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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인보사로 본 식약처의 환골탈태 교훈[데일리팜=정새임 기자] 지난 19일은 '인보사의 날'이라 볼 수 있을 정도로 핵심 재판 결과가 연이어 나왔다. 인보사 사태가 터진지 약 2년 만이다. 결과는 코오롱생명과학의 1승 1패로 요약할 수 있다. 회사 임원들은 허가 심사 자료에서 '고의적'으로 인보사 성분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벗었다. 하지만 인보사의 품목허가 취소 처분은 막지 못했다. 고의였든 아니든 허가 서류에 핵심 성분이 잘못 적혀있었다면 직권취소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천명한 '무관용 원칙'과도 궤를 같이한다.하지만 식약처 역시 그야말로 '팩폭'을 맞았다. 이번 판결에서 식약처의 부실 심사도 함께 지적됐기 때문이다. 이날 재판부는 코오롱생명과학 임원에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근거로 식약처의 검증 부족을 꼽았다. 즉, 회사의 '조작'을 논하기 전에 규제기관인 식약처가 심사관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했느냐는 의문을 던진 것이다.재판부는 "임원들이 누드마우스 시험결과를 삭제지시하며 식약처 심사업무에 오인을 유발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식약처가 인보사 정보를 파악하는데 충실한 심사를 다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만큼 증명됐다 보기 어렵다. 품목허가 및 개발 초기 과정에서 식약처 검증이 부족한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현 대법원 판례에서도 행정관청이 제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채 제조사가 제출한 소명자료를 그대로 믿고 처분했다면 위계공무집행방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식약처의 의약품 허가 심사 능력에 대한 의문은 끊임없이 존재했다. 전문성과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더 이상 거론하기 민망할 지경이다. 심사 건수는 늘어나는데 인력은 정원에 못미치니 심사에 구멍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결국 식약처 스스로 안고 있던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더 문제로 보이는 지점은 식약처가 대외적 분위기에 쉽게 흔들리는 대목이다. 과학적 판단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식약처가 국회나 정부 기조, 여론에 좌지우지된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특히나 국내 기업의 경우, '버프'를 받으면 신속히 허가를 받다가도 그 반대의 상황에선 한 순간에 허가 취소 등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 아니면 도' 상황을 겪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20년 이상 미국 식품의약국(FDA) 심사관으로 일했던 모 전문가는 과거 기자와의 만남에서 '모든 약물은 클리니컬 사이언스에 근거해 리스크 대비 베네핏을 따져야 하는 것이 기본인데, 우리나라 식약처는 이러한 과학적 판단보다 정무적 판단이 더 많다'고 지적한 바 있다.물론 식약처가 처한 상황도 충분히 이해된다. 전문가 채용의 어려움, 예산 부족,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 등 식약처도 쉽지않은 숙제를 안고 있다. 식약청에서 식약처로 지위가 격상됐다고 모든 전문성과 능력이 한순간에 급상승하는건 아니다. 산업의 발전과 신기술,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팬데믹에 맞춰 식약처는 서서히 개선되는 중이다.그렇지만 적어도 식약처가 무관용 원칙을 내세우려면, 스스로도 떳떳한 위치에 올라서야 하지 않을까. 능력이 부족한 리더가 엄벌만 내린다면 신뢰를 얻기 힘들다. 재판부의 '팩폭'을 뼈아프게 받아들여 주체적이고 합리적인 식약처로 거듭나길 바란다.2021-02-22 06:14:33정새임 -
[칼럼] 조건부 허가제도 의의와 숙제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에 대한 조건부 허가로 팬데믹(pandemic) 해소를 위한 첫 장이 열린 듯하다. 물론 임상시험 결과에 대한 논란, 고령자 접종, 치료제 사용 환자군의 제한이나 백신 물량 부족으로 인해 단기간에 코로나–19 퇴치를 기대하기는 어렵겠으나, 적어도 감염확산 방지, 중증환자로의 이환율 감소와 같은 긍정적인 효과를 시작으로 국민에게 작은 희망이 싹틀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고 충분히 평가할 수 있다.이번 치료제 등의 허가는 조건부 허가가 어떻게 긍정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에 해당한다. 조건부 허가제도는 생명을 위협하거나 중대한 질병의 치료, 긴박한 상황에서 2상 임상시험 결과만으로 우선 의약품 허가를 내어준 뒤 3상 임상시험 결과에 따라 허가 유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미국 FDA의 패스트트랙 중 신속 심사(Accelerated Approval)와 매우 유사한 제도인 조건부 허가제도가 다양한 의약품 분야에서 도입된 후 많은 국내 개발자들은 2상 임상시험 결과만으로 의약품 허가를 받기 원하고 있는데, 이는 의약품 조기 판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환자들의 이익과 회사 가치의 상승 등 다양한 욕구에서 기인한다. 세포치료제나 항암제 등을 개발하는 회사들이 신속 심사를 많이 신청하는 것도 특정 질환의 중등도나 치료방법의 유무, 기존 치료법의 효용성이나 환자들의 불편함 등을 고려한 것이다.그런데 조건부 허가는 기본적으로 3상, 즉 의약품의 유효성에 대한 확증 없이 2상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유효성 탐색만으로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므로 적어도 최소한의 의약품 유효성에 대한 추정이 가능해야 하고, 이를 위해 조건부 허가를 염두에 둔 잘 설계된 임상시험이 시행될 필요가 있다.