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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가보니…곳곳에 도사리는 조제실수 변수들

  • 김지은
  • 2015-06-01 12:15:00
  • 무원칙 처방전에 제형·포장 등 헷갈리는 제품 수두룩

호명을 기다리며 대기 의자를 빽빽히 채운 환자들. 한명, 두명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투약대를 서성이기 시작한다.

환자가 몰리는 월요일 오전, 약국은 분주하다. 마음이 바빠진 약사들은 좁은 조제실에서 몸을 부대끼며 눈과 손을 빠르게 움직인다.

약국의 처방전 접수부터 투약까지, 전 과정에 메디케이션 에러가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은 곳곳에 포진돼 있다.
이럴 때일수록 약사는 환자가 들고온 처방전을 받아들고 그 환자에게 약을 들려 보낼 때까지 잠시도 방심할 수 없다.

잠깐의 부주의는 곧 치명적인 조제 실수로 연결된다. 나아가 약사의 방심이 부른 조제실수는 환자의 건강, 나아가 생명과도 직결될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의문은 남는다. 처방전 접수부터 복약상담으로 이어지는 전 과정에서 도사리는 메디케이션 에러의 요인, 그 낙인을 조제자인 약사에게만 지울 수 있는가.

약사들은 오늘도 좁은 조제실 안에서 배려 없이 중구난방인 처방전, 비슷 비슷한 약에 실망하고, 거듭되는 분절, 산제 조제에 좌절한다.

"두번 세 번 확인해도 실수 유발…제각각 처방전 언제까지"

"이 처방전에 와파린이라도 나왔다면, 정말 생각도 하기 싫어요. 약사가 잠깐 방심했다면 환자는 투약량을 초과해 목숨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는 문제잖아요."

부산 오거리약국은 약국 특성상 대형 병원부터 동네 의원까지 여러 병원에서 처방전이 몰리고 있다. 그만큼 약국에 들어오는 처방전 형태도 제각각이다.

그렇다 보니 이중으로 처방전 검수를 한다해도 가끔 실수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한장의 처방전에 모든 약을 정렬해 기재하는 국내 방식은 약국에는 적지 않은 혼란을 주기 마련이다. 특히 병원별 중구난방 처방전 기재방식은 처방전 접수부터 약국을 곤란에 빠트리곤 한다.

의약품 식별을 위한 보험코드를 기재하지 않는 경우 기본이고 약 이름은 한글과 영어를 혼용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1회 투약량 표기는 약국에서 자칫 실수가 발생할 수 있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위)보험코드를 기재하지 않는 처방전 형태 (아래)같은 처방전 내 한 약만 투약 단위를 다르게 표기해 약국에 조제실수를 유발하는 경우.
같은 처방전 안에도 약마다 1회 투약량 단위를 다르게 표기해 놓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른 약들은 모두 Tab으로 표기하다 하나의 약만 mg으로 표기해 놓는 방식이다. 자칫하면 Tab 용량에 맞춰 조제가 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약 명칭이 제대로 표기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엑시티린과 액시티린은 다른 제약사에서 생산하는 약으로 한글 표기가 다르다해도 영어로는 표기가 같다. 처방전 상에 식별코드가 없다면 잘못 조제될 가능성이 커진다.

황은경 약사는 "약 종류가 워낙 많다보니 약사가 많고 이중, 삼중으로 처방전을 검수한다 해도 가끔 실수가 발생하기 마련"이라며 "우리 약국은 현재 처방전 표기 위험 병의원은 따로 분류해 특별 관리하고 근무약사에 별도 교육도 시키고 있다. 이런 이유로 조제실수가 발생해도 모두 약사의 책임으로 돌아가는데 처방전 통일이 우선 시급하다"고 말했다.

"비슷비슷한 약·포장·라벨…나홀로약국 치명적"

제각각인 처방전을 확인하다 가슴을 쓸어내렸다면 조제 과정에선 눈을 더 크게 부릅떠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쌍둥이 같이 유사한 제형, 포장, 라벨은 조제 과정에서 실수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알약이 워낙 작다보니 육안으로 의약품 식별코드를 확인하기 쉽지 않고, 다른 약들과 제형이 유사해 자칫하면 실수로 이어질 수 있다.
대학병원 문전약국으로 다양한 약을 조제하고 있는 목동정문약국의 경우 제형이 유사한 약들로 인해 조제 과정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약마다 색의 미묘한 차이를 주고 약의 식별코드를 기재하게 하고 있지만 정이 워낙 작다보니 눈에 잘 띄지 않고 구분이 쉽지 않다.

스테로이드 계열 약은 종류가 많은데도 약들이 거의 유사한 경우가 많아 실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 약의 경우 장기 복용이 많아 약사의 실수가 환자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

의약품의 포장, 라벨 역시 약국에는 골치다. 제약사별로 용량, 정수, 색깔 등의 통일을 주지 않고 중구난방인 것도 문제다. 통약으로 조제가 나갈 경우 문제 소지가 커진다.

