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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개점휴업 전자처방전 협의, 정부 의지 있나[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지난해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전자처방 시스템 협의체가 반년 가까이 개점 휴업 상태다.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공언하며 올해 초 시동을 걸겠다는 정부 방침과는 분명 다른 행보다. 지난해 3월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발전협의체 산하 ‘안전한 전자처방전협의체’를 구성했다. 3월부터 6월까지 총 3차례 회의가 진행됐고, 회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일정 부분 방향성에 대한 협의도 이뤄졌다. 협의체의 당초 운영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7월까지 5차례 회의를 거쳐 전자처방시스템의 추진 방향을 협의해 관련 내용에 대한 연구용역이 진행되고, 지금쯤 세부 운영 방안이 나왔어야 했다. 하지만 협의체는 지난해 6월 이후 별다른 계획이나 추후 일정에 대한 협의도 없이 중단된 상태이며, 그렇게 반년 이상이 흘렀다. 복지부는 협의체 중단 이유에 대해 당시 화상투약기 실증특례 추진에 따른 약사회의 정부 협의 보이콧과 이태원 참사 등 사회적 여건을 들었다. 약사회가 화상투약기 실증특례 통과에 따른 반발로 정부와의 협의 중단을 선언한 것이 협의체 중단의 시작이었다면 10월 말에 벌어진 이태원 참사로 이번 협의체 운영에 관심을 쏟을 여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복지부 담당자는 이달 초 데일리팜에 “이른 시일 내 구성원들과 논의를 거쳐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관련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고, 협의체의 주 참여 기관인 약사회는 협의체 재개에 대한 복지부의 어떤 입장이나 계획도 들은 바 없다고 전했다. 이쯤 되면 복지부가 전자처방전 추진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궁금해 진다.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있어 전자처방전 도입은 필수 불가결한 조치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전자처방전이 제도화되지 않는다면 ‘한시적 비대면 진료’가 허용된 현 상황을 비춰볼 때 개별 플랫폼이 개입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해 약사회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의 전제 조건으로 공적 전자처방전 제도화를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비대면 진료 제도화가 기정사실화 되면서 약사회는 전자처방 시스템 마련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반면 의료계는 초지일관 전자처방 시스템 도입에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전자처방전협의체에도 보이콧을 선언하며 참여하지 않은 바 있다. 비대면 진료 제도화가 눈 앞에 온 상황에서 전자처방전 협의를 미루는 복지부의 태도가 단순 태만인 건지, 의료계의 눈치를 보는 것인지 묻고 싶다.2023-01-18 17:16:02김지은 -
[기자의 눈] ADC 기술에 거는 기대[데일리팜=정새임 기자] 최근 열린 '엔허투' 국내 출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연자로 참석한 박연희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유방암에서 이런 데이터를 본 적이 없다"고 평했다. 그만큼 엔허투가 우수한 효능을 보였다는 뜻이다. 그는 "여담이지만 엔허투 임상 당시 환자 등록이 많아 식품의약품안전처 실사를 받은 적 있다. 가장 걱정했던 건 '나조차 모르는 잘못이 발견돼 이 약에 피해를 주면 어쩌지'라는 부분이었다. 그만큼 환자들에게 필요한 약"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엔허투는 지난해 세계 3대 암 학회인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청중의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유방암 환자의 절반을 차지하지만 기존 약제가 잘 듣지 않는 HER2 저발현 환자에서도 엔허투는 최초로 효능을 입증했다.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화학요법군 대비 절반까지 줄여 작년 ASCO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엔허투는 항체약물 접합체(ADC)다. ADC는 암세포 표면의 특정 표적항원에 결합하는 '항체(Antibody)'와 세포 사멸 기능을 갖는 '약물(Payload)'을 '링커(Linker)'로 연결해 만든 약이다. 이전에도 여러 ADC 제제가 있었지만 엔허투가 특히 각광을 받고 있는 건 차세대 기술을 적용해 기존 ADC 제제의 단점을 보완했기 때문이다. ADC는 독성이 높다는 우려와 달리 엔허투는 용량제한독성(DLT)이 나오지 않았고, 약물의 높은 세포막 투과성으로 주변 종양세포에도 영향을 미쳐 사멸을 유도하는 효과(Bystander antitumor effect)를 낸다. 