미 FDA는 특정 의약품의 패스트트랙 지정 이후 심사관들과의 잦은 미팅을 통해 의견을 교환하며 임상시험을 기획하도록 안내하고 있으며, 우리 식약처 역시 임상시험 기획 단계에서부터 개발자와 행정청이 면밀히 협의하고 3상과 매우 유사한 수준의 조건부 허가용 임상시험을 설계하여 승인을 받는 등 최대한 미리 계획한 조건부 허가를 위한 일정 및 임상시험을 기준으로 절차를 진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기도 하다.이는 아무리 중대한 질병이라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유효성에 대한 확신 없이 의약품을 허가하여 환자들에게 무의미한 치료가 시행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또한 시작 단계부터 조건부 허가를 염두에 두지 않은 2상 임상시험 결과를 조건부 허가를 위해 이용하는 과정에서의 인위적인 개입 가능성 등을 차단하여 임상시험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 역시 조건부 허가에 대한 엄격한 통제를 하는 중요한 원인이다.의약품 개발자들에 대한 조건부 허가제도가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는 몰라도, 신속 심사제도는 3상에 준하는 수준으로 설계된 임상시험을 통해, 적어도 의약품의 유효성에 대한 확실한 추정이 가능한 경우에 가능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질병의 중등도나 치료의 시급성을 이유로 적절한 대리평가변수를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임상시험 설계 자체가 3상의 형태와 다르다거나, 유효성 추정이 어려운 평가변수를 사용한 임상시험 결과를 가지고 조건부 허가를 내어달라고 하는 것은 결코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이다.이번 코로나-19 관련 조건부 허가 의약품 역시 개발 단계에서부터 조건부 허가를 염두에 두고 행정청과의 긴밀한 협조가 이루어졌고, 최소한의 의약품의 유효성에 대한 탐색을 통해 3상 임상시험에서 유효성 확증이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이 내려진 것이며, 이와 함께 일반적인 질병과 달리 감염병은 환자 치료를 통해 확산 방지를 기대 가능한 특수한 상황이 반영되었음을 주목해야 한다.향후 조건부 허가와 관련한 분쟁 예방을 위해서라도, 제도 자체의 정비도 반드시 필요하다. 작년 국정감사에서 조건부 허가를 받은 품목 중 일부는 생산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이 밝혀지기도 했고, 아직도 실무상 중증 비가역, 생명 위협과 같은 요건에 대한 가치판단에 혼란이 있기도 한 상황이다. 이는 결국 의약품 개발 초기단계부터 개발자와 식약처가 함께 발을 맞추어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을 통해 해결해야 하며, 허가 담당 인력들의 민간에 대한 폭넓은 지원이 필수적이다.물론 의약품 허가라는 가치판단을 위한 기준을 일률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결코 가능하지는 않지만,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을 예상할 수 있는 의약품이라면 엄격한 부작용 보고 체계 및 3상 임상시험에 대한 면밀한 확인을 전제로 조건부 허가를 내어주지 않을 이유는 없지 않을까. 주요 중증 질병들에 대한 의약품 개발 패러다임 자체가 조건부 허가를 1차 목표로 하는 것으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조건부 허가는 개인 및 특정 의료기관만을 대상으로 하는 치료목적 사용승인 예방보다 국민보건에 좀 더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할 수 있다. 향후 국내에서도 좀 더 획기적인 의약품 개발이 이루어지고 조건부 허가를 통해 많은 환자들의 삶이 건강해지길 바란다.2021-02-22 06:10:56데일리팜 -
[칼럼] 디지털약국시대, 약사사회 비전은 무엇인가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로 연결성이 극대화 되는 산업환경의 변화를 의미하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는 하버드대 교수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이 사용하기 시작했고 2016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본격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했다.정확한 4차 산업혁명의 정의가 무엇인지 사람들마다 해석의 차이가 있겠지만 로봇, 인공지능, 데이터분석 기술과 인터넷의 급속한 발전은 우리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보건의료등 모든 일상에 더욱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이러한 변화의 물결은 전세계적으로 2021년 2월기준 1억 1천만명을 감염시키고 약 240만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코로나바이러스(COVID-19) 의 출현으로 더욱 더 가속화 되고 있다. 2020년 코로나로 인한 영향을 분석한 세계은행(World Bank)의 보고서에 따르면 추가로 증가된 극심한 빈곤층이 1억명 내외이며, 1990년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업의 구조조정 및 디지털기술의 적극적 활용, 보건의료비용의 증가, 교육과 데이터접근성 양극화, 그리고 인류의 식량수급까지 모든 일상에 영향을 줬다고 나타났다.기존에 가지고 있던 기술과 아이디어는 코로나가 가져다 준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더욱 더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계기가 됐고 이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우리의 생각보다 폭풍우처럼 빠르게 다가오는 상황이 됐다. 