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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처, 슈퍼판매 공세…복지부 사투 예고

  • 최은택
  • 2011-01-17 06:50:18
  • 3단계 진입규제 개선안 포함…부처간 실무접촉 진행

"10년을 기다렸다. 이번에야 말로 결론을 내야 한다." 일반약 약국외 판매를 주장하는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의 말이다.

신묘년 새해벽두부터 일반약 유통채널 다각화를 촉구하는 주장과 경제부처의 압박이 또다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의약품 오남용과 안전성을 이유로 줄곧 반대입장을 관철시켜온 복지부의 사투는 그 만큼 힘겹다.

MB정부 집권 4년차를 맞아 일반약 #슈퍼판매 요구는 그 어느때보다 거세다. 이번에는 뉴라이트계열 민간단체와 일부 소비자단체가 외곽을 흔들면서 국민여론을 결집시키고 있다.

대통령후보시절 MB는 일반약 슈퍼판매 불가입장을 천명했지만, 대통령직인수위 193개 정책과제 중 하나로 슈퍼판매를 선정하는 등 집권초반부터 규제해제 쪽에 방향타를 맞춰왔던 게 사실이다.

실제 복지부가 국회 #최영희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MB정부는 2008년 5월 일반약 약국외 판매를 국정과제로 선정 일부 일반약을 의약외품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 있다.

당시 김성이 복지부장관도 이 같은 방침을 공개 표명했고, 실무부서인 의약품정책과는 액상소화제, 정장제 등 의약외품 전환대상 리스트를 작성하기도 했었다.

이후 약사사회의 반발과 전재희 복지부장관의 반대입장이 확고해 최종적으로 같은 해 9월 국정과제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기재부는 2009년 10월 서비스산업 선진화 명분으로 일반약 약국외 판매를 다시 들고나왔다. 전문자격사 선진화 방안과 맞물려 주춤하기는 했지만 #윤증현 기재부장관은 올해 약국외 판매를 강력하게 밀어붙일 것임을 거듭 천명했다.

2010년에는 공정위도 팔을 걷어붙였다. 일반약을 약국에서만 판매하도록 한 현 제도가 지나친 규제라고 판단한 것이다.

공정위는 이를 위해 지난해 충북의대 김헌식 교수에게 일반약 제도개선 과제를 연구의뢰했고, 같은 해 11월 '3단계 진입규제 개선안'에 포함시켰다.

물론 공정위 측은 "현 상황에서는 확인해 줄 게 없다"며, 선정사실을 숨기고 있다.

일반약 약국외 판매를 규제개선 과제로 선정해 실질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주무부처인 복지부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부처협의 사실이 알려져 약사회 등의 '외풍'이 거셀 경우 협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공정위가 발표한 3단계 진입규제개선 과제 추진계획.
공정위는 이미 일반약 약국외 판매를 규제개선 과제로 선정하기 위해 복지부에 협의를 제안했고, 지난주 실무접촉이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진수희 복지부장관이 수용불가 입장을 거듭 천명해 실무협의는 현재로써는 공전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복지부 관계자도 "편의성보다는 안전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게 복지부의 일관된 원칙"이라면서 "실무접촉을 하더라도 수용할 여지가 없다"고 귀띔했다.

복지부는 최영희 의원실에 최근 제출한 서면답변에서도 "의약품은 국민의 생명 및 건강과 연관돼 있으므로 편의문제와 함께 안전사용이라는 정책기조 하에 검토할 계획"이라며, 타부처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렇다고 이번 논란을 예전처럼 '찻잔속의 폭풍'에 그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섯불러 보인다.

우선 공정위의 3단계 진입규제완화 방안은 총리실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의 정책의지가 담겨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기재부장관이 주관하고 각 부처 차관들이 참여하는 정부합동 경제정책조정위원회 추진과제로 일반약 약국외 판매가 포함된 것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움직임이다.

경제부처 수장인 윤증현 장관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약사들이 수십년동안 독점적 이익을 누려왔다. 소화제나 드링크류를 약국 밖에서 팔지 못하게 하는 게 이상하지 않나. 이제는 양보해야 한다"고 제도개선 의지를 다졌다.

그는 "이 대통령이 장차관 합동토론회에서 진수희 장관에게 긍정적인 답이 아니면 말하지 말라고 얘기했다"고 이례적으로 압박수를 던지기도 했다.

