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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C형간염 국가검진 도입, 올해 결론내자[데일리팜=정새임 기자] 올해로 C형 간염의 무료 국가건강검진 항목 도입을 논의한 지 8년째다. 2016년 시작한 타당성 연구를 비롯해 C형 간염이 국가 검진에 포함되는 것이 비용효과적이라는 분석 연구, 시범사업 결과까지 나왔지만 여전히 정부의 의중은 오리무중이다. 최근에는 추가 타당성 분석과 사후관리방안에 대한 연구 결과가 추가로 나왔다. 그간 정부가 C형 간염을 국가 검진에 도입하는 것에 미적지근했던 주요 이유로 유병률이 꼽혔다. 우리나라가 제시하고 있는 국가 검진 항목 도입 조건 5개 중 제1원칙인 '중요한 건강 문제일 것'에서는 유병률 5% 이상인지 평가한다. 하지만 C형 간염은 유병률이 1% 내외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논리다. 유병률이 가장 높은 70대가 1.7%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으로도 C형 간염의 유병률은 1% 이하로 추정되고 있지만 세계보건기구(WHO)의 입장은 다르다. 2030년까지 C형 간염 퇴치를 목표로 내걸며 이를 위한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입안을 요청했다. 이유는 C형 간염이 치료제의 발전으로 조기 진단만 이뤄지면 쉽게 완치가 가능하고, 반면 이를 방치하면 간경변증, 간암 등 중증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C형 간염은 직접 작용 항바이러스(DAA) 치료제가 등장하며 완치 시대를 열었다. 1%의 치료 실패 환자를 위한 재치료 옵션도 있다. WHO가 천연두 바이러스에 이어 C형 간염 바이러스를 퇴치 가능한 질환으로 규정한 배경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유병률의 굴레에 갇혀있는 듯하다. 지난주 대만에서 열린 '2023 아시아태평양간학회(APASL 2023)'에 참석한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국내 유병률을 언급하며 "한국은 국가 건강 검진 시스템을 지니고 있고 이는 모든 한국 국민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국가 검진에 C형 간염이 포함되면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며 "원칙에 따른 신중하고 보수적인 적용이 필요하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유병률이 낮은 C형 간염을 전체 국민을 위한 검진 시스템에 포함하는 것이 맞는지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여진다. 애초에 유병률이 장벽이 될 거였다면 정부는 결론이 정해져 있는 문제에 연구비를 13억원 이상 쏟은 셈이 된다. 아무리 C형 간염 국가 검진 도입이 비용효과적이어도 유병률이라는 절대조건을 내밀면 모든 논의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현재 국가 검진이 포함하는 항목에는 유병률 5% 미만도 존재해 유병률이 국가 검진 도입의 절대적 기준이라 볼 수도 없다. 올해 새로 나온 연구 결과에 대한 리뷰가 이뤄진다. 정부가 이번에도 유병률을 거론한다면 여기의 속 뜻은 '사실 유병률은 핑계고 C형 간염에 재정을 투입할 생각이 없어요'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희망고문을 한 지 8년째다. 이제 결론을 낼 때가 왔다.2023-02-23 06:15:25정새임 -
[모연화의 관점] 셀 수 있는 수인가…수치를 이해하게하라(22)많은 전문가는 숫자를 전달하면서 상대방도 똑같은 감정적 유대감을 느낄 거라 착각한다. 소위, 지식의 저주다. 숫자는 기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숫자는 해독이 필요하다. 가령, 충북 괴산에서 규모 4.1의 지진이 발생했다 혹은 태풍 힌남노의 최대 풍속이 초속 60m가 예상된다는 위험 메시지는 객관적으로 보이기는 하나, 대다수의 위험 인식에 영향을 미치긴 어렵다. 숫자의 해독은 인간적 경험으로의 변환으로 완성된다. 예컨대, 규모 4.1의 의미는 실내에서 대다수가 느낄 수 있는 진동으로써 그릇과 창문 등이 흔들리는 정도라는 설명이 필요하다. 초속 60m의 풍속은 가로수를 뿌리째 뽑거나 철제 송전탑을 휘어 놓을 정도라는 경험적 묘사가 동반되어야 한다. 숫자가 경험으로 전환될 때 인간은 그 숫자를 이해하고 위험에 대처할 수 있다. 아울러 숫자는 셀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삶 속에서 직관적으로 인식된다. 예컨대 "성인의 40%는 집에서 화장실을 사용 후 손을 씻지 않는다"는 문장보다 인간이 셀 수 있는 손가락 숫자에 기반한 설명인 "성인 5명 중 2명은, 집에서 화장실을 사용 후 손을 씻지 않는다"는 문장이 좀 더 직접적인 것처럼 말이다. 측정을 위한 숫자도 마찬가지이다. 얼마 전 '나 혼자 산다'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전현무 씨가 베트남 달랏으로 여행을 떠났다. 베트남 달랏은 해발 1500m라는 설명을 하며, 우리나라로 치면 강원도 같은 곳이라 비유했다. 해발 1,500m라는 숫자로는 어느 정도인지 와닿지 않았지만, 대관령 양떼목장이 해발 1,200m라는 비유를 통해, 달랏이 꽤 높은 곳에 있구나!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종양 측정에서도 비유는 활용될 수 있다. 예컨대 ‘종양이 4cm 이상이면, 악성 위험 커?’라는 머리기사를 읽고, 그것의 정확한 크기를 가늠하기는 (의외로) 쉽지 않다. 