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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병원, 환자 싹쓸이…중소병원·의원, 경영난

  • 이혜경
  • 2010-07-26 06:50:08
  • '진료의뢰서' 사문화 전달체계 왜곡…"정부 정책부재 원인"

#사례1=환자 황모(36.남)씨는 20일 오후 노원구 L내과 의원을 찾았다. 이미 근처 L대학병원을 예약한 황씨는 L원장에게 진료의뢰서를 요청했다.

시시때때로 겪는 위장장애로 인해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겠다며 진료의뢰서를 요구하는 황씨에게 L원장은 진료의뢰서를 작성해줘야만 했다.

#사례2=환자 김모(55.여)씨는 19일 오후 H대학병원을 방문했다. 점심 식사 이후 메스껍고 더부룩한 속 때문에 근처 대학병원을 자연스레 방문하게 됐다고.

1, 2차 병원을 거치지 않아 진료의뢰서가 없는 그지만, 아무런 제약 없이 대학병원 가정의학과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다짜고짜 진료의뢰서 발급해달라?

"뻔뻔하기 짝이 없어요. 진료를 받지 않고 무작정 진료의뢰서를 요구하면서 근처 대학병원 모 교수 선택진료를 예약했는데 괜찮느냐고 묻질않나…."

L내과의원 이 모 원장에 따르면 환자 10명 가운데 1명은 진료 보다 진료의뢰서를 발급받기 위해 L의원을 방문한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이미 3차 의료기관을 먼저 들러 진료 예약을 마친 상태다. 결국 1차 의료기관을 찾는 이유는 건강보험혜택을 받기 위해 필요한 진료의뢰서를 발급받기 위함이다.

개원가에 따르면 1989년 전국민의료보험제도 시행과 함께 의료공급체계 효율화를 위해 의료전달체계가 도입됐지만, 이미 의료전달체계는 무너진지 오래다.

1차 의료기관 초진 환자가 진료는 거절한 채 무작정 "몇 일전부터 속이 좋지 않다"며 진료의뢰서만을 요구해도 개원의사들은 쉽사리 거절할 수 없다.

이 모 원장은 "대형병원 갈 필요 없다고 설득도 해봤지만 결국은 입씨름 밖에 안된다"며 "되레 환자가 이 병원에서 진료의뢰서를 발급해주지 않으면 다른 병원가서 받으면 된다고 큰 소리 친다"고 토로했다.

또한 진료의뢰서는 1차 의료기관 뿐 아니라 3차 의료기관 내 가정의학과를 통해 발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아예 1차 의료기관을 찾지 않는 환자까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환자들이 3차 의료기관 외래접수센터에서 접수를 하고 있다.
근처 P가정의학과 의원 또한 상황은 마찬가지.

이 병원 장 모 원장은 "인심 사나워질까봐 진료의뢰서를 발급해준다"고 귀띔했다.

장 원장에 따르면 진료의뢰서를 요구하는 환자들의 대부분은 동네의원을 '의뢰서 발급 창구'로 생각하고 있다.

병원급 외래환자 지속 증가, 의원은 감소

지난해 1월 30일 일부개정된 의료법 제3조(의료기관)에 따르면 의원급 의료기관은 주로 외래환자를 대상으로 의료행위를 병원급 의료기관은 주로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의료행위를 해야한다.

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대학병원)의 2009년도 외래급여비는 2조 3,067억원으로서 전년도 대비 23.3% 증가했으며, 건강보험 총외래급여비의 14.1%를 점유하고 있다.

종합병원은 2조913억원으로 점유율 12.8% (2008년 대비 10.2%증가), 병원은 1조1,973억원으로 점유율 7.3%(증가율 20.6%)이다.

반면 외래환자를 진료하는 의원급은 2008년 대비 9.2% 증가에 그쳤으며, 건강보험 총외래급여비 중 47.9%로 2006년의 51.8%에 비해 3.8%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의협 등록회원 중 개원의를 대상으로 통계적인 추출과정을 거쳐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원 경영실태 조사분석(2010년 3월 발간)'에 따르면 전체의원 하루 평균 외래환자 수는 71명이다.

설문 응답자의 43%가 일 평균 50명 이하의 외래환자를 진료한다고 응답했으며, 25명 이하의 외래환자를 진료한다고 응답한 의원도 13.6%에 달한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동네의원 대부분은 1차 의료기관에만 적용되는 차등수가제(일 평균 75명 기준)조차 필요 없을 정도다.

환자가 없어 한산한 동네의원 접수실(왼쪽)과 환자로 가득찬 종합병원 로비(오른쪽)
반면 전국360개 종합병원 가운데 소위 '빅5'라 불리는 1,000병상 이상인 서울아산병원(2,708병상), 세브란스병원(2,060병상), 삼성서울병원(1,951병상), 서울대병원(1,700병상), 서울성모병원(1,200병상)은 일일 외래환자가 최소 6천명에서 최대 1만명에 이른다.

2007년 기준으로 빅5 병원 외래진료 실적에 따르며 서울아산병원이 1,248,130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이 뒤를 이었다.

건보 총진료비, 10년새 의원 점유율 감소

건강보험공단이 최근 '10년간 건강보험 환자의 의료이용 변화'를 통계 분석한 결과, 의원급 의료기관 점유율이 눈에 띄게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2001년부터 2009년까지 진료비 점유율을 살펴보면, 상급종합병원이 13.1%에서 15.9%로 병종합병원이 12.6%에서 14.3%로 병원이 7.6%에서 12.2%로 증가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의원급 의료기관은 35.5%에서 22.8%로 오히려 감소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의약분업에 따른 의료계 손실 보전 차원에서 일부 인상시켰던 원외처방료를 1년도 채 되지 않아 처방료를 인하해 진찰료와 통합하면서 10년동안 의료계가 희생을 강요받아 왔다.

이에 의협은 복지부 및 14개 단체가 참여하는 의정협의체 1차 회의를 통해 "2005년부터 시작된 중증환자 위주의 보장성 강화 정책과 의료전달체계 왜곡현상에 따라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 급여비용 쏠림현상이 발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의원급 의료기관 도산율 증가 등 의료체계붕괴현상을 막기 위해 1차 의료활성화를 위한 인센티브 방안을 제시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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