엔허투의 각광으로 ADC에 뛰어든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바이오텍은 주로 핵심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고, 규모가 큰 기업들은 지분 투자나 공동 개발을 추진한다. 국내 주요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도 앞다퉈 ADC 생산시설 갖추기에 나섰다. 동아쏘시오그룹,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롯데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진제약, 셀트리온, 안국약품, 유한양행, 피노바이오, 한미약품 등 여러 바이오텍과 중견·대형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모두 ADC에 뛰어든 상태다. 어느 분야가 그렇듯 이들이 모두 좋은 성과를 낼 순 없다. ADC처럼 첨단 기술이 적용되고,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은 분야에서는 치열한 기술력 경쟁을 펼쳐야 한다. 한때 ADC에 대한 빅파마의 관심이 폭삭 식었던 때가 있다. 기술적 한계로 독성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해 임상이 중단되는 사례가 나오면서다. 첨단 기술이 적용된 만큼 높은 비용에 준하는 효과를 입증하지 못하면 허가를 받아도 시장성이 낮다. 실제 엔허투와 비슷한 시기에 나온 ADC 신약 '트로델비'는 기대에 못 미치는 데이터로 평가가 분분했다. 엔허투는 다이이찌산쿄가 위기 속에서 미래지향적 전략을 세우고, 저분자약 개발에 특화된 기술력을 십분 활용한 끝에 성공적 사례로 자리매김 했다. 김대중 한국다이이찌산쿄 대표는 지난해 한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과학과 기술을 기반으로 의료의 미충족 수요를 해결한다'는 기본 명제에 충실해 긴 호흡을 갖고 신약 개발에 몰두하는 꾸준함을 이어가다 보면 한국형 성공 사례를 축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ADC 기술은 여전히 성장기인 만큼 꾸준한 개발 속에서 새로운 도약을 일으킬 수 있다. 그의 말처럼 현재 업계에 부는 ADC 열풍이 한때의 바람으로 그치지 않길 바란다.2023-01-18 06:16:43정새임 -
[기자의 눈] 품절약, 언제까지 각자도생에 맡길 건가[데일리팜=강혜경 기자] 대한약사회 산하 200여개 분회 총회가 한창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서면으로 총회를 대신했던 각구 분회는 3년여 만에 총회를 대면으로 전환하는 분위기다.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을 마주한다는 기쁨도 잠시, 총회마다 최대 이슈는 품절약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해열진통제와 감기약을 시작으로 멀미약, 혈압약, 지사제, 변비약 등에서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 넘게 수급 불안정이 이어지면서 업무 부담은 물론 스트레스 역시 최고조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약사, 도매 직원을 닥달하고 애걸복걸해도 1~2통 구하는 게 전부고, 처방전 한 장에 품절약이 2~3개씩 포함되고, 처방전에 팩스번호와 이메일 등이 기재돼 있지 않아 대체조제 사후 통보마저 쉽지 않다 보니 사후 통보 만이라도 면제하거나, 품절약에 한해서 만이라도 한시 성분명 처방을 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매일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오늘은 무슨 약이 품절인지, 약을 주문할 때마다 신경이 곤두서게 되고 처방전을 받을 때마다 재고가 없을까 노심초사합니다. 정부는 약가를 인상해 감기약 생산을 독려하고 있으나 지금까지 상황은 더욱 더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현장에서 실감하고 있습니다." "일선 약사들은 품절 원인도 모른 채 하루하루 급급해 돌려막기를 하고 있습니다. 왜 품절인지, 언제까지 품절인지 알 길이 없다 보니 답답하기만 합니다. 언제 유통이 정상화 될 수 있는지만 알아도 소원이 없겠습니다." "이 정도로 품절이 심각하다면 처방을 할 수 없게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언제까지 여기저기 동동거리며 약을 구해야 하는지, 정부는 이런 현실을 알고는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약사들의 고충이자 건의 사항이다. 대한약사회 역시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펜잘이알서방정과 마그밀정을 필요 약국당 1통씩 균등 배분했다. 배분 단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줄이기 위해 아세트아미노펜과 수산화마그네슘 같이 긴급한 약에 대해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균등 배분이라는 이례적인 카드를 쓰게 됐다는 것이다. 물론 균등 배분을 놓고도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의견과 가뭄에 단비라는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물론 약사회가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당장 1년에 1, 2통 구하기도 어려운 약국들로서는 세토펜현탁액이나 타이레놀현탁액, 슈다페드정 등에 대해서도 균등 배분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있다. 