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급여재평가 불복소송 첫승소…법원 판단 배경은
- 김진구
- 2023-11-02 12: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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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평가 목록 등재로만 급여삭제 가능성" 우려도
- 서울행법 "빌베리건조엑스 급여 삭제 부당하다" 판결
- "정부 재량권 남용…임상 유용성 불인정 단정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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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정부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판단했다. 빌베리건조엑스의 임상적 유용성이 불인정된다고 단정 짓고, 비용효과성과 사회적 요구도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급여 목록에서 제외한 것은 적법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서울행정법원, "빌베리건조엑스 급여 삭제 부당" 판결
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부는 국제약품·삼천당제약·영일제약·한국휴텍스제약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약제 급여목록 및 급여 상한금액표 일부개정 고시 취소' 소송에서 원고(제약업계)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당뇨병성망막병증 치료제 '빌베리건조엑스'에 대한 급여적정성 재평가 결과와 이에 따른 급여 삭제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급여적정성 재평가 결과를 둘러싼 법적 다툼에서 정부를 상대로 제약업계가 거둔 첫 승소다.
앞서 정부는 2021년 급여적정성 재평가 약제 중 하나로 빌베리건조엑스를 선정했다. 재평가 결과 빌베리건조엑스는 급여적정성이 없다는 결론이 났다. 그해 말 빌베리건조엑스는 급여목록에서 삭제된 바 있다.

정부의 급여삭제 조치에 불복, 제약업계는 행정소송으로 맞섰다. 제약업계는 세 가지를 주장했다.
첫째, 급여적정성 재평가는 국민건강보험법에 규정되지 않은 임의적 규정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이는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강조했다.
둘째, 급여적정성 재평가에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재평가 자료를 15일 이내에 제출하도록 해 실질적인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고, 상세한 평가 근거를 제약업계에 통보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셋째, 정부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는 주장이다. 재평가의 근거가 된 '임상적 유용성'은 ▲대체가능성 ▲질병의 위중도 ▲치료적 이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함에도, 치료적 이익에만 초점을 맞춰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판단의 근거가 된 임상문헌의 범위도 일방적으로 지나치게 좁게 설정했다고 따졌다.
"'임상적 유용성' 조건 세 가지 중 하나만으로 확대 해석"
재판부는 급여재평가가 임의적 규정이라는 주장과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정부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는 주장은 인정했다.
재판부는 임상적 유용성을 충족하기 위한 조건을 세 가지로 봤다. 약제의 대체가능성, 질병의 위중도, 치료적 이익이다. 그러나 급여재평가 과정에선 치료적 이익을 중점적으로 평가한 반면, 대체가능성과 질병의 위중도에 대한 평가는 빈약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재판부는 "약제급여평가위원회와 소위원회가 별도 의결을 통해 임상적 유용성의 평가 요소를 치료적 이익에만 한정하고, 대체가능성과 질병의 위중도를 평가 요소에서 제외한 것은 평가규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령 피고(정부) 주장과 같이 이러한 평가 규정이 약제를 급여 신규등재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임상적 유용성의 평가요소를 합리적 이유 없이 축소한 것으로, 현저히 부당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용효과성·사회적 요구도 평가 충분치 않았다" 판단
이와 함께 재판부는 급여 삭제를 결정하는 데 있어 비용효과성과 사회적 요구도를 충분히 평가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앞서 심평원은 급여적정성 재평가 세부평가 기준을 별도로 두고, 임상적 유용성→비용효과성→사회적 요구도를 단계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심평원은 빌베리건조엑스의 임상적 유용성이 '불인정'된다고 단정 짓고, 비용효과성과 사회적 요구도에 대해선 별다른 고려 없이 요양급여에서 제외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투약비용·임상효과의 개선 정도·경제성평가 결과 등을 고려해야 하는 비용효과성과 대상환자수·예상사용량·기존 약제나 치료법의 대체 효과 등 보험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하는 사회적 요구도를 평가하지 않은 것은 합리성을 결여했다는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판단 근거 자료서 'SCIE-RCT 논문' 외 배제는 부당"
재판부는 급여적정성 재평가의 근거가 되는 자료의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설정했다고도 지적했다. 정부는 급여재평가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근거 자료로 'SCIE-RCT 임상문헌'를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SCIE-RCT 임상문헌만이 요구된다는 명시적인 규정은 찾기 어렵고, 정부가 약제의 급여 여부를 결정할 때도 SCIE-RCT 임상문헌만을 인정한 선례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정부가) SCIE-RCT 임상문헌만을 인정한다고 공고하며 불과 15일 만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제약회사 등의 예측가능성을 심각하게 저해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해당 약제들이 오랜 기간 임상에서 널리 사용되어 온 것과 관련 SCIE-RCT 임상문헌이 존재할 가능성은 별개의 문제"라며 "이는 연구자의 개인적인 관심도에 따라 결정되는 것에 불과하므로, 사전에 별다른 예고도 없이 SCIE-RCT 임상문헌만을 임상적 유용성의 근거자료로 요구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이유로 재판부는 제약업계가 제출한 자료 중 상당 부분을 인정할 만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학교과서 2종에서 '대비감도는 점차 향상됐다는 국내 보고가 있다'고 언급된 점 ▲대한안과학회지 게재 논문에서 '당뇨망막병증 환자에게 타겐-에프 정을 투약함으로써 대비감도가 호전되어 시기능 향상에 도움이 됐다'고 언급된 점 ▲대한안과학회·한국망막학회와 망막 분야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빌베리건조엑스가 당뇨망막병증을 치료하는데 효능이 있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재판부는 "이를 감안하면 빌베리건조엑스의 효능을 어느 정도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급여 재평가 대상 선정만으로 급여 박탈 가능성" 우려
나아가 재판부는 급여 적정성 재평가 대상 약제 선정만으로도 해당 약제의 요양급여 지위가 박탈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재판부는 "국내 임상문헌의 상당수는 RCT 연구가 아닌 비무작위 연구(non-randomaized study)로 보인다"며 "임상적 유용성 평가를 위한 근거자료로 SCIE-RCT 임상문헌만을 인정할 경우, 정부의 급여적정성 재평가 대상 약제 선정만으로도 해당 약제의 요양급여 지위가 박탈될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위해 신규 등재 때와 달리 SCIE-RCT 임상문헌을 요구함으로써 심사강도를 높게 설정하는 것도 일견 가능해 보인다"면서도 "제약업계가 SCIE-RCT 임상문헌을 갖출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지 않은 채 다른 임상문헌을 근거자료에서 일체 배제한 것은 합리성을 결여했다"고 평가했다.
"급여삭제로 국민보건 저해할 가능성…건보재정 절감 효과 크지 않다"
정부가 급여적정성 재평가를 추진한 근원적 목적인 '건강보험 재정 절감'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당뇨망막병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급여 삭제로 비급여가 된 빌베리건조엑스를 복용하기 위해 기존의 3배 이상을 지불하거나, 대체약제를 처방받아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제시한 대체약제의 경우 당뇨병성망막병증과 관련한 효능 자료가 없다고 재판부는 꼬집었다.
재판부는 "이는 국민건강보험법이 목적으로 하는 '국민보건의 향상'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반해 빌베리건조엑스의 급여 지위를 배제하더라도 건강보험 재정 절감에 미치는 효과가 크다고 보이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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