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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 보고해달라고 1년간 뛰어다녔다"

  • 이탁순
  • 2013-04-18 06:47:47
  • 의약품안전관리원 출범 1주년 맞은 박병주 원장

정부·국민, 부작용 관리 인식부족...적은 예산 '한계' 안전관리약사 교육미비...해외 시판후자료도 내게끔 IT한국, 훌륭한 관리체계 만들수 있는데...법이 발목

#박병주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장은 출범 1주년의 성과를 홍보하기보다는 앞으로 넘어야 할 과제들에 더 많은 얘기들을 쏟아냈다.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KIDS;키즈)이 출범한지 1년이 되기 하루 전인 9일 종로 보령제약빌딩 4층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KIDS) 직무실에서 만난 그는 비효율적 행정과 법규에 피로가 누적된 것처럼 보였다.

그동안 해외발 약물 부작용 시스템에 의존했던 터라 키즈는 FDA같은 선진기관을 꿈꾸는 식약처는 물론이고 국내 학계에서도 많은 기대를 모았었다.

PPA제제 퇴출의 근거가 된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던 박 원장도 키즈를 꿈꿨다. 서울대 예방의학과 교수로 오랫동안 약물 유해반응에 대해 연구했지만, 방대한 부작용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려면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인력과 조직이 필요했다.

그래서 키즈 설립이 확정됐을 때 가장 좋아했던 사람도 그였고, 초대 원장으로 임명됐을 때도 숙명이라 여기고 받아들였다.

무엇보다 국민을 위한 일이었기에 초대 원장으로서의 부담도 짊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기대와는 너무 달랐다. 빠듯한 예산과 정부의 인식부족으로 새 일을 도모하기 어려웠고, 무엇보다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는 법 토대도 마련돼 있지 않았다.

그는 지금 5000만원의 1년 홍보예산으로 어떻게 국민들에게 약물 부작용에 대해 알릴까 걱정 중이다. 키즈에서 박 원장이 보낸 지난 1년을 그의 입을 통해 직접 들어봤다.

- 처음 방문했는데, 그래도 꽤 인원이 많아 보인다.

이 인원을 모으기까지도 거의 1년이 걸렸다. 처음 기획재정부에서 35명으로 인가했는데 금년 3월 18일이 돼서야 35명을 다 채울 수 있었다. 제대로 트레이닝 받은 사람이 없어 직원을 구하는데 힘들었다.

- 적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성과를 남겼다. 그동안 해온 주요 활동사항을 설명해달라.

먼저 지난해 10월 우리 홈페이지를 통해 부작용을 신고할 수 있도록 유해사례 보고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해 11월에는 안전상비약 편의점 판매가 개시되면서 '의약품부작용신고센터'도 오픈했다.

또 그동안 부작용 보고의 메카였던 지역약물감시센터를 지역의약품안전센터로 개명하고 22개 의료기관까지 확대했다. 국립중앙의료원 산하조직과 대한약사회를 통해서도 부작용 신고가 활성화 되도록 협조했다.

DUR(처방조제금기약물)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작업도 우리가 했다. 쓸데없는 건 지워버려 처방현장의 어려움을 덜었고 앞으로도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에서 레벨업시킬 계획이다. 특히 금기, 주의 1, 2단계로 나눠 2단계에서는 처방위험성은 주지시키지만, 필요한 경우 처방이 가능토록 할 생각이다.

- 그동안 지역약물감시센터(현 지역의약품안전센터)에 부작용 보고 건수가 집중됐는데, 약국이나 일반 소비자들의 부작용 신고도 늘었나?

지금 역시 지역의약품안전센터가 90% 이상의 부작용 보고를 하고 있다. 전에 말한대로 각 기관에 발로 뛰어다니며 부작용 신고를 요청하는데도 실제 들어오는 건수는 거의 없었다. 일반인들의 인식도 부족도 여전했다. 20년전 자발적 부작용 신고에 관한 인식도가 11% 정도였는데, 최근에도 별도 늘어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 약물 부작용 예방 차원에서 그만큼 신고가 들어와야 할텐데, 인식 부족이 큰 걱정이겠다. 인식전환을 위한 홍보활동이 궁금하다.