약사회는 품절로 인한 회원들의 어려움이 워낙 큰 특수 상황이었기 때문에 진행했던 일회성 사업이라며 최대한 의약품이 정상적인 유통 경로를 통해 원활하게 수급되는 것을 원칙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통 왜곡과 정보 쏠림, 부정확한 정보로 인해 수급 불안정이 하루 아침에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약사들의 생각이다. 이 같은 불안이 품절을 부르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 분회총회 건의사항과 대한약사회 회신내용에도 품절약, 성분명 처방, DUR을 통한 사후통보 폐지, 소포장 확대, 한약사 문제 해결이 담겨 있다. 올해 총회 역시 마찬가지다. 해결되지 않는 건의사항이 도돌이표처럼 되풀이될 뿐이다. 이제는 현장의 의견을 바탕으로 지부와 대한약사회가 대책을 마련해 해답을 제시해야 할 때다.2023-01-16 15:57:40강혜경 -
[데스크 시선] 글로벌 R&D성과 나올 때 됐다[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체감적으로 굵직한 신약 기술수출 소식이 뜸해졌다. 에이비엘바이오의 기술수출이 지난해 손 꼽히는 대형 계약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1월 에이비엘바이오는 사노피 자회사 젠자임과 퇴행성뇌질환 치료 이중항체 후보물질 ABL301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때 확보한 계약금 7500만달러가 작년 최대 규모다. 지난 2015년 한미약품이 세운 최대 규모 기술이전 기록은 7년이 지나도록 깨지지 않고 있다. 한미약품은 2015년 11월 사노피와 당뇨신약 3종의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계약금은 4억 유로 규모다. 추후 수정 계약을 통해 계약금은 2억400만 유로로 축소됐지만 여전히 계약금 1위를 기록 중이다. 한미약품이 2015년 얀센에 기술이전한 지속형비만당뇨치료제의 계약금 1억500만달러가 역대 2위 계약금이다. 지난해 에이비엘바이오의 기술이전 계약금은 역대 5위에 해당한다. 2021년과 지난해 2년 간 제약바이오기업의 기술이전 중 계약금 10위권에 진입한 제품은 에이비엘바이오가 유일하다. 하지만 국내 기업의 R&D 활동이 부진한 것은 아니다. 기업들은 R&D 투자 규모를 꾸준히 늘리며 미래 먹거리를 준비해왔다. 올해는 그동안 축적된 R&D 역량을 바탕으로 질과 양으로 여느 때보다 풍성한 성과가 기다리고 있다. 유한양행의 항암신약 렉라자가 이르면 올해 미국 식품의약품국(FDA) 허가 신청을 시도할 전망이다. 렉라자는 2018년 11월 얀센바이오테크에 기술 이전됐다.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 5000만달러를 포함한 총 계약 규모는 최대 12억500만달러를 받는 조건이다. 얀센은 레이저티닙의 다양한 임상시험을 동시 가동하면서 강력한 상업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처음으로 바이오시밀러의 미국과 유럽 시장 진출에 도전한다. 동아에스티는 2021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미국, 폴란드 등 9개국에서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DMB-3115의 글로벌 임상 3상시험을 진행했다. 임상시험에서 긍정적인 데이터가 도출되면 올해 상반기 미국과 유럽에 DMB-3115의 품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휴젤의 보툴리눔독소제제 레티보도 미국 입성 가능성이 예상된다. 휴젤은 2021년 10월 FDA에 레티보의 미간주름 적응증에 대한 품목허가를 신청했지만 작년 3월 FDA로부터 보완 요구 서한을 수령했다. 휴젤은 FDA의 보완 요구에 따라 일부 문헌과 데이터 보완 작업을 완료하고 허가 신청서를 다시 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후속 바이오시밀러를 글로벌 무대에 속속 내놓을 계획이다. 올해는 미국에서 글로벌 1위 의약품 휴미라의 본격 경쟁을 펼친다. 이미 셀트리온은 미국과 유럽에서 각각 4개, 6개의 바이오시밀러를 승인 받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유럽과 미국에서 각각 6개, 5개의 바이오시밀러를 허가 받았다. 녹십자는 혈액제제의 미국 시장 진출을 재도전한다. 녹십자는 지난해 2월 FDA로부터 면역글로불린제제 ALYGLO의 품목허가 연기 통보를 받았다. 녹십자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평가를 2021년 4분기에 진행했는데, FDA는 생산시설에 대한 현장 실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허가 연기를 결정했다. ALYGLO의 FDA 허가 연기가 안전성·유효성의 문제가 아닌 만큼 현장 실사가 차질 없이 마무리되면 미국 진출도 가시화할 전망이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신약 제품들의 활약도 기대된다. 한미약품의 롤론티스는 본격적인 미국 판매를 시작한다. 롤론티스는 지난 2012년 한미약품이 스펙트럼에 기술이전한 바이오신약이다. 골수억제성 항암화학요법을 적용 받는 암환자에게 호중구감소증 치료 또는 예방 용도로 투여된다. 롤론티스는 지난해 9월 미국 FDA로부터 국내 개발 신약 중 6번째로 최종 승인을 받았다. SK바이오팜의 뇌전증신약 엑스코프리와 대웅제약의 보툴리눔독소제제 나보타도 미국 침투를 가속화할 전망이다. 최근 눈에 띄는 대형 기술수출 계약은 없었지만 국내 기업들이 오랫동안 진행한 R&D의 성과가 임박했다는 의미다. 