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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산스즈껜, 유통업계에 나침판될까?

  • 데일리팜
  • 2016-12-05 06:14:48
  • 류충열 초당대 (전) 겸임교수

요즘 의약품 도매유통업계를 보면, 격세감(隔世感)이 든다.

지난 7월7일, 부산의 복산그룹이, 일본에서 매출규모 25조원(2015년)을 자랑하는 초대형 도매유통업체인 '스즈껜'으로부터 거금 520억원(지분 45%)의 출자를 받아 자본금 규모 국내 제1위(1,155억 원)의 '복산나이스'라는 도매유통업체를 탄생시켰다는 소식에도, 그저 잠깐 놀라는 기색이었을 뿐, 종전과 같은 외자도매 진출에 대한 집단적인 거부반응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0년4월 쥴릭(Zuellig)이, 한독약품에 업혀 본격적으로 들어 왔을 때는, 도매업계가 똘똘뭉쳐 쥴릭투쟁위위원회를 결성해 사생결단의 투쟁을 벌였고 협회장이 단식농성을 감행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으며, 8년 전(2008년) '알엠에스(RMS)'가 대구의 경동사를 인수하자 도협(당시)이 36년간 충실했던 회원사 경동사를 일호의 가차(假借)도 없이 전 회원사의 이름으로 제명했었다는 사실을 상기해 보면, 이변이라 아니할 수 없다.

변해도 참 많이 변했다. 그 이유는 무얼까,

그동안 쥴릭이 끈질기게 전국 각지의 200처 내외나 되는 다수의 국내 도매업체들과 협업적(담보부담 제거 등) 도도매거래 전략을 통해 매출액의 거의 전부라 할 90%정도를 올리면서 파트너십(partnership)을 끈질기게 강화시켜 왔고, 2009년 7월 다국적 공룡 금융재벌인 골드만삭스(Goldman Sachs)가 국내 최대의 의약품 유통업체인 '지오영'에 거액(250억 원, 연합인포맥스 이종혁기자 2009.7.9.)을 간접출자하면서, 도매유통업계의 외자(外資)에 대한 이해와 적응도 등이 높아졌기 때문은 아닐까?

이렇듯 세월과 자본 및 파트너십 등은, 국내 도매유통업계의 업권에 대한 공통적 가치관까지도 변화시키는 강력한 마력(魔力)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언제까지나 굳게 닫혀있을 것만 같았던 그 철옹성 같았던 국수주의적(國粹主義的) 철문을 완전히 열어 제치었으니 말이다. 따라서 이젠, 설사 미국의 저 거대한 3대 유통업체인 '아메리소스(Amerisource Bergen)'나 '맥케손(Mckesson Corporation)' 그리고 '카디날(Cardinal Health)' 등이 국내에 들어온다 해도, 종전과 같은 하등의 마찰이나 분란 등은 일어나지 않게 됐다.

그런데, 외자도매가 들어 온 후, 토종 도매유통업계는 크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어떠한 영향을 미쳤을까.

(1) 대형화 바람을 일으켰다.

국내 도매업계가 외자도매에 맞서려면 몸집이 그와 걸맞게 커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자각(自覺)을 갖도록 강한 자극을 줬다. 대형화는, 인수합병(MnA) 또는 자체 영업조직 확대 등을 통해 이루어졌다. 2002년, 쥴릭의 대항마로 탄생된 지오영을 비롯한, 동원약품과 지오팜 등은 인수합병 방식을 선택했다. 지오영은, 포항의 청십자그룹, 대전의 대동약품, 춘천의 연합약품 및 서울의 가야약품 등과 삼성재벌 소속이었던 병원 진료재료 구매대행사인 '케어캠프'를 인수(引受)했고, 동원약품은, 서울의 석원약품, 영신약품 및 경림실업과 제주의 조일약품 등을 합병했으며, 그리고 지오팜도, 서울의 태경약품, 대전의 대흥약품, 광주의 알파약품 및 승주약품 등을 사들였다. 그러나 백제약품과 태전약품 등은 다른 대형화 방식을 선택했다. 백제약품은, 긴세월 쌓아 논 내부유보와 도매유통 노하우(know-how) 등을 활용해 자체 영업조직 확대로 몸집을 최대한 부풀렸다. 2000년 이후, 부산 및 대구 등 전국 각지의 요로(要路)에 무려 13개의 영업지점을 개설했다. 또한 태전약품은, 분사(分社) 형식을 통해 자체 역량을 극대화시켰다. 티제이팜, OnK 및 AOK, TJHC 등이 그것이다.

