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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레놀

시장 환경·규제 변화가 가져온 항생제 공장 확장 행보

  • 천승현
  • 2025-09-12 06:20:03
  • 보령, 페니실린 공장 증축 생산능력 2배↑
  • 팬데믹 이후 항생제 수요 급증...수탁사업 강화
  • 공동개발 규제로 수탁사 입지 강화...대웅바이오도 항생제 공장 신축

[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제약업계에 항생제 공장 증축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보령은 페니실린제제 생산능력을 2배 끌어올리는 공장 확장에 착수했다. 대웅바이오는 500억원을 들여 세파 항생제 공장을 신축했다. 항생제 수요 감소와 낮은 수익성을 사업 축소를 고민하던 종전 상황에서 이례적인 사업 확장 행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항생제 수요가 커지면서 사업 확장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공동개발 규제로 수탁 사업의 입지가 견고해졌다는 점도 공장 확장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보령, 페니실린 생산시설 증설...팬데믹 이후 항생제 수요 급증 수탁사업 강화

12일 업계에 따르면 보령은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보령 안산 캠퍼스의 페니실린 생산시설 증설을 위한 공장 확장과 자동화 설비 투자를 진행한다. 이번 증설로 생산시설은 연면적 기준 2772㎡(840평)에서 4356㎡(1320평) 수준으로 50% 이상 확대되며 연간 생산능력은 기존 대비 2배 이상 증가한다.

신규 페니실린 시설은 글로벌 규제 기준에 부합하는 설비와 품질관리 체계를 갖춰 국내외 최고 수준의 제품을 생산하겠다는 게 보령의 목표다. 포장 공정 자동화를 비롯해 디지털 전환 요소와 공정혁신 개념이 반영된 시스템이 도입돼 작업자의 부담을 줄이고 생산성과 품질 일관성을 동시에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보령은 이번 증설을 통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공급 부족 이슈와 같은 긴급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페니실린 공급을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생산 역량이 늘어날 경우 원료 수급 협상력이 강화되고 수급처를 다각화하는 만큼 계절·유행성 질환 등 수요 변동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게 된다는 게 보령 측의 설명이다.

항생제 공장의 증축은 흔치 않은 현상이다. 국내 제약업계에서 항생제 사용 감소와 수익성 악화로 항생제 사업의 철수를 고민하는 업체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항생제의 원료 가격이 상승하면서 수익성은 더욱 악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엔데믹을 거쳐 페니실린제제 시장이 크게 확대된 것이 공장 증축의 주 요인으로 지목된다.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경구용 페니실린제제의 외래 처방금액은 1869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 2050억원보다 8.9% 줄었지만 2022년 1492억원과 비교하면 25.3% 증가했다.

페니실린제제의 처방액은 2109년 1652억원에서 2021년 1010억원으로 38.9% 감소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등 개인 위생 관리 강화로 독감이나 감기 같은 감염병 환자가 급감하면서 항생제 처방 시장도 크게 위축됐다.

2021년 말부터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항생제의 수요는 급증했다. 지난 2023년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독감이나 감기 환자가 증가하면서 항생제의 수요는 팬데믹 수준이 유지됐다. 지난해 페니실린제제의 처방 시장 규모는 2021년보다 84.9% 치솟았다. 올해 상반기 경구용 페니실린제제의 처방금액은 851억원으로 2021년 상반기 472억원보다 80.2% 확대됐다.

경구용 페니실린계 항생제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23년 국가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한 약품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공급망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실제로 보령이 보유한 제조시설 중 페니실린제제의 가동률이 가장 높았다. 지난 상반기 기준 보령의 페니실린제제 가동률은 97.46%로 안산공장의 일반 고형제(77.17%), 액제(59.55%), 항암계(62.62%), 세파계(55.09%) 등보다 월등히 높았다.

보령 입장에선 항생제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공장 증축으로 수탁사업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다. 보령은 “기존에도 국내 수탁 공급 물량의 60% 이상을 담당하며 국내 최대 경구용 페니실린 제조 거점 역할을 해왔다”라고 설명했다.

공동개발 규제 강화로 위탁사 이탈 가능성↓...제조시설 확대로 동반 성장 도모

공동개발 규제 강화로 위탁사의 수탁사 변경이 어려워져 수탁사의 입지가 강화됐다는 점도 공장 증축 배경으로 지목된다.