데일리팜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CEO 6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3년 경영전략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2.5%(32명)가 올해 투자 규모를 작년 대비 확대하겠다고 답했다. 작년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응답은 32.8%(20명)이었고, 작년보다 줄이겠다는 응답은 14.8%(9명)에 그쳤다.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17명)은 신약 등 연구개발 역량 강화에 투자하겠다고 답했다. 경기 침체 장기화가 우려되는 상황에도 CEO 절반 이상은 R&D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아직 글로벌 무대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동안 꾸준히 R&D 활동에 매진한 만큼 글로벌 무대에서 깜짝 놀랄만한 성과가 나올 때도 됐다.2023-01-16 06:13:07천승현 -
[기자의 눈] 해 넘긴 전문약사제, 눈치보기 바쁜 정부[데일리팜=정흥준 기자] 복지부가 늦어도 작년 12월까지는 입법예고를 하겠다던 전문약사제도가 결국 해를 넘겼다. 시행일까지 3개월도 남지 않았지만 여전히 복지부는 임박했다는 메시지뿐이다. “더이상 늦출 수 없다” “이달까지는 무조건 입법예고” “당장 해도 시행일까지 빠듯한 시점이다” 복지부 관계자가 지난 3개월 간 공식 석상에서 반복해온 말이다. 통상적인 입법예고 기간으로 40일 이상 주어진다고 했을 때 법제처 심사 등 남은 과정을 고려하면 이미 늦어도 꽤나 늦었다. 문제는 의사단체의 반대가 입법예고 지연의 큰 이유라는 점이다. 최근 의사협회는 복지부를 찾아 전문약사제의 ‘약료’라는 표현을 문제 삼아 직능 침해를 주장했다. 또 전문약사 실효성과 교육 수준 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복지부는 의사들이 강한 반발에 난감한 상황이고, 결국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말했던 입법예고가 차일피일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약사제도는 지난 2020년 4월 7일 약사법 개정으로 3년 뒤인 올해 4월 8일 시행될 예정이다. 제도 준비를 하기까지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실제로 복지부는 3차례에 걸친 연구용역과 함께 다양한 의견 조회 과정을 거쳐왔다. 그 과정에서 전문약사제도의 큰 틀이 달라지기도 했다. 지난 2020년 6월부터 12월까지 약평원에서 1차 연구를 할 때에는 병원약사 중심으로 설계됐다. 2021년 10월 약사회 연구용역에서 병원 외에도 지역약사와 산업분야로 확대하게 됐고, 2022년 7월 약교협 연구용역에서 과목과 시행방안을 제시했다. 작년 하반기까지 3차례의 연구용역을 토대로 복지부는 시행 방향성을 검토했고, 결국 지역 약국과 산업약사 분야는 제외하는 방향으로 윤곽을 잡았다. 지난 10년 동안 전문약사를 운영해온 병원약사 중심으로 제도를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복지부가 이 같은 방향성을 약사회와 공유한 시점도 이미 지난해 말이다. 결국 3년 동안 연구하고 밑그림을 완성했지만 의사단체 반발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전문자격제도는 전문의 외에도 간호사와 한의사, 치과의사들도 운영하고 있다. 전문의 외에는 전문자격에 대한 별도 수가가 책정되지 않아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은 나오지만, 보건의료 직역에서 전문성 강화를 위한 노력과 제도적 뒷받침은 특별한 시도가 아니라는 점이다. 3년 동안 전문약사제도 도입에 대한 필요성과 공감대가 달라진 것도 아니다. 물론 정부와 타 직능단체에 대한 약사단체의 대외적 역량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복지부는 의사단체 반발에 눈치보기를 그만하고 3년 간 준비해왔던 결과물을 보여줄 때다.2023-01-15 17:57:06정흥준 -
[기자의 눈] 제약바이오혁신위 기억하시죠?[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2년차를 맞았다. 윤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공약을 제시했다. 그중 첫 번째가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를 설치한다는 것이었다. 그의 공약에 제약바이오업계가 들떴다. 파편화된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지원 사업을 총괄하는 조직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이름이 무엇이든 이 산업을 지휘할 컨트롤타워 마련은 제약바이오업계의 숙원 중 하나였다. 그러나 취임 2년차를 맞이한 지금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는 여전히 공약집 속 한 줄로만 남은 상태다. 컨트롤타워 설치에 대한 제약바이오업계의 기대감은 점차 회의감으로 바뀌어가는 중이다. 딱히 여야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공약도 아니다. 작년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이 위원회의 조속한 설치를 촉구했다.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은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 격상을 골자로 하는 '제약산업 육성·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러나 국회가 공전(空轉)하면서 윤 대통령의 첫 번째 제약바이오산업 육성 공약도 헛도는 모습이다. 