그래서, 미국 보건복지부 국립보건암연구소에서는 암의 크기를 몇 cm이라고 설명하는 데서 끝내지 않고, 식품을 활용했다. 예를 들어 암이 1cm 정도라면, 완두콩 크기라고 설명하고, 4cm 정도라면 호두 크기라고, 7cm 정도라면 사과 크기라고 설명하면서 말이다. 약료 영역에서도 숫자는 전달되는 객관적인 수치가 아니라, 이해되어야 하는 수치여야 한다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예컨대 A씨의 혈압이 작년엔 130mmHg였는데 올해 170mmHg로 나왔다고 가정해보자. 의·약사는 수치를 보자마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상상할 수 있다. 하지만 숫자의 의미를 모르는 A씨는 덤덤할 수 있다. 전문가는 숫자를 전달하는 역할을 넘어서 그 숫자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 내과 전문의 브라운과 버셀(Brown & Bussell, 2011)은 고혈압약 복용 행동을 독려하기 위해 127개의 논문을 검토하고, 고혈압의 위험과 고혈압약 복용의 이익을 표현할 방법들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예를 들어, 170mmHg가 되었다는 사실 전달에 덧붙여, "정상 혈압에서 수축기 혈압이 20mmHg, 이완기 혈압이 10mmHg 늘어날 때마다 뇌졸중과 심장병의 위험이 2배로 증가합니다"라고 설명하는 것이다. 40mmHg가 늘었다는 사실 직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질병과 연관지어 인식시켜 주는 것이다. 어떤가? 훨씬 생생한 위험으로 인식되는가? 연구자들은, 약물 복용의 이익을 설명할 때도 "약물 요법에 따라 수축기 혈압이 고작, 3mmHg 낮아질 때마다 뇌졸중의 사망률의 8%나 낮아지고 관상동맥 심장질환에 의한 사망률은 5%나 낮아질 수 있다"는 메시지로 숫자를 상상할 수 있게 만들어주라고 제안한다. 꾸준히 잘 낮춰보자는 설득을 숫자와 질병을 통해 묘사한 예라 하겠다. 종합하자면, 숫자는 말한 사람 혼자 이해해서는 의미가 없다. 듣는 사람도 이해해야 의미 있다. 건조한 통계 수치는 사람들에게 잘 닿지 않는다. 숫자는 다양한 비유를 거듭하고 나서야, 개인의 삶 속으로 들어올 수 있다. 아울러, 환자가 어느 정도 그 숫자를 이해했는지는 건강 결과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숫자를 그저 숫자가 아닌 인간의 경험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은 헬스커뮤니케이터로서의 전문가에게 필수적이라 하겠다.2023-02-22 14:39:44데일리팜 -
[기자의 눈] 새내기약사가 본 비대면진료와 약사사회[데일리팜=강혜경 기자] 비대면 진료와 약 배달, 화상투약기, 상비약 자판기 및 배달 등 이슈로 최근 약사사회가 시끄럽다. 최근 십여년 간 약사사회를 돌이켜 볼 때 의약품 약국 외 판매, 약대 신설, 상비약 확대 등 저마다 적지 않은 이슈가 있어왔다. 약국 내부적으로도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악화, 권리금 상향, 치들약(치고 들어오는 약국) 등 파고를 겪어 왔다. 각론에 있어 비대면 진료와 약 배달, 화상투약기, 상비약 자판기 및 배달 등이 다른 영역이긴 하나,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자면 '비대면'이라는 키워드를 꼽을 수 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식료품이나 화장품, 생필품을 주문하면 익일 아침 배송해 주는 새벽배송, 샛별배송은 물론 30분 이내 배송까지 보편화되고 있으며 음식을 주문할 때도 앱에 접속해 터치 몇 번으로 수 분 내에 내 위치로 음식을 배달 받을 수 있게 됐다. 전화통화조차 불편해 진 지 오래다. 비대면 진료와 약 배달도 마찬가지다. 의사와 전화통화를 토대로 늘 복용하던 대로 처방받고, 집으로 배송받을 수 있다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꽤나 편리해 질 것이다. 정부는 6월까지 비대면 진료를 법제화 하겠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기본적으로 약사회와 약사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약 배달까지 강행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약 배달이 빠질 경우 국민 불편에 대한 모든 비난이 약사회로 향하게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모든 비난이 약사회로 향할 것이라는 선제 공격(?)에 약사들은 불편하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약사회 간 아무런 협의가 없던 시점에서, 정부 발표는 선전포고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한시적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시작된 플랫폼 마저 제도권으로 편입되는 것을 용납하기 어렵다는 게 약사들의 분위기다. 기성세대 못지 않게 새내기 약사들 역시 당혹감을 드러내고 있다. 올해는 1887명의 새내기 약사가 배출됐고 새내기를 대상으로 한 각종 세미나와 강의들이 활기를 띄고 있다. 새내기 대상 강의에서 나오는 레퍼토리는 늘 같다. '이러다 약사라는 직능이 없어지는 게 아닌지 불안하다. 어떻게 될 것 같느냐'는 부분이다. 새내기 약사로부터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상담형 약국을 운영하고 싶어 약대에 진학하고 약사가 됐다는 메일 속 주인공은 연일 언론에서 나오는 배드뉴스를 보며 뭘 준비해야 할 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비대면 진료와 약 배달이 보편화된다면 약국의 형태도 현재와는 상당부분 달라질 텐데 어떤 부분을 준비해야 하느냐는 물음이었다. 