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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기 비만, 성인병의 출발점…조기 개입이 관건"

  • 김경곤 가천대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한계…"필요 시 약물치료 병행해야"
  • 해외 국가 대비 치료옵션 제한적…신약 접근성 확대 필요

김경곤 가천대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데일리팜=손형민 기자] "비만은 더 이상 외형상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성장기에 있는 소아청소년 비만은 당뇨병과 고혈압 등 성인병의 출발점이자 평생 건강을 좌우하는 요인으로, 단순 체중 관리가 아닌 질환으로 접근해야 한다."

김경곤 가천대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최근 데일리팜과 만난 자리에서 비만은 명백한 질환으로, 조기에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며 방치시 미래의 심혈관질환, 당뇨병, 간질환 위험으로 이어지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최근 성인 뿐만 아니라 소아청소년 비만 환자들의 치료 중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대한비만학회가 지난달 공개한 '비만 팩트시트 2025'에서는 소아청소년의 비만율은 최근 5년 새 다소 감소했지만, 여전히 10명 중 약 3명이 비만에 해당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과체중, 비만 유병률을 분석한 결과, 2020년까지 증가세를 보이다가 2021년 이후 감소세로 전환됐다.

남아의 비만 유병률은 8세부터 증가해 14세에 28.3%로 가장 높고, 여아는 16세 이후 26.7%까지 증가한다. 부모의 체질량지수가 높을수록 자녀의 비만 확률이 증가해, 부모가 2단계 비만 이상인 경우 자녀의 비만 가능성은 5배 이상 높았다.

문제는 비만 환자의 동반질환이다. 소아청소년 과체중, 비만 환자에서 2형 당뇨병이나 성인 만성질환이 발병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10년 전 만 해도 소아청소년의 2형 당뇨병은 드물었지만, 최근에는 병원에서 자주 보게 된다. 대부분 비만이 원인이다. 어릴수록 비만이 장기간 지속되기 때문에 건강수명이 단축되고 합병증 위험이 커진다"라고 전했다.

비만의 장기적 영향은 '노출 시기'와 관련이 깊다. 성장기에 과체중으로 인해 만성질환 등 동반질환이 발생할 경우 평생 관리해야 하는 의료경제적 부담, 삶의질 저하, 합병증 발생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김 교수는 "성인 비만은 이미 다른 질환들이 동반된 이후 발생하는 경우가 많지만, 어린 나이에 비만이 시작되면 평생 그 영향을 받는다"며 "소아청소년 비만은 단순 체중이 아닌 미래의 심혈관질환, 당뇨병, 간질환 위험으로 이어지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고혈압이 조절되지 않으면 뇌출혈이나 심장질환, 콩팥 손상으로 이어지듯 비만도 그 자체로 장기 손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라며 "보기 좋지 않은 외형의 문제가 아니라 생리적 이상 상태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식욕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치료적 접근 필요"

특히 김 교수는 비만이 생활습관 교정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절제력 측면에서 볼 때 성인 비만 환자들도 체중 감량이 쉽지 않은데, 성장기 청소년의 식욕을 스스로 억제하는 일은 훨씬 더 어렵다는 게 김 교수의 의견이다.

김 교수는 "식욕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뇌하수체와 지방조직에서 분비되는 여러 신경·호르몬 물질이 작용하는 생물학적 반응"이라며 "이 때문에 단순히 '덜 먹자'라는 의지로는 체중 감량이 어렵다"고 했다.

최근에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약물 등 추가적인 비만 신약의 등장으로 치료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이에 성인 과체중, 비만 환자들에서는 치료에 대한 개념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

김 교수는 "예전에는 비만치료제가 식욕 억제 중심이었지만, GLP-1 계열 약물이 등장하면서 생리적 기전 자체를 조절할 수 있게 됐다. 최근 출시된 치료제들로 인해 환자들의 치료 인식도 크게 바뀌었고, 약물치료를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소아청소년 대상군에서 사용은 제한적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오르리스타트 성분 계열 약제나 '삭센다(리라글루타이드)',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가 12세 이상에서 승인됐다. 다만 '큐시미아(펜터민·토피라메이트)', '마운자로(터제파타이드)' 등 비교적 최근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승인된 비만 약제들은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소아청소년 비만 환자에게 투여가 불가능하다.

김 교수는 "정부의 규제가 심하다. 12세 미만은 사용할 수 있는 약이 없고, 12세 이상도 제한적"이라며 "국내 환자 대상 연구를 통해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되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가 약제 승인을 검토해야 한다"라고 평가했다.

큐시미아 등 일부 비만신약의 경우 미국에서는 청소년 환자를 대상으로 사용되고 있다. 오남용 문제가 대두될 수 있지만, 치료옵션이 아직 많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판단하는 건 무리라는 게 전문가의 입장이다.

김 교수는 "큐시미아는 미국에서 이미 청소년 비만 치료제로 허가돼 있다"며 "국내 상황을 비추어 볼 때 가격 수준상 청소년 오남용 가능성은 낮다. 오남용 문제를 이유로 규제가 과도하게 적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소아청소년뿐만 아니라 비만은 질병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여전히 낮은 상황이다. 특히 소아청소년 비만은 예방이 가장 중요하지만, 이미 질환 단계에 들어선 경우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김 교수는 "약물치료는 어디까지나 건강한 생활습관을 기반으로 해야 효과가 극대화된다"면서도 "비만이 심하거나 고혈압·간수치 상승·2형 당뇨병 등 합병증이 동반된 청소년은 약물치료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인보다 생활습관 교정이 어려운 청소년에게는 약물치료를 병행하되, 장기적으로 건강한 식습관과 신체활동을 유지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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