이제 온라인을 통한 교육과 쇼핑은 일상이 됐으며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맞춤형 서비스는 음식, 문화, 교통 등 일상의 소비활동뿐만 아니라 보건의료 및 약료의 영역까지 진출하고 있다.이러한 변화된 환경에서 약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약사는 어떠한 가치를 사회에 전달해야 하는가? 이에 대한 답변을 위해서는 약사 사회가 어떠한 비전(vision)을 가지고 있는지 질문해 보아야 할 것이다.비전(Vision)과 미션(Mission) 의 정의에 대한 해석이나 둘 중 어떤 것이 중요하다거나 상위개념인가에 대한 의견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고 이와 관련하여 핵심역량이나 핵심가치에 대한 이해가 필요가 있을 수 있으나, 비전(Vision)을 ‘미래에 되고 싶은 조직의 모습과 방향에 대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은 크게 무리가 없으리라 생각된다.캐나다 브리티쉬컬럼비아주(British Columbia) 약사회의 비전은 ‘약국의 탁월한 서비스를 통한 국민건강증진(Better health through excellence in pharmacy)’ 으로 정의돼 있으며 영국약사회의 경우 ‘의약품의 안전하고 효과적인 사용에 있어서 세계적 리더가 되는 것(To become the world leader in the safe and effective use of medicine)’ 으로 정의돼 있다.싱가포르 약사회는 ‘싱가포르 약사가 세계최고의 약사가 되도록 전문적 역량과기준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것(To continually improve professional competencies and standards of registered pharmacists to be the best in the world)’ 으로 발표했고, 대한약국학회는 ‘국민건강 최적화를 위하여 약국의 사회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향상시킨다(Enhance the social value of community pharmacy for optimizing public health)’ 는 비전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비전은 그 임무가 유사한 조직이라 할 지라도 그 조직이 처한 상황, 문화, 역사 등에 따라 서로 다를 수 있으나 일단 결정된 비전(Vision)은 쉽사리 바뀌지 않아야 한다. 그렇기에 비전을 설정하고 이를 확산하고 공유하는 실행의 과정은 모든 구성원이 참여해야 하며, 이는 생각보다 시간과 노력,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드는 과정이다.그렇다면 왜 비전 설정이 중요한가? 첫째, 모든 구성원들에게 우리가 가야할 방향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려줌으로써 구성원들의 집중도를 높여 원하는 목표를 효율적을 달성하게 할 수 있다. 둘째, 조직이 효율적이며 효과적인 의사결정 과정이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셋째, 제한된 여러가지 조직내의 인적, 물적자원등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우선순위 결정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넷째, 비전에 대한 긍정적 동의를 통하여 조직내 구성원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다. 마지막으로 비전은 미션(Mission)과 함께 향기와 문화가 있는 조직으로 성장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합의되고 공유된 비전이 없는 집단은 되고 싶은 미래의 모습 자체를 스케치 하지 않은 것과 다르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 및 세계약사연맹(FIP)에서 주장하는 약사의 역할은 ‘근거중심(Evidence-based)으로 약물을 적절하게 사용하고 그 사용에 따른 위험으로부터 공공을 보호하는 것’으로 정의한다.코로나와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휘몰아치고 있는 지금, 약사 사회는 비전을 점검하고 이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과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2021-02-21 18:39:46데일리팜 -
[칼럼] 코로나 시대 '뉴노멀'이 원하는 약사불확실한 시대라고 모두가 말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소용돌이와 함께 불확실은 일상이 됐다. 감염병 위기와 더불어 인간을 저만치 앞서나가는 인공지능과 인간이 남김없이 파먹고 있는 지구의 기후 위기 등 불확실을 확실하게 예견해 주는 어젠다가 차고 넘친다.가까워서 더 두려운 미래 사회에도 약사의 존재 가치가 지금과 같을까. 주어진 하루를 그 어느 날과 똑같이 성실하게 보내도 문득 불안한 마음이 한편에 자리한다. ‘4차 산업과 약사’, ‘포스트 코로나와 약사’라는 약대 입시 면접장에서나 마주할 것 같은 질문이 일상의 물음표로 떠다닌다.마음을 어둡게 하는 질문들을 뒤로하고 책을 펼쳤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로 국내에 잘 알려진 일본 작가 야마구치 쇼와 동료 교수 구노스키 켄의 대담집 『일을 잘한다는 것』 (둘의 본업은 경영이다.)에서 어두운 마음에 불을 켜는 문장들을 발견했다.예측 불가능한 시대에서 소위 말하는 ‘뉴노멀’이 원하는 것은 기술과 감각의 조화라고 일본의 두 경영 대가는 말하고 있다. 정답이 없고 흑백을 나눌 수 없는 문제들 속에서, 일을 잘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특징은 기술과 지식을 현실 세계로 구현하는 ‘감각’이라는 것이다.2022년부터 전국 37개 약학대학 중 강원대, 부산대, 충남대를 제외한 34개교가 통합 6년제로 전환을 확정했다. 한국약학교육협의회는 통합 6년제 교육과정에 실험실습을 확대하고 임상실무실습 교육을 강화하며, 말하기와 글쓰기, 공감과 소통, 심리학, 헬스 커뮤니케이션과 같은 교과목을 추가한다고 발표했다.학교에서 배우고 익혔던 많은 것들은 약사로서 마땅히 갖춰야 할 지식이다. 