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제약사들은 왜 '콜린알포' 급여축소 취소소송 패소했나
기사입력 : 22.08.04 06:00:59
0
플친추가

서울행정법원, 지난달 종근당 등 청구 소송 원고 패소 판결

제약사들 "임상적 유용성 충분"...재판부 "유용성 인정 부족"

재판부 "급여축소 공익적 효과가 더 커"...위법성 주장에도 적법 판단
[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제약사들이 ‘콜린알포세레이트’(콜린제제) 급여축소 소송에서 임상적 유용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재판부의 판단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급여축소로 얻을 수 있는 건강보험 재정절감 효과가 제약사들의 손실보다 크다고 판단했다. 제약사들이 주장한 콜린제제의 선별급여 결정의 절차적 위법성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모두 적법하다고 보건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 제6부는 최근 종근당 등이 제기한 건강보험약제 선별급여적용 고시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제약사들이 제기한 콜린제제 급여축소 취소소송의 첫 판결이다.

이 사건 판결문에 따르면 소송의 쟁점은 보건당국의 콜린제제 선별급여 결정의 타당성과 절차적 적법성으로 압축된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2020년 8월 콜린제제의 새로운 급여 기준 내용을 담은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일부 개정고시를 발령했다. 치매 진단을 받지 않은 환자가 콜린제제를 사용할 경우 약값 부담률을 30%에서 80%로 올리는 내용이다.

복지부는 콜린제제의 급여축소 결정 이유에 대해 임상적 근거가 미흡하다는 점을 제시했다. 복지부는 “교과서 및 임상문헌 등에서 치매에 대해서는 임상적 유용성이 일부 인정되지만 그 외 효능은 의학적 근거가 미흡했다”라고 판단했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주요 8개 외국에서도 보험에 등재하고 있지 않고 대체약제 유무 및 투약비용 등의 비용효과성을 검토한 결과 콜린제제가 대체약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가약제에 해당했다는 점도 급여축소의 배경으로 복지부는 설명했다.



콜린제제의 급여축소를 결정하기 위해 복지부는 임상적 유용성 관련 충분한 의학적·과학적 근거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교과서와 임상진료지침(총 59종), 주요국 의료기술평가 보고서(국내외 10개 기관), 임상연구 문헌(한국의학논문DB 등) 등 근거문헌을 검토했다. 콜린제제의 급여축소는 청구금액 증가율이 높지만 임상적 근거에 대해 사회적 논란이 있고 주요 외국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하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촉발됐다.

소송에서 제약사들은 콜린제제가 임상적 유용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신경학 교과서에 콜린성 전구체를 임상에서 사용하는 것이 권장된다고 기재돼 있고, 콜린제제 원 개발사 이탈파마코가 최초 허가받을 당시 다수의 임상시험 문헌을 제출하했고 그 중 다수가 SCI, SCIE에 등재됐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제약사들은 복지부가 SCI, SCIE 등재 학술지에 게재된 무작위배정임상시험 실시 논문을 콜린제제의 임상적 유용성을 인정하는 근거로 활용한 것을 두고 기존의 평가기준보다 엄격한 기준을 법률의 근거도 없이 설정했기 때문에 부당하다는 논리도 펼쳤다.

제약사들은 “현장의 임상의들이 가장 많이 처방하는 콜린제제의 임상적 유용성을 섣불리
부정할 수 없다“고도 했다. 처방현장에서 콜린제제의 효과가 있기 때문에 사용이 많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 2020년 7월 대한신경외과 병원협의회, 대한뇌혈관외과학회, 대한뇌혈관내치료의학회, 대한신경외과 의사회, 대한노인신경외과학회 등은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의 콜린제제 선별급여 결정을 반대하는 입장을 내면서 “2019년 180만명의 환자에게 처방된 콜린제제를 단지 처방 남발 때문이라고 단정짓지말고 환자의 요구도가 어떠한지 먼저 파악해야 한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복지부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제약사들이 제시한 신경학 교과서 내용이 콜린제제의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했다.

재판부는 “신경학 교과서는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부분에서 ‘현재 사용하는 콜린성 전구체, 효능제 및 도네페질과 같은 아세틸콜린에스테라제 억제제의 효과가 그리 크지는 않다고 기재돼 있다”라고 제약사들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이 교과서는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부분에서 콜린성 전구체를 언급하고 있는 것에 불과할 뿐 치매 관련 질환이 아닌 경우에까지 콜린제제의 임상적 유용성을 인정할 수 있는 근거로는 삼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뇌졸중·신경외과학·신경정신의학 등 국내외 교과서에서도 알츠하이머, 혈관성 치매 등에서 콜린제제의 임상적 유용성에 대한 언급이 있었을 뿐 치매 관련 질환을 제외한 나머지 경우 임상적 유용성을 뒷받침하는 의학 교과서는 찾기 어렵다고 봤다.

