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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광고땐 전문약도 '피자나 콜라'와 다름없어

  • 최봉영
  • 2011-01-12 06:50:45
  • 광고 만큼 처방량 증가…"ADHD약물 대중광고가 키웠다"

제약회사가 일반 대중에게 전문의약품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형태를 DTCA(Direct-to-Consumer Advertising)라고 한다.

흔히 DTCA는 #전문약 광고라는 말로 인식되고 있으며, 전세계에서 이를 허용하는 나라는 미국과 뉴질랜드 두 곳 뿐이다.

미국에서 전문약 광고는 18세기초부터 허용됐으나, 본격적으로 의약품 광고가 시작된 것은 1990년대 말부터다. 뉴질랜드도 미국과 비슷한 시기에 전문약 광고가 본격화됐다.

두 나라에서 전문약 광고가 시작된 지 15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의약품 선진국인 유럽이나 일본 등에서는 아직까지 여전히 전문약 광고를 규제하고 있다.

특히 오스트레일리아와 캐나다, 영국 등 대부분의 나라는 제약사들의 직접 광고를 불허하는 대신 질병의 경각심을 높이는 캠페인성 광고만 허용하고 있다.

일반 대중을 겨냥한 전문약 광고가 정부 보험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는 한편 의사 처방권에 영향을 주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고 일찌감치 판단했기 때문이다.

오픈마켓 미국에서는 의약품도 일반 소비재?

미국에서 전문약 광고가 본격화된 시기는 1997년 FDA가 제품 설명서에 인쇄돼 있는 구체적인 정보들을 모두 나타내지 않고도 광고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부터다.

IMS헬스데이터에 따르면 1996년 제약회사 의약품 판촉비는 92억달러였으나, 전문약 대중광고를 시행한 이후 5년만에 판촉비는 2배 늘어난 191억달러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의약품 판촉비가 매년 16%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약사들이 전문약 광고 투자를 크게 늘린 있는 이유는 광고만으로도 의약품 처방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광고효과가 톡톡히 나타난 것을 반증한다.

2005년 미국 광고비 지출 상위 의약품
이는 통계 수치로도 여실히 드러난다. 미국헬스케어관리협회에 따르면 2000년대 대중 광고를 많이 한 상위 50개 의약품 중 22개가 판매량 톱 50위 안에 들었으며, 대중 광고를 한 의약품은 1999년 대비 판매량이 32% 증가한 반면 광고를 하지 않은 의약품은 14% 증가에 그쳤다.

특히 2000년 가장 많은 광고를 했던 다섯 가지 의약품들은 2001년 모두 블록버스터가 됐으며, 최고 7개 의약품 각각의 광고비는 나이키의 신발 광고비 7800만 달러보다 많았다.

이 같은 제약사 광고비용 증가는 결국 약가 인상으로 이어져 의료비에 대한 부담까지 늘어나게 됐다.

그 일례로 항혈전제인 클리피도겔에 대한 전문약 광고 이후, 약물의 사용량의 증가가 없었음에도 메디케이드 비용은 급격히 증가했다. Arch Intern MED.에 보고된 논문에는 이 약물이 2001년 대중 광고 시행으로 단위당 가격이 0.4달러 올라 2001년부터 2005년까지 2억700만달러의 추가적인 약제비용을 증가시켰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국적제약사 관계자는 “광고 품목 대부분이 가격이 비싼 신약이나 특허가 만료되지 않은 오리지널 제품이기 때문에 처방량이 증가하면 의료비 부담금도 증가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전문약 광고, 소비자 인식·의사 처방에 영향 크다

전문약 광고 활성화는 소비자 인식과 의사들의 처방 행태에도 변화를 일으켰다.

미국에서 전문약 광고의 상당수는 시청률이 높은 프라임 타임을 장악하고 있으며, 미국인은 평균적으로 1일 10회 이상 전문약 광고를 접하고 있다.

