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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연화의 관점] 커뮤니티케어와 커뮤니케이션(37)보건복지부는 2018년 3월, 커뮤니티케어 추진본부를 구성하고 '커뮤니티케어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후 관련된 여러 분야에서 토론회와 공청회가 열렸고, 단기간에 커뮤니티케어에 대한 관심은 급증했다. 하지만 지역사회의 돌봄(community care)이라 불리는 커뮤니티케어와 지역사회의 건강을 위한 기반 기관인 지역약국(community pharmacy) 간 연결고리는 좀처럼 이슈화되지 않고 있다. 이것은 지역약국들이 지역사회를 위해 (이미) 하고 있고, 앞으로 할 수 있는 커뮤니티케어에 관한 전략적 공감대가 낮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아울러, 지역약국과 공중의 건강 관계에 관한 내용이 사회적으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의료비용의 절감 및 합리적 커뮤니티케어를 위해, 약사 인력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건 세계적인 추세이다. 커뮤니티케어 정책은 환자의 삶의 질과 국가적인 의료비용의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건강대계이고, 성패는 ‘지속가능성’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약물 관리의 지휘부 역할을 누가 수행에 관한 기준 제시의 중요성은 계속 강조되고 있다. 약물 복용과 관련한 지역약국 돌봄 활동에는 처방조제, 건강 교육, 처방감사, 부작용 관리, 약물 조정, 전염병 예방 활동 등이 존재한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행위인 조제 이외에, 지역약국이 수행하는 다른 역할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것은 약사들이 행동을 수행할 때 행동의 의미를 고객에게 알리는 커뮤니케이션을 덜 하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고, 정책기관이 전문가가 행하는 일 중, 보이지 않는 정성적 가치는 평가 절하하고 키워내지 않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처방감사는 현재, 약사가 환자에게 처방전이 검토되고 있다는 커뮤니케이션을 해줘야 인식될 수 있는 행위이다. 예컨대, 약사가 눈으로 쓱 처방전을 보는 행위는 그저 종이를 본 것이 아니라, 용법과 용량이 타당한지 확인하고, 에러를 걸러내는 행위이다. 하지만 약사들은 약의 용법과 용량을 확인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부분) 알리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시민은 약사가 처방전의 적합성을 검토한다는 사실을 모른다. 물론 정책적 PR을 통해 환자의 처방전이 감사 되고 있다는 것을 알릴 수도 있지만, 지금은 약사들이 직접 커뮤니케이션 해야 시민들이 알 수 있다. 이에, 필자는 약사가 '당신의 용법과 용량을 검토했다는 메시지'를 환자에게 전달하는 것을 돌봄의 안전과 신뢰 측면에서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으로 권고한다. 또 다른 약국 돌봄 활동으로는 약물조정(medication reconciliation)이 있다. 지역약국에는 고령화에 의해 5개 이상의 약물이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다제약물(polypharmacy) 처방이 빈번하다. 한국 노인의 다제약물 유병율을 조사한 연구(김홍아, 신주영, 김미희, 박병주, 2014)에 따르면 1인당 6개 이상의 약물을 동시 복용하는 비율은 86.4%, 11개 이상을 복용하는 비율이 44.9%에 이른다고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약국을 방문하는 환자들은 다수의 의료기관에서 처방받은 약물 중 효능이 중복되는 약물, 부작용이 중첩되는 약물에 관해 높은 우려를 나타낸다. 효능이 중복되는 경우, 환자의 안전과 안정을 위해 약사는 처방의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처방 수정을 시도할 수 있다. 이는 의료비 절감과 환자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혹은 어떤 이유에서든 정해진 처방대로 약물을 복용하지 못해, 약물이 남아 있는 경우에도 환자들은 약물 조정을 원한다. 마찬가지로 팀 의료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고, 이는 버려지는 약을 줄일 수 있는 전략이다. 부작용 관리 역시 중요한 약국 돌봄 활동이다. 지역약국의 부작용 보고는 타 직역의 보고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약동학 및 상호작용 영역에 이르기까지 가치 있는 정보로 구성된 경우가 많다는 평가를 받는다. 약사들은 "약을 드시고, 불편하신 부분은 없으셨나요?"