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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천연물신약의 처방권은 어떻게?

  • 데일리팜
  • 2014-01-20 06:14:02
  • 박성민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박성민 변호사
서울행정법원은 2014. 1. 9. 식약처 고시 제2012-22호 한약(생약) 제제 등의 품목허가·신고에 관한 규정의 [별표 1] '한약(생약) 제제의 제출자료' 중 제II항 제1호 (다)목이 무효라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위 식약처 고시는 의약품의 품목허가를 위한 세부사항을 정하고, 의약품 개발자가 품목허가를 받기 위해 식약처에 제출해야 하는 자료들을 정하는 고시인데 '천연물신약'의 사용·처방을 한방의료행위의 범위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보이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거칠게 얘기하면, 문제가 된 식약처 고시는 한의사가 천연물신약 중 일부 또는 전부를 처방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는데 위 판결은 그 규정이 무효라고 판단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의료법에서는 의사, 한의사 등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고 의료인도 면허된 것 외에는 의료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의사 면허를 가지고 있어도 한방의료행위를 할 수 없고, 한의사 면허를 가지고 있어도 의사의 의료행위는 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하면 면허 범위를 벗어난 의료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하여 자격정지 등의 행정처분이나 형사처벌까지 받게 된다. 그런데 의사와 한의사의 면허 범위를 구분하는 것이 항상 쉬운 것은 아니다(1). 특히 최근 양의학과 한의학 상호 간에 서로 관심이 많아지고 그에 따른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는 사정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한의사협회 측은 '기원생약 등의 사용례가 있으나 규격이 새로운 생약(추출물 등)의 단일제 또는 복합제(이하 '문제된 천연물신약'이라고 함)'는 한의사만이 처방할 수 있는 의약품으로 분류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의사가 위와 같은 의약품을 처방·사용하거나 개발할 수 없도록 하는 식약처 고시는 무효라며 이 사건 소를 제기한 것이다. 문제된 천연물신약은 그 기원이 되는 생약이 한방의료기관에서 오랫동안 사용되어 안전성·유효성이 검증되었음을 전제로 그 품목허가 시 안전성·유효성에 관한 일부 자료 제출을 면제하고 있는 등 사정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의약품에 대한 처방권은 한의사에게만 부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위 주장의 상당 부분을 인정하여(다만, 한의사에게만 처방권이 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음) 그 식약처 고시로 인하여 한의사의 한방의료행위의 범위가 위법하게 제한된다고 판단하였다.

아래의 내용은 필자가 이해한 서울행정법원의 판단 내용이다. 서울행정법원의 판단에 대하여서는 여러 측면에서 반대하거나 찬성하는 견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글에서는 위 판결의 당부를 논하기 보다는 그 판단의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해보려 한다.

위 판결의 내용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① 식약처 고시는 한의사가 문제된 천연물신약을 처방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는데 그것은 한의사의 면허 범위를 제한하는 것이다.

② 그러한 제한이 법률에 근거가 있고, 국민 보건 향상 등의 관점에서 정당화될 수 있다면 그러한 행정조치가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③ 그러나 식약처 고시는 한의사의 면허 범위를 제한하여 기본권(직업수행의 자유)을 제한하면서도 약사법 등 상위법령에 아무런 근거가 없다.

④ 그리고 위와 같이 한의사의 면허 범위를 제한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⑤ 다만, 한의사에게 배타적으로 문제된 천연물신약을 사용·처방할 수 있는 권리까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문제된 식약처 고시가 한의사의 면허 범위를 제한하는지 여부

이 사건 식약처 고시는 '생약제제'를 서양의학적 입장에서 본 천연물제제로서 한의학적 치료목적으로는 사용되지 않는 제제라고 규정하고 있어서 '생약제제'에 해당하는 의약품은 한의사가 처방 및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그리고 '천연물신약'을 정의하면서 '천연물신약'의 범위에서 한의사가 처방·사용할 수 있는 '한약제제'를 제외하였다(법령에 있는 용어의 의미가 통상 사용되는 의미와 다를 수 있어 다소 혼란스러울 수도 있는데 아래의 용어 정리를 표로 만들었다.)