생리학적 이해, 병태적 관계, 약물학적 원리와 같은 지식이 없다면 약사로 일할 수 없다. 그러나 학교를 떠나 약사로 살아가는 사회는 환자의 감정까지 마주해야 하는 현장, 다른 의료인과 원활히 소통해야 하는 상황, 역학관계 파악과 건설적 인간관계를 구축해야 하는 조직생활 등 지식보다 감각이 더 중요해지는 곳이다. 기술과 감각의 균형을 요구받는 시대에서 약대 교육을 과학을 넘어 인문학 영역으로 확장하는 것은 시대 요구의 반영이다.감각을 키우는 훈련은 지식을 축적하는 과정과 전혀 다른 양상이다. 지식과 달리 감각은 배움의 정도를 수치로 표현할 수 없고 척도화하기 대단히 어렵다. 교과서와 강의보다 경험과 훈련이 중요한 영역이기도 하다. 경험을 예로 들자면 ‘건강의 결정요인’에 대해 교과서에서 사회적, 경제적 요인이 보건 의료적 특성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줄을 그어가며 외우고 배웠어도 쪽방촌 봉사활동으로 직시하게 되는 ‘약사와 약’에 대한 무력감이 100배는 더 충격적으로 각인됐다.‘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창한 수식어의 미래와 ‘포스트 코로나’라는 예측불허 혼란 앞에 약사가 더 많은 지식, 더 고도화된 기술을 지니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살아남기에 올바른 전략도 아니어 보인다. 질병에 대한 병태생리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타인의 고통과 아픔에 대해 보다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는 감수성을 갖추는 것은 어떨까. 복약순응도가 낮은 어르신에게 약물학적 지식을 나열하는 것보다 어르신의 현재 생활상태와 가족과의 관계에 대해 자연스럽게 질문하는 것이 어떤 상황에서는 문제 해결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을 감각적으로 인지하는 약사가 답이 될 수 있다.약사 사회는 언제나 그 시대의 변화 속에서 약사의 역할을 강화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금 세대는 그 어떤 세대보다 전체 사회가 불확실한 조건에서 스스로 길을 만들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기존과 다른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지니고 있다. 기존에 정립된 기술과 지식만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이런 과제들을 앞에 두고 새롭게 개편하는 약학대학 교육과정이 기술만 머리로 배우는 과정이 아니라 현장과 연결되어 감각을 키우는 훈련이 수반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정수연 대한약사회 정책이사 프로필 숙명여대 약학대학 졸업 강서구약사회 홍보이사 늘픔약사회 운영위원2021-02-21 18:21:48데일리팜 -
[기자의 눈] 공공심야약국과 기재부의 기우[데일리팜=정흥준 기자] 공공심야약국 운영을 위한 약사법 개정안에 기재부는 차라리 편의점 상비약 품목을 늘려보자는 입장이다.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발의한 '심야약국 지정 및 지원' 약사법 개정안 검토보고서에서 기재부는 여전히 계산기만 두드리고 있다.주무부처인 복지부도 법제화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입장을 밝혔지만 기재부는 손사래다.약국에 국고를 지원하려면 제도 도입 시급성·불가피성 등의 측면에서 신중해야 하고, 전문의약품 구입이 불가능한 점 등 실효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따라서 상비약을 늘리는 등 여러 조치를 먼저 취해보자는 것인데, 결국엔 그 편이 더 비용효과적이지 않겠냐는 말로 들린다.작년 홍남기 기재부장관의 ‘편의점 주인’ 발언과 오버랩되는 발언이다. 홍 장관은 국회 질의에서 편의점 주인과 약사를 비교하며 방역물품 무상 공급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공적마스크 공급으로 지친 약사들은 배신감을 느끼며 홍 장관의 발언에 강력 항의했었다. 국가적인 비상상황에서 보건의료인으로서 동참했던 약사들에겐 비수가 되기에 충분했다.무엇보다 약사들은 기재부장관의 발언에 평소 약국과 약사 직능을 보는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며 공분했다.이번 심야약국 법제화에 대한 기재부의 태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국고 지원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다만 약국이 아니면 먼저 24시 편의점에서 팔아보자는 식의 접근 방식은 ‘편의점 주인’ 발언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않았다.안전한 의약품 복용으로 얻게 되는 사회적 비용, 국민들이 심야시간에도 더 나은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환경 등에 기재부가 관심을 갖지 못하는 이유다.당장의 수익성은 없지만 결국엔 장기적으로 사회적 비용이 절감될 수 있는 사업들엔 기재부가 말하는 ‘실효성’ 외의 것들까지를 고민해야 한다.점점 더 많은 지자체들이 심야약국 운영을 시작하고 또 운영 약국수를 늘려가는 중이다. 지역 주민들의 요구와 만족도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기재부는 심야약국을 검토할 때 만큼은 실효성에 매몰된 시선을 거둘 필요가 있다.2021-02-18 23:18:03정흥준 -
