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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R&D 집행과 비용절감 딜레마[데일리팜=이석준 기자] 제약바이오 기업에게 R&D(연구개발)란 미래성장동력을 뜻한다. R&D를 통한 파이프라인 확장은 향후 캐시카우 밑거름이 된다. 신약 배출 등 기대감은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져 대규모 자금조달과도 연동된다. 적자에도 R&D 승부수를 던진 제약사가 많은 이유다. 일동제약은 2년 합계 1290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일본 제약사(시오노기)와 먹는 코로나치료제 개발 등 다수 파이프라인을 가동해서다. 제2형당뇨병,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황반변성, 안구건조증, 녹내장, 편두통, 고형암 등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신풍제약도 마찬가지다. 2년 합계 영업손실이 478억원이다. 회사는 말라리아치료제로 허가받은 '피라맥스'를 약물재창출 방식의 경구용 코로나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1676명 규모 영국 등 다국가 임상으로 진행 중이다. 신풍제약은 연구소장 출신 유제만 대표 재선임을 예고하며 R&D 지속성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이외도 영진약품, 부광약품, 유유제약 등도 지난해 R&D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 부문에서 적자를 냈다. 그야말로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적자 R&D 승부수다. 다만 일각에서는 R&D와 타 부서와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다. 연구개발 자체는 공감하지만 마케팅, 영업 등에 지장을 줄 정도로 R&D에 매몰돼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5000억원 이상 A제약사 영업마케팅 임원은 "오너의 R&D나 타법인 투자 드라이브로 다른 부서는 사실상 찬밥이 됐다. R&D 캐시카우를 담당하고 있는 마케팅이나 영업도 예산 따내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R&D 수행을 위해 타부서의 비용 절감이 어느 순간 공식이 됐다"고 호소했다. 매출 2000억원 규모 A제약사 오너도 R&D와 타부서와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수년 간 시설 투자를 감안해 올 초 시무식에서 비용 절감 얘기를 꺼냈다. 비용 절감은 여러 경영 방침 중 하나였는데 대부분 부서가 1월말에 예산을 쥐어 짜 보고서를 제출했다. 의도와는 다른 상황이 전개됐다. 이렇게 예산을 줄이면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들어 수치 재검토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R&D 집행과 비용절감 딜레마. 어제 오늘 얘기도 아니고 정답도 없다. 모두를 감안하면 한쪽을 놓칠 수 있다. 다만 최근 글로벌 경기 불황과 R&D 지속성이 맞물리면서 타 부서와의 균형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호황 속에서는 감춰졌던 불만이 최근 터져 나오고 있다. R&D는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R&D에만 비용이 쏠려서는 안된다. 기업별 실정에 맞는 R&D 전략 재검토가 필요해 보이는 이유다. 어차피 R&D는 장기전이다. 신중한 검토로 손해 볼 일은 없다.2023-03-14 06:00:00이석준 -
[오늘약사] 대한약사회는 도대체 뭘 하고있나매서운 불경기, 물가 상승과 금리 폭등. 날씨는 따뜻해지는데 약국에는 한파가 몰려오는 것만 같다. 한시적이라던 비대면 진료가 합법화되면 약 배달은 어떻게 되는지, 약국은 어떤 변화를 맞게 될지 도통 안개 속이다. 그 와중에 대면 원칙을 무너뜨릴 수 있는 화상 투약기는 설치되기 시작했다. 제40대 대한약사회 집행부 1년, 해결사를 자처했던 대한약사회는 어디에 있는가. 정부에 할 말은 하면서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는 최광훈 집행부에 대한 기대가 무색하게 대한약사회의 존재감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지난 2020년 2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된 후 지금까지 3년째 민간 플랫폼이 활개를 치고 있다. 기어이 2022년 12월, 정부는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겠다고 선언했다. 대한의사협회는 크나큰 변화 앞에서 실리를 택하고 주도권을 위해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의협에서 운영하는 의료정책연구소에서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준비하는 ‘비대면 진료 필수 조건 연구’를 발간하기도 했다. 그렇게 2023년 2월 9일, 정부와 의사협회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전격 합의한다. 이때 약사회는 무엇을 했고, 어디에 있었나. 비대면 진료 제도화는 갑자기 튀어나온 사안이 아니다. 이미 작년 8월 정부는 직역 단체들과의 비대면 진료 관련 논의체를 마련해서 법제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때부터 나는 줄곧 대한약사회의 입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대한약사회는 작년 8월 이후로 비대면 진료 관련 협의체에 불참한 채 시간만 보내고 있다. 답답한 마음에 민원을 넣었더니 돌아온 답변은 아래와 같다. “비대면 진료는 대한약사회의 영역이 아니다.” 약사들에게 물어보라. 비대면 진료가 대한약사회의 영역인지 아닌지. 우리는 왜 대한약사회장이 아닌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라는 사람의 입에서 “플랫폼 업체에서 수수료를 요구하면 의료기관이나 약국에서 내야될 것이다”라는 말을 들어야 할까. 더불어 “약사들의 반대를 위한 반대는 자제해 달라”는 말을 들어야 하나. 