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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바, M&A 대신 '일본 진출방식'으로 다가왔다

  • 이탁순
  • 2012-11-07 06:45:00
  • 국내사와 우선 손잡아 경험 쌓은 후 M&A 정면승부

[분석] 테바는 왜 한독약품을 선택했나

긴박한 일주일이었다.

지난달 29일 안도걸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이 한 토론회에 나와 "글로벌 1위 제네릭사 #테바가 1000억원 이상 규모의 한국 제약사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말하면서 시작된 테바 M&A 설은 #한독약품에 이르러 일단 멈췄다.

한독약품은 6일 오후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 답변으로 "다국적 제약회사인 테바와 국내 합작회사 설립 가능성에 대한 예비협상을 진행 중이나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M&A설은 잘못된 정보지만, 서로 접촉하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한 것이다.

이로써 일주일 동안 연매출 1000억원대 제약사들을 대상으로 숨가쁘게 펼쳐진 피인수 후보 찾기 게임은 한독약품에서 일시 종료되는 분위기다.

그동안 명문제약, 한국유나이티드제약, 국제약품, 유유제약 등 연매출 1000억원대 제약사들이 피인수 후보로 거론돼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궜지만 결국 사실이 아닌 걸로 밝혀졌다.

이들 제약사들과 M&A설 동승차량에 탑승했던 한독약품은 3000억원대 매출로 1000억원 후보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처음엔 주목받지 못했었다.

다만 알보젠코리아(근화제약 인수)에 투자한 IMM 프라이빗에쿼터가 약 550억원을 들여 한독약품 지분인수에도 참여했다는 소식 때문에 M&A 가능성이 부각됐다.

그러다 테바가 M&A가 아닌 합작사 설립을 목적으로 한독약품과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 데일리팜을 통해 알려지면서 테바 국내 진출설은 겨우 수면위에 떠오르게 됐다.

◆왜 한독약품일까 = 테바가 국내 진출을 기업 인수합병이 아닌 합작사 형태로 시도한다는 사실이 공개되자 실망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런 목소리 대부분은 테바가 국내 시장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앞선 일본 사례를 볼 때 테바의 이같은 전략은 시장 점령에 앞서 기초 체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즉 합작 파트너사를 통해 국내 진출 교두보를 마련하고, 영업과 마케팅 조직을 다진 후 적극적인 M&A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늘려나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cGMP 규모의 한독약품 음성 공장.
2007년 일본 진출 당시에도 테바는 일본 쿄와 제약사와 합작 법인 '쿄와 테바'를 설립하고 현지 영업을 시작했다.

이후 테바는 일본 3위 제네릭업체 다이요약품공업을 인수하고, 쿄와 테바도 완전 자사화시켜 현지화를 다졌다.

마침내 테바는 올해 다이요약품공업과 쿄와 테바를 합병시켜 '테바 재팬'을 탄생시킨 바 있다.

이를 볼 때 한독약품은 테바의 한국 진출의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사노피와 지분관계를 청산한 한독약품으로서도 테바와 제휴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일단 한독약품은 독일 훼스트, 프랑스 사노피 등과의 오랜 합작 경험을 통해 외국 기업 정서를 무리없이 흡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외국 기업이 시행착오없이 국내 현지화를 위한 파트너로서 한독약품은 최적이라는 평가다.

더구나 한독약품은 충북 음성에 대규모 cGMP 공장도 보유하고 있다. 합작법인이 제품개발 시 이용할 수 있는 위탁생산지로 손색이 없다.

또다른 한독약품의 매력은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바이오벤처기업 '제넥신'의 존재다. 한독약품은 제넥신의 지분 19.7%를 보유해 2대 주주로 있지만, 보유하고 있는 전환 사채를 현금화하면 1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제넥신은 바이오베터 및 바이오시밀러 원천기술을 상당부분 보유하고 있다. 셀트리온과 경쟁관계에 놓여 있는 테바가 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 제넥신의 역량을 흡수한다면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한발 앞설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한독약품은 오랜 합작 경험으로 연구개발, 영업·마케팅 등에서 외국기업과의 제휴가 훨씬 수월한 편"이라며 "테바도 한독약품의 이런 면에 높은 점수를 줬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사노피 지분을 청산해 홀로서기에 나선 한독약품에게도 테바는 '제네릭'이라는 새 성장동력을 장착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동안 해외 파트너사 제품에 의존한 한독약품은 지난 2008년부터 제네릭 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지만 한미약품, 종근당, CJ제일제당 등 유수의 제네릭사를 쫓아가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다.

이런 가운데 테바와 합작사를 통해 제네릭 개발부터 마케팅 노하우를 습득한다면 홀로서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테바와 합작법인을 설립했던 일본 쿄와도 합작 당시엔 제네릭 역량이 미천했지만 테바와 관계를 청산한 올해는 독자적으로 제네릭 영업에 나서는 등 한층 진일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테바 일본법인 모습.(출처:테바재팬 홈페이지)
◆테바의 국내 진출 전략과 영향은? = 테바의 국내 진출은 일본의 전철을 따를 가능성이 크다.

교두보로 삼을 합작법인을 통해 현지화 과정을 거친 다음 큰 규모의 국내 제네릭사를 인수해 덩치를 키운다는 전략이다.

따라서 테바의 M&A설은 여기서 끝이 아닐 가능성도 크다.

만약 한독약품과 합작법인을 설립한다면 초기에는 한독이 보유한 제네릭으로 영업을 펼칠 확률이 높다.

테바의 몇몇 제품을 수입하거나 자체 개발해 시장에 나설 수도 있으나 이럴 경우 허가과정에 긴 시간이 소요되므로 우선 파트너사의 제품을 활용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합작사가 제네릭으로 어느 정도 점유율을 끌어올린 이후에는 테바도 적극적인 M&A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제약업계 M&A 관계자는 이번 테바 인수설을 추적해오면서 "테바가 노리는 국내 제약사가 매출 1000억원대의 중견 제약사보다는 상위 제약사일 확률이 높다"며 "인수합병을 통해 단기간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이라고 전망했다.

한가지 변수라면 일본은 최근 제네릭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반면 국내는 강력한 리베이트 규제, 오리지널 동일가로 반대로 침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일본에서는 대규모 기업 인수합병을 통해 내수시장을 노렸지만 국내는 아시아 생산거점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테바가 국내에서 먼저 생산시설없는 합작사 설립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 이미 인도나 중국을 통해 아시아 생산거점이 마련돼 있다는 점을 들어 일단 한국 제네릭 시장 장악이 목적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미국에 이어 2015년부터 적용되는 허가-특허 연계제도는 테바가 영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환경이기 때문에 지금이 한국시장 진출 적기라고 제약업계 전문가들은 말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테바도 첨엔 막강한 내수영업력을 갖춘 국내사들에 밀려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고, 테바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그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대규모 인수합병과 퍼스트제네릭 전략을 내세운다면 소문만 떠들썩했던 다른 글로벌 제네릭사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두려운 상대가 될 것"이라고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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