(2) 의약품 물류시설 현대화 경쟁에 불을 지폈다.

여기서 현대화란 기계화를 뜻한다. 의약품 물류과정(입고, 보관, 출고, 운송 등)에 효율성이 월등한 자동 또는 반자동 기계 등을 설치하고 이를 컴퓨터를 통해 제어(制御)하는 시스템(system)이다. 지오영과 위드팜이 앞장서서 현대화된 물류시설을 도입 했다. 태전(TJ팜)약품과 백제약품 등이 뒤 따랐다. 이들 시설은 KGSP(의약품유통품질관리기준)를 기반으로 하는, 최첨단 물류시설이다. 따라서 이제 의약품 물류시설 견학을 위해 구태여 선진 미국이나 일본 및 유럽 등에 돈과 시간을 들이면서 나갈 필요가 없게 됐다.

(3) 도매유통업의 본분(本分)인 상류(판촉)기능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망각(忘却)시켰다.

미워하면서도 배운다고 아이러니(irony)하게도, 외자도매의 대형화 기계화된 구미(歐美, 유럽 및 미주)식 물류 일변도의 경영을 접하면서, '아, 이런 것이 바로 우리 국내 도매업계가 지향(志向)해야 할 선진국 스타일(style)의 유통 방식이구나'하는 '롤 모델(role model)'이 되어줬다. 이로 인해 상류(판촉)기능의 중요성과 그 육성의 필요성 등은 뒷전으로 밀리면서 안중(眼中)에서 사라져버렸다. 요 몇 년 새, 잘나가던 SA약품, YDP약품 및 SJ메디칼 등이 도매업계의 이러한 물류일변도 신풍조에 희생양이 됐다는 점은 시사(示唆)하는 바가 크다.

오늘날, 세계 의약품 유통시장에는 두 가지 유형의 큰 흐름이 있다. 하나는, 구미식(미국과 유럽)의 '물류기능 중심의 도매유통' 방식과, 또 하나는 일본식의 '판촉(상류)과 물류 기능의 조화로운 균형적 도매유통' 방식이 그것이다.

이들 양자 간에는 뚜렷하게 구분되는 기능상의 차이점이 있다. 바로 판촉활동의 유무(有無)다. 일본 도매는 상류기능에서 판촉활동을 핵심으로 삼고 있으나, 구미 도매는 이것이 없다. 일본 도매의 MS(Marketing Specialist, 영업사원)는 약국과 의사를 상대로 판촉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구미의 도매는 이 활동이 없는 것이다.(의약품도매의 기능별 국제비교 보고서 4쪽, 2011,6. 일본의약품도매업연합회) 이에 따라, 도매기능 수행 대가(代價)인 도매마진율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본의 경우엔 평균 6.9%인데, 미국은 겨우 3.1%이고 유럽은 5.3%에 불과하다.(다국적제약사 의약품유통비용 이대로 좋은가? 11쪽, 2014.8.20. 한국의약품유통협회)

이와 같은 일본 의약품도매유통업계의 판촉(상류)기능 수행활동은, '제약은 연구개발 생산, 유통은 도매'라는 이상적(理想的)인 의약업계의 역할분담 시스템(system)이 견고하게 구축되는 결정적 토대가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은 모든 의약품이 도매를 통해 97%이상 유통되고 있지 않은가.(의약품도매의 기능별 국제비교 보고서 3쪽, 2011,6. 일본도매연합회) 유통기능의 본질을 생각해 본다면, 판촉(상류)기능이 제대로 살아 있는 일본식 도매유통의 유형이 정통성을 갖는다. 상류(판촉)기능 수행에 따라 주문(注文)이 성사(成事)되어야만, 비로소 그 주문의 대상물인 의약품의 물류행위가 뒤따라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금 국내 토종 도매유통업계는 판촉활동이 없는 물류 일변도의 구미식으로 변모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이러한 상태가 완전히 고착돼 버린다면 도매업계에 어떠한 현상이 벌어질까?