라는 질문을 통해 환자들이 약물 복용 이후 겪는 다양한 증상의 원인을 함께 탐색하고, 관련 내용을 기록하여 안전을 위한 약물 감시(pharmacovigilance) 체계에 이바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역약국은 전염병 예방 및 관리를 위한 약물학적, 비약물학적 행동과 관련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특히 팬데믹과 같은 위험 시, 약국의 관리는 공중의 예방적 집단행동을 촉진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약사는 전염병에 대한 고객의 질문에 응대 및 정부의 전염병 예방 지침을 공중에 전달하여 미디어 노출이 적은 지역이나 특정 연령층에서 생길 수 있는 정보 격차를 줄여주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커뮤니티케어는 영국에서 1950년대를 전후로 주창된 복지 개념으로, 일반화된 정의나 원칙에 의해 움직이기보다는 정치, 경제, 사회적 합의에 따라 국가별로 다르게 전개된다. 커뮤니티라는 용어 역시, 다의적이다. 지역사회라 해석되기도 하지만, 이상적인 공동체를 제시하는 실천적 개념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즉, 공동체의 건강과 국가 의료비 절감을 위해 지역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의, 약료 기관에 어떤 커뮤니티케어 역할을 부여할지 사회적 논의 및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약국은 문턱이 낮은 요양기관으로서, 접근 가능한 약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다른 의료 서비스 제공자와 협력하고, 취약 계층의 약물치료 과정에도 개입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약물 복용 행동만큼, 개인의 건강에 꾸준히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행위가 있을까? 필자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개별적 존재의 건강을 위해 약사와 약국의 커뮤니티케어 역할은 커뮤니케이션과 함께 확장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바이다.2023-06-05 14:45:25데일리팜 -
[박정관의 생각] 로켓배송에 익숙해진 소비자…의약품은?1편에서 약사 역할 측면에서의 비대면 투약(배달) 필요성을 알아봤다면, 2편에서는 소비자와 산업적 측면에서의 비대면 투약에 관해 생각해 보려고 한다. 대한민국 라스트마일(Last Mile Delivery, 사형수가 집행장까지 걸어가는 거리에서 나온 말로 현재는 '고객이 주문한 물품이 배송지를 떠나 고객에게 배송되기 직전의 거리(혹은 순간)'를 뜻한다) 배송의 괄목할 만한 성공은 '비대면 진료'가 제도화되는 상황에서 이런 편리함을 경험한 소비자들이 '대면 진료'만으로 만족할 수 있을까 라는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단순히 '배송지에서 최종 소비자까지 배달과정'을 칭하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다양한 방법을 통해 그 과정을 더 빠르게, 더 안전하게, 더 차별성 있게 전달하느냐가 핵심이다. 전통적으로 약국은 대면 투약이 중시돼 왔지만, 지금은 비대면 진료 옵션에 대한 비대면 투약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즉, 약사 스스로가 주도하는 약배달(전달)에 약사회는 능동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대체 전달 방법을 고려하지 않고 대면 투약 만을 고집하면, 고객의 기대와 제공된 서비스 사이의 격차가 커질 수 밖에 없다. 단언컨데 대면 투약을 지켜낼 방안이 없다는 결론이다. 비대면 진료 앱이나 약 배달 앱이 오늘날 약국시장에서 어떻게 갑작스레 컸는지 한번 생각해보자. 약사사회에서 대면 투약만을 주장하며 배달은 안된다고 외쳤고, 그 틈새를 비대면 진료·약 배달 앱이 차지해 성장해 왔다. 일본약제사회는 신형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대 방지를 위해 전화나 스마트폰으로 약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자택에서 약을 받을 수 있는 방식을 환자들에게 공고히 안내하고 있다. 최근 나는 약사 및 다양한 약업인을 대상으로 '디지털 대전환시대와 약국의 미래' 강의를 할 때, 말미에 꼭 묻는 질문이 '비대면 진료와 비대면 투약이 법제화 된다면, 어떤 약국을 이용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다. 공통적으로 약 70% 이상이 직장이나 집 근처의 약국을 가겠다고 한다. 실제 미국과 일본에서 의약품 배달이 본격화되면서 오히려 동네약국 매출이 증가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론적으로 비대면 서비스가 추가되면서 대면 서비스를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잘 활용한다면 훨씬 성장성이 크다는 뜻이다. 약국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약사의 투약과정에서 설명을 하거나 상호 질문과 답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적이라는 것을 잘 알 것이다. 또한 부정확하고 확인되지 않은 정보에 의존하는 환자와의 만남도 드문 일이 아니다. 투약시간이 길지 않은 상황에서 대면 투약의 한계를 느꼈을 것이라는 말이다. 이때 약국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시간을 최적화하고 약사는 보다 전문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한다면? 고객에게 미치는 영향을 상상해 보라! 