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차리고…불러다 먹이는 거 좋아해요"
- 조광연
- 2013-03-07 06:3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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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 첫 여성 사장된 김옥연 한국얀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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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대표의 공간 한켠에 으례히 장식돼 그 방의 주인공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를 대신 말해주는 경영관련서 한권이 없었다. 그래서일까? 컴퓨터 옆 캔 콜라 한병이 데코레이션처럼 비쳐질 정도였다.
집무실은 마치 사색의 공간 같았다. 그는 언제나 처럼 출근하면 인트라넷에 올라온 보고서를 꼼꼼하게 읽고, 생각하며, 판단하고, 코멘트를 붙여 리턴했을 터이다.
"경영서 한 권이 없습니다"고 말을 건네자 그는 "원래 책 많이 읽는데요, 늘어 놓는 스타일이라 아예 집에다…. 하하하."라고 말했다. "감기 걸려 콧물이 나고, 그래서 품위 유지가 어렵다"고 그는 말했다. 그의 눈 빛은 따뜻했지만 눈동자는 흔들림이 없었다. 자신의 길에서 열정적 삶을 산 사람들이 훈장처럼 갖고 있는 기운이라고나 할까? 서울약대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한 후 국립안전연구원 에서 1년 모자라게 연구생을 했던 김 사장은 1992년 한국얀센에 발을 들여 놓은 지 20여년 만에 사장의 자리에 앉았다. 그게 작년 8월의 일이다.
그는 20년 근무기간 중 9년을 순전히 외국에서만 근무했고, 한국에 근무하면서 글로벌 업무를 본 것도 4년이어서 60% 이상을 글로벌 영역에서 활동한 셈이다.
2월말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취임하면서 받았던 화분의 난들이 햇살 아래서 빛나듯 사장으로서 그의 모습도 단단해 보였다.

"의미있는 사회 생활을 처음 시작한 한국얀센에서 수장으로 다시 일하게 된 점은 개인적 영광이고 기쁩니다. 제가 사랑하는 조직에 대해 노력과 열정,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기회 주어졌으니까요. 철학이라면 철학이고, 이것을 주관있게 펼쳐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한국얀센과 존슨앤존슨에 대한 제 애정은 굉장히 크거든요."
▶사장이라는 결과에 대한 소감을 말씀드렸는데 새로운 기회를 성취로 보시는 군요.
"결국 비슷한 말일텐데요, 궁극적으로 제 성취를 조직의 성취에서 찾고 싶습니다. 조직의 성취는 다양한 사람들이 힘을 모아 달성하는 거잖아요. 제 역할은 조직원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연스레 리더십으로 넘갔는데요. 사장님 리더십의 요체는 뭔가요.
"리더십 다르게 표현된다고 봐요. 잭웰치, 잡스 등 대표적 리더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은 단호하고, 일방적인 자신의 생각이나 가치관을 전달하는 식으로 강한 카리스마 보여줬다고 봅니다. 저 한테 이런 거 기대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겠죠."
▶그렇다면 카리스마 리더십인가요?
"전 엄청난 카리스마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 안해요. 아니 못해요. 모든 리더가 카리스마를 통해서만 리더십을 발휘하고 이것을 통해 조직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지 않습니다. 디지탈, 밀레니어 세대서 통하는 방식도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세대가 변화하고 직원문화가 변한다면 리더들도 다른 방향으로 직원들과 인게이지 해야 된다고 생각된다.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밀당해야 하는지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밀당이라면 연인 사이의 밀고 당기기 말씀인가요?
"네."
▶채찍과 당근의 다른 표현인가요. 취임 후 7개월 무엇을 하셨나요?
"조직과 임직원 안정화에 우선 주력했어요. 작년 다급하게 조직변화가 이뤄지는 상황이었으니까요."
▶뭐가 다급했죠?
"어쨌든 임원진이 하루 아침에 바뀐다는거 자체가 팀원들로 보면 의아하다면 의아한거 아니겠어요? 하루 아침에 영업조직도 재정비하고, 아웃소싱하던 거 인하우스로 가져왔고요. 10년 넘게 이뤄지던 비즈니스 모델이 바뀌는 거잖아요. 무엇보다 이런 경험이 한번도 없었으니까 말이죠."
