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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선] 식약처의 승부수, 해피엔딩으로 끝날까[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매우 파격적인 의약품 안전관리 정책을 단행했다. 지난달 26일 ‘라니티딘’ 성분 원료의약품에서 발암가능물질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초과 검출됐다는 이유로 전 제품 판매중지 조치를 내렸다. 불순물 검출을 이유로 특정 성분 의약품의 사실상 퇴출을 결정한 것은 초유의 사건으로 평가된다. 의외의 과감한 결정이다. 해외에서 라니티딘제제의 회수를 시작한 일부 국가가 있지만 아직시장 퇴출에 버금가는 강력한 조치는 내려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는 일부 기업의 자진 회수가 이뤄지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조치는 진행되지 않은 상태다. 라니티딘 약물 자체가 갖는 불안정성이 크다는 게 식약처 판단의 가장 큰 배경이다. "문제가 없는 원료의약품도 시간이 지날수록 NDMA 생성 가능성이 있다"며 라니티딘의 안정성에 낙제점을 줬다. 식약처는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라니티딘 중 NDMA 발생원인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보다 정확한 원인을 분석할 계획이라는 추가 단서를 달았다. 제약업계에서는 식약처의 결정에 의문부호를 제기하는 시선이 많다. 라니티딘제제의 퇴출 결정을 납득할만한 충분한 과학적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아직 라니티딘 완제의약품의 유해성 여부가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원료의약품 조사만으로 전 제품 판매중지를 결정한 것은 너무 성급한 조치가 아니냐는 불만이 가득하다. 제약업계의 불신은 지난해 불거진 발사르탄 의약품의 후속조치에서 비롯됐다. 업계에서는 발사르탄제제의 판매중지 과정에서도 우리 정부가 지나치게 강경한 조치를 내렸다는 비난이 많았다. 불순물 발사르탄의 경우 식약처는 2015년 1월부터 문제의 원료를 한번이라도 사용한 완제의약품을 대상으로 판매를 중단했다. 미국에서는 제조단위별로 구분해 제지앙화하이 원료를 사용한 제품에 대해서만 회수가 진행됐다. 제약사들은 상당수 제품은 문제의 원료를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판매가 중지되면서 막대한 금전적인 손실을 입었다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최근에는 정부로부터 손해배상 청구 고지서도 날아왔다. 더욱이 발사르탄 완제의약품의 유해성이 끝내 밝혀지지도 않았다. 식약처는 지난해 12월 "NDMA가 검출된 화하이 발사르탄 사용 완제의약품을 실제로 복용한 환자의 개인별 복용량과 복용기간을 토대로 조사한 결과 추가로 암이 발생할 가능성은 무시할 만한 정도의 매우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라고 결론내렸다. 발사르탄과 마찬가지로 라니티딘 완제의약품에서도 최종적으로 유해성이 드러나지 않을 경우 제약업계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식약처의 라니티딘 조치는 과학적인 판단 뿐만 아니라 국내 의약품 시장 환경도 고려된 것으로 파악된다. 식약처는 판매중지 결정 브리핑에서 “국내에 제네릭이 많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제네릭을 포함해 200개가 넘는 제품을 모두 수거 검사하기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조치내렸다는 의미다. 또 발사르탄과 마찬가지로 선별적으로 판매중지와 회수를 결정할 경우 소비자들로부터 더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라니티딘이 시장에 퇴출되더라도 대체 약물이 많다는 점도 식약처의 과감한 결정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정부 입장에서 의약품 안전관리 정책은 참 어려운 영역이다. 모든 약물은 근본적으로 부작용과 같은 유해성을 지니고 있지만 환자에게 제공하는 실익이 월등하게 크다고 판단되면 판매를 유지시킬 수도 있다.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판단이 이뤄져야 하지만 국민 건강 뿐만 아니라 불안감도 고려해야할 요인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의약품 안전관리 기준도 달라질 수 있다. 의약품의 NDMA 검출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발생한 새로운 고민이다. 과거에는 NDMA라는 유해물질을 짐작도 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유해물질이 원료의약품에 혼입된 것을 확인했으니 판매중지는 당연한 결정이라는 게 식약처 판단이다. 다만 정부는 정책의 명분에 대해 과학적 근거로 납득시켜야 한다.미국 식품의약품국(FDA)은 라니티딘의 NDMA 검출량이 극미량이어서 회수나 판매중지 조치를 내리지 않은 상태다. FDA는 최근 일부 샘플에서 NDMA가 과다 검출됐다며 확대 조사를 시사했지만 아직까지는 식약처보다는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물론 미국의 안전관리 정책이 옳다고는 할 수 없지만 식약처와 FDA의 NDMA 점검 결과가 왜 상이하게 나왔는지는 우리 정부가 증명해야 할 숙제다. 