약국은 또한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고 친근한 공간으로 병원을 능가하는 뛰어난 접근성을 갖고 있지 않은가. '모든 투약과정'이 약사에 의해 관리됨으로써 신뢰성이 보장되고 포괄적인 약국서비스가 제공될 때 고객의 진화하는 요구를 해결하고 약사 역할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이것이 핵심 아닐까? 약사가 주도하는 '의약품전달시스템'을 구축하고 약국이 고객에게 직접 약을 전달하도록 하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적응에 저항하고 전통시스템만 집착한다면 펼쳐질 미래에서 반드시 뒤쳐짐을 알아야 한다. 변화하는 환경을 수용하고, 디지털 기술의 잠재력을 활용하고, 약사의 역할을 재정의함으로써 약국은 변화하는 고객의 기대를 충족시키는데 성공할 수 있다. 일부 약사회 임원들은 약사회 주도의 의약품전달시스템을 구축하여 약국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하도록 하자는 의견을 내비치니 필자에게 '매약노'라는 딱지를 붙여줬다. 시대와 상황은 바뀌는데 이를 준비하지 않고 현 체계를 고수하자며 선동하는 이야말로 미래 약사 사회의 매약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2023-06-05 14:36:57데일리팜 -
[기자의 눈] 보조요법의 대두와 가치산정 해법은[데일리팜=어윤호 기자] 정확히 일치하는 개념은 아니지만 일종의 '예방'을 위한 지속적 약물의 투여, 원래 없던 개념은 아니다. 만성질환에서는 이미 치료가 아닌 '관리' 개념으로 약을 복용해 왔으며, 항응고제처럼 약의 존재 이유가 예방인 경우도 있다. 그 영역이 이제 항암제로 확대됐다. 다양한 항암 신약들은 이제 조기 단계에서 수술 전후 보조요법 적응증을 확보하고 추가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현재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된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SCO, America Society of Clinical Oncology 2023)'를 보더라도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 '키스칼리(리보시클립)', '허셉틴(트라스투주맙)' 등 약물들의 보조요법 연구 데이터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보조요법의 대두는 우려가 동반된다. 버거운 이유는 단연 가격이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암은 완치됐다 하더라도 재발이 무섭다. 암종에 따라 다르지만 재발률이 80%에 육박하는 질환도 있다. 문제는 고가약 시대, 그 시류를 이끌고 있는 항암제를 보조요법으로 처방하고 여기에 보험급여를 적용하는 것이 보건당국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또 하나의 사실은 보종요법의 혜택 역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세계 유수 학회의 가이드라인에는 보조요법이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으며 높은 권고 등급을 차지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생각해 볼 때가 됐다. 항암제 보조요법의 필요성을 약제마다 꼼꼼히 따져보고, 막연한 '부담' 보다는 실리를 따져볼 시간이다. 재발 환자에 대한 투약이 더 비용효과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 재발과 전이는 암의 사망률을 높이는 치명적인 요소다. 정답이 없기에 장단의 무게를 재야 한다. 쌓여가는 보조요법·유지요법 약물들을 마냥 방치할 순 없는 노릇이다. 단순히 손익만을 볼 것이 아니라, 약제별 특수성과 환자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와 제약업계 생태계를 감안한 합의점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약을 둘러싼 이해 당사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2023-06-05 06:00:00어윤호 -
[기고] 자연은 조작적 상황에 머무르지 않는다과학이 무력해지는 순간 특히 자연과학을 전공한 사람의 마음은 일말의 공유되는 느낌이라도 남아 있기를 기대한다. 그것은 마지막 남은 자존감의 허망하지만 절실한 기대이다. 과학자를 떠나 인간으로서 공감성의 마지막 한 조각이라도 남아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신시내티 의과대학의 산업의학 교수인 로버트 키호는 휘발유에 첨가되는 납화합물이 인체에 무해하다고 주장하며 기원전부터 유해성이 알려져 온 납의 사용을 옹호하였고 그로 인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듀크대 연구팀은 1920년부터 70여년 간 사용된 유연 휘발유로 인해 미국 인구의 1억7천만명이 정신질환과 심장질환 등의 위험에 노출되었고 이들의 아이큐가 최대 6이상 집단에 따라서는 7까지 저하되었다는 초대형 보건 재앙의 결과를 초래하였다고 발표하였다. 로버트 키호는 장기간 납화합물에 노출된 노동자를 의도적으로 제외하고 단기간 노출된 사람만을 대상으로 혈중 납농도를 측정하여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제시하고 납이 자연계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며 인간은 납의 독성에 대한 저항력을 가진다고 주장하며 무해를 강변하였다. 특히 유연휘발유로 자연환경에 광범위한 납 오염이 발생했음을 밝혀낸 클레어 패터슨을 공격하고, 그의 방사성 동위원소 연대측정법을 부정하고 비판하였으며 그후 클레어 패터슨은 재정지원을 잃고 대학에서 퇴출당하였다. 