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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별 수가협상 6년, 잡음 끊이지 않는 이유있다

  • 김정주
  • 2012-11-13 06:45:00
  • 재정기여도 반영 미흡…별도 논의기구 주장도 제기

유형별 수가계약의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보건당국과 건강보험공단은 늘어나는 행위량을 감당하지 못해 저수가를 고수하고 있고, 같은 유형 안에서도 양극화가 심화돼 협상 단체들의 높은 수치 인상 요구는 거세다.

가입자 단체들은 보장성 강화를 목전에 두고 수가 '퍼주기'라며 인상 폭을 조정하는 공단을 압박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 같은 문제는 유형별 환산지수 단가를 협상하고 있지만, 행위별 수가제 하에서 양을 통제할 수 없어서 비롯되는 악순환이다.

정형선 교수가 건보공단 국제 심포지엄에서 내놓은 2008-2011 항목별 연평균 증가율.
이에 대해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지난 9일 열린 '2012년도 건강보험 국제심포지엄'에서 상대가치점수와 환산지수 인상률을 사실상 인상된 수가 총액으로 규정하고 "환산지수와 상대가치점수 인상치를 합산하면 유형별 수가계약 도입 이후 해마다 무려 4.3%씩 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때문에 건보재정 전체를 관리하고 지급하는 공단은 의약품과 치료재료 등이 포함됐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요양급여비 증가율, 즉 재정기여도를 고려해 협상에 임하고 있다.

그러나 논란은 적지 않다. 재정기여도에 따른 유형별 조정률과 무관하게 협상이 타결되거나, 재정 소요 비중이 큰 유형일 경우 인상률이 타 유형 수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제로섬 게임' 여파가 수치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기여도 감안한 조정률-최종 인상률 연관성 미흡

심사평가원 심사결정자료를 토대로 전년도 상반기와 올해 상반기 급여비 증가율을 살펴보면 압도적 급여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병원급이 13%로 급증해, 유형별 최고 상승치를 기록했다.

이어 한방 9.9%, 의원 8.3%, 치과 6.9%, 약국 5.5% 순으로 급여비가 늘었다.

이를 토대로 데일리팜이 지난 10월 협상 당시 재정운영위원회 조정금액 비율인 2.4%를 토대로, 이들 유형별 재정기여도를 반영한 조정률을 산출한 결과치는 최종 인상률과 사뭇 달랐다.

전체 유형 중 가장 많은 급여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병원은 이 기간 내 행위량도 대폭 늘어 조정률은 -0.1%로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2.2% 인상에 성공하는 기록을 남겼다.

재정부담이 40%대에 달하는 병원급의 인상률이, 획기적 절감책을 담보한 부대조건도 없이 이러한 수준으로 인상된 것은 곧바로 가입자단체와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들 단체는 협상만료 후 곧바로 성명을 내고 "유형별 수가협상 이래 평균 수가인상률 1.49% 수준인 것에 반해 이번 병원 인상률은 1.5배 수준"이라며 "이로 인해 보험료 인상은 4% 이상 상승이 야기된다"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진료량까지 감안한 실제 행위 급여비 추가 지출은 1조5000억원에 이르고 보험료 1% 상승 시 약 3300억원의 재정수입이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병원급 인상률은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반면 이와 대조적으로 치과와 의원은 각각 조정률이 6%와 5%로 산출됐지만, 재정 안정화를 도모해야 하는 공단에 맞서 이를 그대로 보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감당할 수 없이 증가하는 행위량과 이에 대한 지불체계 개편 없이 보완책으로 활용하던 재정기여도조차 고려되지 않고 협상이 진행돼, 결국 타 유형에까지 도미노 여파가 미친 것이다. 이는 공급자 수용성이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결국 복지부 건정심으로 넘겨진 치과의 경우 최근 건정심에서 보험급여 확대방안 공동연구를 부대조건으로 2.7% 인상했지만 실제 조정률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의원은 건정심 자발 참여 때까지 수가 결정이 미뤄진 상태다. 유형별 2%대의 인상률을 감안할 때 파격적 부대조건 수용 없이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재정운영위원회와 복지부, 역할도 문제

수가협상 결과를 놓고 수용성 논란을 제기하는 측은 공급자뿐만 아니다.

보험자를 대리로 내세운 가입자들은 재정절감으로 보장성 강화를 주장하며 공급자들의 수가 인상을 반기지 않고 있다.

실제로 가입자 단체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번 병협과의 수가협상 결과를 두고 "기본수가 조정률 외에 추가 조정률을 과도하게 잡아 유례없는 수가인상이 됐다"며 비판을 거듭하고 있다.

실효성이 담보된 부대조건이 전제 안 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재정 기여도 영향이 실제 협상에서 유의미하게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가입자 단체들은 수가협상 결과에 대해 "밋밋한 부대조건에 수가인상률을 감안하면 병원·약국 '퍼주기'식 협상에 불과했다"고 혹평하고 있다.

여기에는 재정운영위원회의 역할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유형별 협상의 핵심인 추가 조정금액을 결정짓고, 협상 시 공단 측 부대조건과 인상률, 페널티 등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재정운영위가 공단과 유형 간, 유형과 유형 간 견제기능을 적절하게 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재정위 관계자는 "가이드라인 제시와 조율에 한계가 있었다. 병원급의 경우 협상시한에 다달아 결론 났고, 재협상의 여지는 없었다"고 밝혔다.

복지부 개입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유형별 협상에서 부대조건이 유력하게 제시된 2009년부터 복지부의 직간접적 조율은 재정위와 건정심을 통해 나타나고 있으며 이에 따른 공급자 반발도 거세기 때문이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협상과 계약이라는 당사자 간에 정부가 개입하면 제도를 무력화시키고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재정위 관계자는 "이상적인 기구라면 정부는 정보제공을 하고 가입자는 의견 제시를, 보험자와 공급자는 협상을 하면서 각기 역할을 하는 것이지만, 공급자와의 갈등이 극심하고 빠르게 바뀌는 정책적 측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역할이 혼재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별도 수가논의 기구 만들어야"…신뢰 회복 필수 전제돼야

이 같은 문제가 악순환되면서 일부 공급자 단체들 사이에서는 건정심이 아닌 별도의 수가논의 기구를 공단 협상 상위에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수가 인상률이 아직도 결정되지 않은 의원급의 경우 협상 대표단체인 의사협회가 현재 최종 의결기구인 건정심 위원 구성이 공급자에게 불공평하다며 별도 논의 기구 신설을 주장하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건정심 결정은 결렬된 협상에 대한 양 측 주장과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해야 하고 페널티를 적용하려면 협상을 결렬에 이르게 한 책임소재를 가려야 한다"며 공정한 결정을 위해 별도 논의기구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 한 가입자 단체 관계자는 "만약 별도 논의기구를 만든다고 해도 기본은 공급자-가입자-보험자-정부 간 신뢰가 전제되지 않으면 현재의 갈등이 '재탕'될 뿐, 달라질 것은 없다"고 단언했다.

또한 그는 "별도의 논의단체가 구성된다 하더라도 가입자와 정부는 반드시 참여할 것이고, 지금같은 불신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이 작지 않을 것은 자명하다"며 "기본적으로 상호 양보할 것은 양보하면서 제도개편과 수가인상을 함께 논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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