업계 일각에서는 식약처가 국정감사를 앞두고 안전관리 늑장대응을 비판하는 지적에 대비해 과잉대처를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한다. 실제로 식약처는 라니티딘제제의 조치에 대해 전 세계 규제기관 중 가장 선제적이고 강력한 조치를 단행했지만 과거 라니티딘의 NDMA 검출 가능성이 제시된 적이 있다는 이유로 늑장대응이 아니냐는 억울한 비판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식약처는 “아마 우리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만큼 NDMA 시험을 많이 한 규제기관이 아마 세계적으로 없을 것이다”라며 과학적 판단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대한민국 식품의약품 안전관리 컨트롤타워가 앞으로 과학적 결정에 대한 근거를 어떻게 제시할지 관심갖고 지켜볼 일이다. 만약 이번 조치가 추후 과학적 근거가 부실하다거나 중대한 허점이 노출된 것으로 판명될 경우 그 책임은 식약처가 스스로 져야한다.2019-10-07 06:10:55천승현 -
[기자의 눈] 녹십자그룹의 '자금 조달' 승부수[데일리팜=이석준 기자] 녹십자그룹이 승부수를 던졌다. 방식은 외부 자금 조달과 상장사 늘리기다. 사업 지속성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움직임이다. 녹십자그룹은 최근 외부 자금 조달이 잦다. 1년새 상장사 4곳과 비상장 해외법인 1곳에서 3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수혈했다. 올 9월 녹십자엠에스(단기차입금 300억원, 유상증자 528억원), 7월 녹십자랩셀(단기차입금 150억원), 5월 녹십자(일반사채 1200억원), 지난해 12월 녹십자셀(단기차입금 70억원)과 Green Cross Bio Therapeutics Inc.(유상증자 750억원) 등이다. 지주사 녹십자홀딩스도 사상 첫 공모채(1000억원 규모) 발행을 검토 중이다. 녹십자웰빙은 조만간 10월 상장을 통해 공모 자금 500억원 이상을 끌어모을 계획이다. 녹십자그룹의 또 다른 승부수는 상장사 늘리기다. 상장사 늘리기도 결국 외부 자금 수혈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볼 수 있다. '기업공개=자금조달'은 하나의 공식으로 봐도 무방하다. 녹십자그룹은 2014년 이후 2년마다 자회사 상장에 나서고 있다. 2014년 녹십자엠에스(진단시약 사업), 2016년 녹십자랩셀(제대혈과 세포치료제 사업), 2018년 녹십자웰빙(건강기능식품)이다. 녹십자웰빙 상장이 마무리되면 녹십자그룹 상장사는 6개로 늘어난다. 1978년 녹십자홀딩스(지주사), 1989년 녹십자(제약사), 1989년 녹십자셀(옛 이노셀) 등과 함께다. 향후 녹십자헬스케어(의료서비스 사업), 녹십자지놈(유전자분석 사업) 등도 차기 상장후보로 꼽힌다. 시장이 바라볼때 녹십자그룹의 전방위적인 외부 자금 확보는 양날의 검이다. 운영자금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현 사업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놓였다는 시그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후자의 경우 주가 등에 부정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 그룹 대표 사업회사 녹십자 주가는 10월 2일 종가 기준 11만2500원이다. 1년전 10월 2일(16만3500원)과 비교하면 31.19% 빠진 수치다. 녹십자그룹의 선택은 전자다. 시장의 반응에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사업 지속성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동시다발적 외부 자금 조달을 택했다. 일종의 승부수다.2019-10-04 06:11:48이석준 -
[칼럼]의약품 수급 불안, 우려를 표한다간암치료용 조영제, 안압저하제, 한센병 치료제, 경장영양제.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대답은 최근에 공급 중단 사태를 겪은 의약품이라는 것이다. 제약사들은 원료 수급, 생산 차질, 허가기준 차이, 약가 인상 등의 다양한 문제로 해당 의약품의 공급을 중단하거나 중단하기 직전까지 이르렀고, 그 때마다 환자들은 심각한 불안과 공포를 느껴야 했다. 눈부신 기술 및 생산시설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도 의약품 공급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고, 그 때문에 ‘의약품 접근성 강화’는 21세기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주요한 모토로 자리잡고 있다. 정부도 이를 인식하고 의약품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2012년도 약가제도 개편 당시 도입한 '3개사 이하 가산제도'이다. 