▶안정화 노력이라면.
"소통과 조직문화를 이해하면서 현재 업계 환경서 한국얀센이 처한 위치를 파악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지 좌표를 찍는데 시간을 많이 썼어요. 세일즈 조직 정비하고 전략적으로 약했다고 생각되는역량을 강화하는데도 주력했고요. 학술부 안에서 고객과 훨씬 더 전문적으로, 연구와 과학중심의 역량을 강화하는데 힘썼죠."
▶한국얀센, 지난 몇년간 매출은 답보였지만 이익은 좋았습니다.
"사실 영업이익 보다 매출 규모를 많이 보는데, 그걸로 보면 얀센이 다른 회사에 비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제품 포트폴리오가 노쇠화했고 신제품이 없는 상황에서 영업력으로 버텨온 부분이 있는거죠. 무엇보다 공장이 한국에 있고 국내생산을 하다보니 이익률이 높았던 겁니다. 앞으로 괜찮은 포트폴리오 계속 내놓을 거에요."
▶상품매출보다 제품매출 비중이 높아 전체의 70% 나 됩니다. 다국적사 공장이 한국을 거의 모두 떠났는데 이례적입니다.
"덕분에 우리회사 공장이 상당히 특별하고 가치있는 곳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공장 생산분 중 80%는 내수, 20%는 수출을 합니다. 수출 확대 노력도 하고 있어요."
▶그러면 공장의 미래는 어떤가요.
"현재 공장은 정제, 크림제 위주로 생산시설을 갖췄어요. 주사제(바이오), 특수제형은 수입하고 있죠. 앞으로 들여 올 신제품도 혁신제품이고 특수제형이어서 아무래도 수입이 많아질 겁니다. 그래도 공장은 증축하고 있습니다. 생산량이 늘어난 때문이죠. 작년에도 공장을 증축했어요."
▶신제품 도입이 없는 가운데 기존 제품들의 특허만료와 경쟁자인 제네릭의 등장으로 얀센의 매출 하락이 예상됩니다. 반전의 모멘텀이 있나요?
"우리도 약가인하의 직격탄을 받았어요. 많이 팔았지만 매출액으로는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났죠. 크게보면 다국적사 평균 수준, 남 만큼은 했다고 보면 됩니다. 중요한 건 미래인데 괜찮아질 겁니다. 앞으로 나올 신제품들이 짱짱하니까요."
▶무엇을 말씀하시는 거죠?
"자이티가의 경우 현재 적응증이 제한적인데, 적응증을 확대할 예정이고요, 글로벌에서도 굉장히 선풍적인 입지를 구축했거든요. 스텔라라, 자이티가로 본사가 성장을 했고 우리 기대도 큽니다. 그리고 SGLT2 당뇨약도 준비중이고 바이오쪽으로도 여러 제품들이 임상 막바지 단계입니다. 존슨앤존슨의 파이프라인이 제일 탄탄하다는 글로벌평가도 있습니다. 우선은 변비 전문약 레졸로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레졸로가 전문약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변비 환자가 병원에 잘 갈까요?
"우선 유럽에서는 남녀 적응증을 받았습니다.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변비약 처방을 받을거냐 하는 접근성의 문제가 제기되는데 시장조사를 해보니 40만명 이상 환자가 변비 ??문에 병원을 가는 것으로 나왔어요. 다른 이유로 갔다가 변비를 동반해 치료 받는 경우도 있고요. 블루오션 시장으로 봅니다. 가격은 안받았지만 종합병원 랜딩도 시작됐습니다."
▶회사 안에 노조가 생겼어요.
"작년 회사 경영도 힘든 상황서 변화를 겪으면서 불만과 걱정들이 노조 결성의 상태로 표현된 것 같습니다. 이상적이기는 회사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노조의 필요성 못느끼는 것이겠죠. 노조가 있든지, 없든지 결과로서 차이를 못느끼는 회사를 만들자는 게 제 목표입니다. 직원이 요구하기 전에 미리 알아 잘해주고, 할 수 있는 거 더 해주고, 능력되는 한 기대수준과 현실의 괴리를 좁히는데 최선을 다할 작정이에요."