더욱 심각한 것은 로버트 키호가 신시내티 캐터링 응용생리학 연구소장을 35년 간이나 재임하면서 납화학물을 생산하는 에틸코퍼레이션,제너럴모터스,듀폰 등 이해관계회사의 자금을 지원받았고 자신은 동 회사의 의료자문위원으로 있었다는 점이다. 과학이 돈에 굴절되는 가장 적나라한 사례였던것이다. 오늘 우리는 이 로버트 키호의 도플갱어를 보는 느낌을 받는다, 웨이드 엘리슨 옥스퍼드대 교수는 방사능이 일정 수준에서는 인체에 무해하고 오히려 유익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40년 간 방사선과 핵물리학을 연구했고 2009년 발간한 ‘공포가 과학을 집어삼켰다’에서 방사선의 위험성이 과장되었다고 강변한다. 그래서 오염수를 1리터는 당장 마실 수 있다고 공언한다. 문제는 동일하다, 로버트 키호의 조작과 같이 도쿄전력에 의해서 조작적으로 선택된 시료만으로 안전성이 주장되었다고 해도 자연계는 그 조작에 머무르지 않는다. 해류의 흐름과 오염물질의 고유한 물리적 성질은 필연적으로 쏠림이 나타나고 수중 생물들의 먹이사슬에 의한 축적 등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변수들에 의하여 누군가에게 피해를 집중시킬 수 있고 그렇게 발생한 피해는 단기간에 되돌릴 수 없다. 그래서 환경 오염의 문제는 과도한 우려일지라도 경청되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돈과 정치에 취약하기만한 과학이라는 허약한 보루를 바라보고 있다. 클레어 패터슨과 같이 직장을 잃고도 시민단체 활동을 하며 끝까지 유연휘발유 금지를 이끌어낸 과학자도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라는 이름에 부여된 자율성은 악용되지 않아야 하며 그들에 대한 일반의 신뢰를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2023-06-04 20:14:18신광식 보건학박사 -
[데스크 시선] 합리적인 정책, 소통이 필요하다[데일리팜=천승현 기자] 데일리팜이 창간 24주년을 맞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제약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정부 약가제도에 대해 불신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사 CEO 53명을 대상으로 국내 약가제도 만족도를 물었는데 응답자의 78%(35명)이 불만족한다고 답했다. 국내외 제약사 모두 신약 등재 제도에 대한 불만이 컸다. 제약사 CEO 53명 중 절반이 넘는 30명이 '신약 등재'가 가장 개선해야 할 정책으로 지목했다. 다국적제약사 뿐만 아니라 국내제약사들도 신약 등재를 가장 개선이 시급한 약가제도로 꼽았다. 보건당국은 신약의 가치와 함께 건강보험 재정을 고려해 약가를 산정하는데 제약사 입장에서는 정부가 신약의 적정 가치를 책정해주지 않는다는 볼멘소리를 낸다. 연구개발(R&D) 역량를 집결해 장기간 개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신약을 개발하더라도 적정 약가를 받지 못하면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크다. 지속적인 약가인하에 대한 불만도 크다. 정부의 약가제도 기조가 지속적인 인하를 추구하는 방식으로 지속될 경우 CEO 53명 중 37명(70%)이 'R&D 재투자 여력 감소'가 가장 우려된다고 답했다. 약가인하가 반복되면 제약사 입장에선 수익성이 악화하고 자칫 신약개발을 위한 재원 마련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물론 정부 규제는 관련 산업 종사자들에게 불만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다만 보건당국이 최근 약가정책을 펼치면서 제약사들과 원활한 소통을 펼쳤는지 의문이 든다. 제약사들이 제기하는 대표적인 불합리한 약가정책은 현재 진행 중인 상한금액 재평가다. 상한금액 재평가는 2020년 7월부터 시행된 새 약가제도를 기등재 제네릭에 적용하기 위한 약가재평가 정책이다. 개편 약가제도에서 제네릭 제품은 생동성시험 직접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특허만료 전 오리지널 대비 53.55% 상한가를 받을 수 있다. 한 가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때마다 상한가는 15%씩 내려간다. 지난 2020년 6월 보건복지부는 최고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제네릭은 올해 2월28일까지 ‘생동성시험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자료를 제출하면 종전 약가를 유지해주는 약제 상한금액 재평가 계획 공고를 냈다. 현재 보건당국은 제출된 재평가 자료를 토대로 약가인하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약가인하 대상이 아닌데도 약가인하 대상으로 선정되는 등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제약사들은 이 정책을 왜 진행하는지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미 정부로부터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고 문제 없이 판매 중인데도 단지 약가 유지를 위해 또 다시 적잖은 비용을 들여 생동성시험을 진행하면서 사회적인 비용 낭비가 초래됐다. 정부 입장에서도 수만개의 의약품 중 약가인하 대상을 선별하기 위해 적잖은 역량을 소비하고 있다. 제약사들은 “차라리 일괄적으로 제네릭 약가를 인하하는 게 낫다”는 푸념마저 토로하는 실정이다. 