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사를 찾으시나요?
닫기
2025-12-21 19:02:07 기준
  • #제품
  • #평가
  • #병원
  • #제약
  • #3년
  • 허가
  • #염
  • #실적
  • #허가
  • 의약품
네이처위드

공단 주도 '깜깜이' 협상…조산원 웃고 병원 울다

  • 최은택
  • 2017-05-26 06:14:59
  • 10년 전체 평균인상률 2.13%…의원 2.72%·약국 2.89% 올라

2005년 가을 서울 팔레스호텔 한 객실. 다음년도 수가를 결정하기 위해 건강보험공단 이사장과 의약단체장들이 마주 앉았다. 의약단체장들의 머리 속은 복잡했다.

특히 대한병원협회장은 더 심란할 수 밖에 없었다. '유형별 수가계약'이라는 생소한 제안이 당시 단체장들의 심경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이성재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큰 폭의 수가인상을 약속하면서 유형별 계약전환을 전격 제안했다. 재정운영위원회 위원들조차 찬반이 갈렸던 사안이었지만, 끝내 합의가 이뤄졌다.

이성재 이사장과 함께 김재정 의사협회장, 유태전 병원협회장, 원희목 약사회장 등이 당시 주역이었다. 이에 앞서 건보공단 이평수 급여상임이사, 의사협회 박효길 부회장, 약사회 박인춘 부회장, 치협 마경화 부회장 등이 먼저 밑그림을 그렸다.

건보공단과 의약단체장은 이렇게 유형별 계약전환을 전격 합의하고, 그해 3.58%라는 높은 인상률에 서명한다. 하지만 실제 유형별 전환은 1년 늦은 2007년 가을에 처음 이뤄졌다. 이를 통해 환산지수가 달라진 첫 적용연도는 2008년부터였다.

그렇다면 유형별 수가계약 10년은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

데일리팜은 단일 환산지수(수가) 계약에서 유형별 계약으로 전환된 지난 10년의 역사를 되짚어봤다.

유형별 계약은 각 유형별 특성을 환산지수 조정에 반영한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병원, 의원, 약국 등 각 유형의 덩치가 달라서 수가 1% 인상이 의미하는 효과가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진료비 자연증가율이 높은 병원에게 파이가 가장 많이 돌아가는 구조였다. 유형별 계약은 이 파이를 각 유형이 처한 상황에 맞게 나누자는 의미였다. 따라서 처음부터 병원에게는 유리할 게 없는 방식이었다.

실제 병원 환산지수(상대가치점수당 단가) 변화추이를 보면, 단일계약 마지막해였던 2007년 62.1원에서 2017년 72.3원으로 10년간 16.4%, 연평균 1.64% 인상됐다. 같은 기간 전체 환산지수 평균인상률인 2.13%를 훨씬 밑도는 수치다.

반면 조산원은 같은 기간 62.1원에서 121.4원으로 거의 두 배 올랐다. 인상률은 95.49%, 연평균 9.54%나 됐다. 유형별 계약 전환 첫해는 무려 30% 인상됐다.

의원, 치과, 한방, 약국 등은 거의 유사한 증가세를 보였는데, 병원과 비교하면 1.5배 이상 높은 수치였다.

연평균 인상률은 의원 2.72%, 치과 3.02%, 한방 2.88%, 약국 2.89% 등으로 분포했다. 약국의 경우 유형별 초기 1.7%에서 2.9%를 오르락 내리락 하다가, 2015년 이후 연속 3년간 3%를 넘겼다.

결과만 놓고보면, 수치상 유형별 전환의 최대 수혜자는 조산원이었지만, 내용상으로 의원과 약국이 웃었다. 이에 반해 병원은 2009년과 2013년 두 해만 2%에 진입하고, 나머지는 1%대 낮은 인상률을 이어갔다.

물론 인상률은 가장 낮았지만 수가인상에 따른 추가 소요재정(벤딩)을 배분하면 매년 병원에 돌아가는 파이가 가장 컸다.

유형별 계약의 다른 의미는 건강보험공단이 협상의 주도권을 쥐고, 전체 진료비 지출을 통제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보험자와 의약단체장 간 환산지수 계약제가 도입된 2001년부터 단일계약 마지막 해인 2007년까지 평균 인상률은 2.66%였다. 건강보험통합 직후 건강보험 재정파탄을 거쳤던 초반에는 낙폭이 널뛰기였다. 2001년 첫해 7.08%를 올려줬다가, 2002년엔 고통분담 차원에서 2.90%를 인하했다. 이후 2003년 2.97%, 2004년 2.65%, 2005년 2.99%로 3% 미만 수준을 유지했다. 따라서 평균 인상률은 환경적 요인으로 일반화하기 어려운 시기였다는 점은 전제하고 봐야 한다.

유형별 전환이후에는 평균 조정폭이 1% 이내에서 큰 변동이 없었다. 유형별로는 차이가 컸지만 전체 파이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된 것이다. 이는 보험자가 의약단체와 별도 협상없이 전체 파이(벤딩)를 정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환산지수 평균 인상률은 건강보험 재정 당기수지 적자였던 2011년이 1.64%로 가장 낮았고, 누적수지가 20조원을 넘어서 2017년이 2.37%로 가장 높았는데, 두 해 격차는 0.73%에 불과했다. 이는 덩치가 가장 큰 병원의 환산지수 인상률을 1%대로 묶어둬서 가능할 수 있었다. 그만큼 병원의 저항도 컸는데, 10번의 협상 중 4번이 결렬됐다.

특이한 건 실질적인 혜택을 본 의원의 결렬 횟수가 5번으로 더 많은 점이다. 의원의 경우 유형별 계약 전환이후 4년간 연속으로 협상을 타결짓지 못했다. 다른 유형의 결렬횟수는 치과 3회, 한방 1회 등이며, 약국과 보건기관, 조산원은 한번도 결렬된 적이 없었다.

이에 대해 이평수 차의과대초빙교수는 "현 보상체계는 자연증가분이 있고 행위량을 통제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환산지수 조정률만 놓고 전체 흐름을 이해하는 건 한계가 있다. 실제 인상효과와 간극이 큰 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유형별 계약은 진료비를 거시적으로 관리하고, 각 유형별로 자체 통제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바꾸는 쪽으로 나아가기 위한 징검다리였는데, 10년이 지났지만 아직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 해주세요.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운영규칙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