조규홍 복지부장관이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의 신속 설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복지부만의 힘으론 태부족이다. 당장 올해도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파편화된 제약바이오산업 육성 사업이 제각각 진행될 전망이다. 다른 공약도 아쉽긴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게 '메가펀드' 조성이다. 그나마 메가펀드의 경우 발을 떼긴 했다. 작년 8월 윤 대통령은 국산 신약·백신 개발을 위해 5000억원 규모의 메가펀드를 조성한다고 직접 밝힌 바 있다. 정부와 국책은행이 각 1000억원씩을 지원하고, 국내외 민간투자금 3000억원을 확보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올해 말까지 5000억원을 추가해 총 1조원 규모의 메가펀드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작년 말까지 목표로 했던 5000억원을 실제로 조성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올해 추가로 5000억원을 더 확보해야 약속했던 1조원 메가펀드 조성이 가능해지는데, 어떤 방식으로 민간 투자자들을 유치할지도 알려진 바가 없다. 가뜩이나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이라 민간 투자자 유치에 대한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현재까지 상황만 보면 '메가(mega)펀드'라기보다 '킬로(kilo)펀드'에 가까운 상황이다. 제약바이오산업과 관련한 윤 대통령의 제1·제2 공약이 헛돌고 있다. 결자해지의 자세가 필요하다. 공약을 제시한 당사자가 직접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래야 헛돌던 공약이 제자리를 찾아 들어갈 수 있다.2023-01-13 06:17:14김진구 -
[기자의 눈] 사공 많은 비대면진료, 세부 논의 서둘러야[데일리팜=이정환 기자] 비대면진료는 수 년째 의약계 최대 화두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새해 업무보고 직후 비대면진료 정식 도입을 위해 유관 직능단체들과 본격적으로 협의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상황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의료계는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위한 의사 목소리를 담은 정책안을 제출하며 제도화에 힘을 보태는 듯 싶더니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논의하기로 한 의정협의를 근거로 논의 시점을 늦춰야 한다는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약사회는 구체적인 비대면진료 정책 건의안을 확정하지 못한 채, 한시적 비대면진료를 폐지해 대면진료 시스템으로 회귀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반복하는 모습이다. 병원계와 산업계는 비대면진료를 더 이상 거부할 수 없는 미래 의학이자 국민 편의와 진료 수단 확장을 위해 발 빠르게 도입해야 한다며 제도화 속도를 높여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의료계와 약사회, 병원계, 산업계가 서로 다른 입장을 고수하며 비대면진료를 각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고군분투 노력하고 있는 셈이다. 오랜 기간 대면진료 시스템이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우리나라에서 새롭고 과감한 도전인 비대면진료를 정책으로 녹여내야 하는 의무를 짊어진 복지부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복지부가 지금까지 보여준 비대면진료 관련 제도화 행정은 다소 아쉽다. 복지부는 비대면진료를 초진을 받은 의료취약자를 대상으로 상시적 관리가 필요한 질환에 대해 일차의료기관 중심의 정책으로 제도화하겠다는 입장을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다. 유관단체와 비대면진료 전문가들이 단편적인 논의를 넘어 보다 정밀하고 구체적인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는 요구를 하고 있는 데 반해 지난해와 똑같은 입장을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확실하고 구체적인 신호를 주지 않는 만큼 유관 업계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위해 의료계, 병원계, 약사회, 플랫폼 등 산업계, 시민단체의 각자 주장을 수렴하기 위한 창구부터 마련해야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유관 직능이 무조건적 반대를 하고 있다면 복지부는 그 반대 이유가 과연 타당한지 판단하는 동시에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멈출 수 없는 사회적, 행정적 배경을 확실히 밝혀야 한다. 아울러 비대면진료 체계를 일차의료기관까지만 허용할지, 병원급 이상으로 적용할지를 기본으로 비대면진료로 뒤따르게 될 약배송 문제는 어떻게 정책을 만들어 갈지를 결정하기 위한 적극적인 의견수렴에 나서야 한다. 