급여적정성 재평가도 매끄럽지 못했다. 임상재평가가 진행 중인 약물이 포함되면서 혼선을 겪는 상황이다. 제약사들은 소염효소제 스트렙토키나제·스트렙토도르나제(스트렙토제제)의 임상재평가를 진행 중이다. 식약처는 지난 2017년 스트렙토제제의 효능 논란이 불거지자 임상재평가를 지시했다. 하지만 돌연 스트렙토제제는 보건당국의 급여재평가 결과 임상적 유용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판정을 받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해 10월 건강보험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 심의 결과 스트렙토제제에 대해 급여적정성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효능이 있는지 따지기 위해 5년 넘게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데 건강보험 급여를 인정하면 안된다는 엇박자 판단이 나온 셈이다. 제약사들의 항의에 결국 스트렙토제제는 재평가 결과에 따른 환수협상 합의 품목에 한해 1년 간 평가를 유예하는 조건부 급여가 제시됐다. 임상재평가가 종료될 때까지 환수협상을 합의한 제품에 한해 1년 간 급여를 유지해주겠다는 이상한 정책이 끼어들었다. 제약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건보공단과 22.5%의 환수율과 환수 기간 1년에 합의했다. 스트렙토제제의 임상재평가가 실패하면 1년 간 처방실적의 22.5%를 건보공단에 되돌려줘야 한다는 의미다. 보건당국은 국내 약제비 관리의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정책 목표를 트레이드-오프로 제시한 상태다. 임상적 유용성이 불확실한 의약품을 건강보험 급여를 삭제하거나 약가를 재조정하는 방식으로 확보한 재정을 신약의 급여 적용과 확대에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제약사들은 정부가 또 어떤 약가 정책으로 업계를 혼란에 빠뜨릴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효율적인 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위해 약가인하 기조의 정책은 불가피하다. 다만 정부가 새로운 약가정책을 추진하면서 산업계와 제대로 소통을 했는지 묻고 싶다. 어느 때보다 소통이 필요한 때다.2023-06-02 06:20:23천승현 -
[기자의 눈] 규제과학 인력 양성만큼 활용도 중요[데일리팜=이혜경 기자] 요즘 규제기관에서 규제과학 전문가 양성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민간에서 운영하던 규제과학센터를 지난해 식약처 산하 재단법인으로 허가했다. 그만큼 의약 전반에 걸쳐 산업현장 및 규제당국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겠다는 의지가 커보인다. 규제과학은 국내에서 의약품, 의료기기, 건강기능식품 등 규제된 제품들의 안전성, 유효성, 품질 및 성능 등을 평가하기 위해 새로운 도구, 기준 및 접근방법 등을 개발하는 과학으로 해석된다. 규제과학이라는 의미가 도입된 건 미국에서부터다. 2006년 미국 FDA 과학기술위위원회 보고서에서 '과학적 역량 부족으로 FDA가 과학적 규제를 충실히 수행하지 못한다'고 평가하면서 규제과학의 필요성이 문제제기 됐고, FDA가 2009년부터 규제업무 수행에 필요한 과학적 기반을 마련하고 규제과학 정의 및 육성하는 일을 추진하기 시작하자 유럽 EMA, 일본 종합과학기술회의에서도 규제과학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국내에서는 2021년 식약처가 규제과학연구지원센터를 설치하면서 본격적으로 규제과학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유경 식약처장 또한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R&D 투자 뿐 아니라 규제과학 인재를 양성하고 식약처의 규제과학 역량을 국가적 인프라로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국내 규제과학 역량이 국제 수준에 근접했지만, 전문적인 경험 축적과 안정적 운영을 위해 경력, 분야, 수준별로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해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는 전략이다. 국내에서 규제과학 인재 양성을 위해 8개 대학이 규제과학과를 신설해 운영 중이고, 규제과학센터는 이를 지원하면서 민간 규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8개 대학별 5년 간 총 25억원을 지원하는 규제과학 인재양성사업으로 규제과학 석& 8231;박사 600명이 양성된다. 또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은 2016년부터 국제 약물감시 규제조화 전문훈련, 의약품 안전관리책임자, 약물 역학조사관 교육 등으로 의약품 안전관리 전문인재 양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식약처는 이들 기관을 활용해 첨단바이오, 디지털분야 등에 필요한 전문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상황을 보면 국내에 규제과학 전문가 양성을 위한 틀은 짜여졌다. 하지만 이들을 어떻게 활용할 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또한 필요해 보인다. 특히 올해는 규제과학 인재양성사업의 성과인 첫 규제과학 석박사가 나오는 시기이기도 하다. 인재를 양성하는 기관들은 많은 핵심인력을 양성하는 역할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실제 현장에서 매칭돼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해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2023-06-01 17:08:28이혜경 -
