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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고비 끝 '비상'…오기로 얻은 날개

  • 김정주
  • 2015-01-14 06:15:00
  • "슈퍼스타로 비상 위해 인고의 세월 보냈다"

[내러티브기획-하] 신약 오딧세이 '허가부터 약가협상까지'

참 고단하고 굴곡진 여정이었어. 뭐 지금이야 기억을 떠올리면 미소가 새나오는데, 돌이켜보면 참 피 말린 시간이었지.

나는 에이즈 환자, B형간염 환자에게도 희망을 주는 간판 스타야. 한국에 온 지도 벌써 3년이 넘었군.

주변에서는 내가 2011년 한국 땅을 밟자마자 "보험급여라는 관문만 넘으면 '슈퍼 스타'가 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말했지.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이미 국제 무대에서 꽤나 이름을 날려왔거든.

라이벌? 있지, 왜 없어. 그나마 한국에 오기 직전, 라이벌 하나를 시간 차로 따돌렸는데 아직 한 녀석이 남아 있어. 그는 끈질기게 내 앞을 가로막은 녀석이었지. 나와 성향도 비슷해.

녀석은 나보다 먼저 한국에서 관문을 통과해 이미 터를 잡았는데, 사람들은 그와 나를 매일같이 비교해댔어. 남의 속도 모르고….

세계를 누비며 '잘 나가던' 내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꼬였던걸까.

처음에 신체검사를 받고 한국에서 활동해도 된다는 '허가'를 받았을 때 '이제 됐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어. 사람들은 내게 "이 바닥에서 슈퍼 스타가 되려면 '1차 관문'인 허들을 넘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어. 벌써 2년반 전 얘기로군.

'그래, 까짓거 해보자.' 나는 여느 때처럼 호기롭고 대차게 그 문을 두드렸더랬어. 그러자 사람들은 더욱 노골적으로 나를 라이벌 그 녀석과 비교하기 시작했어.

모두들 나를 녀석의 가장 '쎈' 라이벌로 지목하고, 그를 꺾을 유일한 자로 추켜세웠어. 그런 관심을 굳이 마다하진 않았어. 이미 다른 나라에선 그래왔으니까. 그 때까지만해도 내 콧대는 하늘을 찌르고도 남았지.

1차 관문 앞에 올라갔더니 문지기가 지켜서 있더군. 그는 내게 "눈 앞의 허들을 넘고 싶으면 스스로 넘을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 보이라"고 했어. '1차 관문인데 뭐, 까짓거 하던대로 하자.'

문지기는 내게 스스로를 입증하는 이력서를 내라고 했어. 외모만 봐선 믿을 수 없다며, 내가 모든 관문에도 거뜬히 통과할 수 있는 '진국'임을 서류로 보여달라는 것이었지.

나로 인해 희망을 가진 환자들이 진짜로 희망을 갖게 됐는 지, 그 값어치가 실제 얼마인지 한 번 PR해보라는 거지. 문제될 것 없었어. 이미 미국과 유럽 순회공연을 마친 나로서는 하나도 떨리지 않았으니까. 정말이야.

그런데 왠걸, 자료를 본 심사위원단은 날 의심하기 시작했어. 닫힌 문틈으로 웅성거리는 소리가 삐져나왔지. 뭔데 나를 이렇게 초조하게 하나. 그들은 결국 내 몸값이 너무 비싸다고 심사할 수 없다고 했어. 이봐, 나 스타야, 별이라고.

그들은 섣부르지 않았어. 아주 신중했지. 내 몸값 자료를 제대로 보강해오면 다시 봐준다고 했지. 깎아서 오란 얘기야. 이런…. 그렇게 몇개월 피를 말리는 시간이 이어졌지. 맞아, 로마에선 로마 법이 '갑'이야.

오기가 생겼어. 아직 1차 전형이잖아? 심사위원단이 원하는대로 심혈을 기울여 자료에 정성을 들였어. '이정도면 되겠지'.

그들은 나와 라이벌인 그녀석을 또 다시 비교한 뒤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어. 녀석보다 몸값을 깎으면 허들을 넘을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했지. 넘는 것도 아니고 넘을 수 있는 기회 말야. 나 참….

내겐 힘이 없었어. 허들은 반드시 넘어야 할 목표이자 '슈퍼 스타'로 가는 유일한 길이었거든. 마다할 수 없었어. 여긴 '로마'고 거절하면 모든 게 물거품이 돼. 그렇게 난 허들을 턱걸이처럼 통과했어. 스타 대접을 받아왔던 나로선 굴욕이었지.

잠시 숨을 돌리고 있는데, 누군가가 또 다시 나타나 2차 전형을 준비하라고 귀띔하더군. 이번엔 씨름이래. 상대는 막강해보였어. 비기거나 넘어뜨려야 이 관문을 넘을 수 있어.

'산넘어 산'이라더니, 그는 나보다 몸집이 훨씬 컸어. '이길 수 있을까…. 외국에서도 이미 치뤄본 적 있는 싸움이야. 두려워 말고 일단 가자.'

드디어 '큰 놈'이 나타났어.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함성이 울렸지. 정해진 시간동안 엎어치거나 매치거나, 쓰러지거나 버티거나 결판을 내야하는 게임이 시작된거야.

성큼 다가온 그는 경기 초반부터 라이벌과 나를 비교해가며 심리전을 펼쳤어. 나를 기죽이려는 전략인가?

난 이 녀석이 내 라이벌과 한 판 경기를 벌였던 사실을 알고 있었어. 그는 라이벌에게 써먹던 전략 그대로 나를 엎어치려 했지. 이미 예상했던 전략이라 당황할 건 없었어.

그럼에도 그는 강했어. 난 지지 않으려 애썼지. 경기가 계속될수록 내 몸은 마음처럼 움직이질 않았어. 강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는 상대였어, 그는.

게다가 허들 관문에서 반은 '그로기'가 된 상태라 남아 있는 힘도 많지 않았으니, 여간 불리한 게 아니었지.

'버티자.' 난 공격이 아닌 수비로 맞섰어. 이게 두번째 굴욕이라고나 할까. 아니지, 신체검사까지 감안하면 세번째가 되겠군.

시간은 계속 흐르고, 뜨거운 열기에 힘은 계속 빠져가고 있었어. 더 버티기 힘들다고 느낀 순간 경기의 끝을 알리는 호루라기가 울렸어.

결과는 무승부, 그래 됐다! 지금 되돌아 보면 그의 매치기 공략을 교묘히 피해낸 것만으로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이제 곧 열릴 최종심사에서 도핑테스트만 통과하면, 모든 게 끝나. 그렇게 나는 날개를 달고 비상할 거야. 그간의 굴욕과 고비를 생각하면 코 끝이 찡한 감정이야.

여지껏 일방적으로 라이벌 녀석과 비교당했다면, 진검승부는 이제 진짜 시작인 셈이야. 문을 열어라, 나 '비리어드' 나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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