서울행정법원은 식약처 고시로 인하여 문제된 천연물신약은 한의사가 처방·사용할 수 없는 '생약제제'에 해당하게 되었고 '천연물신약'에서도 한의사가 처방·사용할 수 있는 '한약제제'가 제외되어 결국 한의사는 문제된 천연물신약과 같은 의약품을 처방·사용할 수 없고 그 개발도 할 수 없게 되었다고 보아 이것은 한의사의 면허 범위를 제한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식약처 고시가 한의사의 면허 범위를 제한하여 기본권(직업수행의 자유)을 제한하는 데에 법률의 근거가 있는지 여부 및 위와 같이 한의사의 면허 범위를 제한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

서울행정법원은 의료법에서 의사와 한의사의 면허 범위를 구분할 수 있는 적극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행정청으로 하여금 면허 범위를 구분하도록 위임하고 있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문제된 식약처 고시의 상위 법령인 약사법 및 그 시행령, 시행규칙이나 천연물신약 연구개발 촉진법을 살펴보아도 식약처 고시에서 한의사의 면허 범위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서양의학과 한의학의 원리에 비추어 볼 때 문제된 천연물신약 모두가 서양의학적 입장에서 본 천연물제제인 '생약제제'나 한방원리에 따라 배합하여 제조한 '한약제제' 둘 중 어느 하나에만 속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또한, 서울행정법원이 보기에는 의약품 개발자가 기원생약을 이용하여 새로운 의약품을 개발한 경우 개발자가 이를 문제된 천연물신약으로 품목허가 신청을 하면 한의사는 처방·사용할 수 없는 '생약제제'로서 품목허가를 받을 수 있고 '천연물신약'으로 인정받을 수 있지만, 개발자가 '한약제제'로 품목허가 신청을 하면 그 의약품은 '한약제제'가 되고 '천연물신약'에 포함되지 않게 된다. 그렇다면 식약처가 공익과 사익을 비교·교량하여 정당성과 객관성이 담보되는 내용으로 고시를 만들었다고 보기 어렵고 그에 기하여 한의사의 면허 범위를 제한하여 한의사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하는 데에 정당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한의사에게 배타적으로 천연물신약을 사용·처방할 수 있는 권리까지 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은 대한한의사협회 측의 주장 중 문제된 천연물신약은 한의사만이 배타적으로 사용·처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우리 약사법, 의료법 등에 의약품을 의사 또는 한의사 일방이 사용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고, 한의학과 양의학 상호 간에 관심이 높아지고 그에 따른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으며, 한의학이 과학화, 체계화되어 양방과 한방의 통합 및 보완치료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는 현재의 추세를 고려할 때 기원생약에 대해 규격을 달리하여 새로운 의약품을 제조하는 방법이 한방원리에 고유한 것으로서 한의사만이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천연물신약 연구개발 촉진법이 천연물을 이용한 신약 연구 개발과 그 산업화를 도모하고 있음에 비추어보면 제약회사가 문제된 천연물신약을 개발하는 주체로 참여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추세이고 안전성과 효능이 검증된 의약품은 국민 일반이 폭넓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의료법과 약사법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사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주(1)=대법원은 의료행위의 내용에 관한 정의를 내리고 있는 법조문이 없으므로 결국은 구체적 사안에 따라 이를 정할 수밖에 없고, 의학의 발달과 사회의 발전 등에 수반하여 변화될 수 있는 것이어서, 의료법의 목적, 즉 의학상의 전문지식이 있는 의료인이 아닌 일반사람에게 어떤 시술행위를 하도록 함으로써 사람의 생명, 신체상의 위험이나 일반공중위생상의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여부 등을 감안한 사회통념에 비추어 의료행위 내용을 판단하여야 한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7도5531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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