기본적으로 제네릭 의약품이 출시되면 오리지널 의약품의 약가가 일정한 비율로 인하되고, 제네릭 의약품의 개수가 일정 수 이상으로 많아지면 오리지널 의약품과 제네릭 의약품의 약가가 한번 더 인하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개사 이하 가산제도는 특정 의약품의 공급 회사가 3개 이하인 경우에는 해당 의약품의 약가에 지속적으로 가산을 적용함으로써 공급 회사가 비교적 높은 약가로 의약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특정 의약품을 3개 이하의 회사만이 공급한다는 것은 대체적으로 해당 의약품의 시장성이 떨어지거나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3개사 이하 가산제도는 이처럼 제약회사 입장에서 매력적이지 않은 품목에 일정한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해당 의약품 공급을 유도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올해 7월 행정예고한 약가제도 관련 고시 개정안을 보면, 3개사 이하 가산제도가 대폭 축소되거나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에 따르면, 이미 등재된 의약품들에 있어서는 2년 내로 모든 가산이 중단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실제 일부 회사는 채산성 악화를 이유로 해당 의약품의 철수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부 기사에 따르면 행정예고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약 800억원 정도의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결국 정부는 3개사 이하 가산제도를 축소하여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행정예고안을 통하여 기대되는 재정 절감액은 2018년도 기준 건강보험 전체 지출 규모의 약 0.13%에 불과한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기존에 의약품 수급 상황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와 아울러 업계와의 충분한 논의 없이 행정예고안을 내년부터 당장 모든 의약품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경우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하게 되지 않을지 심히 걱정된다. 특히, 행정예고안에 따른 가산제도 축소 및 중단은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관련 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에 심대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고, 결과적으로 환자들의 의약품 선택권까지도 해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 및 보건당국은 현재 개정안으로 인하여 초래될 수 있는 의약품의 공급 차질 가능성, 이로 인한 국민들의 불이익, 철수 품목에 대한 대안 등에 대하여 개정안 시행 전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공급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은 의약품들에 대해서는 그 적용에 예외를 두는 등 별도의 대안도 적극적으로 고민해 보아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2019-10-02 14:09:17데일리팜 -
[기자의 눈] 위장점포를 보는 약사-보건소의 다른 시선[데일리팜=정흥준 기자]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한 편법약국 개설 논란을 쫓다보면, 약사들과 보건소의 좁히기 힘든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 최근 병의원들이 건물 1층에 의원과 카페 등의 다중이용시설을 입점시키면서, 약국을 임대하는 시도는 늘어나는 추세다.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점점 더 기승을 부리는 것만은 틀림없다. 일부 지역에서는 4평 규모의 의원을 등록한 뒤 약국 개설을 시도했다가, 결국 의사를 구하지 못 하며 약국이 문을 닫게 되는 웃지 못할 일도 발생했다. 이같은 문제가 일어날 때마다 나오는 지적이 '위장점포' 문제다. 약사들은 보건소가 약국 개설을 위한 위장점포인지를 조사·검토해 허가의 판단 근거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령 병원 건물 외부에는 간판도 없는 카페가 높은 임대료를 내고, 하루 열명의 손님만을 받으며 병원 건물 1층에서 운영을 할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유사 편법약국 개설 사례를 겪은 서울 모 약사는 "만약 하루에 손님이 10명 아래로 찾아오는 상가가 서울 한복판에서 높은 임대료를 지불해야 한다면, 그건 정상정인 운영이라고 봐야하느냐"고 되물었다. 따라서 보건소는 위장점포로 의심되는 상가들이 정상적인 운영을 할 수 있는 조건인지까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0년 국민권익위는 약 1평 규모의 네일아트가게를 위장점포로 해석해, 지역 보건소에 약국 개설처분에 대한 시정권고를 내린 적이 있었다. 