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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간호사회를 아시나요?"

  • 이혜경
  • 2013-05-09 06:30:03
  • 대한남자간호사회 김장언 회장

7일 오전 8시 50분. 예정된 오전 9시 인터뷰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수술복을 단정히 입은 김장언(54) 서울대 소아아동병원 수술실 수간호사가 수술실 밖으로 기자를 마중 나왔다.

"요즘 정신없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는 김 씨는 지난달 20일 창립한 대한남자간호사회 첫 회장이다.

2013년 현재 대한민국 남자간호사 6202명.

남자간호사 배출 반세기 만에 남자 국가고시 합격자가 사상 처음으로 한 해 1000명을 넘은 상황에서 남자간호사회가 창립된 만큼 의미가 깊다.

남자간호사로서 살아온 지 올해로 딱 30년을 맞은 김 회장의 앞으로 30년 목표는 남자 간호사 후배들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닦아주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진로 문제로 고민을 겪고 있을 후배들과 병역 복무로 전공 공부의 연장선이 끊어지는 남자 간호사들의 고민을 풀어주겠다는 큰 계획을 그리고 있는 김 회장을 만났다.

-남자간호사회 창립, 반세기만에 이뤄졌네요

"너무 늦었죠. 축하인사 만큼 왜 이제서야 창립을 했느냐는 말도 많았었죠. 후배들에게 (제가) 선배로서 해준게 없었던 것 같아요. 후배들은 30년동안 제가 임상에서 굳건히 활동하는 것을 보고 버틸 수 있었다고 하는데, 그동안 방향을 제시해주는 역할을 하지 못해 항상 미안했었죠.

지금 전국 간호대에 재학중인 남자간호사가 8500명을 넘어섰어요. 이제부터 매년 2000여명의 남자간호사가 배출된다는 이야긴데. 그들이 활동할 때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남자간호사회를 이끌어 가려고요"

-그래서 남자간호사 병역 대체를 추진하고 있는건가요

"간호협회장 출신 신경림 의원이 지난해 남자간호사도 공중보건업무로 병역을 대체할 수 있는 '병역법 일부개정법률안'과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어요. 큰 골자는 나왔지만 세부적인 내용을 담을 수 있도록 남자간호사회가 역할을 할 참이에요.

최근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로 사회가 시끄러웠죠. 남자간호사 병역대체 제도가 있었다면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이 무너지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고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었을 거예요. 연 2000여명의 남자간호사가 공중보건의료인으로 병역의무를 맡게 된다는 이야긴데, 당연히 지방 공공의료기관의 간호서비스 향상에 도움이 되겠죠"

-병역대체는 간호사 뿐 아니라 약사들도 원하고 있어요. 공중보건약사를 추진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니깐요. 그런데 타 직역단체의 반대가 만만치 않아요. 남자간호사 병역대체도 반대목소리가 나올 것 같은데

"왜 보건의료인만 논란이 되는지 모르겠어요. 공대나 자연계열 학생들이 병역산업특례로 산업체에서 3~4년 대체근무를 하잖아요. 특기를 살릴 수 있도록 하자는 거죠. 간호사들도 마찬가지예요. 남자간호사 병역대체제도가 현실화 되면 의료서비스가 열악한 농어촌 지역 주민이 혜택을 받는거죠. 의료기관 차원에서도 좋아요. 서울대병원만 해도 신입간호사는 6개월 트레이닝을 받아야 환자와 대면할 수 있도록 하고 있죠. 교육비도 상당해요. 하지만 남자간호사 병역대체제도가 현실화 되면 이 모든것도 해결될 수 있죠"

-병역문제를 비롯해 남자간호사들의 고충이 알려진게 얼마되지 않았어요. 아마도 배출되는 남자간호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이슈화됐다고 보는데요. 2008년부터 최근 5년사이 면허를 취득한 남자간호사가 3504명이에요. 절반이 넘는 인원이죠. 급격히 배출된 이유가 있을까요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저는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인한 경제변화도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봐요.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100% 취업이 보장된 전문직을 찾게 된거죠. 그 중 하나가 남자간호사였고요. 남자간호사들이 대학에 입학한 연령만 봐도 알 수 있었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간호대학을 진학하는 남자들도 있지만 일부는 다른 전공을 공부했거나, 중도에 포기하고 간호대를 선택하는 경우가 있죠. 올해 저희 소아중환자실에 배정된 남자간호사 3명도 30세를 전후하거든요. 남자간호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도 시작됐지만 아직까지 완전히 받아들여지지 않은 만큼 경제 요인도 작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은 사회적 인식이 바뀌었다고 쳐도, 회장님이 대학 진학했을 당시 분위기는 전혀 상반됐을 것 같아요

"중도포기하는 남자간호사가 많았죠. 저랑 같이 공부한 동기 남자들이 5명이었는데 2명밖에 졸업하지 못했어요. 호기심에 지원했다가 바라보는 시선 때문에 갈등하다가 떠나가기도 하고"

-간호대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인문계열 공부를 하고 싶었어요. 78년 서울대 진학에 실패하고 79년 재수공부를 하던 찰나 고민에 빠졌죠. 세상이 재미가 없더라고요. 앞이 보이는 일을 하면 아쉬운 삶을 살 것 같다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인생의 반항기라고 표현할 수도 있지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일을 해보자라는 생각을 했고. 간호대를 선택했죠"

-서울대병원 1호 남자간호사라는 이야기가 있어요

"84년에 입사했는데, 첫 남자간호사였어요. 본원 수술실로 배치받아서 레지던트들과 탈의실을 같이 썼죠. 수술 집도의들이 깜짝깜짝 놀라기도 했어요. 여자간호사들이 섬세하게 수술 서브를 해주다가, 큼직한 남자간호사가 떡 하니 서있으니, 묵직했던거죠.

남자간호사 입사 소식은 화제를 몰고 오기도 했어요. 여기저기서 인터뷰, TV방송 출연 요청이 쇄도했죠. 사회적 편견과 시선 때문에 맨날 도망 다녔던 생각이 나네요. 이제서야 말이지만, 그때부터 남자간호사들을 위한 활동을 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남자간호사회 창립을 준비하면서 회장을 맡아달라고 했을 때 미안하다는 생각부터 들었으니까요"

-줄 곧 수술실 간호사 역할만 했나요

"84년에 입사해서 본원 수술실에 배정 받았죠. 어린이병원 소아수술실 세팅에도 참여했고요. 몇 년전 간호업무가 아닌 기획조정실에서 일한 적도 있어요. 병원 100년사를 편찬하면서 시계탑 건물에서 생활하다가 보험심사팀으로 이동해 1년 반 정도 근무했었고요. 입사 10년만인 94년도에 수간호사 시험을 합격해서 본원 수술실로 다시 돌아왔어요. 이후 보라매병원 수술실도 거쳤다가 2005년부터 어린이병원으로 돌아와 소아수술실 수간호사로 근무중이죠"

-서울대병원 1호 남자간호사, 수간호사 20년 생활 등 축적된 간호사 경력을 갖고, 이제는 남자간호사회 회장으로서 2년간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됐네요. 남자간호사로서 힘차게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일이 아무리 어려워도 그것을 다루는 우리 마음 가짐에 따라 상이한 결과를 가져옵니다. 우리의 짧고 소중한 인생에서 슬픔과 짜증과 분노로 시간을 허비한다면 정말 억울하죠. 행복은 멀리 있지도, 또 높은 곳에 있지도 않습니다. 바로 이 순간에 있습니다. 남자간호사 여러분 모두 힘을 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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