왜 약 배송에 관한 사안을 의협과 정부가 논의하도록 방치한 채 직무를 유기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약사들은 할 말은 하면서도 주도권을 놓치지 않는 지혜를 기대하는 것이지 계획도 없이 박차고 나와 주도권까지 잃어버리는 무책임함을 원한 것이 아니다. 최광훈 집행부가 가장 자신 있다던 한약사 관련 문제는 어떠한가. 20년 넘게 풀려오지 않던 꽉 묶인 매듭을 풀어준다고 했을 때 실낱같은 희망이 있었다. 그런데 조용해도 너무 조용하다.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해결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전혀 들리지 않는다. 한약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의지와 묘안 없이 그저 선거에 이기기 위해 이이제이(以夷制夷)식의 전략으로 정치적 구호만 외친 것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란다. 지난 1년, 대한약사회는 좋게 말하면 조용했고, 나쁘게 말하면 ‘없었다’. 태평성대에는 군주가 누군지 모를 만큼 조용한 것이 맞겠으나 지금은 결코 태평성대가 아니다. 어렵게 제도화했으나 약국 약사는 배제된 전문 약사 제도, 하루도 편할 날 없는 품절약 문제, 대면 원칙이 깨지는 거대한 미래를 가져올 수 있는 원격 화상 투약기, 고래 싸움에 회원 등이 터지는 이디비 바코드 문제 등 요순시대 리더십이 아닌 존재감 있는 영리한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이다. 너그러이 생각해서 다 잘할 수 없다 하더라도 향후 수십 년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비대면 진료와 약 배달 문제만큼은 명확한 능력, 디테일한 대안을 보여줘야 한다. 머리를 미는 것, 구호를 외치는 보여주기 방식은 일순간의 쾌감만 줄 뿐이고 결과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한다. 상업적 비대면 진료 플랫폼으로부터 국민 건강과 약사의 미래 모두를 지키기 위해 다양한 힘을 모으고 영리하고 실질적 대안을 펼쳐 나가야 한다. 남은 임기 동안은 보이지 않는 대한약사회가 아닌 존재감이 뚜렷한 대한약사회를 기대한다.2023-03-13 09:29:28데일리팜 -
[데스크 시선] 규제가 가져온 이상한 공동개발 문화[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최근 제약사들이 동일한 제품을 동시에 허가받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주로 개량신약을 중심으로 똑같은 성분과 용량의 제품을 3~4개 업체가 같이 허가받는 방식이다. 특정 의약품 개발사가 위탁사 2~3곳을 모집해 시장에 같이 진입하는 전략이 확산하는 추세다. 의약품 공동개발 규제 도입에 따른 새로운 현상이다. 2021년 7월부터 개정 약사법 적용에 따라 하나의 임상시험으로 허가받을 수 있는 개량신약과 제네릭 개수가 제한됐다.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직접 시행한 제약사의 의약품과 동일한 제조소에서 동일 처방·제조법으로 모든 제조 공정을 동일하게 제조하는 경우 생동성자료 사용이 3회로 제한된다. 1건의 생동성시험으로 4개의 제네릭만 허가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임상시험자료 역시 직접 수행 제약사의 의약품 외 3개 품목만 임상자료 동의가 가능하다. 제네릭 난립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한 규제다. 제약사들이 무제한 위수탁을 활용한 제네릭 전략으로 시장에 무분별하게 뛰어들자 궁여지책으로 약사법 개정으로 공동개발 업체 수를 최대 4곳으로 제한했다. 하지만 이 같은 ‘1+3’ 규제가 시장에서 새로운 유형의 부작용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약사들은 독자적으로 시장에 뛰어들기보다 개발 단계부터 2~3개사를 모집하면서 3, 4개사가 동시 시장 진입하는 전략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하나의 임상시험으로 3개의 위탁사를 추가할 수 있는데도 단독으로 허가받으면 손해라는 인식이 확산한 듯 하다. 신약과 제네릭 분야에서도 관계사나 우호 기업끼리 모여 동일한 제품을 동시에 3,4개 허가받는 전략이 당연한 관행으로 정착되는 모양새다. 오히려 의약품 공동개발 규제가 시장 난립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위탁사와 수탁사와의 질서도 교란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동개발 규제는 이미 허가 받고 판매 중인 위수탁 제네릭에도 적용되는데 규제 시행 이후 위탁 허가 제품을 3개 품목만 추가할 수 있다. 기존에 10개의 위탁 제네릭을 생산한 수탁사의 경우 3개사만 추가해 총 13개의 위탁 제네릭을 생산할 수 있다. 물론 기존 위탁사 10개 중 이탈 업체가 발생하면 생산할 수 있는 제품 수는 더욱 줄어드는 구조다. 규제 강화로 수탁사 입장에선 고객이 줄어드는 손해가 발생하는 구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탁사 입장에선 우량 위탁사만 선별해서 계약하려고 한다. 많이 팔 능력이 안되는 중소제약사는 수탁사 구하기가 매우 힘들어졌다. 추가로 위탁사 모집 여력이 있는데도 대형 고객을 받기 위해 중소기업을 외면하는 현상도 새롭게 등장한 문화다. 의약품 공동개발 규제는 과거 폐지됐다가 10년 만에 다시 부활한 제도다. 지난 2006년 생동성시험 데이터가 무더기로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자 식약처는 생동성시험을 진행할 때 참여 업체 수를 2개로 제한하는 공동생동 제한 규제를 2007년 5월부터 시행했다. 그러나 규개개혁위원회의의 개선 권고에 식약처는 시행 5년 만인 2011년 11월 공동생동 규제 조항을 삭제했다. 이미 규개위에서 두 차례 의약품 공동개발 제한이 타당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지난 2010년 10월 규개위 회의에서는 “비과학적이고 논리적 이유가 없는 규제는 폐지돼야 한다”라며 생동제한을 이상한 제도라고 못박았다. “과당경쟁 문제 등으로 규제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며, 안전성 문제와는 별개로 시장개입까지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라며 불합리한 제도라는 지적도 나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9년 4월 ‘의약품의 품목허가·신고·심사 규정’ 일부개정안을 통해 공동생동 규제 강화를 예고했다. 