당시 권익위는 네일아트가게의 면적, 하루 이용 방문객, 약국과 의원의 독점적 처방관계 등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약사법 위반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지역 약사들은 보건소들도 권익위처럼 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의약분업의 취지에 어긋나는 자리의 개설 시도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보건소는 다중이용시설의 운영 현황을 근거로만 약국 개설을 허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약사들은 편법 개설에 동의하는 행정편의적 허가 방식이라고 비판하고, 보건소는 약사법상 위반사항이 없고 위장점포를 입증할 증거도 없다고 맞선다. 결국 유사 사례들은 논란 끝에 개설 허가가 이뤄지고 있고, 이는 일부 과열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동네약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약사들은 편법 원내약국 차단을 위해 국회 발의된 약사법 개정안과 복지부의 약국개설등록업무협의체에 희망을 걸고 있다. 복잡한 이해관계로 법안 통과는 난관을 극복해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누구보다 문제를 잘 인식하고 있는 복지부가 먼저 협의체를 통해 합리적인 가이드를 제시하길 기대해본다.2019-10-01 18:37:31정흥준 -
[기자의 눈] 라니티딘 사태, 책임공방 벌일 시간 없다[데일리팜=이탁순 기자] 항궤양제 '라니티딘' 성분 제제에서 발암우려물질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돼 판매가 금지되면서 벌써부터 책임공방이 뜨겁다. 국정감사를 앞둔 시점이어서 정부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대한 늦장대처 지적도 나오는 형국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에만 초점을 맞추며 시간을 허투루 보내선 안 된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과 향후 이와 관련된 사건에 대한 대응 시나리오를 만드는 데도 시간이 부족하다. 일단 작년 발사르탄 사태도 그렇지만, 검증기술의 발달로 앞으로 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으리리란 보장이 없다. 우리 나름대로 완벽한 준비를 한다해도 예기치 않은 곳에서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미국FDA나 유럽EMA보다 정보습득이 늦었다고 식약처를 크게 나무랄 필요도 없다. 어차피 두 기관의 인력규모나 검증시스템, 경험과 노하우에서 식약처에 비할 바가 아니다. 중요한 건 미국FDA와 유럽EMA가 독점하고 있는 의약품 위해정보를 재빨리 공유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도 드러났듯 FDA가 라니티딘에서 소량의 NDMA가 검출됐다고 발표했지만, 해당 품목의 원료 생산지, 시험·검사법, 추정되는 원인 등은 베일에 가려져 있어 우린 부랴부랴 원료 전수조사를 거쳐야 했다. 물론 해외정보를 검증하기 위해선 국내 유통품목 조사가 불가피했지만, FDA가 확보한 구체적인 정보를 사전에 알았다면 어느정도 결과에 대비할 시간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더라면 제약사들이 스스로 공급을 중단하면서 유통과 요양기관의 혼란도 최소화됐을 것이다. 해외기관 간의 협력 시스템 마련은 정부가 그 중요성을 깨닫고 핵심의제화해서 상대방 국가와 논의해야 한다. FDA, EMA와 협력이 어렵다면 주변 국가간 실시간 정보교류를 통해 예측가능한 위기관리 시스템 마련에 나서야 한다. 두번째는 사태 수습으로 발생한 비용 분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식약처도 업계 설명회에서 이야기했듯 이번 사태는 누구 잘못으로 일어난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교환·환불 및 회수에 따른 비용은 대부분 민간이 책임지고 있다. 더구나 정부는 발사르탄 사태 때 손실된 건강보험 비용을 제약사에 구상권을 청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 역시 제약사 책임이 아니라고 하면서 손실을 민간에 떠넘긴다면 앞으로 누가 정부정책에 신뢰를 갖겠는가. 앞에도 언급했지만, 이런 사태가 또 안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처리비용에 대해 정부와 민간이 머리를 맞대고 합의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의약품 회수나 교체 과정에서 불만이 일어나지 않고 신속 수습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일반 국민들도 의약품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성분명 처방이나 국제일반명(INN) 등 보다 소비자 친화적인 정책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유관단체들과 협의가 필수적이지만,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면 합의 전 검토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모쪼록 이번 일을 교훈삼아 전 국민이 불만없는 의약품 위기관리 대응 매뉴얼이 마련되길 바란다. 그런 차원에서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라니티딘 제제 판매금지 이후 곧바로 보건당국과 직능단체 간 양방향 소통과 위기상황 대응매뉴얼 확립 의견을 복지부와 식약처에 전달한 것은 매우 적절했다고 생각한다.2019-09-30 16:53:48이탁순 -