"식상한 말이겠지만 일이 돈 버는 수단만은 아닙니다. 가치기준이 맞는 곳에서 성취 과정이라고 봅니다. 일하는 자세요? 그건 오늘, 지금 이순간 잘하자는 거에요."
▶미래와 꿈에 대해 묻지 않은게 다행이라는 직감이 스칩니다.
"종종 5년후 커리어 계획이 뭐냐, 비전이 뭐냐, 꿈이 뭐냐 이런 질문 받으면 당황스러워요. 전 정말 열심히 산 오늘이 모여 일주일 한달 일년이 된다고 생각해요. 대학 때도 열심히 공부해 장학금도 받았고, 열심히 놀았고, 대학원에서도 신문기자도했죠. 후회없이 공부하고 놀았어요. 회사생활도 마찬가지인데요, 매순간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하고요, 과정에서 실수는 있었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가치기준도 말씀하셨는데 그게 어떻다는 거죠?
"이런 겁니다. 조직 안에 갈등을 풀어야 하는 상황이 있다고쳐요. 존슨앤존슨의 경우 고객 의무, 직원에 대한 의무, 회사가 일하고 있는 커뮤니티에 대한 의무, 마지막이 주주에 대한 의무입니다. 흔들리지 않는 조직의 가치가 있으면 모든 일을 하기 쉬워집니다. 명확히 가야할 길이 보이는 거니까요."
▶사장의 그날 그날 감정이 가치기준이면 어렵다는 거군요.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와 자신이 고수하는 가치가 일치되면 어떤 사람이 일을 처리해도 비슷한 결과를 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조직원간 큰 갈등없이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봅니다. 존슨앤존슨이나 한국얀센이 제겐 그런 곳이었습니다."
▶편견이지만 사장의 자리에 오르려면 워커홀릭이 돼야 하는 것 아닐까요?
"7~8년전만 해도 죽어라 일을 했습니다. 친구들하고 가끔 여행은 갔지만 사실 주말없이 일할 때도 많았죠. 근데 그렇게 사는 것만은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었죠."
▶참으로 일찍 깨달은 것을 느즈막히 아셨네요.
"이젠 주중엔 열심이지만 주말엔 아예 컴퓨터도 안켜고 스마트폰도 멀리합니다. 가족을 위한 요리도 하면서 지냅니다. 주중엔 요가도 하고요."
▶그런데 어떤요리 잘 하시죠?
"뭐든지 재료만 있으면 뚝딱 뚝딱 만드는 편이지 학원다니며 정식으로 배운 요리과는 아니에요. 제가 원래 요리를 만들어 불러다 먹이는 걸 좋아하거든요. 사장 취임 이후 불러다 먹인 그룹이 꽤 되죠. 다들 맛있다고 하네요. '잡채, 갈비찜 같은 잔치음식이 예술이죠(배석했던 김지영 이사 간증)'"
▶삶에 영향을 주는 경구가 있나요?
"원래 소설 좋아합니다. 그런데 대표자리에 있어서 그런지 조직과 관련된 책들에 눈길이 갑니다. 소설을 읽다 마음에 담아둔 게 '너 자신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라(Don't take yourself too seriously)'는 말이에요. 의사결정이나 대화 할 때 나의 자아를 앞세우다 보면 오히려 잘못된 결론이 나올 수 있으니까요. 나를 배제하고 3자적 관점서 상황을 보고 하다보면 훨씬 더 상황에 적합한 옳은 결정을 할 수 있는 것같거든요. 그리고 이 순간을 잡으라는 의미의 카르페 디엠(carpe diem)도 좋아합니다."
▶못다하신 말씀 있으신가요?
"올해 한국얀센이 30주년 되는데 우리가 전통적으로 갖고 있는 문화와 크레도(신조) 이것을 리마인드 해보려 합니다. 물론 비즈니스도 잘해야겠지만 고객에 대한 책임, 직원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말씀 드립니다. 그래서 조직 전체가 다같이 참여해 사랑과 희망의 목소리가 녹아드는 혁신의 공감을 이끌어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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