뉴라이트계열 단체들이 주로 참여해 배후조정 의혹을 받고 있는 가정상비약 약국외 판매를 위한 시민연대의 움직임은 명분상 국민을 뒷배경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복지부를 더욱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가정상비약 시민연대가 청와대, 복지부, 국회 등에 보낸 공문과 소비자원의 연구보고서.
시민연대는 이미 청와대와 총리실, 국회, 복지부 등에 일반약 약국외 판매허용과 재분류 체계 개편을 요구하는 건의서를 보냈다.

또 오는 20일에는 기자회견 후속대책회의를 갖고 대국민서명운동 등 세부적인 온오프라인상의 여론화 방안을 논의한다.

가정상비약 시민연대 #조중근 상임공동대표는 "국민들 70% 이상이 원한다. 지난해 국감에서도 지적됐고, 대통령도 필요성을 언급했다. 의사들도 원한다. 지금이야말로 오랜 논란의 종지부를 찍을 때"라고 의지를 밝혔다.

공정위 산하기관인 소비자원 또한 당번약국-심야응급약국 의무화와 함께 일부 일반약을 슈퍼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지난해 12월 초 복지부에 정책건의했다.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이 심야시간이나 공휴일에 슈퍼나 편의점에서 손쉽게 일반약을 구입하고 싶어한다는 설문결과가 뒷받침됐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안전성을 빌미로 개선을 미룬다면 높아진 약값을 소비자가 떠안게 되고 불필요한 상비약 구입비용도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면서 "안전성 문제를 철저히 보완하면서 소비자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판매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의료계 또한 복지부 업무보고 과정에서 미국에서의 감기약 슈퍼판매를 거론한 이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진 이후 일간지 광고나 잇단 성명을 통해 일반약 슈퍼판매 허용을 촉구하고 나섰다.

일반약 약국외 판매를 위한 이런 전방위 공세는 복지부 뿐 아니라 약사사회를 압박하고 있다.

슈퍼판매 저지를 위한 '결사항전'을 주장하는 목소리부터 일부 품목은 불가피하게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현실론까지 의견이 분분하다.

약사사회는 2008년 일반약 약국외 판매를 저지하기 위해 50일간 릴레이 단식을 벌였다.
이런 가운데 최근 진수희 장관과 이재오 특임장관,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여당 국회의원들의 슈퍼판매 반대입장 표명은 약사사회에 단비가 되고 있다.

여당 실세들이 각을 세우면 이번에도 잠깐 논란이 불붙는 선에서 수면아래로 가라앉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그것이다.

하지만 정치인들의 '립서비스'에서 간과되는 점이 있다. 현재 논의수준은 일반약 슈퍼판매가 아니라 의약외품 전환 후 슈퍼판매가 우선 검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슈퍼용 일반약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약사가 아닌 사람이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약사법을 개정해야 한다. 의약품 분류체계도 현행 2분류에서 3분류 시스템으로의 변경이 불가피하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약과 일반약간 이른바 '스위치'를 활성화할 시스템도 가동돼야 하는 데 의약간 대척점이 커 협의자체가 쉽지 않다.

정책방향을 수립하더라도 중장기 계획으로 넘길 수 밖에 없고, 내년 총선과 대선 등 정치일정상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경제부처의 압박과 민간단체의 수요 등을 충족하면서 현행 법령내에서 현실화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의약외품 전환이라는 단기처방이 선택될 여지가 커보인다.

2008년 소화제와 정장제 등 70여개 품목에 대한 의약외품 전환에 대해 구체적인 로드맵까지 정한 바 있는 복지부도 실상 버틸 명분이 많지 않다.

2008년 당시 복지부의 액제소화제 등 70여개 품목에 대한 의약외품전환 계획안.
더욱이 지난해 30일부터 소비자단체가 의약품 재분류 신청을 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기 때문에 가정상비약 시민연대에 참여 중인 소비자시민모임 등이 소화제나 드링크류에 대한 의약외품 전환을 요구하면 논의 테이블을 가동시킬 수 밖에 없다.

소비자단체 한 관계자는 "의약품 재분류는 분업 때 약속된 사안이다. 관심있는 단체들과 대표단 회의를 갖고 구체적인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주장이) 무턱대고 일반약을 다 약국밖으로 보내자는 것은 아니다"면서 "전문가그룹과 소비자가 머리를 맞대고 편의성과 안전성을 모두 충족시킬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시 말해 대척점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이는 총리실이나 기재부, 공정위, 소비자원, 25개 민간단체와 슈퍼판매 수용불가 입장을 밝힌 진수희 장관, 이재오 특임장관, 안상수 대표간의 접점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는 얘기다.

국회 한 보좌진은 "복지부 업무보고 과정에서의 MB 발언은 사실상의 일반약 슈퍼판매 재검토 지시로 봐아 한다"면서 "복지부의 입장변화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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