[데스크시선] 통계의 미학 역행한 라니티딘 사태질병퇴치 최후의 보루인 신약 개발은 통계에서 시작해 통계로 끝난다. 바꾸어 말하면 임상 프로토톨에 설계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다면 신약으로서의 지위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 A제약사가 폐암 신약 개발에 있어 1000명의 임상참여자 중 중대한 부작용 발현치를 5% 안에서 설계 후 이를 달성했다면 임상 성공으로 평가한다. 대체약물을 배제하고, 해당 약물을 복용함에 따른 유의성이 부작용 위험도를 월등히 상회할 경우 치료제로 공식 인정받을 수 있다. 이는 개발사와 허가당국과의 법적 구속력을 가진 약속이자 시스템이다. 9월 중순경 GSK 항궤양제 잔탁에서 잠정적 발암물질로 간주되는 NDMA 성분이 검출됨에 따라 우리나라 보건당국은 물론 제약바이오산업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사태의 발단은 미국 FDA의 간이실험에서 시작됐지만 정작 폭탄은 한국과 스위스를 비롯한 극히 제한적 일부 국가에서 터졌다. FDA는 "잔탁을 비롯한 라니티딘 성분 제품에서 미량의 NDMA가 검출됐다"고 발표한 후 지금까지도 신중한 입장으로 확실한 결과 도출에 방점을 찍고 있다. 여기서 특히 눈여겨 볼 대목은 위기적 사안을 바라보고 대응하는 마인드와 행동요령이다. 이번 사태에서 FDA는 경거망동·부화뇌동 격인 즉각조치는 유보하고 신속하면서도 정확하게 위해성 유무를 평가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환자에게 라니티딘 복용을 중단하도록 요구하지도 않았다. 다만 사용 중단을 원하는 환자라면 의사와 상의해 다른 약으로 변경할 것을 권고했다. 복용의 이점이 건강에 미치는 위험보다 중요하다는 판단과 앞서 살폈던 개발사의 임상 프로토콜 설계 절차와 결과를 존중하고 신뢰한다는 FDA 의지의 반증이다. 반면 우리의 대응은 어땠을까. 한 마디로 표현하면 야단법석 그 자체였다. FDA 발표 후 보름여 만에 라니티딘 성분의 위장약 133개사 269품목에 대해 사실상 시장퇴출을 감행했다. 이에 따라 이들 치료제는 지난 26일 0시를 기해 잠정 제조·수입·판매 중지됐다. 뭐가 그렇게 급했을까. '국민보건 안전과 신뢰회복' 이라는 절대불가침 영역에서의 선제적 대응이라는 헌법의 영역과 잣대를 들이댄다면 모든 것이 정당할까. 이번 식약처의 조치로 40여년 간,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물로 환자들의 사랑을 받아 온 잔탁을 비롯한 티딘계 약물은 졸지에 똥물을 뒤집어썼다. 수십년 동안 각고의 노력으로 쌓아 온 금자탑이 무너진 것은 말한 것도 없고, '티딘계 약물=먹으면 큰일 나는 약'이라는 씻을 수 없는 오명과 주홍글씨를 남겼다. 당장 판매가 중지됨에 따라 연간 2400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비용 손실도 고스란히 제약사들의 몫으로 전가되고 말았다. 티틴계 약물이 그동안 이룩한 외형적 가치는 단순히 '돈'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제약사 각 부문에서 일하는 연구자들과 영업사원들의 피와 땀이 서려 있는 결과물이다. 이 같은 기업의 실적 손실은 인력감축과 연구개발 투자에 직접 영향을 미칠 악재로 작용될 문제도 안고 있다. 풍림화산(風林火山)의 자세를 확립하지 못한 식약처의 각 부처 대응방식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국민의 권한을 대행하고 있는 정부기관의 수장은 모름지기 바람처럼 빠른 결단력과 숲처럼 고요한 집중력, 불처럼 맹렬한 돌파력, 산처럼 무거운 카리스마의 소유자이여야 한다. 병법에 이르기를 전장의 장수는 현장 상황에 따라 수도에 있는 왕명도 거스를 수 있다고 못박고 있다. 대표적 선례가 바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부산포해전이다. 식약처는 식품과 의약품에 관한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부처다. 이번 라니티딘 사태에 있어 식약처는 국민으로부터 전시작전권을 위임받은 사령관이나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한 모든 통제권은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아니다.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소신껏 밀어붙였어야 했다. 국회의원이 부른다고 쪼르륵 달려가서 이러쿵저러쿵 보고할 때가 아니다. 과감하게 서면보고로 마무리 지을 담대한 업무 추진력이 필요했다. 국회 보고할 시간에 NDMA 부작용 연구결과 수집과 전문가회의, 직능단체 커뮤니케이션 등의 체킹을 한번이라도 더해야 함이 옳다. 국회 역시 초동대응 미흡, 안전불감증, 재난의 반복이라는 해묵은 꺼리로 이번 사태를 바라봐선 안된다. 일부 국회의원의 전문지식이 배제된 라니티딘 사태에 대한 왈가왈부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아직까지 NDMA의 정확한 생성 원인과 인체 위해성은 밝혀진 바 없고, 기준치와 가이드라인의 과학적 미확립 그리고 '잠정' 발암유발 물질로 간주돼 있는 점도 간과해선 안된다. 부작용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는 단계지만 티틴계 약물 복용자의 이렇다할 중대한 사이드이팩트 발생례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곧 FDA의 입장처럼 아직까지 라니티딘은 여전히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말과 동일시된다. 