[기자의 눈] 한약사 문제, 미봉책 아닌 해결책 찾아야[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약사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준 '서초 대형약국 인수' 논란이 일단락됐다.한약사에 인수됐던 약국이 약사에게 재인수되면서 일단 사건이 종결됐다. 하지만 약사, 한약사간 직능 갈등에는 다시 불이 붙었다.'약사법상 허점'으로 인한 약사, 한약사간 직능갈등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대기업이 운영하는 드럭스토어에 한약사가 약국을 개설할 때도, 일반약 매출이 많은 대학가 인근에 한약사가 약국을 개설할 때도 볼륨만 다를 뿐 크고 작은 논란이 이어졌었다.개국약사들이 피부로 느끼는 '내 약국 옆', '지역 내' 한약사 약국 개설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새롭게 개설되는 한약사 약국 이름이 기존 약국과 상당히 유사하거나 심지어는 '한약사 약국 역매품'이라는 이유로 약국에 특정 의약품이 공급되지 않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서울지역 24개 구약사회 정기총회에서 취합된 약국 건의사항 1위도 '한약사'문제였다.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18개구에서 약국·한약국 명칭 구분, 한약사 개설 약국 간판 '한약국 표기' 등 한약사와 관련된 문제가 거론된 셈이다. 일부 구약사회 건의사항에서 거론되기는 했지만 이렇게 75%나 되는 지역약사회에서 한약사 문제가 거론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약사들은 전국적으로도 이와 유사한 사례들이 있고, 이 문제가 단초가 돼 더 많은 개설 사례들이 나올 수 있다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구약사회, 시약사회, 도약사회, 대한약사회는 각각 회원박탈, 약국 양도양수시 면허확인, 회원신고 거부, PIT3000 사용금지 등 초강수를 두고 있다.문제가 발생했던 서초구약사회는 한약사에게 약국을 인수한 약사의 회원 자격을 박탈했다. 구약사회는 약국 인수 문제를 촉발해 약사의 명예를 훼손한 약사에게 서초회원, 명예자문위원, 서울시약사회 대의원 자격을 박탈키로 하고, 서울시약사회와 대한약사회에 제명 요청안을 제출했다. 약사로서 평생을 헌신한 개인에 대한 불명예임에 틀림없다.서울시약사회도 이번 사태를 '약사로서의 자존감을 버리고 동료약사를 배신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약국 매도 시 인수자가 약사인지, 한약사인지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또 저임금과 고용이 용이하다는 이유로 한약사를 근무약사로 고용하는 행위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경기도약사회도 힘을 보탰다. 경기도약사회는 올해부터 한약사가 개설한 약국에 근무하는 약사의 회원신고를 거부하기로 했다. 도약사회는 한약사가 개설한 약국에 근무하는 약사를 면허대여로 간주, 이에 상응하는 강력한 대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화살은 대한약사회를 정조준했다. 약사회가 지금이라도 법 개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고, 당장 하기 어렵다면 대책 마련에 더 강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는 게 민초 약사들의 중의다.약사회도 이번 사태로 대한약사회가 무료 배포한 청구프로그램 PharmIT3000을 불법 사용하고 있는 한약사 개설 약국에 대해 차단 조치를 취했다. 또 PIT3000을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25곳의 한약사 개설 약국에 대해서도 사용중단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한약사를 한의사에 흡수통합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제기됐다. 한약사로 추정되는 청원인은 청와대에 약사법에서 한약사를 분리한 후 한의사로 흡수해 달라는 청원을 제기했다.다양한 방안들이 나오지만 이같은 방안들은 미봉책일 뿐 해결책이 될 수 없다.복지부는 약사와 한약사가 극적인 타결을 이룰 것을 기대하며 직능에만 앞날을 맡겨서는 안된다. 이미 약사와 한약사의 직능갈등에 대한 문제는 수없이 터져왔고 두 직능 간에 타협점을 찾기는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한약사 관련 기사만 해도 상호간에 비방하는 수많은 댓글이 달리고 있고, 기자를 향한 인신공격도 빈번하다. 일부 독자들은 이같은 댓글에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법 개정에 대한 필요는 이미 차고도 넘친다. 이제는 이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때다.2021-02-16 17:33:34강혜경 -
[기자의 눈] AZ백신 '65세 딜레마' 질병청에 쏠린 눈[데일리팜=김진구 기자] 공은 질병관리청으로 넘어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0일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을 최종 허가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65세 이상 접종에 대해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주의사항을 넣었다.영리한 결정이었다. 동시에 질병청은 어려운 결정을 떠안게 됐다. 질병청은 15일 오후 고령층 접종 여부를 포함한 최종 예방접종 계획을 발표한다.정부는 당초 요양병원 입소자와 고령자에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우선 접종케 할 계획이었다. 이 때문에 질병청이 '65세 이상에 권고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릴 경우 전체 계획에 변동이 불가피하다. 반대로 '65세 이상에게도 권고한다'는 결정을 내리면 기존에 발표한 접종계획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65세 이상 유효성 논란에는 각국 정부의 판단이 엇갈리는 상황이다.독일·프랑스·스웨덴·노르웨이·덴마크·네덜란드·스페인 등은 65세 미만에게 권장한다. 이탈리아·벨기에는 55세 미만에게만 권장한다. 이들은 백신의 유효성 근거가 충분치 않다고 보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임상시험 참가자 중 65세 이상은 660명(전체의 7.4%)에 그쳐, 효과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에 충분치 않다는 것이 이들의 판단 배경이다.반면 영국·인도·아르헨티나 등은 모든 연령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권장한다. 세계보건기구(WHO)도 고령층 접종을 권장했다. 백신 접종으로 인한 잠재적 이익이 위험보다 크다는 판단이다. 