원 제조사 1개에 위탁 제조사 수를 제한하는 내용이다. 이때도 규개위의 반대에 부딪혔다. 지난해 4월 공동생동 규제에 대해 “규제 도입의 목표 달성을 위한 실효성 있는 수단이라고 보기 어렵고 제약 업체의 시장진입을 제한하는 것 역시 의약품 품질과 안전에 대한 직접적인 개선효과가 낮고 연구개발 증진 효과도 미미하다”라고 결론 내렸다. 공동생동 제한은 제네릭 품질과는 무관한 문제며 2010년 규개위에서 폐지 의결했는데 이를 뒤집을 만한 상황변화는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법 개정을 통해 10년 만에 공동개발 규제가 다시 시행됐다. 모든 규제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도입된다. 하지만 제도 시행 이후에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등장할 수 있다. 과연 정부가 공동개발 규제 이후 현장에서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점검하려는 의지조차 있는지 궁금하다.2023-03-13 06:15:07천승현 -
[기자의 눈] 헬스케어 발전위해 개방·협력 속도 내야[데일리팜=황진중 기자]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가 앞으로 거대하게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자주 나오지만 그것이 진짜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든다. 지난 2017년부터 장밋빛 미래를 그리면서 업계에 참여했지만 실질적인 성과가 나온 것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정말 정신 차리지 않으면 국내에서 살아남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은 없을 것." 지난해 말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활성화를 주제로 열린 공개토론회에서 나온 말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관련 토론회에 참석해 보면 지난 2017년 경 나온 논의와 최근에 나오는 논의에서 차이점을 찾기 어렵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더딘 발전은 신약 개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유전체 분석과 관련한 규제로 맞춤형 신약 개발 연구도 늦어지고 있다. 보건의료산업 분야는 디지털헬스케어 신약 개발, 의료 데이터 등이 연결되는 지점이 많은 산업인 것으로 볼 수 있다. 헬스케어와 관련한 부처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으로 나뉘어 있다 보니 지원 정책 등이 통일성을 갖추고 추진되기 어려워 산업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변화하는 움직임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디지털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를 설치해 바이오헬스 전 분야를 아우르는 민관 협업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업계도 통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스마트헬스케어협회,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첨단재생의료산업협회 등 6개 단체는 '한국제약바이오헬스케어연합회'를 결성하고 적극적으로 정부 등과 소통에 나설 방침이다. 지난 13일 서울시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한국제약바이오헬스케어연합회 제1차 포럼에 참석한 정부, 국회, 업계 관계자들은 개방과 통합, 혁신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문제는 속도와 신뢰성이다. 업계에는 이제 정말 해내야 한다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되겠지, 되겠지 하면서 각 분야에서 각자가 알아서 해왔지만 실제로 이뤄진 것은 거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한 헬스케어 대기업이 스타트 업의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는 잡음도 나온다. 협력 관계가 아니라 사실상 갑을 관계라는 자조감 섞인 한탄도 있다. 올해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시기일지도 모른다.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사업과 분야에서 산·학·연·관을 막론하고 제약바이오헬스케어 발전을 위해 개방과 협력에 속도를 내야 한다.2023-03-13 06:12:19황진중 -
[데스크시선] 특례상장, '미래가치와 특혜' 사이[데일리팜=노병철 기자] 우리나라 코스닥시장에서 기술특례 상장제도를 도입한 지 올해로 19년이 지났다. 이 제도는 영업실적은 크지 않으나 미래 성장 가능성을 담보로 상장 기준을 대폭 완화 해주는 '특례' 그 자체다. 기술특례로 상장하려면 한국거래소(KRX)가 지정한 전문평가기관(기술보증기금, 나이스평가정보, 한국기업데이터) 중 두 곳에 평가를 신청해 모두& 160;BBB등급 이상을 받아야 하고, 이 중 적어도 한 곳에서는 A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이후 상장심의위원회를 통과하면 코스닥 시장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2005년부터 10년 동안 27개 기업이 이 제도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으며 2015년에는 기술력을 가진 중소기업의 상장 기회를 더 확대하기 위해 기술특례 상장제도의 규제를 완화했다. 기술평가기관을 선정하고 통보하는 데 기존 9주가 걸리던 것을 4주로 단축했고, 평가 수수료를 건당 15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줄여 상장 문턱을 낮췄다. 이에 2015년에만 기술특례로 상장한 바이오기업이 사상 최다인 10개에 달했다. 2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은 거의 모든 바이오기업이 특례상장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증권사·투자운용·VC들의 바이오기업에 대한 베팅과 슈팅이 예전만 같지 못하다. IB업계가 관측한 최근 10년 간 바이오기업에 투자된 금액은 10조원을 훌쩍 넘는다. 