아직까지 기사회생의 여지는 있다. 바로 조만간 발표될 FDA의 라니티딘제제에 대한 최종 결론이 긍정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몇몇 미국계 임상기관에 따르면 현재 FDA는 라니티딘 사태에 대한 확인 작업과 결과 도출에 있어 NDMA 성분 자체에 대한 위해성과 함께 약물에 포함된 극미량이 암 유발과 사망 등 중대한 부작용례 유무 그리고 40년 간 축적된 안전성 데이터 등을 비교형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가닥 희망이지만 FDA의 라니티딘 판매지속이라는 역전결과 시, 이를 집행한 식약처와 이를 추궁한 국회도 '역할론적 관점에서의 잠정 제조·판매 중지'라는 국민적 지탄을 받아야 함이 마땅하다.2019-09-27 12:30:00노병철 -
[기자의 눈] 약국에 다시 찾아온 의약품 회수 악몽[데일리팜=김지은 기자] 라니티딘 사태에 약국은 그야말로 멘붕이다. 발사르탄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 벌어진 라니티딘 성분 완제의약품 269품목 전량 회수 조치에 일선 약국들은 적지 않은 혼란을 겪고 있다. 약사들은 이번 라니티딘 회수 조치가 발사르탄 사태 그 이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량 회수 조치이다 보니 대체조제가 불가능하고 관련 성분 약을 처방받았던 환자는 일일이 병원을 찾아 재처방받고, 약국에서 다시 약을 투약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약사들은 약봉투에서 일일이 라니티딘 제제 약을 골라낸 후 변경된 약을 넣어 재조제하는 수고를 떠안게 됐다. 30일 이상 장기처방의 경우 약국이 감내해야 할 수고는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대형병원 문전약국들이 회수 조치 발표 전부터 초긴장 상태였던 것도 그 이유에서다. 재조제와 일반약 교환, 환불도 문제지만 이번에도 역시 환자들의 원성과 항의는 약국의 몫이 될 듯하다. 불안감을 호소하는 환자 민원은 약을 만든 제약사도, 이를 검사하고 회수 조치를 내린 식약처도 아닌 병원, 약국이 떠안아야 하는 형편이다. 이미 지난 발사르탄 사태 때 질릴대로 질리게 경험했던 약사들이다. 어느 개국약사는 “불량약을 만든 건 제약사인데 처방약을 뜯고 약을 다시 분리해 조제하고 환자 불만을 다 감내해야 했던 수고는 누굴 위한 봉사였나. 더 복잡하고 긴시간을 투자해야 했던 재조제, 이로 인해 다른 약국으로 가버린 환자 등을 생각하면 약국의 손해는 단정할 수 없다"며 지난 발사르탄 사태 당시를 회상했다. 반복되는 의약품 원재료 안전성 문제와 정부의 사후약방문식 대응에 약사는 지치고, 환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더 이상 제3의 발사르탄 사태는 없길 바란다.2019-09-26 20:46:11김지은 -
[기자의 눈] '불순물 라니티딘' 깊어지는 산업계 우려[데일리팜=정혜진 기자] '제2의 발사르탄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온 약업계가 전전긍긍하며 식약처 입만 바라보고 있다. 추석연휴 이후 라니티딘 불순물 검출 뉴스가 끊이지 않으면서 업계 불안감도 높아진다. 모두가 이번 라니티딘 사건을 바라보며 발사르탄을 떠올리는 건, 그만큼 지난해 7월7일 발생한 발사르탄 사건 후유증이 깊고도 오래 갔기 때문이다. 당사자인 제약사들은 식약처가 허가한 원료를 사용하고도 '발암물질 든 고혈압약을 만들었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죄인 취급을 받았다. 약을 교환받고자 약국에 들이닥친 환자들에게 무방비 상태에서 항의를 받은 약사도 만만치 않다. 병을 고치려 먹은 약에 발암물질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환자들 심정은 또 어땠을까. 잘못된 원료의약품 하나가 모두에게 고통으로 남았다. 이 가운데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을 발사르탄 제제 회수에 쏟아부은 유통 사정은 미처 알려지지도 않았다. 문제 의약품을 골라내 낱알 단위의 수백가지 품목을 약국으로부터 회수해 제약사에 전달하는 과정은 대부분 유통이 할 수 밖에 없었다. 도매업체들이 불순물 의약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 인력, 전산 비용을 감당했지만 이걸 보상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제약, 유통, 약국, 환자 중 잘못한 사람은 없는데 모두가 피해를 봤으니 보상받을 방법이 묘연했다. 업계는 일부 제품에서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돼 강제회수 명령이 떨어지지 않을 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식약처의 발표가 임박했다는 소문에 그 발표의 내용이 어느정도 수위가 될 지, 이번에도 아무 대가 없이 낱알을 세고 반품, 정산을 처리하느라 온 직원이 밤을 새야 할지 걱정하는 유통업체가 한둘이 아니다. 정당한 유통마진을 받고 배송하는 만큼, 의약품 문제 발생에 따른 반품, 회수도 유통이 도맡아야 한다는 의견도 일리는 있다. 