결국 원론적인 답변에 그치고 말았다. 의정은 ▲대면진료 원칙, 비대면진료를 보조 수단으로 활용 ▲재진환자 중심으로 운영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으로 실시 ▲비대면 진료 전담 의료기관은 금지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는 게 현재까지 안이고, 약사회는 아직까지 이렇다할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약 배달을 전혀 고려치 않고 있다는 정도가 약사회 입장이다. 대리인 수령을 맥시멈으로 하는 선에서 정부와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약사회는 또 비대면 진료가 제도화 한다면 전송되는 처방전 형태는 표준화 되고 개방된 전자처방전 형태여야 하며, 이 과정에서 성분명 처방, 대체조제 간소화, 사후통보 간소화 등에 대한 문제가 정부와의 협의에서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대가 변화하는 상황에서 '협의는 없다'는 강경책이 속 시원한 답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자칫 정부의 발언처럼 국민 불편에 대한 모든 비난이 약사회로 향할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PlanA, PlanB, PlanC에 대한 준비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약사사회가 해결해야 하는 이슈들이 늘 있어 온 시련이자 이슈일 수 있지만 새내기들 눈에는 불투명하고 불명확한 미래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약대 등록 포기가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의대나 치의대, 다른 대학을 선택하느라 약대 등록을 포기하는 사례가 줄 잇고 있다는 것이다. '약대 갈 바에야 의대를 가겠다. 약대는 답이 없다'는 인식이 자리 잡지 않도록 후배들을 위한 정책과 먹거리 창출이 필요한 이유다. 올해는 배드뉴스들 보다 굿뉴스가 늘어났으면 하는 바램이다.2023-02-21 17:27:57강혜경 -
[기자의 눈] 제약바이오 '오픈이노베이션' 기대감 커진다[데일리팜=황진중 기자] 바이오기업의 투자 유치 난항과 임상 실패 소식 등이 나오고 있음에도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오픈이노베이션에 대한 기대가 커진다. 오픈이노베이션 모범 사례로 꼽히는 유한양행 '레이저티닙(국내명 렉라자)' 개발이 순항하고 있어서다. 힘든 상황이라는 목소리가 높지만 신약 연구개발(R&D)을 위한 열정은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제약바이오 업계 네트워킹 행사는 여전히 활기차다. 제약사와 바이오기업의 공동연구도 활발하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등도 오픈이노베이션 생태계 조성을 위해 업계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국내 바이오기업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가 발굴한 레이저티닙을 지난 2015년 도입한 후 3년여간 추가 개발해 글로벌 제약사 얀센에 기술이전했다. 바이오기업에서 제약사, 글로벌 빅파마로 이어지는 오픈이노베이션 모범 사례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10월 자체 진행한 레이저티닙 1차 치료제 목표 단독요법 임상 3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확보하고 허가 변경을 추진 중이다. 오픈이노베이션으로 확보한 레이저티닙을 통해 자체 R&D 경쟁력도 강화하고 기술이전을 통해 글로벌 사업화 역량도 확보한 셈이다. 유한양행이 보여준 성공적인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활용할 수 있는 효율적인 혁신 방안 중 하나다. 일각에서는 오픈이노베이션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필수적'이라는 말도 나온다. 유한양행 외에도 다수의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오픈이노베이션을 진행 중이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확인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레이저티닙 도입부터 국내 조건부허가까지 6년6개월가량이 소요된 점을 보면 또 다른 모범 사례가 나타날 여지는 충분하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등이 개최한 오픈이노베이션 플라자 등 제약바이오 업계 네트워킹 행사를 보면 오픈이노베이션에 대한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열의는 얼어붙고 있다는 업계 상황과 달리 오히려 뜨겁다. 지난해 말 개최된 오픈이노베이션 플라자에는 바이오기업 29곳이 참가해 비즈니스 파트너링 36건을 진행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바이오교류회를 꾸준히 개최 중이다. 참여 인원은 행사가 열릴 때마다 늘어나고 있다. 민간이 주도하는 혁신신약살롱은 개최 지역을 대전에서 판교, 오송, 대구, 송도에 이어 서울까지 확대했다. 행사장에선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보이던 다소 딱딱한 모습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어떤 기술을 알아보고 있다거나 어떤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된다. 기술 탈취라는 말이 오가는 타 산업에 비해 신약 개발을 위한 오픈이노베이션 분야에서는 더 좋은 약을 개발해 환자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동료의식이 돋보인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특성상 글로벌 시장을 타깃 해야 하는 점 등도 업계 동료의식 고취와 협력 태도 등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 탄생과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R&D 경쟁력 강화를 기대한다.2023-02-21 06:15:09황진중 -
