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한 번 없었는데 성과급?…삼성바이오 주주권 침해 논란
- 차지현 기자
- 2026-05-16 06: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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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바이오, 1차 파업 후 준법투쟁 전환…노사 추가 협의 지지부진
- 주주권·자본배분 논란 확산…파업 장기화 우려에 주가 한 달 새 6%↓
- 파업 미동참자 눈치, 업무 부담 전가까지…내부 갈등 확산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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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 갈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조는 지난 1~5일 1차 전면 파업을 진행한 뒤 연장·휴일 근무를 거부하는 준법투쟁으로 전환했지만 노사 간 추가 협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도 2차 파업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이번 갈등은 단순 임금협상에 그치지 않는다. 설립 이후 배당을 한 차례도 하지 않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노조가 영업이익의 20%를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하면서 갈등은 주주권과 자본 배분 논란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설상가상으로 파업 미동참자가 생산 공백을 메우며 과도한 업무를 떠안고 있다는 내부 불만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첫 파업 이후 장기전 조짐…삼성 계열사 노사 리스크 확산
16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 갈등이 장기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는 지난 8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중재로 노사정 3자 대화를 가졌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양측은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으나 추가 면담 일정은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특히 삼성전자 총파업이 사실상 현실화 수순에 들어가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 2차 파업 우려도 다시 커지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오는 21일 총파업을 앞두고 반도체 라인 비상 관리에 돌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가 삼성전자와 직접 연대 파업에 나서는 구조는 아니지만 양측 모두 성과급 제도 개편을 핵심 쟁점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 주요 계열사의 노사 갈등이 그룹 전반의 리스크로 번지는 양상이다.
노사 간 협상 경험이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점도 갈등 장기화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현대차처럼 오랜 기간 강성 노조와 사측이 교섭을 반복해온 기업은 갈등 수위가 높더라도 양측이 협상의 마지노선과 타협 가능한 범위를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이 첫 파업인 만큼 노사 모두 파업 국면에서의 협상 경험이 부족하고 신뢰 관계나 대화 채널도 충분히 쌓이지 않았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이 첫 파업이다 보니 노사 간 라포(정서적 유대감)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양측이 강대강으로 맞서는 모습"이라며 "요구 수준과 수용 가능 범위에 대한 감을 잡지 못한 채 갈등이 감정전으로 흐를 경우 접점을 찾기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부분 파업을 진행한 데 이어 이달 1일부터 5일까지 1차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이후 6일부터는 연장·휴일 근무를 거부하는 방식의 준법투쟁으로 전환했다. 노조는 1차 파업 이후에도 사측이 전향적인 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2차 파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영업이익의 2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것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 측 요구다. 여기에 노조는 평균 14% 수준의 임금 인상과 임직원 1인당 3000만원 격려금 지급, 350만원 정액 인상 등도 제시했다. 회사의 고성장과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경쟁력 확대에 임직원 기여가 컸던 만큼 이에 상응하는 보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논리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노조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회사는 6%대 임금 인상과 일시금 지급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노조 요구와는 격차가 크다. 노조의 임금 인상과 격려금 요구가 현재 지급 여력과 향후 성장을 위한 투자 재원 확보를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데다, 인사권·경영권과 직결된 요구사항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영업익 20% 요구, 무배당 주주 앞 자본배분 논란으로
2차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위탁생산(CMO) 부문을 중심으로 추가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 회사 측은 1영업일 파업 피해액을 최소 6400억원 수준으로 추산한 바 있다. 실제 1차 파업 과정에서는 항암제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치료제 등 일부 제품 생산이 차질을 빚었고 손실 규모는 약 1500억원으로 알려진다. CMO 사업의 핵심은 품질과 납기, 생산 안정성인 만큼 파업과 준법투쟁이 길어진다면 고객사 납기 지연과 신뢰도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번 갈등이 단순히 임금 협상이나 노사 갈등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노조의 영업이익 20% 성과급 요구는 주주권과 자본 배분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주주 측이 가장 문제 삼는 부분은 주주가 감수한 리스크와 보상 사이의 불균형이다. 주식회사에서 회사의 주인은 주주다. 법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기업의 이익은 자본을 투입하고 손실 위험을 감수한 주주에게 먼저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자본시장의 기본 원칙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장 이후 지금까지 배당을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았다. 회사는 대규모 공장 증설과 글로벌 생산능력 확대를 이유로 배당보다 재투자를 우선해왔다. 주주들은 현금 배당 대신 회사가 성장해 기업가치가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기다려온 셈이다.