하지만 회수율은 10%를 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돈맥경화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미운 오리 새끼로의 전락을 시사한다. 분위기 역전현상은 원천기술과 독보적 연구개발 능력·혁신신약 후보물질로서의 가능성이 생각만큼 높지 않고 바이오를 가장한 변종 케미칼 의약품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에 대한 회의와 현실인식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바이오 역사의 큰 획은 2000년~2010년 셀트리온을 위시한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바이오로직스의 관련 산업 진출 선언으로 대별된다. GC녹십자·SK바이오사이언스·보령바이오파마도 생물학적제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전통 백신에 특화된 '바이오 1세대'로 평가·분류돼 있다. 바이오기업 옥석 판단의 주요기준은 CEO의 철학을 비롯해 경쟁력을 겸비한 안전·유효성이 입증된 물질의 존재 여부다. 물론 신약은 조단위 투자금이 투입되고, 제품화 역시 0.01%로 그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게 사실이다. 국가는 생명연장을 위한 숭고한 개념의 신약개발 노력과 가치 그리고 가능성을 높이 사, 원활한 자금 확보 마련을 위해 기술특례 상장제도를 만들었다. 하지만 작금의 행태를 보면 눈살을 찌푸리거나 한탄에 이르는 사례도 비일비재 하다. 기업명을 거론하기는 곤란하지만 일부 바이오기업들의 기술특례 상장 사례를 보면 최고경영자의 모럴헤저드를 비롯해 임상 조작, 주식 먹튀, 주가조작 등등 탐욕의 민낯 그 자체다.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에 뛰어들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였지만 결과는 낙제가 아닌 '빵점'이 이를 방증한다. 그런데 최근 몇몇 바이오기업들이 '기술특례로 상장된 기업에 한해 관리종목 지정을 유예해 달라'는 건의 여론이 일고 있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관리종목 지정은 코스닥협회 등록법인 중 재무상태 악화 등으로 등록법인의 경영이 부실한 경우 당해 종목에 대한 조기퇴출 가능성 등의 투자위험을 투자자에게 제대로 인식시키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면 이 사실이 전산·코스닥시장지에 공표, 투자유의 종목은 위탁증거금용 대용증권지정 대상에서 제외된다. 기간경과 등 일정요건 충족 시 등록이 취소된다. 관리종목 지정의 형식적 요건은 분기·반기 사업보고서 미제출과 회계법인 감사 의견으로 '한정 의견'을 받은 경우다. 실질적 요건은 '매출액 미달(연 30억원 미만)' '자본잠식(자본잠식률 50% 이상, 자기자본 10억원 미만)' '주식 분포 미달(소액주주 수 200인 미만, 소액주주 지분 20% 미만)' '거래량 미달(분기 월 평균 거래량이 유동 주식수의 1% 미만)' '시가총액 미달(시가총액 40억원 미만이 30일간 지속)' '최근 4개 연도 연속 영업손실' 등이며, 공시 의무 위반(2년 간 불성실 공시를 한 법인-벌점 15점 이상)도 해당된다. 시장경보제도는 투자주의종목→투자경고종목→투자위험종목의 단계를 거쳐 이뤄진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투기적이거나 불공정거래 개연성이 있는 종목 또는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종목에 대해 투자자주의 환기 등을 통해 불공정거래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이를 적극 운영하고 있다. 3일간 100% 상승, 5일간 60% 상승, 종가급변, 소수계좌 집중, 풍문관여 과다, 특정·소수계좌군 매매관여 과다 시 투자주의종목으로 지정되지만 증권시장 투명화를 위한 강력한 통제는 미성숙 시장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기술특례 바이오기업 관리종목 유예를 부르짖는 사람들은 미국 등 주요 증권시장에서는 회계부정, 사기·배임·횡령 등 중범죄 사안이 아닌 경우 거래정지·상장 폐지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자는 자유방임주의 논리다. 그렇지만 개도국의 현실을 감안한 건실한 기업의 탄생과 올바른 투자문화 정립을 위해서는 중앙통제 장치의 마련은 필수불가결이다. 검증되지 않은 물질을 미래 신성장 동력이라는 미명 아래 지금처럼 증권시장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은 바이오 버블을 조장·방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반적인 코스닥 상장 조건은 법인설립 3년 이상 유지·자기자본 30억원 이상 이지만 기술특례 상장은 설립기간 제한없이, 자기자본 10억원만 있으면 된다. 당기순이익 20억원, 자기자본이익률 10%, 매출 100억원·시가총액 300억원, 매출 50억원·매출증가율 20% 중 한 가지를 충족해야 하는 코스닥 시장 신규 상장 기업의 수익성 기준도 적용받지 않는 특혜까지 부여되고 있다. 혁신신약 후보물질 개발은 허울뿐, 일확천금만 노리고 기술특례 상장 후 시장을 교란한 가짜 바이오텍에 대한 관리종목 유예는 국가경제를 좀먹는 망국의 지름길이다.2023-03-11 06:00:01노병철 -
[기자의 눈] 약사회 총회 '정쟁'만 남아선 안된다[데일리팜=김지은 기자] 대한약사회 정기 대의원총회를 앞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총회 운영 방식과 안건까지 갑론을박이 계속되는 모습이다. 오는 1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대한약사회 제69회 정기대의원 총회에서는 최초로 대면, 화상 회의가 병행되고 안건 의결 과정에서 전자투표가 도입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그간의 대의원총회 고질적 문제인 ‘의결정족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집행부와 총회의장단은 화상회의 참가자에게도 의결권을 부여하기로 하는 초강수를 둔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총회를 일주일여 앞두고 의장단과 집행부의 막판 합의 끝에 화상회의를 도입하지 않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지만, 이로 인한 불필요한 시간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여기에 올해 총회에 상정돼 있는 일부 안건에 대한 논란과 쟁점도 여전하다. 