[기자의 눈] 약사회 총회 전자투표 도입을 환영한다[데일리팜=김지은 기자] 대한약사회가 다음달 열리는 대의원총회에서 안건 표결에 전자투표를 도입한다. 약사회 정기총회 사상 첫 시도다. 약사회는 그간 수백명의 대의원이 참석하는 정기총회에서 안건 마다 대의원 결정에 따라 거수 혹은 무기명 비밀투표, 만장일치 등의 방법으로 표결해 왔다. 거수 투표 방식이 이용될 때에는 약사회 사무국 직원들이 투입돼 일일이 수를 세야했고, 회의 시간이 불필요하게 늘어지는데 더해 정확성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총회의장 선출이나 민감한 안건에 대해서는 무기명 비밀투표 방식이 이용되기도 했지만, 이 역시 투표 시간이 길어지면서 효율성 문제가 지적돼 왔다. 그간 전국 대의원들이 모이는 정기 대의원총회의 경우 항상 총회 종결 전 회의장을 떠나는 대의원들로 인해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주요 안건이 상정 처리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일부 민감한 안건의 경우 약사회 집행부 차원에서, 혹은 대의원들 사이에서 이 같은 관행을 악용(?)하는 사례도 공공연하게 존재해 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 약사회의 대의원총회 전자투표 도입 단행은 안건 표결 절차로 인한 불피요한 지연을 방지하고 표결에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사실 약사회의 이번 전자투표 도입이 사실 획기적인 시도는 아니다. 의사협회의 경우 10년 전부터 대의원총회에서 전자투표를 도입해 활용하고 있고, 한의사협회 등 여타 직능단체들에서도 이미 사용 중인 방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 집행부들은 불필요한 논란이 발생할 것을 의식해 효율성, 신속성, 정확성이 떨어지는 거수 방식을 고수해 왔던게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최광훈 집행부가 회무 2년차에 접어들며 결단력 있게 시도하는 이번 전자투표 도입은 환영할 만한 부분이다. 하지만 전자투표 도입에 따른 보안과 신뢰도 문제는 과제로 남아있다. 시스템의 안전성 확보와 더불어 내부에서 논의되는 내용이 외부로 유출되는 등 보안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의사협회의 경우 대의원총회에 전자투표를 도입한 이듬해 투표 결과의 신뢰도 등의 문제로 대의원들의 반발이 일어나기도 했었다. 약사회는 은닉 성명 방식의 익명화 기술, 키 분할을 통한 관리자 부정 방지, 투표자 자가검증 기술, 이중투표 방지 기술을 적용하는 등 정부 중앙선관위가 제시한 전자투표 가이드를 충족해 보안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약사회가 도입한 전자투표가 전체 회원 약사들의 민생과 직능 발전을 위한 현안과 안건 처리에 효율적이고도 신뢰도 있게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2023-02-19 19:03:26김지은 -
[기자의 눈] 정부의 불편한 바이오산업 선물[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산업통상자원부가 바이오의약품 개발에 쓰이는 핵심 기술을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바이오 핵심 기술이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지정되면 다양한 혜택이 따른다. 특화단지 조성 지원, 특성화대학원 설립을 통한 전문인력 양성, 세액 공제 등이다. 특히 세액공제의 경우 R&D 비용의 최대 40%, 시설 투자의 최대 16%까지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는 지난해 11월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 분야의 15개 핵심 기술을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선정한 바 있다. 여기에 바이오 기술을 추가함으로써 제약바이오산업에 '반도체급' 대우를 해주겠다는 것이 산업부의 구상이다. 그러나 정작 제약바이오 업계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일각에선 오히려 산업부의 방침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선의로 선물을 준비했는데 정작 당사자는 원치 않는 상황이 펼쳐졌다. 제약바이오 업계가 산업부의 선의를 마다하는 이유는 지원방안과 함께 딸려 있는 '규제' 때문이다. 업계에서 가장 크게 우려하는 부분은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해외 인수합병을 하거나 합작법인을 설립할 때 산업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내용이다. 