화이자 리피토 광고비는 한 때 코카콜라보다 광고비 지출액 보다 높았다.
대중 광고를 본 환자들이 광고를 통해 얻은 정보를 토대로 의사들에게 특정 의약품 처방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나 의사들의 처방에도 영향을 미쳤다.

처방과 관련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광고를 접한 32%의 환자가 그 약에 대해 의사와 이야기를 나누었고, 26%는 실제로 그 상품을 요구했다고 답했다. 또 다른 연구에 의하면 1차 의원을 방문한 환자들 중 광고에서 접했던 의약품을 요구했던 이들의 71%가 그 의약품을 처방 받았으며, 10%만이 다른 약물을 처방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질병의 위험성을 알리는 TV 광고를 통해 약이 필요하지 않는 일반인들까지 약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나 의약품 과다처방이라는 부작용을 낳게 됐다.

이와 함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점은 전문약 광고가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4년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4명 중 3명이 전문약 광고가 의약품 인식을 높여준다는데 동의했으나, 광고 내용 측면에서 60%가 부작용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다고 답했다. 또 적절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응답자도 44%에 달했다.

결국 미국 전문약 광고는 의약품 사용 증가로 이어져 제약사의 배를 불려주긴 했으나, 정부 보험 재정 증가와 의약품 과다 사용이라는 심각한 폐해를 남겼다.

전문약 광고 국내 도입, 국내상위사·외자사만 수혜

전문약 광고가 국내에 도입되면 수혜자는 누가 될까?

이 같은 질문에 전문가들은 자본력이 풍부한 일부 국내 상위제약사와 외자사만 이득을 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전문약 TV 광고를 위해서는 수 십억원에서 수 백억원의 광고비가 소요되는 만큼 광고시장이 풀린다고 해도 이를 감당할 제약사는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국내사 관계자는 “전문약 광고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중소사들은 비용 부담 때문에 광고를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자본력을 갖춘 외자사나 국내 상위사 등이 광고 시장을 점령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광고를 할 수 없는 중소제약사들은 대형 제약사와 경쟁에서 불리해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다국적제약사 오리지널 제품이 전문약 광고를 지속적으로 할 경우 특허 만료가 되더라도 시장 독점 기간은 더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다른 형태의 에버그리닝인 셈이다.

국내 진출 외사자, 전문약 광고 '효과있다' VS '시기상조'

하지만 미국에서 전문약 광고를 경험한 다국적제약사들조차 광고 효과는 인정하면서도 한국의 시장 도입은 시기 상조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일부 다국적제약사 관계자는 "미국에서 약을 파는 제약사 중 광고를 안 하는 제약사가 거의 없을 정도로 의약품 광고를 많이 한다"며 "미국 시장에서만큼은 의약품 대중 광고가 효과가 있다는 것은 통계적으로도 입증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에서 비아그라나 ADHD약물 등은 대중광고가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며 "한국 시장에서도 전문약 광고를 하게 된다면 매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팔고 있는 제품 중 질환 자체가 알려지지 않아 환자들이 혜택을 보지 못하는 약물이 있다"며 "전문약 광고가 질환 자체를 알리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전문약 광고비 지출액이 해마다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광고 효과와는 별개로 대부분 다국적제약사는 전문약 광고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복수의 외자사 관계자는 "미국 의약품 시장 규모는 한국과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큰 데다 소비자들이 지불해야할 의약품 가격이 한국보다 훨씬 비싸다"며 "한국처럼 신약의 약가를 인정하지 않는 나라에서 대중 광고비를 감당할 수 있는 제약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대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만큼 전문약 대중 광고에 자발적으로 뛰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전문약 대중광고가 허용되면 언론이나 방송사의 광고 압박에 시달릴 것이 더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문약 대중 광고를 허용한다는 것은 의약품의 일종의 소비재로 인정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약가에도 반영돼야 한다"며 "약가에 반영될 경우 의약품 가격은 올라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보험 재정을 절감하려는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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