그러면서 고령층에 대한 백신의 면역반응은 문서로 입증됐으며, 이는 다른 연령과 비슷하다고 했다.질병청 입장에선 대단히 어려운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각각의 논리로 비판받을 수 있다. 그러나 질병청은 어떠한 비판도 의식해선 안 된다. 이럴 때일수록 원칙을 따라야 한다. 기존의 백신 사례에서처럼 안전성과 유효성만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필요하다면 65세 이상에 대한 접종 여부 결정을 영국 등 다른 나라 임상데이터가 나올 때까지 잠시 미루는 것도 방법이다.가장 지양해야 할 것은 정치적 판단이다. 4월로 다가온 재보궐선거를 의식한 결정은 피해야 한다. 계획이 다소 틀어지고 늦어지더라도 근거가 충분치 않은 백신에 모험을 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질병청의 발표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2021-02-15 06:10:46김진구 -
[데스크 시선] 코로나 시대와 제약기업의 역할[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최근 들어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제품 중 하나는 고지혈증복합제 ‘아토젯’이다.한 제약사가 임상시험을 거쳐 아토젯과 동일한 성분의 복합제 개발에 성공했고, 20여개사가 위탁 방식으로 위임제네릭 시장에 뛰어들었다. 위임제네릭은 오리지널 의약품의 포장만 바꾼 제네릭 제품을 말한다.지난달 아토젯의 재심사기간이 만료되자 아토젯을 대조약으로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진행한 제약사들이 무더기로 제네릭 의약품의 허가를 신청했다. 아토젯 제네릭 개발에 뛰어든 업체는 20여곳에 달한다. 아토젯 제네릭 개발 업체 중 일부는 위수탁 사업을 계획하고 있어 많게는 100개 이상 업체가 동일 시장에 뛰어드는 난립 현상이 연출될 전망이다.아토젯 시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개편 약가제도에서 제네릭 업체간 새로운 유형의 갈등이 빚어지고 있어서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한 새 약가제도에는 특정 성분 시장에 20개 이상 제네릭이 등재될 경우 신규 등재 품목의 상한가는 기존 최저가의 85%까지 받게 되는 계단형 약가제도가 담겼다.공교롭게도 시장에 먼저 진입하는 위임제네릭이 20개가 넘으면서 후발로 진출 예정인 제네릭의 약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는 상황이 예고됐다. 후발 제네릭 업체 입장에서는 “시장에 먼저 진입한 업체가 후발주자의 진출을 저지하기 위해 고의로 20개 이상의 위임제네릭을 모집했다”는 불평을 제기할 법도 하다. 공정거래위원회 제소와 같은 초강경 대응전략 얘기도 나오며 제약사 이해관계에 따라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형국이다.시장에 먼저 진입한 업체가 제네릭의 약가를 크게 떨어뜨리는 행위를 경계하는 시선도 많다. 고의로 후발주자 진입을 저지하기 위해 ‘약가 알박기’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의심에서다. 기업이 제품을 싸게 공급하겠다는데도 부정행위를 의심받는 이상한 현상이다.이러한 갈등은 우선 제도의 허점에서 비롯됐다. 새 제도를 시행하면서 예상되는 부작용을 미리 예측하지 못하면서 시장의 혼란만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정부 제도의 허점에도 불구하고 아토젯 제네릭의 갈등은 많은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과연 이런 갈등을 빚어가면서까지 동일 시장에 너도나도 두드릴 필요가 있을까'하는 답답함이다.기업은 이윤추구가 최우선 목표이기 때문에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경영진의 자유로운 영역이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국내 제약업계가 고질적인 제네릭 난립 관행이 지적받았는데도 전혀 달라지지 않은 업계 관행이 안타깝다. 난립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수많은 업체가 동일 시장을 두드리면서 사회적 비용 낭비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오리지널 의약품을 판매하면서도 동일 의약품을 개발과 수탁사업을 진행하고, 제네릭을 개발하고도 다른 업체의 제품을 대신 판매하는 현상은 누가봐도 납득하기 힘든 상황이다.최근 허가와 약가 규제의 강화는 제네릭 난립을 해소해보자는 취지에서 촉발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제약사들은 한정된 시장을 나눠갖는 전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정부 제도의 허점만 공략하는 관행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씁쓸하다.코로나19로 전 세계 제약바이오산업은 크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제약기업들의 연구개발 역량이 인류의 불행을 구제해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제약기업들이 코로나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많은 국내 기업들도 코로나19를 새로운 기회로 활용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위상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하지만 여전히 대다수 기업들이 차별화된 경쟁력을 발굴하지 못하고 제네릭 난립을 부추기고 있는 관행은 찜찜한 현상이다. 오랜기간 국내 제약업계가 왜 그렇게 많은 비판을 받았는지 제약기업 오너와 경영진 모두 스스로 돌아봐야 할 때다.2021-02-15 06:10:33천승현 -
