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못 만드는 원조 OTC…"그것을 알고싶다"
- 안경진
- 2016-11-10 06: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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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OTC, 대박은 치고 싶고 日처럼 R&D는 안하고...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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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산테보디'라는 이 안약, 어쩐지 눈에 익다 했더니 올해 초 동아제약이 정식수입해 판매되고 있는 '아이봉' 아닙니까. IMS 헬스 데이터 기준, 상반기 동안 동아제약에 18억원의 매출을 안겨주며 시장에 안착한 효자품목입니다.
일본에서는 눈병의 원인이 되는 눈 속 오염물질을 씻어낸다는 콘셉트로 1995년 고바야시(KOBAYASHI)가 출시했던 제품으로 현재 700억 안구세정제 시장에서 매출 1위를 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2013년 전국 일본의약품 패널조사에서 4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쯤에서 '반짝'하고 발휘된 기자정신, "한국에는 왜 원조 OTC(#일반의약품)가 없을까?"
#OTC야말로 제약사들이 소비자와 가장 가깝게 소통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 생각되지만, 정작 국내 출시되는 신제품 갯수는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그나마도 해외에서 도입한 약물이 대부분으로, 자체 개발한 품목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OTC 히트상품이 많은 일본에는 어떤 비결이 숨어있는 걸까요?
데일리팜 제약산업팀의 OTC 기획은 이처럼 '무모한(?) 호기심'에서 출발합니다. ◆'안 된다는' 한국 OTC 시장, 어느 정도길래?
사실 OTC 시장 침체 현상은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니지요.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우리나라의 OTC 시장은 계속해서 내리막을 향하고 있는 듯 합니다.
최근 식약처가 낸 '2016년 식품의약품통계연보'를 보면, 2015년 생산된 의약품은 1만 7907개 중 일반의약품이 5624개로 전체 품목의 31%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전문의약품은 2008년 9321개에서 2015년 1만 2283개로 늘어났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1만건을 돌파한 2013년 이후부터 3여 년새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면서, 생산금액은 무려 12조 4218억원에 달합니다.
물론 의약분업 직전에 실시됐던 의약품분류 과정에서 상당수 일반의약품이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된 뒤 재분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영향도 배제할 순 없겠지만, 시장 자체가 침체길로를 겪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대로라면 31%로 간신히 턱걸이 하고 있는 일반의약품 비중이 내년쯤 30% 아래로 주저앉을 것이 자명합니다. 아니, 올해 이미 그리 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양보다 질'이란 반론을 예상해 OTC 성공사례가 있었는지도 한번 찾아봤는데요, 요즘 '동전파스'라 불리는 소형파스가 약국가에서 뜨고 있다지요? 앞에서도 나왔듯이 동전파스는 일본의 대표적인 OTC 히트상품입니다. 매니큐어처럼 바르는 형태의 액상형 밴드도 마찬가지구요.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게 됐지만 비교적 인지도가 낮은 OTC 품목들도 많은 듯 합니다.

물론 일본에만 국한된 사례는 아닙니다. 30년 넘게 상처치료제 분야에서 판매율 1위 자리를 지켜 온 '후시딘'의 경우, 1962년 덴마크계 피부질환 전문제약사인 레오파마가 선보였던 제품으로 80년대 동화약품이 판권을 사오면서 국내 출시한 제품이지요. 친정인 레오파마가 2011년 한국에 직접 진출하면서 그간 위탁판매하던 제품의 판권을 전부 회수했지만, 후시딘은 유일한 '노터치' 품목으로 동화약품이 생산과 판매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정말로 '원조 일반약'을 찾아보기 힘드네요,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진 제품 중에선 고종황제가 즉위하던 해에 개발됐다는 동화약품의 '활명수' 정도일까요? 자료를 조사할수록 미궁에 빠지게 된 기자는 일본 OTC에 빠삭하다는 제약업계 전문가들을 수소문 끝에 찾아갔습니다.
◆'잘 나가는' 일본 OTC, 뭣이 다른디?
기자가 만난 복수의 현직 OTC 전문가들은 '익명'이란 전제 아래 허심탄회한 의견들을 털어놨습니다. 다국적사와 국내사를 거치며 10년 넘게 OTC만 팠다는 이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의약분업 이후 대한민국의 OTC 시장이 맥을 못추고 있다"는 내용이더군요.

다국적사에 오래 근무하다 국내사로 자리를 옮긴 C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국내사들이 독자적인 OTC 신제품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는 "직접 제품 성분을 개발해서 생산하는 것보다 일본 등 해외에서 도입해서 판매하는 편이 싸게 먹히기 때문"이랍니다. 전문의약품에 비해 투자할 만한 매력이 떨어지는 분야라는 거지요. 맞습니다.

앞서 레오파마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국내사가 영업력을 들여 제품을 키워놓은 뒤 다국적사가 직접 진출하게 될 경우 판권을 회수하는 경우가 종종 벌어지고 있는 게 우리네 현실입니다. 이들은 다국적사들이 제품의 상품성을 테스트하는 소위 '간보기용' 시장으로 전락해버리고 말지도 모른다고 우려했습니다.
일본에서 조금 잘 된다고 하면 표제기(표준제조기준)를 보고 대략 성분을 맞춰다가 뚝딱 만들어내다보니 제품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매출도 나오지 않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 아니겠냐는 따끔한 지적입니다.
C는 "다국적사는 기댈 구석이 브랜드 밖에 없다보니 소비자들에게 주는 메시지에 신경을 쓰지만 영업력이 떨어지고, 국내사들은 영업은 잘 하지만 브랜드 마케팅에는 소홀한 것 같다"는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반해 일본은 OTC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답니다. B의 말을 인용하자면, 일본 역시 몇년 전 의약품 재분류 과정에서 한바탕 진통을 겪으며 OTC 시장이 큰 타격을 입었지만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브랜드 가치를 워낙 중시하는 탓에 기존 제품의 리뉴얼이나 라인 확장,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다른 브랜드를 출시하는 데 우선순위를 둔다는 게 우리나라와 가장 큰 차이라구요.

이어지는 '그것을 알고싶다' 다음 편에서는 좀 더 세부적인 진단과 솔루션을 찾아보기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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