지난 약사회 제1차 이사회에서 이사들의 문제제기를 모두 총회를 미뤄둔 상황인 만큼 돌아오는 총회에서의 관련 논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뒷말들도 무성하다. 보이지 않는 파벌을 그어 놓고 그 안에서 서로를 공격하기 위한 일종의 ‘무기’를 준비 중이라는 말까지 들려온다. 아쉬운 점은 들려오는 논란 속 정작 현재 약사사회가 닥쳐있는 현안들은 빠져있다는 점이다. 현재 약사회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부터 공공심야약국, 전문약사제도 등의 정책 현안과 더불어 의약품 품절, 불용재고약 반품 등 민생 현안이 산적해 있다. 여기에서 한약사 문제, 성분명처방 등 장기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와 규제샌드박스를 이용한 화상투약기, 상비약 자판기 등 각종 의약품 판매처 확대 시도 등 당장 눈 앞에 닥쳐있는 위기도 적지 않다. 약사 직능은 현재 대내·외 도전들로 어려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다. 그만큼 회원 약사들을 대변하는 대의원들의 깊은 고민과 발전적인 토론,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의원총회의 기본 취지와 목적이 무엇인지 이날 총회에 참석하는 대의원들은 되새길 필요가 있을 것이다. 더불어 의결정족수 부족이 올해 만큼은 반복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적어도 1년에 한번 있을 총회에 자신의 시간을 온전히 투자하지 못할 것이었다면, 본인의 권리이자 책임인 대의원직은 애초부터 맡지 말았어야 했다.2023-03-09 17:40:00김지은 -
[칼럼] 공간과 경험, 약사와 사람들"내게 문학은 약처럼 필요한 존재입니다. 수저나 주사로 투여하는 약처럼 매일 ‘복용’해야 하는 문학은 마약 중독자의 약처럼 어떤 특징과 농도라는 게 있습니다. 먼저 ‘약’이 좋아야 합니다. 여기서 좋다는 건 진정성과 힘이라는 의미입니다." 2006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오르한 파묵의 에세이 ‘다른색들’ 중 ‘내포작가’라는 글의 내용입니다. 작가의 소설 속에는 유독 약사와 약국이 빈번히 등장합니다. 자신의 직업이기도 한 ‘작가’에게 필요한 문학을 ‘약’에 비유한 것이 저에게는 친근하게 느껴졌습니다. 저도 20년 넘게 ‘약’과 함께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죠. 2001년 2월 제약회사에 입사해 현재까지, 햇수로 22년 동안 저는 OTC 관련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휴가나 휴일을 넉넉히 감안하고도 1년 중 200일, 22년이면 4,400일 간 약국에 ‘관심’을 가지고 일했습니다. 그 ‘관심’의 내용은 약국의 매출을 늘리는 방법이었습니다. 오르한 파묵의 글에 약국이 친근한 공간으로 자주 등장하듯, 제가 유년시절부터 가져온 약국에 대한 이미지 역시 ‘우리 동네 건강 사랑방’이었습니다. 병원보다 훨씬 문턱이 낮은 나의 사적인 이야기를 털어놓는 ‘대화의 공간’이었죠. 교과서(정국현의 약국경영학, 김우영의 논문 등)에 나오는 약국의 분류 중 제 기억 속의 약국과 가장 비슷한 의미는 지역약국(Community Pharmacy)이라고 생각됩니다. Community의 어원은 라틴어인 Communis(꼼뮤니스)로 ‘공동체, 사회, 친목, 우호적인 관계’란 뜻입니다. 이것이 Comunite(꼬뮤노떼)로 변하여 지금의 Community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Comunite는 14세기 후반에 ‘같은 지역에 거주한다는 사실만으로 함께 연결된 많은 사람들’이란 뜻으로 사용되었고 구체적으로는 관심거리, 생각, 환경 등을 공유하는 집단을 일컫습니다. Pharmacy의 어원은 그리스어 Pharmacia(파르마키아)로 ‘치유의 효능을 가진 샘’이란 뜻입니다. Pharmacia를 어원으로 한 또 하나의 단어로는 Pharmakon(파르마콘)이 있습니다. 바로 독이자 해독제라는 상반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약이라는 의미입니다. 앞에서 살펴본 라틴어 Communis를 어원으로 갖는 단어로 Communication이 있습니다. 여기서의 Communis는 공개, 다수가 공유하는, 함께 나누는 이라는 뜻으로 쓰여집니다. 따라서 원래의 Communication이라는 의미는 메시지를 상대방에게 전달하기 보다는 ‘어떠한 경험을 함께한다’는 뜻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약국(Community Pharmacy)이란 내가 속한 공동체 사회(동네)에서 사람들 간의 ‘관심(건강, 질병 등)’을 공유하는 곳이며 이곳에는 사람들의 ‘관심’을 함께 경험하고 상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약사님이 계시는 곳. 그렇기 때문에 내게 독이 될 수도 있는 약을 믿고 “함부로, 마음대로” 살 수 있는 공간이라고 정의해 봅니다. 2022년 말 기준 통계청 조사자료에 의하면 전국 편의점 점포 수는 약 5만1500개이며, 약국의 수는 약 2만4200개로 발표되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편의점의 이미지는 과거 동네 구멍가게, 문방구, 아트박스 등을 모두 합친 느낌입니다. 대한민국 소비자는 동네 곳곳에 있는 편의점을 통해 편리하게 원하는 것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약국 2만4200개란 숫자가 가지는 의미는 소비자가 가장 구매하기 쉬운 공간접근성의 최상위를 점유하고 있는 편의점 수 대비 50%에 가까운 수치입니다. 하지만 약국은 편의점과는 분명히 다른 무언가가 있습니다. 약국은 편의점과 비교될 수 없는 소비자의 편리하고 자유로운 선택의 위험이 존재하는 곳입니다. 바로 ‘내 가족’, ‘내 아이’의 ‘건강’이라는 중요도의 힘입니다. 약국은 편의점과 비교될 수 없는 경험이 가능한 콘텐츠가 존재하는 곳입니다. 바로 약사님과의 진정성 있는 커뮤니케이션입니다. 해외에서는 이러한 지역약국의 역할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규정화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영국에서 규정한 지역약국의 핵심 역할 중 몇 가지 사례입니다. 1. 모니터링과 정보수집을 통해 지역사회의 건강과 사회적 요구 평가하기 2. 