[기자의 눈] 제네릭 수 줄이기와 생동규제 효과[데일리팜=이탁순 기자] 정부가 제네릭 숫자를 줄이기 위해 약가제도 손질을 추진하고 있다. 일정 숫자를 넘는 제네릭에는 혁신형제약 가산 등을 부여하지 않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가 제네릭 수 규제에 나선 데는 지난 4월 한꺼번에 쏟아진 포시가 후발약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포시가 제네릭은 특허가 풀리자마자 57개가 급여를 받았다. 하지만 이는 위탁생동 제한 정책이 시행되기 이전에 허가를 받은 약제이기에 가능했다. 수탁사가 위탁생동을 3개사로 제한한 약사법 개정안은 지난 2021년 7월 시행됐다. 포시가 제네릭은 작년 초 처음 허가를 받았지만, 개발은 위탁생동 제한 정책 이전에 진행됐다. 따라서 위탁생동 제한이 없어 한 개 수탁사가 여러 위탁사에 생동성시험 결과 공유가 가능했다. 업계에서는 생동 제한 규정으로 신규 제네릭 수는 점차 감소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정부의 제네릭 약가 손질은 제약사 옥죄기 밖에 되지 않는다. 생동 제한 규정 효과를 조금 더 기다려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는다. 오히려 생동 제한 규정이 제네릭시장을 위축시켜 국내 제약산업 뿐 아니라 소비자 접근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면 규제 완화에 나서야 한다. 정책 효과도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제네릭 약가만 옥죄는 건 비합리적일 뿐더러 실효성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정부가 제네릭을 건강보험 급여만 축내는 존재로만 인식한다면 국내 의약품 시장은 포기한 거나 다름없다. 제네릭의 순기능을 인정하고, 오히려 활성화 하려는 근본적 대책이 나와야 건강보험 재정 건정성도 유지할 수 있다.2023-05-31 14:45:56이탁순 -
[기자의 눈] 자금조달의 양면성과 기업가치[데일리팜=이석준 기자] 기업의 자금조달은 경영을 위한 한 축이다. 일시에 대규모 자금을 확보해 선제적 투자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는 자체 현금이 있어도 자금조달은 필수라고 말한다. 제약바이오 업체도 마찬가지다. 의약품 개발을 위해서는 임상을 끌어갈 자금이 필요하다. 여기에 R&D 인력 등을 관리할 부수 비용도 마련해야 한다. 그야말로 '쩐의 전쟁'이다. 자금유치는 기업가치로 연동되기도 한다. 일부 기업 주가는 자금유치 소식이 알려짐과 동시에 급등하기도 한다. 자금조달 제약바이오기업들도 이를 아는지 보도자료를 통해 '고금리 기조에도, 펀딩난에도,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도' 등의 문구를 넣으며 홍보전에 나선다. 맞다. 자금유치는 기업의 능력 중 하나다. 다만 자금조달 목적과 방식, 조건 등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성격에 따라 향후 '나쁜 부메랑'이 될 수 있어서다. 급전 방식의 자금 조달일수록 더욱 그렇다. 특히 주가 상승 시기에 메자닌(전환가능채권 및 주식) 투자를 받은 바이오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코로나19와 맞물려 주가가 급등한 기업들이다. 현 시점에서 이들은 투자금이 바닥나고 투자 원금을 토해내고 있다. 이중고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상장 제약바이오 기업이 2020년과 2021년에 발행한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교환사채(EB) 등 메자닌 발행 규모는 3조원을 넘는다. 당시는 대부분 제약바이오 기업 주가가 급등했고 이를 틈타 메자닌 발행에 나섰다. 다만 이후 코로나치료제 임상 실패 등으로 제약바이오 열기가 식으면서 하락장이 2년 넘게 이어졌다. 실제 KRX헬스케어 지수는 2021년 이후 현재 절반 안팎으로 하락한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투자자는 풋옵션(원금회수) 행사에 나섰다. 해당 바이오 기업은 풋옵션에 따른 자금상환 압박을 또 다른 자금조달을 통해 막고 있다. 더 이상 주가 하락으로 메자닌 발행이 어려운 제약바이오 기업은 주주 대상 유상증자에 손을 벌리고 있다. 주주는 울며 겨자 먹기로 유증열차를 탄다. 해당 기업들은 어찌어찌 자금을 마련했지만 또 다른 나쁜 부메랑이 될 확률이 높다. 상황은 고정 매출이 있어 상대적으로 유동성에 여유가 있는 제약사도 마찬가지다. A사와 B사는 2021년 각각 1000억원, 700억원 규모 CB를 발행했다. 풋옵션 도래 시간은 A사 오는 7월, B사 내년 7월이다. 두 회사 모두 발행 당시 전환가액보다 주가가 낮아진 상태다. 풋옵션 가능성이 높다는 소리다. 두 회사 모두 투자자가 만기까지 들고 있을 이유가 없는 무이자 CB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주식 전환이나 만기 시 이득이 없어진 상황에서 제약사에게 압박을 가하고 있다. 바로 경영 개선 요구다. 이에 일부는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원금 요구 시 제약사도 경영에 위협이 생기기 때문이다. 제약사들의 투자금을 활용한 R&D는 2~3년전만 해도 칭송을 받았다. 다만 현재는 무리한 R&D인지를 재점검 하고 있다. 일부는 손해를 감수하고 포기해야 할 상황이다. 자금유치의 역습이다. 자금조달이 무조건 능력으로 치부받는 시대가 지났다. 상황이 180도 변했다. 향후 자금상환 압박을 생각해야 하며 최근에는 고금리에 이자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이제는 제약바이오 기업의 자금조달 성격을 파악하고 양면성을 들여다봐야 한다. 그래야 기업 본질을 꿰뚫어볼 수 있다.2023-05-31 06:00:49이석준 -
