를 통해 형편이 괜찮은 동료 약사들이 사회를 위해 함께 동참해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장 약사는 현재 구인 공고 이후 직원 채용을 완료한 상태다. 이 직원의 경우 일을 배우는 수습기간 3개월을 거친 후 9월경부터 시급 1만원 실험에 본격 돌입할 예정이다.

“이번 구인광고 이후 지원자가 확실히 이전과는 달라졌어요. 양질의 인력이 많이 지원을 했더라고요. 그동안 약국 직원은 단순 아르바이트 정도로 생각했던 지원자들이 전문적인 능력과 업무를 내세우는 것을 보고 확실히 달라졌구나 생각했죠. 약국 인력시장 개선을 위해서도 상대적으로 경영 형편이 나은 약국이 있다면 조심스럽게 함께 해보자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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