그런데 회사가 무배당 기조를 유지하면서 영업이익의 20%를 성과급으로 배분한다면 주주 입장에서는 성장의 과실이 주주환원이 아닌 임직원 보상으로 먼저 돌아가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즉 "리스크는 주주가 부담했는데 과실은 직원이 먼저 가져가는 구조"라는 게 주주 측 문제의식이다.
투자 재원 잠식 우려도 크다. 바이오 산업은 벌어들인 돈을 다시 생산설비, 품질 시스템, 신기술, 해외 거점, 차세대 사업에 투입해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추가 공장과 생산역량 확대가 기업가치의 핵심 근거다. 5·6공장 건설 등 재투자가 필요한 시점에 성과급 재원이 연구개발(R&D) 비용을 상회하는 것은 미래 성장성을 갉아먹는 행위라는 게 주주 측 주장이다.

거버넌스 측면에서도 노조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부정적 메시지가 될 수 있다. 해외 투자자는 한국 기업을 평가할 때 수익이 나도 주주에게 충분히 환원되지 않는 구조를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 본다. 주주에게 단 한 번도 배당하지 않은 회사가 파업 압박에 밀려 과도한 성과급을 지급하는 선례를 남긴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주주가치를 후순위로 두는 회사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시각이다.
파업 리스크는 이미 주가 흐름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종가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지난달 14일 153만6000원에서 이달 14일 144만9000원으로 한 달 새 5.7% 하락했다. 부분 파업이 시작된 지난달 28일 종가 150만4000원과 비교해도 3.7% 낮은 수준이다. 이달 13일에는 141만원까지 밀리며 한 달 내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앞서 삼성증권은 지난달 23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목표주가를 기존 220만원에서 210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키움증권도 노사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조속히 해결되지 않는다면 2분기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더 커질 것"이라며 "2분기 실적에는 파업 영향과 더불어 인금인상 소급적용 금액이 반영돼 예상치를 하회하는 실적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대규모 성과급 지급이 자본 배분 논란으로 번지면서 이사회와 사외이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가 강화된 점이다. 무배당 정책을 유지해온 회사가 대규모 성과급 지급을 승인하려면 이사회가 해당 결정이 회사와 전체 주주에게도 합리적이라는 점을 설명해야 한다. 충분한 재무 영향 분석이나 투자 계획 검토 없이 파업을 막기 위해 노조 요구를 수용했다는 인식이 생길 경우 주주가치 훼손 논란은 물론 주주대표소송이나 이사회 책임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현실적으로 회사가 노조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파업 미동참자 업무 부담 전가…직원 간 갈등 우려도
여기에 더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내부에서는 파업 과정에서 비조합원과 파업 불참자의 업무 부담이 커졌다는 불만까지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파업은 진행됐지만 바이오의약품 생산과 품질 관련 업무를 완전히 멈출 수 없는 만큼 남은 인력이 공백을 메우는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노사 갈등이 회사와 노조의 대립을 넘어 직원 간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감한 대목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내부 관계자는 "인력 공백 탓에 일부 직원이 9일 연속 쉬지도 못하고 근무한 사례도 나오고 있다"면서 "노조가 직원 권익을 말하지만 정작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직원들의 부담은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파업 참여 여부를 둘러싼 심리적 부담도 있었다는 증언도 나온다. 또 다른 삼성바이오로직스 내부 관계자는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직원들이 현장에서 눈치를 보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명시적인 압박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참여하지 않는 직원들이 심리적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삼성전자 노조에서도 파업 비참여자를 둘러싼 압박성 발언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당시 노조 측이 결의대회 참여를 독려하는 과정에서 쟁의행위에 동참하지 않은 사업부는 근로조건 개선 요구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파업 비참여 인력의 전환배치나 향후 구조조정 시 우선 협의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내용까지 알려지면서 파업 참여 여부를 둘러싼 내부 갈등과 갈라치기 논란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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