제약바이오 산업의 글로벌 트렌드는 오픈 이노베이션인데, 매번 산업부 승인을 받도록 하면 글로벌 기업과의 긴밀하고 신속한 협의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나아가 기업간 거래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이 온당하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제약바이오 산업과 반도체·디스플레이산업은 체질적으로 다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도체·디스플레이산업의 경우 한국이 전 세계 산업을 이끄는 위치에서 핵심기술의 해외 유출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반면, 제약바이오 산업은 여전히 글로벌 산업을 추격하는 입장이다. 글로벌 리딩 기업과의 기술 격차를 좁혀야 할 시간에 매번 산업부 승인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이런 실익을 따졌을 때 결국 이익보다는 손실이 클 것으로 제약바이오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현재 산업부는 바이오 핵심 기술의 국가첨단전략기술 지정을 위해 업계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다. 이와 관련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등 유관 단체들은 반대 입장을 담아 전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제약바이오 업계에 반도체급 대우를 해준다는 산업부의 의도 자체가 나빴던 것으로 보긴 어렵다. 그러나 선의로 시작한 일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낳는다는 보장은 없다. 제약바이오 산업을 육성·지원하기 위한 시작점은 제약바이오 업계의 시각에서 산업을 바라보는 것이 아닐까.2023-02-17 06:16:26김진구 -
[데스크시선] 이종호 JW그룹 명예회장의 선견지명[데일리팜=노병철 기자] 설립 32주년을 맞은 JW중외제약 연구법인 C&C신약연구소가 국내 신약 개발사에 있어 새로운 전기를 쓰고 있다. C&C신약연구소는 1992년 중외제약과 일본 쥬가이제약의 연구개발력과 굳건한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혁신신약 개발을 위해 만들어 졌다. 최근에서야 오픈이노베이션·콜라보레이션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당시로서는 가히 혁신적 경영철학의 시험대였다. 하지만,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이러한 걱정이 기우였고, 신약개발을 위한 국제협력의 모범적인 사례로써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해 왔다. 양사가 C&C신약연구소를 설립하게 되기까지의 배경에는 지난 40년을 넘게 쌓아온 상호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호 JW그룹 명예회장과 故 우에노 쥬가이제약 회장의 탁월한 경륜과 식견,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울러 최고 경영진의 비전 제시·전폭적 지지와 더불어 지금까지 C&C가 이루어 온 성과는 신약개발을 향한 연구원들의 밤낮 없는 열정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실험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비록 긴 시간은 아니지만 그동안의 여정과 성과를 되짚어 본다는 것은 C&C의 위상과 미래를 재정립하고 나아가 국제적 협력에 의한 성공적인 사례를 대내외로 알리는 데 큰 의의가 있다. 그 동안 창조적이고 도전적인 연구문화로 시장 주도형 질환영역을 선택함과 동시에 의약화학을 중심으로 저분자 화합물의 탐색과 창약연구에 매진해 온 C&C는 지금까지 축적한 경쟁우위의 핵심기술, 경험·노하우를 바탕으로 암·대사성 질환에 있어 혁혁한 결과를 창출해 내는 연구소로의 발전을 꾀하고 있다. 1994년 10월, C&C는 KCB-328이라는 우수한 안정성을 지닌 신물질을 창출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단순히 첫 번째 프로젝트에서 거둔 성과라는 의미만을 지니는 것이 아니었다. 신약창출을 눈앞에 가시화한 쾌거였고, 무엇보다 C&C 연구원들의 열정과 우수성을 증명해 보인 것이었다. KCB-328은 부정맥 중에서도 사망률이 가장 높은 심실성 부정맥에 작용하는 약물로, 동물실험 결과 뚜렷한 약효 발현은 물론, 기존 약제 또는 개발 중인 약제가 지닌 부작용도 대폭 개선할 수 있는 안전한 제제로 확인되었다. 이처럼 우수한 효과와 부작용이 적은 약물이었기 때문에 발생률이 타 질환에 비해 매우 높은 성인병 순환기 질환의 세계 시장에서 그 개발 가치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큰 기대를 모았다. 2002년에는 지적재산권을 갖고 있는 물질들을 축적하기 위한 화합물뱅크 관리규정을 마련하고, CLIMS(C&C Laboratory Information Management System)라는 연구정보 관리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로써 C&C는 화합물뱅크와 CLIMS라는 시스템을 축으로 합성물질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CLIMS는 사내에서 연구를 통해 얻어진 모든 화합물들의 정보(구조, 일련번호, 실험자 및 실험노트 정보, 물리화학적 성질, 스펙트럼 데이터 및 재고관리 등)를 관리하는 분자 데이터베이스와 이를 기반으로 각종 프로젝트별 스크리닝 정보를 관리하는 프로젝트 데이터베이스·시약 관리를 위한 재고관리 시스템 등을 포함해 연구정보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통합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이다. 