필수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비대면진료를 도구로 쓰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반복하는 것은 의약계와 산업계, 사회 혼란을 해소하는 데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미 시민들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비대면진료 제도화 관련 각계 갈등에 불편과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상태다. 정작 비대면진료를 이용하게 될 주체는 자신인데 공급자와 중개자에 해당하는 의약계, 산업계가 저마다 다른 주장을 펴고 복지부는 그때마다 땜질식으로 답변하기 급급해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비대면진료 입법안 마련 토론회에서 만난 복지부 관계자는 "모든 비대면진료 관련 정책은 복지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게 없다. 발의된 법안이나 추가로 나올 법안을 토대로 의약계와 산업계, 의료소비자 협의가 필요하다. 최대한 빨리 논의될 수 있도록 협의에 속도를 내겠다"고 설명했다. 조규홍 장관이 새해 업무보고에서 연내 비대면진료 제도화 의지를 명확히 한 만큼 이른 시일 내 복지부가 의료계, 약사회, 산업계, 시민단체 정책건의를 수용하기 위한 협의체 운영에 나서야 할 때다.2023-01-12 16:22:47이정환 -
[기고] 이젠 건보공단에 특사경 부여해야지난해 12월 8일 윤석열 정부는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방안 및 필수의료 지원 대책' 공청회에서 부당청구, 불법개설기관, 1회용주사기 재사용 신고 등 건강보험 재정 누수 점검과 비급여 관리 강화를 발표하였다. 또한 그 달 22일 제25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을 주목하며, 불법개설기관 및 부당청구 관리강화를 위한 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경찰권(이하 '특사경') 을 부여하겠다고 하였다. 공단 특사경 부여 법안은 민주당 의원들의 발의 하였고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하였으니, 여야 합의로 이 법이 통과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불법개설기관은 비의료인(비약사)이 의사·약사 면허 또는 법인 명의를 대여하여 개설·운영하는 의료기관이나 약국을 말한다. 특히 불법개설기관은 오로지 개인의 이익을 추구할 뿐 국민의 생명, 안전, 건강은 뒷전이고 국민이 낸 보험료를 눈 먼 돈으로 인식하여 보험재정 누수의 심각성을 초래하고 있다. 이로 인한 피해액은 3조3270억원(1670기관)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나 환수율은 6.5%에 불과하다. 지난 2018년 사망자 47명과 부상자 145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밀양 세종병원이 전형적인 사무장병원 사례이다. 해당 병원 행정이사는 자신들이 운영하는 장례식장에 시신을 유치하기 위해 간호사들에게 환자의 인공호흡기 산소 투입량을 줄이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대다수의 불법개설기관은 수익 증대에만 몰두하여 특정 의약품 처방을 유도하거나 항생제·수면제 과다 처방 등 의약품 오남용이 발생하고 일회용품 재사용으로 2차 감염이 발생하여 국민의 생명과 건강권 침해로 특사경 부여는 신속히 조치해야 할 긴급 사안이다. 또한 면허대여약국(이하 면대약국)을 개설 운영하면서 약국 매출 저조로 면허 대여를 중단하려는 약사에게 살해 협박 사례가 발생하였고, 약사 명의로 대출을 받아 경제적인 속박을 하며 면대약국을 지속 운영하는 등 의료계 및 약·업계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불법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처럼 불법개설 사무장병원·약국은 복지부와 공단의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수단과 방법이 점차 고도화·지능화 되어 근절이 쉽지 않다. 의료시장 질서 파괴의 주범으로 과잉 진료, 값 비싼 진료로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는 등 의료계가 황폐해질 지경이다. 그럼에도 일선 수사기관의 경우, 보건의료 전문 수사 인력이 부족하여 사회적 이슈 사건을 우선시한 나머지 보건사건의 수사 기간은 평균 11개월로 장시간 소요되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약 연간 2000억원 재정 누수를 차단하고 채권의 조기 확보로 재산 은닉 및 사해행위 최소화에 따른 징수율 제고와 불법개설기관 신규 진입 억제 및 자진 퇴출을 하도록 하는 경찰효과를 가져오기 위해서 건강보험급여 관리·지급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 직원에게 사무장병원·약국 불법 개설 범죄에 대한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여야 한다. 건강보험 재정 누수와 국민의 생명, 건강권, 안전을 지키기 위해 여야는 여전히 계류 중인 관련법을 신속하게 처리하기를 촉구한다.2023-01-12 10:34:05유재길 연구원장 -