보건학적인 이슈에 대해 일반시민들을 대신하여 옹호하고 지역사회와 주민들을 위해 지속적으로 공헌할 수 있는 지역사회 공공보건의 리더로서 역할하기 3. 의사소통, 건강정보, 건강증진을 위한 각종 자료를 접근하기 쉽도록 하기 4. 장기요양이 필요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복약관리, 건강증진을 위한 생활습관개선, 자가치료 지지 등의 지원사업 제공하기 5. 의약품에 대한 안전성, 효능, 효과, 올바른 복용법 지원 등을 통해 건강을 보호하기 이와 같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우리 지역약국만의 역할을 찾기를 바라며 앞으로 연재될 칼럼을 통해 그 방법들을 함께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오르한 파묵의 ‘작가의 일상’이라는 에세이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독자들은 항상 내게 두 가지 기본적인 질문을 한다. 질문은 비슷하지만 다르다. 하나는 “좋은 소설은 어떻게 씁니까?”이고 다른 하나는 “어떻게 하면 잘 써집니까?”이다. “어떻게 하면 잘 써집니까?”라는 질문은 인생에 관한 질문이다. 작가라는 직업과 작가로서 출세를 원하는 사람의 질문이다.” 어떻게 하면 약국을 ‘잘’ 경영할 수 있을까?라는 말로 바꾸어 본다면 그 질문은 약국과 관련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약국을 ‘잘’되게 하여 본인이 직업적으로 성공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질문일 것입니다. 작가는 작가라는 직업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작가라는 직업은 엄격한 규율을 요한다. 그 규율은 수백가지다. 그것이 당신이 글을 쓸 수 있도록 떠민다.” 다행히, 약국을 ‘잘’ 경영하기 위한 규율은 수백가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약국이라는 공간에서의 경험을 약사와 사람들이 공유하게 되는 것! 약국과 관련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일 것입니다.2023-03-09 11:02:45정석원 이사 -
[기자의 눈] 제약업계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를 위해[데일리팜=정새임 기자] 어제(8일)는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각종 기업들이 쏟아내는 여성의 날 캠페인 자료를 넘겨보던 중 설문조사 하나가 눈에 띄었다. 한국로슈진단에서 아시아태평양 8개국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였는데, 눈길을 사로잡은 건 마지막 문항이었다. "회사로부터 나의 임신 등 가족계획에 대해 지지를 받고 있습니까?" 이 질문에 한국 직장 여성들의 11%만 지지를 받고 있다고 답했다. 10명 중 9명의 직장 여성은 임신을 하는 것에 대해 회사 눈치를 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설문을 실시한 아시아태평양 8개국 중 가장 낮은 수치다. 1위인 인도(59%)와도 큰 격차를 보였다. 안타깝지만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물론 우리나라 여성 인권이 인도보다 낮다는 뜻은 분명 아니다. 각국의 사회적 분위기와 정책이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금물이다.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부정적인 응답이 컸던 건 사회 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빠르게 늘어났지만 사회 문화가 변화하는 속도는 이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 남녀 모두 육아휴직을 쓸 수 있지만 실제로 남자 직원이 쓴 사례는 없다거나, 오너가 남성 직원 위주로 뽑으려 한다거나, 팀원이 육아휴직을 써 불평하는 상사의 모습을 보다보면 임신을 고민하게 되는 게 현실이다. 일부 육아휴직을 악용하는 사례까지 더해지면 육아휴직에 대한 낙인은 돌이킬 수 없게 된다. 10개월 간 임신을 유지하며 일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육아휴직을 쓰면 회사에 피해를 준다는 낙인까지 찍히니 일 욕심이 많은 여성들은 안 낳고 만다는 생각이 커진다. 특히 제약업계는 전통적으로 남성 위주로 돌아가는 보수적인 문화로 유명했다.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여성 직원들은 회사의 정책에서 소외되기 쉬웠다. 여전히 임원 10명 중 여성은 1명이 될까말까이니 변화가 더욱 더딘 편이었다. 출근 복장이 유연해지고, 리프레시 휴가 등 직원 복지가 향상해도 육아휴직에서는 여전히 '사회적 차별'이 존재하는 현실이다. 남성 직원들은 여성에게만 주어지는 육아휴직을 역차별이라 느낀다. 그러다 보니 여성 직원과 동료가 되는 걸 꺼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만약 여성 직원이 육아휴직이라도 가게 되면 남은 동료들이 업무를 떠안아야 한다는 생각이 짙다. 실제로 회사가 육아휴직 대체자를 뽑아주지 않으면 벌어지는 일이다. 동료애는커녕 성 갈등만 깊어지고 출산율 제고에도 별로 도움이 안 되는 현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육아휴직을 적용하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19년 한국을 방문한 조안 윌리엄스 캘리포니아주립대 법대 명예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성평등한 노동 시장을 위해 남성의 육아휴직을 강제하는 '아버지 할당제'를 실시하는 게 중요하다"며 "회사를 위한 희생을 요구하는 '이상적 노동자상'이 있는 한 남성들은 육아휴직을 '선택'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놀랍게도 대부분의 제약사들은 남성도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규정해 놨다. 현실은 다르다. 기자가 물어본 여러 제약사 직원들은 하나같이 "남성도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면서도 "선례는 거의 없다"고 답했다. 남성 육아휴직은 의무가 아니다보니 규정과 현실에 괴리가 발생한다. 