총 10종에 달하는 신약 파이프라인도 눈길이 간다. 특히 아토피 피부염 JW1601과 에파미뉴라드(코드명 URC102)는 글로벌 신약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2018·2019년 각각 덴마크 레오파마, 중국 심시어제약에 기술수출됐다. 함암제 JW2286은 지난 8월 국가신약개발사업 지원과제로 선정됐다. 현재는 세포의 성장과 변이, 증식 등을 조절하는 STAT(1~6) 단백질 타깃의 신약 탐색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STAT3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STAT5 표적항암제(혈액암), STAT3-ADC 항암제(고형암) 등의 신약 파이프라인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와 함께 싱가포르 과학기술청(A*STAR) 등 글로벌 연구기관, 바이오텍, 병원과의 개방형 혁신 활동도 적극 전개하고 있다. 실패에서 얻은 값진 교훈도 있다. 1993년 2월부터 1995년 12월까지 진행한 NQ(New Quinolone) 프로젝트는 강하고 넓은 항균 범위를 유지하면서 독성이 개선된 주사제로도 사용이 가능한 퀴놀론계 항균제의 개발을 목표로 삼았다. NQ 프로젝트는 당초의 합성목표 화합물에 집착함으로써 검체의 합성 속도가 늦어지게 됐다. 신속한 합성 전략의 모색이 필요했으나 콘셉트 검증을 위한 특정 아이디어에 고착돼 과제를 진행함으로써 계획된 화합물 합성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기반기술을 이용해 항균능 검색 기술을 습득하고, 도킹연구(Docking Study), SAR(Structure and Activity Relationships) 분석능력 및 다양한 약리기술의 경험은 C&C신약연구소의 귀중한 연구자산이 됐다. '융복합 스마트 연구소'로 도약하기 위한 제1 관건은 무엇보다 신약 후보물질의 창출에 있다. 최고경영진과 연구원들이 공동의 미래지향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부단한 자기 개발과 노력이 어우러진다면 꿈은 이루어지리라 확신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지식·창의적 아이디어, 발상의 전환을 통해 C&C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열정과 경쟁이 극심한 글로벌 신약개발 환경을 뛰어넘어 포기하지 않는 도전정신과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견지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JW를 향해 공동연구를 제안하려고 경쟁적으로 달려드는 매력 있는 탐색 및 신약 연구소를 만들려는 C&C 연구원들의 열정이야말로 우리나라 헬스케어산업의 오늘과 내일을 일궈가는 힘이다.2023-02-17 06:00:10노병철 -
[오늘약사] 인공지능에 비대면 진료 정책을 묻다대화형 인공지능(AI) ChatGPT가 요즘 화제다. 이용자 수는 전 세계적으로 하루 평균 1300만 명을 넘었다. ChatGPT는 미국 미네소타대 로스쿨의 4개 과목 시험도 통과했으며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MBA과정에선 B와 B- 사이의 학점을 받기도 했다. 전문직 일자리까지 위협하는 강력한 인공지능 ChatGPT에게 기대 반, 두려움 반의 심정으로 질문하고 얻은 의외의 결과를 공유하고자 한다. 다음은 필자와 ChatGPT의 대화 내용이다. 이윤표 : 약사회가 민간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제도화를 반대할 수 있는 근거를 알려줘. ChatGPT : 약사회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로 민간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제도화에 반대할 수 있습니다. 환자 안전 : 약사회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환자 안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할 수 있습니다. 환자와 약사 사이의 직접적인 상호 작용이 없으면 투약 오류, 약물 부작용 및 기타 합병증의 위험이 증가하여 환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환자 정보에 대한 접근성 부족 : 약사는 환자가 적절한 약을 복용하고 잠재적인 약물 상호작용과 부작용을 모니터링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비대면 치료 플랫폼은 약사가 중요한 환자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을 제한하여 환자 치료와 안전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 약사의 역할 감소 : 비대면 치료 플랫폼은 환자 치료에서 약사의 역할을 감소시킬 수 있으며, 이는 약사 직능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환자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의료진과 소통하는 경우 약사의 조언과 안내를 구할 가능성이 낮아져 약사의 전문 지식의 가치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법적 책임 :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제도화할 경우 약사에게 법적 책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환자에게 약물 또는 치료 계획과 관련된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환자의 치료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치료의 질 : 약사회는 비대면 치료 플랫폼을 통해 환자가 받는 치료의 질에 대해서도 우려할 수 있습니다. 