[모연화의 관점] '고작?' 읽을 수 있다고 아는 건 아닌데(16)약의 용법과 용량을 정확히 아는 것은, 치료 결과에 매우 큰 영향을 준다. 이에, 약사들은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활용해 환자들에게 용량과 용법을 설명한다. 가령, 복약 안내문은 기본이요, 손글씨로 정성스레 적어주거나, 세세한 라벨을 붙여주거나, 손가락을 활용해 하루 몇 번인지를 강조하는 노력 등을 하며 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용법과 용량을 설명하는 커뮤니케이션은 '고작'이라는 이름으로 프레임돼 왔다. "약국에 가면, '고작' 하루 몇 번 먹으라는 이야기밖에 안 해요."라는 식이 대표적이다. 그래서인가,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약사의 용법, 용량 복약지도를 잘 듣지 않는다. 매번, '그냥 하루, 세 번 식후 30분이겠지'라고 미루어 짐작하는 듯하다. 그 결과 약국 현장에서는 용법, 용량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생기는 사고들이 곧잘 목격된다. 예를 들어, 신종플루에 사용하는 타미플루는 하루 2번(12시간 간격) 5일간 복용 용법이다. 그래서 딱 10캡슐의 약이 처방, 조제된다. 그런데, "아니, 약이 5일분이라고 했는데, 왜 3일 먹었는데, 약이 없냐?"라는 항의 전화가 종종 약국으로 걸려 온다. 이런 경우, 약사들은 약을 하루, 몇 번 드셨냐고 물어본다. 대다수 하루 3번이라는 답을 받는다. 분명히 하루 2번이라고 설명했는데도 말이다. 강의할 때는, 상대가 해석한 내용까지 책임을 지려는 자세가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이끄는 전문가에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저런 상황을 맞닥뜨릴 때면, ‘에이, 약사 말 좀 잘 들어주지’라는 야속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약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가는 약사의 복약지도 중 기본이다. 흔히들, 약봉투에 적혀 있는데? 라고 하지만, 읽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다르다. 일례로, 병원 투약구에서 근무하던 당시, 스멕타를 처방받은 한 어르신께 복약지도를 하면서, ‘공복’에 드시라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한참 후 한가해진 투약구에 그분이 다시 오셨다. 약을 받을 때마다 궁금했는데, 공복이 대체 언제냐고 물으셨다. 본인은 하루에 두 끼, 오전 11시와 오후 6시에만 식사를 하는데 하루, 세 번, 공복을 어떻게 챙기면 좋겠냐고 말이다. 그래서 공복은 속이 비어있는 시간으로, 보통 식전 1시간 / 식후 2시간 정도를 의미한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약을 챙겨 먹기 편한 시간을 체크하고, 오전 10시, 오후 2시, 주무시기 전 이렇게 세 번을 드시면 어떨까요? 라고 제안했다. 더불어, 변이 무르지 않는 단계가 오면 횟수를 줄이시라고 말씀드렸다. 짧은 문장이지만 공복의 정의, 용량/용법 조정을 통해 고도로 맞춤화된 대면 서비스(highly tailored, in-person services)를 제공한 셈이다. 실상, 공복이라는 용어를 읽지 못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다. 그런데 우리나라 언어는 읽기 쉬움으로 인해, 읽었으니 알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만든다. 그래서 읽을 수 있는 능력과 이해하고, 생각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다름에 기반을 둔, 리터러시(문해력) 교육이 점차 강조되는 추세다. 헬스리터러시는 개인이 건강 정보 용어를 이해하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이다. 건강 정보는 의약품 메시지, 질병 메시지, 의학 관련 단어, 건강 관련 정보의 수치 등을 포함한다. 헬스리터러시는 자율적인 건강 관리 및 의료 서비스 활용에 필요하며, 의약품 정보 공개 이후, 개인의 건강 결과와 밀접한 관계를 보인다. 구체적으로 헬스리터러시가 높은 사람은 의료 정보, 전문가의 조언, 약의 용법/용량 등 건강 정보에 대한 이해와 참여에 대한 동기가 높아 건강 결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낮은 헬스리터러시는 건강 결과에 부정적인 영향, 구체적으로 높은 입원율, 높은 응급실 방문율, 높은 사망률, 높은 의료비, 낮은 유방암 검사율, 낮은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률, 적절한 의약품을 복용하기 어려워하는 것에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맥락에서 국제 헬스리터러시 아카데미(Global Health Literacy Academy) 창립자인 크리스틴 쇠렌센(Kristine Sørensen)과 의료 연구가이자 의사인 데이비드 베이커(David W. Baker)는 공공의 건강을 위해 헬스리터러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환자와 보건 전문가들 간의 질의응답 커뮤니케이션은 헬스리터러시를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학습에는 질문과 답을 주고받는 것, 만한 게 없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약사의 설명에 관한 생각 전환이 필요하다. 앞서 예시로 든 ‘공복’ 상황처럼 말이다. 고작’ 용법이 뭐가 중요해. ‘고작’ 용량이 뭐가 중요해, ‘고작’ 하루에 몇 번이 별거냐는 프레임을 바꾸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용법은 무척 중요하고, 적혀진 의미는 사람마다 맞춤형으로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 일례로, 어떤 약은 식후라 적혀 있지만, 약사에게 질문해 보면 빈속에 먹어도 큰 무리가 없는 약이 있고, 어떤 약은 공복에 먹는 것이 가장 약효가 좋은데, 식습관에 따라 공복의 정의는 달라질 수 있다. 