[기자의 눈] 허가인력 확대, 김강립 식약처장 심사대[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정부가 올해를 백신·치료제 허가심사 전문인력을 대폭 확대할 원년으로 삼을 분위기다.코로나19 전세계 대유행과 국내 확진 사태가 1년 넘게 장기화하면서 방역 핵심품목인 백신·치료제 심사전문성 강화를 향한 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영향이다.보건복지부 차관을 지내며 보건의약 산업 전반 폭넓은 이해와 다부처 소통·협약 능력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는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식약처 정원 확대·정규 예산 확보 능력도 검증 심사대에 오를 수 밖에 없게 됐다.분위기는 긍정적이다. 전문인력 확보와 직결되는 정부예산 곳간 열쇠를 쥔 기획재정부가 식약처 허가심사인력 확충을 통한 전문성 강화 필요성을 인정했고, 정부예산안 심사권을 가진 국회도 충분하고 지속 가능한 수준의 심사인력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식약처는 1998년 보건복지부 산하 외청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세워지면서 그 역사가 시작됐다. 식약처 승격은 2013년 3월 박근혜 정부 당시 이뤄졌다.처 승격은 복지부 산하기관에서 국무총리 직속기관으로 탈피했다는 상징적이고 실제적 의미를 갖는다. 보건복지 정책 전반을 관장하는 주무부처는 복지부, 식품의약품 안전성·유효성 검증을 주도하는 부처는 식약처란 타이틀을 따낸 셈이다.문제는 식약처가 처 승격 이래 만 8년이 지나도록 '허가심사 전문성 부족'이란 평가로부터 완벽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일각에서는 식약처가 주체적으로 백신·치료제 인허가 심사평가를 할 역량이 되는지를 놓고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한다. 인허가 권한이란 막강한 힘을 가진 몇 안되는 정부부처인데도 이런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는 점은 식약처 스스로 부끄러워야 할 대목이다.의사 출신 비정규직 임상심사위원이 식약처 의약품 심사전문성 강화 필요성을 외치며 국회 앞 1인 피켓시위를 감행한 일은 이를 방증한다. 의약품 허가심사 인허가 측면에서 식약처와 같은 역할을 하는 미국FDA, 유럽EMA, 일본PMDA와 견줘 턱없이 부족한 정규·비정규직 허가심사인력 통계를 덧붙이는 구태는 하지 않겠다.결국 식약처는 올해 허가심사 전문인력을 실질적으로 확충해 전문성 미흡이란 주변 지적과 스스로의 부끄러움을 떨칠 초석을 다져야 한다.당장 백신·신약 허가신청서를 제출하는 현직에 선 제약사 인허가 담당자들은 "연구관 급 과장 이상 식약처 공무원을 만나기는 하늘의 별따기"란 판에 박힌 불만을 여전히 하고 있다. 그 만큼 식약처 인허가 결정권자와 제약산업 간 거리가 멀고도 멀다는 얘기다.질병 타깃 의약품·제약사 맞춤형 허가심사 시스템은 선진국이 십 수 년 전부터 도입해 활용중인 제도다. 우리나라도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희귀난치질환이나 사회 이슈가 발생해 국민 관심이 높은 치료제가 아닌 이상 이 혜택을 받을 확률이 낮다는 게 문제다.앞서 나열한 문제들은 결국 식약처 내 전문성을 갖춘 의·약사, 박사 후 3년 이상 경력의 화학·생물학 등 이과 전문가가 부족한 영향이다.올해 식약처가 이 같은 고급 인력을 대거 채용해 허가·심사 시스템에 긴급 수혈할 수 있을지, 수혈된 전문성이 실제 백신·치료제 시판허가 수준·속도 향상에 반영될 수 있을지는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필히 감시해야 한다.코로나19가 13개월째 기승을 부리고 있다. 우리 사회는 비말·방역 마스크를 여전히 벗지 못했고 다섯 명 이상 만나 환담을 나누는 일상마저 빼앗겼다. 평범한 일상을 넘어 생과 사를 넘나드는 경계에서 조차 코로나 장벽으로 자유로이 대면하지 못하는 환자들의 눈물과 코로나로 당장 생계에 치명적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이제는 켜켜히 쌓여 우리 사회 전체를 뒤덮는 커다란 우울로 또아리를 틀었다.식약처가 허가심사 전문인력을 채용해 백신·치료제 심사력을 강화하는 일은 일상화 한 코로나 블루를 정면돌파 할 해법 중 하나다.이제 국민은 해외 선진국의 의약품 인허가 조직 매뉴얼을 따라 허가심사하는 게 아닌, 객관적인 제약사 임상데이터를 놓고 자율적이고 주체적인 해석·분석으로 안전성·유효성을 판단하는 식약처가 보고싶다.레시피대로 정확히 음식을 만들어 국민에게 내놓던 과거에서 한 단계 발전해 나만의 조리법을 차곡차곡 쌓고, 자신의 레시피 북을 해외에 출간·수출하는 식약처로 탈바꿈 할 신축년 새해가 돼야 한다. K-방역이 타 국가의 모범이 된 것 처럼 식약처 허가심사 전문성이 타국으로 부터 모범 답안지로 평가받을 날을 기대한다.2021-02-10 16:29:04이정환 -
[칼럼] 민생경제 역행 사회적 거리두기 해결책인가이영작 엘에스케이글로벌파마서비스 대표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 된지 1년이 넘었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다. 2월 중에는 백신이 수입되어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들에게 노출되는 의료진과 요양시설 및 요양병원에 입원한 고위험 노령층 등을 대상으로 우선 접종을 한다고는 하지만, 수입량이 75만명 분 정도로 백신에 의한 예방 효과는 미미할 것이다.인구의 44%에 달하는 19~49세 집단은 3분기에나 백신 접종이 가능하다고 한다. 19세 미만에게는 접종 계획이 없다. 사회활동 경제활동에 가장 활발해야 할 50세 미만은, 2022년까지도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노출되고 활동에 제약을 받게 될 것이다.백신효과는 낮게는 50% 높게는 95%로 알려져 있다. 백신효과는 다음과 같이 이해된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로 유지하는 가운데, 2월 초순 현재 대략 400명 정도가 매일 감염되고 있다. 전국민이 백신효과가 70%라고 알려진 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다고 하면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상태에서 매일 120(=400x0.3)명 정도가 확진된다는 의미다. 백신효과가 95%인 화이자-바이오엔택 백신을 전국민이 접종한다면 하루에 20(=400x0.05)명 정도가 감염될 것이다. 실제는 이렇게 단순하지 않고 백신효과와 접종률에 따라서 코로나19 감염자수는 결정된다.