직접 대면하지 않으면 환자가 차선의 치료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져 건강과 웰빙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약사회는 이러한 플랫폼이 환자 안전을 위협하고, 환자 정보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며, 환자 치료에서 약사의 역할을 축소하고, 법적 책임 문제를 야기하며, 잠재적으로 환자가 받는 치료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민간 비대면 치료 플랫폼의 제도화에 반대할 수 있습니다. 지난 9일 정부와 대한의사협회가 비대면 진료 합의안을 발표하면서 제도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보건복지부 차관은 민간 플랫폼 업체를 포함하는 비대면 진료 설계안을 언급했고 대한약사회는 처방전 무결성과 소비자 선택권 보장 원칙 등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정부가 비대면 진료 산업화를 추진하고 대한약사회가 처방전 흐름을 고민할 때 환자의 약물치료를 주관하는 약사 역할 변화에 대한 논의는 보이지 않는다. 모순적이게도 인공지능이 가장 인간적인 우려를 결과 값으로 내놓는다. 젊은 약사들은 전문지식이 더 이상 직업 안정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다. 누구나 쉽게 정보를 검색하고 공유하며 심지어는 인공지능과 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정보가 공유되는 투명사회에서는 약사의 역할이 축소될수록 사회가 약사에게 지불하는 비용도 줄어든다. 대한약사회가 약물치료의 질을 떨어뜨리는 약사 역할 축소 정책에 결코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젊은 약사들은 믿는다.2023-02-16 16:35:48데일리팜 -
[기자의 눈] 이대로 약 배달이 시작된다면[데일리팜=정흥준 기자] 약 배달은 비대면진료의 필수조건이라는 정부 인식이 복지부 박민수 차관의 인터뷰를 통해 드러났다. 약 배달이 빠지면 국민 비난이 약사회로 향할 것이란 경고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으며 추진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없다. 그렇다면 이대로 비대면진료, 약 배달이 제도화 된다는 최악의 가정으로 정부와 약사회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악마는 디테일 안에 숨어있다. 비대면진료와 약 배달도 마찬가지다. 디테일을 얼마나 놓치냐에 따라 막연한 불안은 하나둘 현실이 될 것이다. 플랫폼 관리·인증 누가?...의사단체 주도권싸움 시작 복지부는 민간 플랫폼 업체들을 활용한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구상하고 있다. 한시적 허용으로 시한부였던 업체들엔 생명줄이 생기고, 본격적으로 장기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할 수 있게 된다. 플랫폼이 비대면진료의 필요조건이라면, 플랫폼 업체들의 필수조건은 비즈니스 모델이기 때문이다. 플랫폼이 제도화 된 이후엔 대기업의 과감한 투자 혹은 인수도 예상된다. 의사들도 플랫폼에 끌려갈 생각은 없다. 의사협회가 플랫폼을 인증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이 그 때문이고, 최근 의협·치과의사협·한의협 등에 EMR 인증 권한을 주는 의료법 일부개정안 발의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플랫폼을 통한 조제·투약·배달 시스템을 관리 인증하는 권한은 누가 차지하게 될까. 앞으로 플랫폼에 대한 지침 마련과 관리, 감시 등을 주도하기 위해선 의약단체가 어느 정도의 권한을 확보하냐가 관건이 될 수 있다. 그동안의 사례로만 보더라도 약사단체는 배달비 지원, 사은품 이벤트를 하는 플랫폼에 대해 시정 조치를 정부에 요구할 수 있을 뿐이었다. 환자는 정말 약국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을까? 비대면진료 후 약국 선택의 문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복지부는 의료기관 인근 약국 또는 환자 위치 주변 약국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둘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 진료받고 부산에서 조제하는 방식은 지양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비대면 진료와 조제를 어느 범위의 권역으로 제한할 것이냐에 따라 환자의 약국 선택권은 크게 달라진다. 또 플랫폼의 약국 나열 방식도 문제다. 일반 중개 플랫폼에선 상단 노출을 위해 입점 사업주들이 광고비를 지불하고 있는데, 비대면진료 플랫폼에선 유인행위가 되기 때문에 약국 명단 노출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가나다 순이나 위치 순으로 노출을 한다고 했을 때 그 기준이 적합한 것인지, 또 환자가 자유롭게 약국을 선택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지 이견은 나올 수밖에 없다. 