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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신뢰 받는 약사로 서기 위한 길

  • 데일리팜
  • 2026-07-29 06:00:44
  • 요약
  • 김위학 서울특별시약사회장
  • " 전문성과 도덕성, 그리고 곁을 지키는 공동체 "

지난 3편에서 우리는 개설·운영·광고에 걸쳐 세워지고 있는 세 개의 빗장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렇게 적었다. 아무리 튼튼한 빗장도 안에서 문을 열어 주는 손이 있다면 무용지물이라고. 법은 바깥의 침입을 막는 울타리일 뿐, 그 울타리를 끝까지 지탱하는 마지막 기둥은 결국 약사 개개인의 자리다. 네 번의 연재를 마무리하는 이번 편은, 바로 그 기둥에 관한 이야기다.

면허는 자본이 탐내는 이름값이다. 그러나 그 이름을 끝까지 내 것으로 지켜 내는 힘은 법조문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나온다. 대체될 수 없는 전문성, 흔들리지 않는 도덕성, 그리고 홀로 무너지지 않도록 곁을 지키는 공동체. 이 세 가지가 맞물릴 때, 비로소 자본이 넘볼 수 없는 마지막 빗장이 완성된다.

전문성 — 자본이 끝내 복제하지 못하는 단 하나

자본은 약국의 거의 모든 것을 복제할 수 있다. 값비싼 인테리어도, 눈에 띄는 간판도, 진열대의 각도와 동선까지도 돈이면 똑같이 만들어 낸다. 그러나 자본이 끝내 복제하지 못하는 것은 조제대 앞에서 환자의 얼굴빛을 살피고, 처방전 너머의 병력을 읽어 내며, 이 약과 저 약이 몸 안에서 부딪치지 않을지 헤아리는 그 전문적 판단의 순간이다. 

복약지도는 안내문을 소리 내어 읽는 일이 아니다. 여러 병원을 오가며 받아 온 약들이 서로 충돌하지 않는지 가려내고, 어르신 환자분이 스스로 삼키기 어려운 제형을 알아채며, 말로 다 하지 못한 불안을 눈빛에서 먼저 읽는 일이다. 이것이 약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이고, 자본이 결코 사들일 수 없는 자산이다. 역설적이게도 면허대여의 유혹을 이기는 첫 번째 힘은 도덕적 결심이 아니라, 나를 대체 불가능하게 만드는 실력에서 나온다. 자본이 약사의 손을 필요로 하는 한, 약사는 결코 간판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도덕성 — 매일 아침 다시 서명하는 약속

면허는 한 번 취득하면 액자에 걸어 두는 자격증이 아니다. 매일 아침 조제실 문을 열 때마다 다시 서명하는 약속에 가깝다. 어제의 신뢰가 오늘의 태만을 덮어 주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이 처방전을 내밀며 아무 의심 없이 치료약을 받아 가는 것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판단하는 약사가 서 있기 때문이다. 면허란 결국 국가가 약사 개인에게 맡겨 둔, 국민의 신뢰를 담보하는 증표다.

유혹은 늘 험악한 얼굴로 오지 않는다. 친절하고 다정한 얼굴로 다가온다. 그 대가로 매달 받은 돈은 통장에 잠시 머물다 사라지지만, 그 이름에 남은 형사처벌과 면허취소의 기록은 평생 나를 따라다닌다. 도덕성이란 거창한 신념이 아니라,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내 이름을 지키겠다는 냉정한 계산이기도 하다.

공동체 — 빗장은 혼자 잠글 수 없다

면허대여의 유혹은 대개 고립에서 싹튼다. 홀로 짊어진 개국 대출과 매달 돌아오는 임대료의 무게 앞에서, ‘투자를 받아 크게 시작하자’는 제안은 유일한 동아줄처럼 보인다. 벼랑 끝에 선 사람에게 내려온 밧줄이 실은 올가미일 수 있다는 사실은, 혼자일 때 가장 보이지 않는 법이다. 자본이 노리는 것도 바로 그 고립의 순간이다.

그래서 마지막 빗장은 혼자 잠글 수 없다. 이웃한 약국의 불빛이 켜져 있을 때, 내 약국의 빗장도 더 단단해진다. 경영난을 먼저 겪은 선배의 한마디, 수상한 제안을 함께 뜯어보아 줄 동료, 그리고 개별 약사가 감당하기 벅찬 문제를 직능 차원에서 받아 안는 약사회의 존재가 그 불빛이다. 서울시약사회를 통한 자정 노력과 회원 보호 체계를 통해, 어느 회원도 홀로 벼랑 끝에 내몰리지 않도록 곁을 지키고자 한다. 부당한 제안을 받았을 때 혼자 삼키지 말고 동료와 약사회의 문을 두드리는 것, 그것이 개인의 판단력을 넘어선 공동체의 방어선이다.

네 개의 빗장, 그리고 우리의 이름

돌아보면 이 연재는 하나의 문장을 향해 걸어왔다. 1회에서 우리는 빌려준 면허가 자신을 겨누는 흉기가 됨을 확인했고, 2회에서 자본이 왜 하필 약사의 이름을 탐하는지 그 종속의 구조를 확인했으며, 3회에서 개설·운영·광고에 걸친 세 개의 제도적 빗장을 짚었다. 그리고 이제 그 세 개의 빗장을 안에서 지켜 내는 네 번째 빗장, 곧 약사 자신에 이르렀다. 전문성·도덕성·공동체라는 이 마지막 빗장이 없다면, 바깥의 어떤 법도 끝내 문을 지켜 내지 못한다.

법과 제도가 아무리 촘촘해져도, 마지막 한 걸음은 언제나 환자 앞에 선 약사 자신이다. 화려한 간판은 자본이 하루아침에 세울 수 있지만, 국민이 오래도록 신뢰하는 이름은 오직 약사만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손으로 지켜 낼 수 있다. 네 번에 걸쳐 이어 온 이야기를 이 한 문장으로 매듭짓고자 한다. 약국은 자본이 지키는 것이 아니라, 약사가 자신의 책임으로 지켜내는 것이다.

[약사에게 한마디]

화려한 간판보다 오래가는 것은 끝까지 내 것이었던 이름과 신뢰이다.

[필자 약력]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졸업
-전 중랑구약사회장(3선)
-전 대한약사회 정책이사
-현 서울특별시약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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