2021년 7월부터 개정 약사법 적용으로 의약품 공동 개발 규제가 시행되면서 위수탁 제한 규제도 본격적으로 적용됐다. 이른바 '1+3' 규제로 불리는 새 규정은 하나의 임상시험으로 허가 받을 수 있는 개량신약과 제네릭 개수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생동성시험을 직접 시행한 제약사의 의약품과 동일한 제조소에서 동일 처방·제조법으로 모든 제조공정을 동일하게 제조하는 경우 생동성자료 사용이 3회로 제한된다. 1건의 생동성시험으로 4개의 제네릭만 허가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임상시험자료 역시 직접 수행 제약사의 의약품 외 3개 품목만 임상자료 동의가 가능하다.

공동개발 규제는 이미 허가 받고 판매 중인 위수탁 제네릭에도 적용되는데 규제 시행 이후 위탁 허가 제품을 3개 품목까지만 추가할 수 있다. 기존에 10개의 위탁 제네릭을 생산한 수탁사의 경우 3개사만 추가해 총 13개의 위탁 제네릭을 생산할 수 있다.

제네릭 업체들 입장에선 화재 사고나 공장 폐쇄와 같이 예상하지 못한 사정으로 불가피하게 의약품 공급이 어려워지면 수탁사를 변경해야 하는 변수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하지만 ‘1+3’ 허가 규제 시행 이후 위탁사들은 기허가 제네릭의 수탁사 변경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상당수 수탁사들은 이미 허가 받을 수 있는 제네릭 개수를 모두 채워 위탁 제네릭을 추가로 생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존에 활발한 수탁사업을 펼치는 제약사 입장에선 수탁사 입지가 더욱 견고해졌다는 분석이다. 기존에는 수탁사가 위탁사를 모집하려는 영업 경쟁을 펼쳤지만 규제 강화 이후 위탁사의 수탁사 변경이 힘들어졌다. 수탁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위탁사 고객을 모집하는 것은 어려움이 발생했지만 기존 고객 이탈은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된 셈이다.

보령은 아목시실린과 클라불란산 성분으로 구성된 맥시크란625mg을 생산하는데 동일 제품을 총 41개 제약사에 공급한다. 넥스팜코리아, 안국약품, 조아제약, 아이월드제약, 메디카코리아, 지엘파마, 메딕스제약, 마더스제약, 엔비케이제약, 바이넥스, 대웅바이오, 신일제약, 광동제약, 환인제약, 성원애드콕제약, 알리코제약, 동국제약, 한국파비스제약, 유앤생명과학, 영풍제약, 시어스제약, 제뉴원사이언스, 유니메드제약, 화이트생명과학, 알피바이오, 오스코리아제약, 원광제약, 인트로바이오파마, 케이에스제약, 정우신약, 한국신텍스제약, 영진약품, 셀릭스, 일양바이오팜, 구주제약, 이든파마, 일화, 라이트팜텍, 화일약품, 휴온스, 휴온스메디텍 등이 보령에 아목시실린·클라불란산625mg을 위탁 생산한다.

보령의 안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아목시실린·클라불란산 375mg 정제는 42개 업체에 다른 상표명으로 공급된다.

만약 보령이 페니실린제제의 생산 능력에 문제가 발생하면 위탁사들도 제품 공급이 불가능해지는 구조다. 규제 강화로 위탁사들은 수탁사 변경도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보령이 생산 능력을 확장하면서 위탁사들에 원활한 제품 공급을 통해 동반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는 의미다.

유사한 이유로 대웅바이오는 2023년부터 500억원을 들여 세랄로스포린 항생제 전용 신공장을 건설했다. 신공장이 가동을 시작하면 항생제 사업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세팔로스포린 계열 시장도 팬데믹과 엔데믹을 지나면서 처방 시장이 급증했다. '세파 항생제'라고도 불리는 세팔로스포린제제는 폐렴, 인후두염, 편도염, 기관지염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항생제다.

세파 항생제의 처방시장은 2020년 상반기 처방액 1059억원에서 2021년 상반기 896억원으로 15.4% 축소됐다. 2022년 상반기 세파 항생제의 처방액은 1219억원으로 전년 대비 36.0% 뛰었고 2023년 상반기에는 1566억원으로 2년 전보다 74.8% 뛰었다. 올해 상반기 세파 항생제의 처방 시장 규모는 1557억원으로 2021년보다 73.8% 증가했다.

당초 대웅바이오는 세파 항생제 사업의 철수를 검토했는데 규제 강화로 위탁사들의 제조소 이전이 어려운 데다 항생제 시장이 커지면서 새 공장 건설로 사업 전략을 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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