심각하게는 비대면진료 비중이 높아질수록 일부 약국으로 처방 쏠림 현상이 발생하는 문제가 예상된다. 전문약 배송 허용된다면, 그 다음은 일반약 배송? 약 오배송, 변질에 대한 책임 소재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초창기 설계되지 않으면 결국 잇단 소송으로 수많은 판례가 쌓일 때까지 현장 혼란은 계속될 것이다. 반면 장기간 사고 없이 안전하게 배송된다면 그것대로 또 문제다. 전문약이 안전하게 배송된다면, 그 다음은 일반약 배송을 하겠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배달의민족이 상비약 배달을 규제 특례 사업으로 신청한 것을 우연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 그렇다면 약사단체는 “전문약도 되는데, 일반약은 왜 안되냐”는 여론에 맞서 설득할 만한 주장과 근거를 마련해 놔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문제들은 이대로 약 배달이 추진된다면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문제들 중 일부에 불과하다. 그동안 약 배달을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던 정부의 태도가 달라졌다. 강경한 반대만을 외치는 것은 때로는 낙관론자의 태도로 비춰지기도 한다. 부적절하게 설계된 정책을 반대하고, 비판하는 것도 좋지만 한편으론 구체적인 문제점들을 줄일 수 있는 복안도 마련해 놔야 한다.2023-02-15 17:15:46정흥준 -
[기자의 눈] 국가안보와 필수·혁신신약 가격정책[데일리팜=이정환 기자]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제약바이오산업이 국가안보와 직결된다는 점을 재확인하고 약가제도를 개편해 제약바이오 산업을 지원하겠다는 소신을 밝혔다. 국산 원료를 사용해 약을 만드는 제약사와 채산성이 낮아 모두 만들기 꺼리는 국가필수약 생산에 뛰어든 제약사에게 어떤 형태로든 이익을 주고, 혁신형제약기업이 개발한 신약에 대한 약가우대 법령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민관협의체를 적극적으로 운영하겠다고 했다. 박 차관의 뚜렷한 약가제도 개선 의지에 국내 제약계가 갖는 기대감도 덩달아 부풀었다. 매해 정부를 향해 합리적인 약가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던 제약사들의 표정이 박 차관의 약가 정책 청사진으로 인해 밝아지는 분위기다. 결국 중국, 인도로 부터 많은 양을 수입 중인 의약품 원료와 국가필수약 가운데 국내 생산을 통한 자급화가 필수적인 품목들에 대한 약가 우대책이 조만간 가시화 할 확률이 커졌다. 원료사와 필수약 제조사들은 정부가 국내 자급이 시급하다고 판단 중인 성분이나 품목이 무엇인지 니즈를 읽어야 할 때다.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의약품 전문가를 중심으로 국내 자급 원료·품목을 목록화하고 실제 개발·생산력을 갖추는 작업에 착수한 상태로, 박 차관 방침 대로라면 앞으로 국내 자급률 강화 정책은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또 국회가 수년째 지적 중인 제약산업특별법 내 혁신형제약사 개발 신약 약가우대 조항 역시 조만간 구체화 할 공산이 커졌다. 혁신신약 국가 보상 체계를 약사법으로 명문화하는 입법이 실현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부가 운영하게 될 민관협의체 회의에서 제약바이오협회 등 제약단체들은 합리적인 약가우대책 탄생을 위한 적극적인 의견 제출이 필요하게 됐다. 복지부는 국내 제약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력이 큰 약가제도를 개편하겠다는 의지를 공식화 한 만큼 필수약 공급중단이나 품절 사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글로벌 블록버스터 국산 신약 개발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수준의 약가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약가우대까지도 바라지 않는다. 건강보험재정 절감에 기여한 약이나 토종 개발 신약에 대한 약가인하 사후관리 기전을 면제하거나 유예하는 정책이라도 적극적으로 도입해줬으면 좋겠다"는 제약계 일각의 좌절 섞인 토로가 재발하지 않는 약가제도 개선을 고민해야 한다. 코로나19가 3년 넘게 장기화하면서 제약바이오산업은 곧 국가안보 산업이란 변하지 않는 사실을 새삼 각인하게 됐다. 끈덕지게 온 인류를 괴롭혔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비로소 주춤하는 요즘이다.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미국, 일본 등 해외 선진국은 오는 5월을 기점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해제할 수 있을 지 가늠 중이다. 코로나19로 한층 커진 정부의 국가안보 인식과 약가제도 개선을 향한 의지가 위기단계 하향조정과 함께 자칫 흔들릴까 우려된다. 근미래 신종 바이러스로 인한 팬더믹 사태가 재발했을 때 그제서야 국가 방역에 필요한 감염병 대응 필수약 수급을 위해 허둥대서는 안 된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와 정부가 합리적인 약가환경 마련에 합의해 향후 어떤 유형의 국가안보 위기에도 근심없는 나라를 만들 수 있길 기대한다.2023-02-15 16:21:26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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