(1) 유통마진율(유통비용)은, 도매업계가 계속 조직적으로 강한 반발과 방어를 하겠지만, 그래도 결국에는 구미 수준인 5%~3%까지 필연적으로 점점 더 떨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유통마진율은 '기능 수행(하는 일)'의 대가(代價)인데, 현재 도매유통업계는 판촉기능 없이 물류기능만 수행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판촉기능이 없는 미국과 유럽의 평균 도매유통마진율은 고작 3.1%와 5.3%밖에 되지 않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그보다 훨씬 더 높은 7.1%나 된다는 점 등 때문이다. 도매유통업계는, '현행 평균 유통마진율 7.1% 가지고는 경영을 제대로 할 수 없으니 적어도 8.8%를 내놔라'하고 주장하고 있지만(유통협회 2014.8. 정책토론회), 이에 대해 제약업계는, '판촉활동은 제약이 다하고, 도매가 해주는 일(기능)은 물류활동이 거의 전부이고 게다가 경영이 안 된다는 7.1% 가지고도 뒷% 등을 여전히 난발(亂發)하고 있는 걸 보면, 현행 7.1%도 너무 많은 것 아니냐'라는 여론이 제약업계에서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널리 퍼져있지 않은가.

(2) 도매업계와 제약업계 간, 유통마진율 갈등이 심하면 심할수록, 제약업계는 갈수록 도매거래를 철수하고 직판조직이나 전자상거래 수단 등을 활용해 요양기관 직거래를 확대해 나갈 것이다.

외자 제약사들은 그들의 전통적인 유통경로 전략 때문에, 직거래 전환이 쉽지 않겠으나, 토종 제약사들은 마음만 먹으면 직거래를 확대하는 일은 여반장(如反掌)일 것이다. 그 이유는, 1965년 약업계에서 DSC(동아 Sales Circle)라는 직판조직이 최초로 탄생된 이래, 제약업체들은 지금까지 50여 년 동안 직거래의 장단점 체득과 노하우(know-how) 등을 축적해 왔을 뿐만 아니라, 도매유통업체가 아니더라도 직거래 의약품에 대한 물류업무는, 경쟁에 따른 경제적인 비용으로 용마로지스, 고려택배, 쉥거코리아, 티엔티익스페스, 볼로레로지스틱스코리아 등과 같은 KGSP적격업소로 지정된 물류 전문업체들에게 손쉽게 아웃소싱(outsourcing)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물론 유통이론상, 직거래를 위한 총비용이 도매유통마진으로 지출되는 비용보다 더 비싸게 먹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밑지는 비용에 대해서는, 잘 육성된 우수한 영업인재들로 구성된 직판조직을 가지고 강력한 판촉활동과 차별적인 영업정책 등을 전개하여 매출증대를 도모함으로써, 충분히 충당하고도 남는다는 계산을, 제약사들이 왜 하지 않겠는가.

(3) 상류기능의 핵심인 판촉능력 등이 완전히 도태됨으로써, 머지않아 의약품 도매유통업은 허울은 남아 있되, 실질적으로는 창고운수업과 같은 의약품물류업으로 전락(轉落)하고 말 것이다.

상기한 3가지의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종합해 볼 때, 작금의 의약품 도매유통업계가 주된 기능인 판촉(상류)기능을 망각한 채 구미(歐美)를 따라 물류 일변도의 길로 빠져 들어간 것은, 가까운 미래(3~5년 후)에 닥칠 크나큰 불행을 자초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현 의약품도매유통업계를 '위기(危機)'라 진단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시점에 때마침, 판촉(promotion)과 물류 기능을 함께 중시하는 일본 의약품도매유통업계의 선두 그룹(leading group)인 '스즈껜'이, 영남지역의 맹주 복산그룹과 손을 잡고 들어 온 것이다.

기대되는 바가 참 크다. 오늘의 의약품 도매유통업계가 위기의 수렁에서 벗어나는 길은 잊어진 상류(판촉)기능을 하루빨리 일깨우고 육성시키는 것이 유일(唯一)한데, 이 판촉(상류)기능을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삼고 실천해 오고 있는 일본의 '스즈껜'이 상륙(上陸)했으니, 그 영향으로 판촉기능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국내 도매유통업계에 널리 퍼져 활성화됐으면 하는 소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화답하듯, '스즈껜'의 글로벌사업본부장인 '가미따니 다까시'상무는 "복산나이스의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리 스즈껜이 복산나이스에 지원 가능한 범위는, 유통기능과 프로모션(판촉)기능이다. 고품질 상품관리와 원활한 유통체계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노하우(know-how)를 전수(傳授)하고, 제약사와의 프로모션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약사 판매대행이나 의료기관 및 약국의 구매대행 등을 지원할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한다.(데일리팜, 정혜진기자의 단박인터뷰기사, 2016.9.28.) 희망이 보이는 것 같다. 필히 빨리 실천됐으면 좋겠다.

'복산스즈껜', 위기의 국내 의약품도매유통업계에 나침판이 돼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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