[모연화의 관점] 그럼에도 설득이 필요합니다(36)4년 전, 큰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이었을 때 스마트폰을 사주었다. 핸드폰을 바라보는 아이에게 핸드폰이 학습에 미치는 영향, 두뇌에 미치는 영향, 팝콘 같은 지식은 인간을 생각하지 못하게 한다며, 원래의 취미인 독서로 돌아오라는 이야기를 주야장천 했었다. 그런데도 아이는 스마트폰을 자제력 있게 사용하지 못한 채, 고등학교 1학년이 되었다. 중간고사를 망친 후 아이는 앉아있는 시간 동안 실제 집중하는 시간이 짧은 이유가 스마트폰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스마트폰과 헤어지는 연습을 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사주기 전 왜 사주지 않는지부터, 사준 후 어떻게 사용하는 게 좋은지를 약 7~8년간 에토스, 로고스, 파토스 전략 안에서 설명했지만, 내 아이가 실제로 변한 건 스스로 인과관계를 발견하고 자신이 자신을 설득하고, 스마트폰에 죄를 묻겠다 결심한 후이다. 나는 나의 메시지가 기반이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는 자신이 결정했다 생각한다. 바로, 이것이 설득이다. 다시 말해, 설득이란 내가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사람의 자기 설득을 돕는 것이다. 많은 이들은 설득을 자신이 말하는 대로 상대가 행동하는 마법 같은 거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설득이 아니다. 그것은 내 의견에 따르라는 위계적 세계관에 의한 강요일 뿐이다. 설득은 자유의지를 가진 대상자에게 영향을 미치고자 할 뿐, 선택은 대상자의 몫이라는 걸 이해하며 시작해야 한다. 아울러, 한쪽만 이익을 보는 주장, 일명 선전, 선동, 가스라이팅 같은 비윤리적인 심리전도 설득 커뮤니케이션 범주에 들어올 수 없다. 노스웨스턴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 교수인 다니엘 오키프(Daniel J. O'Keefe)가 설득을 “일정한 자유를 가진 피설득자를 대상으로 그의 관념이나 생각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적 노력”으로 설명한 이유도 바로 설득의 주체는 사실 대상자이기 때문이리라. 종합하자면, 설득은 인내와 지구력을 가지고, 대상자에게 끊임없이 다가가고, 주장에 다양한 근거를 추가해 시시때때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이다. 게다가 대상자의 기억 속에 그 메시지가 존재해야 하므로 장기 기억에 들어갈 수 있는 메시지 전략 역시 중요하다. 특정 상황에서, 대상자는 관련 기억을 꺼내어, 다시 생각하고 자신에게 ‘엄마가 그러는데/ 약사가 그러는데/ 미디어가 그러는데, 이게 맞을까?’라며 묻고, 다양한 수단으로 검증하고 나중에서야, ‘그럴싸하군. 혹은 믿을 만하군’으로 결론 내리기 때문이다. 이것을 마케팅 용어로는 회상(recall)과 재인(recognition)으로 설명한다. 마케팅 맥락에서, 회상은 보조 도구 없이도 브랜드 관련 지식을 떠올리는 걸 의미하고, 재인은 어떤 보조 도구를 통해 로고나 광고 메시지를 떠올리는 걸 의미한다. 인간의 인지구조에서, 정보는 나의 기존 지식을 토대로 의미를 구조화한 스키마에 의해 해석된다. 우리는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회상과 재인 과정을 토대로 나의 스키마를 발동시킨다. 그래서 좋은 메시지에 꾸준히 노출되는 경우, 그 메시지에 의해 서서히 설득되고 급기야 좋은 행동으로 발현되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존재한다. 꾸준히 좋지 않은 메시지에 의해 삶을 부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게 설득되는 경우 건강하지 않은 행동을 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권고할 만한 행동에 관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양한 메시지 전략을 사용해서 상대에게 왜 이 행동이 필요한지, 이로운지 설명하고 꾸준한 진정성을 느끼게 만들어 궁극적으로, 진정 대상자가 원해서 그 행동을 하도록 이끌어줘야 한다. 즉, 설득은 순간이 아니다. 그래서 설득에 능한 사람들은 대상자가 지금 당장 행동의 변화를 보이지 않아도 슬퍼하지 않는다. 원래 그렇다는 것을 알기에, 하염없이 기다릴 줄 안다. 그리고 대상자의 변화 결과에 진심으로 응원을 보낼 수 있다. 사실, 설득자도 사람인지라 설득 성공 이후, “내가 말했잖아.”라고 말해주고 싶을 거다. 하지만 메신저는 사라지고 메시지만 남는 수면자 효과(sleeper effect)를 기억해야 한다. 설득한 나는 사라지고, 상대가 취득한 메시지가 상대의 걸로 남는 것은 보편적인 일이다. 누군가 감사를 표한다면, 그가 난사람이라는 의미이다. 마지막으로, 약사 커뮤니케이션의 맥락으로 들어가 보자. 