제약업계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괴리로 국회에서는 남성 육아휴직을 의무화한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얼마 전 다국적 제약사 한국법인 관계자를 만나 이야기를 하다 흠칫 놀란 사실이 있다. 함께 알고 있는 모 남자 직원이 얼마 전 육아휴직에 들어갔다는 말에 "남자들도 육아휴직을 쓸 수 있나요?"라고 물었더니 "그럼요. 1년 쓴 사람도 많아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남자가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란 게 아니라 남자도 육아휴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회사 직원들도 이를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에 놀랐다. 국내 제약업계의 수준은 날이 갈수록 발전하며 국내를 넘어 아시아, 글로벌로 향하고 있다. 해외로 진출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만큼 '보수적인 기업문화' 이미지를 이제는 걷어낼 필요가 있다. 때로는 제도가 문화를 바꾼다. 제약업계가 선도적으로 남녀 육아휴직 정착을 이끌어내는 모습을 보고싶다.2023-03-09 06:16:50정새임 -
[모연화의 관점] 잘 사용하면 약이 되는 공포소구(24)공포는 위험의 가능성을 높게 지각할 때 느끼는 무섭고 두려운 감정이다. 공포 소구(fear appeal)는 사람들의 생존 욕구를 자극해 보호 동기를 유발하는 메시지 전략을 뜻하며, 헬스 캠페인에서 자주 활용된다. 구체적으로 권고하는 건강 행동을 따르지 않을 경우 경험할 수 있는 부정적인 결과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방식을 취한다. 예를 들어 2020년 9월 서울시는 청사 벽에 어느 마스크를 쓰시겠냐는 질문 아래 방역 마스크를 쓴 사람과 산소마스크를 쓴 사람을 대비 시켜 보여주고, 방역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산소마스크를 쓰게 될 수 있다는 위협을 한 포스터를 공개했다. 다른 예로, 2015년 보건복지부는 '후두암 1㎎ 주세요'라거나 '폐암 한 갑, 뇌졸중 두 갑 주세요'라는 메시지를 전면에 세운 금연 캠페인을 펼쳤다. 2014년에는 '흡연은 뇌졸중 발병률을 3배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라는 메시지와 뇌졸중으로 고통받는 사람의 이미지를 활용하여 금연 행동을 권고하고자 했고 말이다. 헬스 캠페인에서 공포 소구는 건강하지 않은 행동에 관한 '혐오감'을 갖게 해 그 행동을 싫어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안전띠 미착용 결과를 처참하게 묘사하는 공익광고나 비만으로 만성질환 합병증이 심해져 휠체어를 타는 모습을 묘사한 포스터 등은 자극적인 결과를 보여주며, 권고된 행동의 필요성을 느끼게 만든다. 이 같은 공포 소구는 그 행동을 시작조차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훨씬 효과적이다. 가령, 흡연, 마약, 의약품 남용 영역에 사용되는 공포 소구는 백지상태 청중의 마음에 더 닿게 되어있다. 하지만 공포 소구의 강도가 세다고 무조건 태도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공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위테(Witte) 교수는 확장병행과정모델(Extended Parallel Process Model, EPPM)을 통해 공포에 관한 특이점이 위협 통제(threat control) 혹은 공포 통제(fear control)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위협 통제 과정은 다음과 같다. 메시지를 읽은 수용자가 공포를 느낀다. 그리고 권고된 행동이 공포를 피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아울러, 자신이 그 권고 행동을 잘 이행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다면 메시지 수용자는 위험을 통제하기 위해 메시지 속에 제시된 권고 사항을 따르는 것이 바로, 위협 통제 과정이다. 반면, 공포 통제는 메시지를 읽은 수용자가 너무 무섭고 두려워 메시지를 회피하는 상황, 즉, 공포 자체를 (보지 않음으로서) 통제하는 과정을 일컫는다. 타조가 위협을 받을 때 머리만 숨기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사실 공포 통제는 눈을 감고 공포로부터 회피해 자신의 마음을 보호하는 심리적 방어기제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회 심리학자인 윌리엄 맥과이어(William McGuire) 교수는 사람들이 감당할 수 없는 공포 크기를 사용하거나 너무 장시간 동안 같은 공포 소구를 되풀이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설명한다. 반복된 기조의 메시지는 심리적 반발(Psychological Reactance)을 일으켜, 공포를 무시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한편, 공포 소구는 헬스 마케팅에도 심심찮게 활용된다. 기업인이자 쇼핑호스트인 장문정 작가는 그의 유튜브 방송 콘텐츠를 통해 공포 소구로 뇌에 관련한 보험 판매 메시지 전략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전 세계적으로 2초에 한 명씩 뇌졸중 환자가 생겨나고 6초에 한 명씩 사망한다는 메시지로 공포감을 조성하고 예방의 목적으로 뇌졸중 보험상품을 구매하라는 것이 요지였다. 화장품에서도 공포 소구는 활용된다. 선크림을 바르지 않은 트럭 운전사의 피부 사진이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건강기능식품, 운동 프로그램, 의약외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영역에서 공포 소구는 활용된다. 직접적이고 적나라한 메시지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에게 공포 소구는 과하다는 느낌도 들지만, 건강에 대한 위협은 생존에 대한 위협이기 때문에, 건강 영역에서 공포 소구만큼 잘 먹히는 소구는 없다. 때때로 약사는 매일 약 먹기와 같은 [귀찮은] 건강 행동을 [위협 메시지]를 활용해 설득해야 한다. 이런 경우, 앞서 설명한 공포 소구의 전략과 이론을 현장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누구를 대상으로" "어느 타이밍에" "어느 정도의 강도로" "어느 정도의 기간" 공포를 사용해야 하는지 말이다. 아울러 혹여 내가 사용하는 공포 소구가 심리적 반발로 무시되고 있는 건 아닌지, 점검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만약, 그렇다면 복기해 봐야 한다. 대상 오류인지, 타이밍 오류인지, 강도 오류인지, 기간 오류인지 말이다.2023-03-08 12:19:51데일리팜 -