지금부터 6개월 후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몇 명이 될 것인가를 예측하여 보자. 예측은 몇 가지 가정을 요구한다. 가정의 성격에 따라 큰 차이가 생긴다. 그때까지 코로나19 백신이 국내에 도입되지 않고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이 심각하지 않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지금과 같은 상태로 유지된다고 하자. 그럼 일일 평균 확진자는 지금과 유사한 400명 선일 것이다.다른 가정을 하여 보자.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이 크지 않고 50세 이상은 모두 AZ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였고 사회적 거리두기는 현 단계를 유지한다고 하면, 가장 단순하게 계산했을 때 3분기에는 271명의 확진자가 발생할 것이다. 계산 근거는 아래와 같다. 2020년 11월 자료에 의하면 국내 코로나19 환자의 54%가 50대 미만이고, 46%가 50대 이상이다. 일일 평균 400명 확진자 가운데 50세 미만은 54%로 216명이고 50세 이상이 46%로 184명이다. 50세 이상이 AZ 백신을 접종했다면 184명이 55명으로 감소된다. 50세 이상은 모두 접종을 마쳤고 50세 미만은 아직 접종하지 않았다는 가정 아래 추정 전체 확진자 수는 271(=216+55)명이 된다.50세 이상 국민이 모두 백신을 접종한다고 해도 사회적 거리두기 없이는 코로나19 대유행 관리가 안 될 것이다. 더욱이 우리나라에서 처음 들여오는 AZ 백신은 남아프리카공화국발 변이 바이러스에 무력하다고 하지 않나? 코로나19 대유행은 2022년까지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정부는 국경을 개방하여 매일 수십 명의 감염자가 입국하기 때문에 해외 변이 바이러스에 무방비사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형 변이도 발생할 수 있다.바이러스의 변이, 백신종류, 접종 속도 등은 불행하게도 우리의 손이 닿지 않는 영역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우리의 영역에 있고 현재로는 가장 효과적인 예방 수단이다. 불행하게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민생과 반비례한다. 민생을 살리느냐 코로나19 대유행을 예방하느냐 가운데에서 선택해야 한다. 과연 그럴까? 민생도 살리고 대유행도 예방하는 획기적 조치는 없을까?유효한 백신을 맞은 사람들은 코로나19 감염의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예를 들자면 식당에도, 헬스장에도 또는 많은 다중시설에 백신접종 증명서가 있으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을 것이고 해외여행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정부계획에 의하면 사회적으로 가장 활발한 20-40대는 3분기나 되어야 백신접종이 시작된다. 그 때까지 발을 묶어 놓을 수는 없다. 감염이 안 된 사람들끼리는 자유로워야 한다.비감염 증명서를 발급하면 될 것이다. "혹시 싶으면"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이를 확대하여 누구나 아무 때나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하고 비감염 증명을 발부한다. 유효기간은 1주일 이내로 비감염 증명을 제시하고 실내 헬스, 식당 등 다중시설 이용을 자유롭게 하는 조치가 가능하다.코로나19 검사는 비강검체검사로 실행한다. 보호 장비를 착용한 의료인이 검체를 채취한다. 이렇게 매주 몇 백만 명을 검사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간단한 타액 검사가 타당해 보인다. 비강검체검사와 타액검사의 정확성은 미국 FDA에 의하면 유사하다. 정부기관의 선별검사소만으로는 어려울 것이다. 정부가 승인하는 유료 사설 검사소에서 검체를 수집하여 검사하도록 하는 것이 실용적일 것이다. 비강검체검사와 타액 검사의 정확성은 현재 정확도는 95% 정도인데 양성검사의 기준을 바꾸어 거짓 음성 결과를 줄이면 양성 정확도를 98~99%까지도 올릴 수 있을 것이다.작년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에 마스크 부족으로 매주 출생연도에 따라 정해지는 요일에 줄을 서서 주민등록증을 보여주고 마스크를 구매하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매주 마스크를 줄 서서 구매하듯 타액검사를 매주 하면서 사회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면 그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다. 반면 외부 활동 계획이 없는 경우 반드시 검사를 할 필요는 없겠다.비감염증명을 제시하는 시민들이 체육시설, 식당, 카페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신속히 도입하여 코로나19 대유행 중에도 경제활동, 사회활동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이영작 대표 프로필 ▪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자공학과 졸업 ▪ Ohio State University 통계학 석사 ▪ Ohio State University 통계학 박사 ▪ University of Maryland 통계학 조교수 ▪ 미국 국립암연구소 통계학 담당(항암임상연구) ▪ 미국 국립암연구소 통계학 담당(독성연구) ▪ 미국 국립신경질환 및 뇌졸중 연구소 통계학 담당 ▪ 미국 국립모자건강연구소 통계학 담당 실장 ▪ 한양대학교 석좌교수 ▪ 한국임상CRO협회 1대, 2대 회장 ▪ 서경대학교 석좌교수(現) ▪ ㈜엘에스케이글로벌파마서비스 대표이사(現)▪ 마르퀴즈 후즈 후의 '후즈 후 인 아메리카(Who’s who in America)' 등재 ▪ 알버트 넬슨 평생 공로상 (Albert Nelson Marquis Lifetime Achievement Award) 수상2021-02-10 10:40:45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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