약사는 매 순간 대상자의 약물 요법, 건강 결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건강 행동을 권고한다. 하지만 뭐 팔려고 그러나? 라는 눈빛을 마주하거나, 듣고 싶어 하지 않는 상대의 반응을 보며 지쳐가기도 한다. 단언컨대, 진정성이 담긴 메시지는 반드시 쌓인다. 진심으로 상대를 위해 전달한 메시지는 상대의 장기 기억 속에 들어가 기존 지식과 합쳐서 스키마로 형태로 존재하다가, 언젠가 반짝 나오게 될 것이다. 그러니, 우리의 역할- 고객의 건강 결과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설득을 오늘도 시도해보자. 어떻게 하면 약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먹을 수 있는지, 도움을 줄 수 있는 영양성분은 무엇인지, 어떤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게 좋은지 끊임없이 이야기해 보자. 결국엔, 상대의 스키마에 메시지를 넣어준 사람만이 남지 않을까. 의식적으로 메시지의 주인은 기억하지 못해도, 무의식적으로 신뢰할 테니 말이다.2023-05-30 18:56:00데일리팜 -
[기자의 눈] 지출보고서 공개 후 부작용 대비해야[데일리팜=황진중 기자] 보건복지부 등 규제당국은 내년부터 '제약사 등이 의료인에게 제공한 경제적 이익에 관한 지출보고서'를 공개할 예정이다. 건전한 의약품 유통 질서를 정립하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지출보고서 공개가 준비되고 있다. 규제당국은 제약바이오 업계와 의료계 등 관계 당사자로부터 충분한 의견을 듣고 공개를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공개 예정 시기가 다가올수록 우려는 더 늘고 있다. 지출보고서에 보건의료전문가(HCP& 8231;Health care provider)의 실명이 기재될 수 있다는 점이다. HCP는 실명 공개 후 오해가 발생했을 시 명예훼손 등 소송 외에는 별다른 대처 방법이 준비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고 있다. 제약바이오업계는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해 HCP와 제약사 관계가 악화하고 합법적 사업과 영업이 위축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HCP와 제약바이오업계는 이를 예방하기 위해 실명 비공개나 가명 활용, 분쟁 해결을 위한 플랫폼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출보고서 공개로 불법 리베이트가 더 음성화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출보고서를 통해 리베이트 의심 정황을 상대적으로 파악하기 수월해진 만큼 불법 리베이트 관련 지출이 현금 등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더 음성화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리베이트 쌍벌제 등 불법 리베이트를 처벌하는 규제가 강화하고 있음에도 리베이트는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 최종윤 의원이 지난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리베이트 행정처분 현황'에 따르면 제약사 14곳의 852개 의약품이 불법 리베이트로 행정처분을 받았다. 제약사 직원의 불법 리베이트 폭로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는 점을 보면 음성적인 리베이트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불법 리베이트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는 이유로는 제네릭 위주인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한계가 지목된다. 최근 포시가 제네릭이 대거 출시되면서 처방을 확대하기 위해 높은 수수료를 제공하는 사례도 알려지고 있다. 과다한 수수료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리베이트 의심 사례로 지목당할 여지가 있다. 지출보고서 공개는 통상 '한국형 선샤인 액트'로 불린다. 선샤인 액트는 미국의 지출보고서 제도다. 복지부도 지출보고서 제도를 홍보할 당시 '햇빛은 최고의 살균제다'라는 문구를 내걸고 의약품 거래 과정의 투명성 제고를 통해 자정 작용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지출보고서 공개가 불법 리베이트를 더 음성화 할 시 대응책은 어떤 것이냐는 점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2018년 지출보고서 작성 의무를 도입한 후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지출보고서 실태조사를 처음으로 실시한다. 실태조사는 내달 1일부터 시작돼 7월31일까지 진행된다. 제약사 등이 지난해 작성한 지출보고서 현황 등을 조사해 통계적 분석정보를 중심으로 8월부터 11월까지 분석해 12월에 공표할 예정이다. 규제당국이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지출보고서 공개 후 예상되는 불법 리베이트 음성화 등에 대비할 수 있는 방안을 준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2023-05-30 06:15:43황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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