[기자의 눈] 한시적 비대면진료 공고, 면죄부 아니다[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이 끝나간다는 사실이 비로소 실감된다. 약국과 의료기관 등 일부 공간을 제외하고는 마지막 단계라고 할 수 있는 마스크 착용 의무마저 해제되니 백신을 맞고, 식당·카페 입구에서 안심번호로 전화를 걸고, 사적 모임을 제한하던 때가 다소 생경하게 느껴진다. 빠른 속도로 일상 회복이 이뤄지면서 올해는 벚꽃구경을 드라이브스루가 아닌 친구와, 가족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설레인다. 사실상 남은 코로나19 규제 장치는 마스크 전면해제와 격리의무, 한시적 비대면 진료로 압축할 수 있다. 코로나 심각 단계가 해제되면 한시적 비대면 진료 역시 중단돼야 하기 때문에 정부는 비대면 진료 상시 제도화를 서두르는 분위기다. 코로나 심각단계가 해제될 경우 코로나19를 기회 삼아 생겨난 30여개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들은 말 그대로 갈 곳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의정은 국민 건강증진이라는 목적 아래에 ▲대면진료 원칙, 비대면진료를 보조 수단으로 활용 ▲재진환자 중심으로 운영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으로 실시 ▲비대면진료 전담의료기관은 금지한다는 내용의 합의를 이뤘다. 간호법 제정으로 인해 협의가 중단된 듯 보이지만 사실상 비대면 진료와 관련한 거의 모든 준비가 완료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약사회는 '약 배달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데서 한 발자국도 더 떼지 못하고 있다. 왜 그렇게까지 약사들은 약 배달을 반대하는 걸까? 안전성 때문일까, 안정성 때문일까, 아니면 정말 약이 잘못 배달되거나 오염될 것을 걱정해서일까. 생화(生花)며 아이스크림까지, 팥빙수도 녹지 않고 배달되는 시대에 약사들이 약 배달을 반대하는 이유는 뭘까 생각해 봤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모객 유치를 위한 플랫폼 업체의 과당 영업과 정부의 수수방관이 약사들에게 약 배달에 대한 외상을 남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리즈A, 시리즈B 투자를 받기 위해 배달비며 진료비까지 할인해 줬던 플랫폼 업체의 과당 영업, 소비자가 원하는 약을 장바구니에 넣으면 의사가 그대로 처방하고 약사가 조제하는 원하는 약 처방받기 기능, 사후약방 수준에 그치는 정부 권고를 봐왔기에 지레 반발이 앞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최근 경기도약사회와 서울시의사회가 닥터나우를 고발한 사건이 경찰에서 일부 무혐의 판단을 받았다. 닥터나우의 의약품 배송행위는 약사법과 대법원·헌법재판소 판례에 비춰볼 때 위법성이 인정되지만, 닥터나우의 행위는 보건복지부 공고 이후의 행위이며 공고문에 표현된 의약품 교부 방식에서 '약사와 환자 간 합의' 해석에 대해 '택배배송 등의 가능 여부'를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 확인해 유권해석을 받은 뒤 행위한 것으로 확인돼 약사법 위반에 대한 고의를 인정할 만한 증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는 게 경찰의 결정문이었다. 약사와 환자 간 합의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전무하다. 환자가 비대면 진료를 통해 전자 처방전을 발급 받은 뒤, 환자가 원하는 약국을 지정해 보내면 약사가 전화를 걸어 재고 유무를 확인하고 수령 방법을 묻는 것이 '통상적인 합의'의 방식일 것이다. 하지만 비대면진료 플랫폼 가이드라인이 마련된 현재까지도 방문수령 이외의 방식에서는 약국 지정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가까운 약국에 처방전 전송 동의 ▲동일성분 대체조제 동의 ▲진료 후 자동결제 동의 ▲개인정보 제공 동의 ▲개인정보 처리 위탁 동의 ▲중요 안내 사항에 대한 동의 등 6가지 필수항목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 경우 진료 자체가 불가능하다 보니 필수동의를 환자의 동의로 볼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논쟁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 여전히 약이 배달돼 오는 약국도 '제휴약국'으로만 표시될 뿐 약국명도 약사 이름도, 약국 주소도 알 길이 없다. 또한 약 배달 이후에 약사가 환자에게 전화를 걸어 수령 여부를 확인하거나 복약안내를 하는 것 역시 약사의 자율에 속한다. 직접 플랫폼을 통해 비대면 진료·약 배송을 이용해 봤던 두 건의 기사 ▲한시적 비대면 진료 공고 기간 동안 "약국을 선택하지 않았는데 조제약이 배달돼 왔다"(http://www.dailypharm.com/Users/News/NewsView.html?ID=287690&szGetNewsPreview=1) ▲"약 배송 직접 이용해보니…정부 가이드라인 반만 준수"(http://www.dailypharm.com/Users/News/NewsView.html?ID=291665&szGetNewsPreview=1)에 대한 시정이나 개선이 전무했다는 것이다. 한시적 비대면 진료 공고가 만능치트키 될 수는 없다. 한시적 공고가 면죄부라는 만능 치트키가 돼서는 안된다. 경기도약사회와 서울시의사회의 고발을 놓고 '안 하느니만 못한 게 아니었냐'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그에 앞서 한시적 비대면 진료·약 배달에 대한 결과 분석과 제도의 미비를 보완하기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부분은 자명한 사실이다. 현재의 플랫폼을 필터링 없이 모두 제도권화 하겠다는 부분은 공감을 이뤄내지 못할 것이다.2023-03-07 15:08:30강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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