또 어떤 약은 반드시 식 직후에 먹어야 하거나, 어떤 약은 식사 중간에 먹어야 하는데 이 또한 개인의 식사 루틴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 용량 또한 마찬가지다. 용량은 남용과 오용을 예방하는 굉장히 중요한 정보이다. 하루에 한 번 먹어야 하는 혈압약을 세 번 먹으면 큰일을 치를 수 있고, 두 번 먹어야 하는 약을 세 번 먹으면 부작용만 커질 수 있으며, 두 알씩 먹어야 하는데 한 알씩 먹게 되면,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아이에게 시럽을 먹여야 할 때, ml를 잘 못 읽는다면, 엉뚱한 용량을 투여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약사에게 질문하면 대다수 약사가 시럽병에 줄을 그어주거나, 주사기를 활용하는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용량을 이해시키고자 한다. 종합하자면, 헬스리터러시는 환자 중심 약료를 끌어가는 개념이다. 치료 과정 혹은 치료 결정 과정에서 [개인의 건강 정보 이해 능력]은 올바른 판단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러한 헬스리터러시는 설명 듣기로 점철된 전문가와의 커뮤니케이션 형태가 묻고 질문하는 상호작용 형태로 전환될 때, 높아질 수 있다. 이에,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약을 먹게 하려는 약사의 루틴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 복약상담이란 '용량, 용법;이라는 기본에서 시작해 깊이를 더해가는 거라는 걸 기억하며 말이다.2023-01-11 19:53:04데일리팜 -
[데스크시선] 화투기, 약사와 타협할 수있을까[데일리팜=김정주 기자] 화상투약기 약국 시범운영에 대한 실질적인 내용을 담은 사업설명회가 최근 업체 측 주도로 열렸다. 내달 본격화 할 화투기 약국 보급·설치·운영 전반에 대해 설명하는 이 자리에 일선 약사 70명 가량이 참석했다. 약국 10곳에 기계를 설치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코 관심이 작다고 할 순 없을 것이다. 설명회를 지켜보면서 문득 타협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이 사업은 약국 화투기가 과연 업체와 약국, 환자의 이익에 모두 부합하는지 실제 설치·운영해 따져보자는 취지의 시범적 사업인데, 관점에 따라 이 단어의 말 의미를 납작하게, 또는 입체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그리고 민간 보건기관인 약국의 특성상 화투기 시범사업은 결국 기계·시설 공급자인 업체와 의약품 공급자인 약국에는 수익과 비용효율성을, 환자와 국민엔 접근성과 편의성을 실제 평가의 핵심으로 삼을 것이다. 여기다 정부의 국정철학이 공공성과 안전성보다는 시장성과 편의성에 무게를 둔다면, 또 그것이 보건의료 분야에 산업기술이 접목되는 것이라면 평가의 무게추는 더욱 자본이 강조하는 효율성에 쏠릴 수밖에 없다. 철저하게 시장과 자본 관점에서 앞으로의 사업 전개를 생각할 때 채 가시지 않는 의문이 있었다. 먼저 통계 왜곡이다. 약제 자체에 대한 환자 부작용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접수되더라도 환자 본인의 상태와 대상 약물이 명확하기 때문에 문제될 건 없다. 그러나 화투기 판매 약과 대면 판매 약 부작용은 사실상 가름마 짓듯 구획하기 어려울 것이다. 부작용 접수 과정에서 환자 증언에 따라 오류나 착오가 생길 가능성, 오접수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날카로워야 할 데이터가 뭉툭해지면서, 약사-환자 간 유대·신뢰 형성처럼 현장에서만 알 수 있는 특이성은 철저하게 무시당하게 되고 비교·대조 범위도 축소된다. 의도에 따라 자칫 통계가 왜곡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 하나는 수익성에 대한 관점이다. 기술이 발전하면 항상 따라오는 자본 논리는 결국 인건비나 투자 대비 효용성이다. 어느 영역에서나 일어나듯 최후에 가서는 수익을 극대화 할 창구를 찾기 마련이고 그것을 '블루오션'이냐 '레드오션'이냐로 구분짓기도 한다. 지금 산업계에서 약국에 화투기를 설치해 더 나은 수익 활로를 모색하려고 하듯, 향후 약사 인건비 상승 문제 등 비용에 대한 간극이 커질 경우 법개정 또는 손 쉬운 정책 조정만으로도 버스터미널이나 기차역, 휴게소 등 거점 특성에 맞게 약국 자리를 대체하거나 내용물에 변화를 모색해 시장을 키울 수 있다. AI 등 기술 발전에 따라 약사 상담 인건비를 되도록 줄이려는 시도도 상식 선상에서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이익'을 바라보는 입법기관의 관점과 의지, 철학에 따라 제도는 언제든지 조정·개편이 가능하고 방향성을 달리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사업 성과에 따라 약사들의 시각도 일부 간극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수익이 높으면 약국에서 '부업'으로 인식될 수 있고, 낮으면 '돈만 들어갔다'며 철저한 경제논리에 매몰돼 신념처럼 지켜온 투약 안전성과 약 취급에 대한 명분은 겉돌거나 묻힐 지 모른다. 그렇다면 약사들은 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스스로의 직능을 놓고 과연 화투기, 그리고 산업 자본과 타협할 수 있을까? 시범사업을 코 앞에 두고 시장과 산업 관점에 맞춰 바라본 생각이다.2023-01-10 22:27:45김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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