우리 홍보예산이 5000만원인데, TV나 라디오에 광고하려면 거의 억대 금액이 든다. 국회에 예산증액을 위한 설명은 꾸준히 했지만, 필요없다는 식의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만큼 인식들이 부족하다.

- 생산주체인 제약사의 인식은 어떤가?

2008년 약사법 개정해서 안전관리책임자 고용이 의무화됐지만 대부분 제약사들이 관련 업무 조차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교육을 받은 안전관리책임자가 필요한데, 그동안 몇명이 있는지조차 몰랐다. 작년 우리가 390군데 안전관리책임자가 있다는 걸 조사했고, 올해는 약물위해관리학회와 공동으로 연수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교육을 받은 인원에게는 수료증도 주고 해서 어떻게든 관련 업무를 공부하도록 할 생각이다.

- 제약사들은 주로 부작용 자료를 내는게 업무일텐데, 지금보다 더 정확한 자료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약들이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데, 현지 수입국가 등의 시판후 부작용 자료에 대한 제출 의무가 없다. 일본은 2004년부터 해외자료를 관리하기 시작했는데, 데이터가 3배 이상 뛰었다. 약물 수입전 부작용을 선제적으로 파악하려면 현지 국가의 부작용 자료가 필수다. 해외 자료를 낼 수 있도록 법 규정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처음엔 제약사들이 엄두가 안 날 것이다. 지난번 10개 회사 관계자들을 초청해 이야길 들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 많이 걱정하더라.

- 그동안 약물 부작용 관리가 해외 선진국 기관에 의존해왔다고 비판을 받아왔다. 국내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약물 효능과 유해사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임상시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임상시험은 한정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드는 돈에 비해 효율이 좋지 않다.

그런데 우리는 저비용의 고효율 체계를 갖고 있다. IT강국이 낳은 전산체제가 그것이다. 심평원의 환자 진료내역과 통계청의 사망통계가 연계되면 어떤 약이 사망률을 낮추고, 한국인에게 맞는지 먼저 파악할 수 있다. 이렇게만 된다면 오바마가 꿈에 그리던 의료환경이 우리나라에 먼저 도입될 것이다.

문제는 좋은 환경이 갖춰져 있음에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정보보호법이 강화돼 본인동의없이는 정보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많은 환자 정보를 언제 동의받겠냐? 미국에서도 개인정보보호법이 있는데, 공익적 활용가치가 있으면 법에 저촉이 되지 않는다. 국내는 이 법 때문에 유해사례 연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렇게 되면 동물실험을 통해 부작용을 파악하라는건데, 사람이 아니고서는 한계가 있다. 이 부분은 고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국민들이 피해볼 수 있다.

- 그래도 작년 일을 시작하고 많은 양의 데이터를 분석해 허가변경된 약들도 나왔다. 적지 않은 성과다.

작년 12월말로 30만건의 부작용 신고를 데이터마이닝해 통계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작년 식약청에 10건의 의약품 허가사항 변경을 요청했고, 금년에는 벌써 13건을 요청했다. 인구 100만명당 부작용 보고건수도 전세계 4, 5위에 해당될만큼 양적으로는 많이 발전했다. 문제는 국민들이 피부로 와닿는 질적인 부분의 개선이다.

- 마지막으로 의약품 부작용 관리가 왜 중요한지 국민들에게 다시한번 설명해달라.

미국에서 진행한 한 논문에서 약물 부작용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약 200만명으로, 전체 5위에 해당된다는 조사가 나와 미국이 발칵 뒤집어진 적이 있다. 약물 부작용 때문에 나가는 돈이 당뇨병이나 심장병 치료보다 더 나가고 있다. 식품안전은 예측가능하고, 예방 가능한 분야다. 하지만 의약품은 다르다. 아무리 좋은 생산시설이 있고, 충분한 시험을 거쳤다고 해도 예기치 못한 부작용은 튀어나올 수 있다. 정부와 국민 모두 관심을 더 가져야 한다.

- 앞으로 각오를 말해달라.

나로서는 아직 해야될 일이, 의미있는 일들이 많기 때문에 국민들한테 봉사하는 마음으로 제대로 할 것이다. 무엇보다 개인정보보호법, 약사법 등 개정을 통해 저비용 고효율로 의약품 안전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는데 일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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