고통분담 차원에서 의약품 생산, 유통에 걸친 모든 주체가 별다른 보상 없이 사태 해결을 위해 힘을 모았던 만큼 특별히 유통만 손해를 보았다고 말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발사르탄 사태 1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 정산을 마무리짓지 않은 제약사, 문제가 생기면 손놓고 제약과 도매, 약국에서 알아서 해결하길 기다리는 정부의 모습을 보면 유통업계의 목소리가 허황된 것만은 아님을 알게 된다. 모두가 분담해야 하는 고통을 다른 주체에게 떠넘기려는, 크고 작은 관행이 아직도 업계에 팽배하다. 그리고 이러한 '관행'이라는 이름의 피해는 결국 힘없는 소규모 업체에 집중되기 마련이다. 제약사든 의약품 유통업체든, 국민 건강을 위해 관련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책임감과 자부심만으로 버티기 힘든 시절이다. 경쟁은 치열해지고 정부 규제는 갈수록 강화되는데, 이제는 누구의 탓도 할 수 없는 의약품 이슈의 뒷수습까지 군소 유통업체가 떠맡고 있다. 만약 라니티딘도 회수 명령이 내려진다면 이번에는 어떨까. 제약사와 유통업체 한숨이 깊어진다.2019-09-25 06:10:28정혜진 -
[칼럼] 동물용 구충제 파나쿠어와 약사의 소통“나는 무엇에 홀린 것처럼 그 약을 샀지만 남편은 마지막 힘을 다해 그 약을 거부했다. 나는 한 꾀를 내어 병원에서 준 약을 캡슐에서 쏟아버리고 대신 그 약을 채워서 복용토록 했다. (중략) 나는 그 약을 믿었을까. 안 믿었던 거 같다. 그저 후회나 안 하자고, 하는데 까지 다 해보자고 한 짓이 아니었을까.”(박완서, 노년, 창작과비평사, 2002) 고양이 구충제 파나쿠어가 기적의 말기 암 치료제로 전국을 휩쓸고 있다. 개인의 체험과 완치에 대한 환상, 유튜브라는 뉴-미디어의 전파력까지 더해졌고 직구 세력까지 합심하여 때는 이때다 ‘팔고 있다’ 파나쿠어를 실제 사는 사람들의 마음은, 앞서 인용한 남편의 암 말기 병상을 지킨 작가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실제 파나쿠어 영상 유튜브의 댓글을 보면 그 절절함에 뭉클하다. 한편 안타까웠다. ‘음모론’(제약회사와 의사는 진실을 알고 있지만, 가격이 비싼 항암제를 팔기 위해 고양이 구충제를 제품화 하지 않는다는) 과 ‘불신임’(전문가의 말에 대한 불신임)과 ‘완치환상’(이것만 먹으면 완치할 수 있다는 환상)의 설득은 이성이 아닌 감성을 건드리고, 힘든 사람들에게 그런 희망을 나누어 주었다는 것 자체로 용서 받는 현실이 그저 씁쓸했다. 이런 일은 비단 파나쿠어 뿐만이 아니다. 매 해 기적의 OOO 는 언론을 휩쓸고, 모든 사람들의 집에 쌓이고 나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 작가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만약 어떤 병원에서 그런 사기를 쳤더라면 당장 고소감 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생약이나 민간요법은 속고 나면 그 뿐이고 뒤끝이 없다. 그게 도리어 생약이나 민간요법의 정당한 발전을 저해하고 피도 눈물도 없는 무자비한 사기꾼이 끼여들 수 있는 허점이 되고 있는 거나 아닌지.”(박완서, 노년, 창작과비평사, 2002) 그렇다. 사실 어떤 물질은 약이 되기 위해 ‘절차에 따른 정당한 발전 과정’을 거친다. 수십, 수백, 수천 번의 실험을 통해 그 가능성을 검증하고, 그것을 인간에게 써도 되는지의 임상 과정을 한다. 이후에도 사후 부작용 보고 및 관리를 통해 약의 이름을 유지한다. 실제 한 개인의 효능, 효험의 결과가 아니라 대다수의 인간에게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을지의 ‘정당한 발전 과정’은 어렵고 중요하다. 전문가는 이러한 발전 과정을 이해하고, 그에 걸맞은 조언과 설득을 꾸준히 해내가는 사람이다. 이번 파나쿠어 사건 직후 뉴미디어-약사들이 보여준 콘텐츠들과 그 댓글들을 통해 필자는 전문가의 소통에 대한 확장적 생각을 해 볼 수 있었다. 파나쿠어 복용은 가짜뉴스라고 표현한 의학기자와 암 전문의의 컨텐츠와는 사뭇 다르게 약사들의 컨텐츠는 ‘약이 되기까지의 정당한 과정’관점에서 파나쿠어를 바라본 것들이 많았다. 논문을 통해 효능이 입증되지 않아 위험이 크다고 소통하는 컨텐츠도 있고, 부작용이 생각보다 많지 않고 선택은 개인의 자유라고 소통하는 컨텐츠도 있었다. 대중이 원하는 말을 해주는 영상에는 고맙다는 댓글이 달리는 반면, 임상 3기는 끝나야 먹을 수 있다는 영상에는 당신이 말기 암이라면 안 먹겠느냐, 이런 걸 왜 올리느냐, 말기 암 환자의 절절한 마음을 알고 있느냐, 어차피 곧 죽는데, 못 먹을 이유가 있겠냐. 이럴 때는 좀 더 환자 입장에서 영상을 찍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댓글들이 달려 있었다. 댓글들을 보기 전에는 나 역시 약사로서, 영상을 만든다면, 거짓부렁이여~라고 말하는 콘텐츠를 만들지 싶었다. 그러나 어쩌면 시한부 환자가 완치 확신을 하고 파나쿠어를 먹는 것이 아님을, 그들은 속더라도, 잠깐이라도 희망에 취해보고 싶을 뿐일 수도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러한 마음과 [안전성, 유효성]을 기반으로 [약의 정당한 절차를 감시하고, 주도하는 일]을 하는 약사라는 직업이 소통할 수 있을까. 어렵다. 예전에는 정말 몰라서, 정말 정보가 적어서 엉뚱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다수였다면 이제는 엄청난 정보 속에서, 개인은 나름의 수많은 정보를 찾아 위험과 이익을 저울질 하고 선택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약사의 소통 방식을 ‘선택’ 과 ‘사람’ 에 따라 다면체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파나쿠어 영상을 통해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건강한 사람 둘째, 암 치료를 하고 계신 분들 셋째, 유튜브 예시로 나온 시한부 말기암 환자분들. 