SCI, SCIE 등재 학술지에 게재된 문헌을 검토한 결과 치매 관련 질환을 제외한 나머지 경우 대해 콜린제제의 임상적 유용성을 언급하고 있는 논문이 거의 없었다고 재판부는 복지부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제약사들이 제시한 콜린제제 임상적 유용성 근거를 모두 일축했다.

제약사들은 경도의 인지장애가 있는 알츠하이머병도 결국 중증 치매 증상으로 악화되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콜린제제의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임상적 유용성을 인정한 문헌이 경도의 인지장애에 대해서도 임상적 유용성을 인정할 근거로 사용될 여지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경도 인지장애가 치매 관련 질환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치매 관련 질환에 대한 임상적 유용성을 당연히 경도 인지장애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제약사들은 “콜린제제는 전 세계 13개 국가에서 의약품으로 허가받아 관리되고 있고 특히 이탈리아에서는 전문의약품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탈리아를 제외한 주요 선진국에서 콜린제제를 의약품으로 인정하지 않았다거나 건강보험 등재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약제의 임상적 유용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재판부는 “의약품 관련 주요 8개 선진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독일, 스위스, 캐나다 중 콜린제제를 의약품으로 인정하고 있는 국가는 최초 개발한 회사가 속한 이탈리아만이 유일하다”고 했다.

제약사들은 복지부가 콜린제제의 대체 약제로 제시한 약물들이 효과와 안전성이 불확실하고 더 비싸다는 점을 들어 콜린제제의 비용 효과성을 충분하다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동아니세틸, 뉴라세탐, 딜라스트, 페로딜, 사미온 등을 예로 들어 이들 대체 약물의 1일 투약 비용이 콜린제제보다 낮다며 제약사들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제약사들은 콜린제제의 급여축소가 행정행위 철회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콜린제제의 ‘건강보험 급여’를 번복하려면 중대한 공익적인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콜린제제의 효능효과를 부정할만한 요인도 없었고 콜린제제의 급여유지가 공익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견해다.

재판부는 콜린제제의 일부 효능효과를 선별급여로 지정해 본인부담률을 상향한 행정이 과거의 행정행위를 철회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제약사들은 콜린제제의 급여축소가 정부의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콜린제제의 급여축소로 달성하는 공익보다 노인 환자들에게 약물 접근성을 제한함으로서 침해되는 공익이나 사회적 가치가 더 크기 때문에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재판부는 콜린제제 급여축소로 달성하는 공익이 더욱 크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해당 고시는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을 도모하고 요양급여비용을 보다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것이므로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고 콜린제제 급여축소로 본인부담률을 일부 증가시킴으로써 건강보험 재정의 지출이 감소하기 때문에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콜린제제의 급여비용 청구금액이 매우 클 뿐만 아니라 연 평균 약 28%의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급여축소로 달성할 수 있는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이라는 공익이 결코 작지 않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제약사들이 장기간 콜린제제의 임상적 유용성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 영역에 대해서도 낮은 본인부담률을 적용받아 광범위하게 요양급여비용 지원의 혜택을 받으면서 이 사건 약제를 판매했다”면서 “급여축소 이후에도 콜린제제는 여전히 급여대상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고 치매 관련 질환 이외에 투약할 경우 본인부담률 등이 변경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급여 축소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이 제약사들이 입게 될 손해에 비해 크다”고 결론내렸다.

이와 함께 제약사들은 콜린제제 급여축소 결정에 대해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크다고 주장했다. 보건당국이 원고들에게 ‘독립적 검토를 거친 재평가’를 신청할 수 있다는 내용을 통보하지 않았고, 급여평가위원회의 평가와 진료심사평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절차적으로 위법하다는 견해다. 하지만 재판부는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콜린제제 급여축소 취소소송은 법률 대리인에 따라 2건으로 나눠서 제기됐다. 법무법인 세종이 종근당 등 39개사와 개인 8명을 대리해 소송을 제기했고 법무법인 광장은 대웅바이오 등 39개사와 1명의 소송을 맡았다.

제약사들은 본안소송 때까지 급여축소 고시 시행을 중단해 달라는 집행정지를 청구했는데, 2개 그룹 모두 대법원까지 “본안사건의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이번 판결대로라면 한 달 뒤 콜린제제의 환자 약값 부담률이 80%로 상승한다는 얘기다.

다만 대웅바이오그룹의 집행정지가 아직 유효하기 때문에 선별급여가 즉시 시행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대웅바이오그룹의 콜린제제 급여축소 취소 소송은 아직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지난 3월 17일 판결 선고가 예정됐지만 변론이 재개됐다. 이번에 패소한 제약사들은 항소와 함께 급여축소 시행을 중지하기 위한 집행정지를 다시 청구할 전망이다.
천승현 기자(1000@dailypharm.com)
글자크기 설정
가나다라마바사
가나다라마바사
가나다라마바사
0/300
 
메일보내기
기사제목 : 제약사들은 왜 콜린알포 급여축소 취소소송 패소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