제품 허가사항에 한 약 단위가 여러개일 때 표준규정이 없다보니 일부 회사는 포장에 단위를 빼는 경우도 있고, 단위가 여러개이면 별다른 차이를 주지 않아 헷갈릴 가능성이 커진다.

쌍둥이 의약품들의 예. 용량, 규격 별로 차이를 주지 않아 약사가 방심하면 자칫 다른 약이 환자에게 투약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아토스틴의 경우 아토스틴정, 아토스틴정 20mg이 있지만 포장이나 라벨만으론 식별이 쉽지 않다. 조비락스도 200mg, 400mg이 있지만 박스를 보고선 구별이 쉽지 않다.

한 약의 규격이 여러개일 때도 유사한 포장으로 인해 실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의약품 구분의 좋은 예로 글라멜정은 2, 3, 4mg 용량마다 포장, 용기의 색을 확연히 다르게 해 눈에 띄게 하고 있다.
30정, 100정 등 여러개 규격이 있는데 박스포장에 차이를 주지 않아 다른 약이 나가는 경우다.

반면 글라멜정의 경우 2, 3, 4mg 용량마다 겉 포장의 색을 다르게 해 차별을 주고 있는 좋은 예다. 통뿐만 아니라 박스에도 색으로 눈에 띄게 구별을 주고 있는 케이스다.

박스에 차이를 줘도 정작 그 안의 PTP가 유사해 조제에는 어려움이 따르는 경우가 있다.

박스포장에는 용량별로 색을 다르게 해 차이를 두고는 정작 조제를 위해 개봉하면 PTP가 유사해 용량 등을 헷갈릴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라베멕스정, 크레산트정 등이 이 같은 경우에 해당한다.

조제를 위해 박스포장을 개봉하면 용량이 다른 약들이 PTP 포장은 같아 약이 섞일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이 같은 문제는 박스 포장부터 PTP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 문제다. 먼저 통약으로 나가는 경우 박스 포장에 용량이나 정수에 차이를 주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목동정문약국 한정선 약사는 "그나마 대형 약국은 인력이 많아 약 정리와 관리가 용이하고 여러번 검수 과정을 거친다하지만 나홀로 약국은 조제실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포장, 라벨, PTP 표기 등은 제약사 차원 노력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허가 시 표준 규정, 지침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언제까지 약 따르고, 자르고 가는데 시간 낭비해야 하나"

시럽제 소분과 더불어 분절, 산제조제 처방은 약국에 어려움을 줄뿐만 아니라 복용하는 환자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게 연구 결과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산제, 분절 처방을 선호하는 병의원과 시럽제 덕용포장을 고집하고 저용량 정제 생산을 꺼리는 제약사 풍토가 맞물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부산 미래약국 최종수 약사는 덕용포장으로 나와 여러번 약을 소분해 조제하는 시럽제의 경우 약국에도, 환자에도 불편을 줄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덕용포장 시럽제는 유효기간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여러번 소분하는 과정에서 로스가 발생해 약국에는 손해다. 또 사람의 손으로 소분을 하다보니 용량이 다르게 조제되는 경우도 베재할 수 없다.

약국에선 그때 그때 소분해 나가는 것도 쉽지 않지만 일일이 병마다 조제일, 유효기간 등 약의 정보를 담은 스티커 작업을 하는 것도 이중, 삼중의 일이 되고 있다.

시럽제 덕용포장에 대한 안전성, 편리성 등이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대원제약은 코대원시럽 1회 포장을 출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후 다른 제약사들도 속속 동참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최근 대원제약이 코푸시럽, 코대원포르테 시럽 1회용 포장을 내놓은 것은 긍정적 변화로 꼽을 수 있다. 코푸시럽 1회 포장 이후 듀파락 이지시럽 등 속속 제약사들이 시럽제 1회 포장용을 내놓고 있는 데 대해 약사들은 좋은 사례라고 입을 모았다.

산제, 분절 조제 역시 약국에는 문제점 중 하나다. 약국 조제의 어려움을 넘어 환자의 복약순응도 측면에서도 지나친 산제, 분절 조제는 효과가 좋지 않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되고 있다.

하지만 병원의 처방과 더불어 제약사들은 원가 절감 차원에서 저용량 약 출시를 오히려 줄이고 있는 추세다. 슈도에페드린 성분의 약도 최근 일부 제약사가 30mg를 없애고 있다.

분절조제로 인해 약국에는 적지 않은 수고가 따르고 그 과정에서 실수도 유발된다. 약사들은 다빈도 의약품의 경우 저용량 출시가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그렇다 보니 약국은 60mg 약을 일일이 분절해 조제해야 하는 형편이다.

최종수 약사는 "부작용이 많은 약일수록 의사는 분절 처방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의사의 처방패턴도 문제지만 원가가 싼 약일수록 저용량 출시를 꺼리는 제약사들의 태도도 문제다. 조제 시 과정이 많아질수록 실수가 발생할 가능성은 그 만큼 커진다. 과정을 줄이기 위한 제약사 차원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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