이 세 그룹에 약사가 줄 수 있는 메시지는 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 우선 건강한 사람에게 주는 메시지는 단호해야 한다. 2019년 현재, 파나쿠어는 결코 항암제가 아니고 동물약을 인간이 먹는 것은 (알 수 없는) 위험에 노출 될 가능성이 있어,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먹지 말라, 현혹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문가는 주어야 한다. 둘째, 혹여 암 수술을 앞두고 있거나, 다른 항암제를 드시고 있거나, 암 치료 과정에 있는 분들은 [전문가의 지시대로] 하는 것이 가장 확률이 높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전문가는 언제나 모든 치료 방법 중 가장 확률이 높은 방법을 중심으로 환자를 돕는 사람이다. 그러니 전문가의 방법대로 따르는 것을 추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진실로 모든 방법의 마지막에 서 계신 분들. 이 분들에게 우리는 과학적 소통 그 이상의 소통을 해야 한다. 옳고 그름의 잣대가 아닌, 그 분들의 주치의도 비슷한 고민을 할 거라 생각하며 우리는 그저 옳음이라는 잣대로 그들의 선택을 정상인들의 선택에 사용한 잣대로 평가하지 않아야 한다. 약사의 역할은 약물 치료 효과의 극대화 그리고 삶의 질 개선이다. 약물 치료 극대화의 순간을 넘긴 이후는 정신적 육체적 삶의 질 개선도 소통의 목적과 목표가 될 수 있다. 정보가 널린 세상, 정보의 폭탄 속에서, 우리는 소통해야 한다. 전문가의 지시를 그대로 따르는 존재로서의 환자가 아닌, 다양한 정보를 통해 스스로 몸의 주인임을 생각하고 선택하는 사람들과 소통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답이 하나인 소통이 아닌, 다면체 적인 소통이 필요하다. 사람 중심의 사회 속에서, 어려운 소통의 방법이 약사에게 과제로 주어졌다는 것을 파나쿠어 사건을 통해 다시금 깨닫는다.2019-09-23 14:49:47데일리팜 -
[기자의 눈] 라니티딘 불순물, 어떻게 마무리될까[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제약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제2의 발사르탄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최종 조사결과지에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 검출'이라고 적힐 경우, 연 2700억원 규모의 라니티딘 시장에서 그 파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관건은 조만간으로 예상되는 식약처의 조사결과 발표다. 현재 식약처는 잔탁 오리지널 3개 품목(긴급조사 결과 미검출)을 제외한 나머지 392개 품목과 원료의약품 제조소 11곳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최근엔 10곳 중 4곳을 지목해 원료약 사용현황을 상세히 기재토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만약 이 추가조사에서 NDMA가 과다 검출될 경우, 제조·판매 중지나 회수 등의 결정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어느 결정이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라니티딘 제제를 판매 중인 국내사는 단일제의 경우 99곳, 복합제의 경우 139곳에 달한다. 사실상 주요 제약사 대부분이 판매 중이다. 파장이 제약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라니티딘 제제의 전체 생산·수입실적은 2664억원에 달한다. 발사르탄 사태 때의 시장규모(약 2900억원)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얼마나 많은 원료약 제조소에서 문제가 발견되느냐에 따라 발사르탄 사태 때보다 더 큰 매출타격도 가능하리란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제2의 발사르탄 사태로 커져선 안 된다. 제약사의 손해를 정부가 헤아려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문제가 있다면 제조중지든 판매중지든 회수든 적절히 조치하면 된다. 다만, 사태의 책임을 제네릭 의약품과 이를 생산하는 국내 제약업계 전반으로 돌리진 말자는 것이다. 발사르탄 때도,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제약업계는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부는 제네릭 난립이 근본원인이라며 각종 조치를 단행했다. 작년여름 발사르탄에서 NDMA가 검출됐다는 소식이 처음 전해졌을 때 과연 공동생동 폐지와 제네릭 약가인하, 그리고 정부에 의한 손해배상 청구(보건복지부 검토 중)를 예상한 사람이 있었을까. 이번 사태는 어떻게 마무리될까.2019-09-23 06:10:33김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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