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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특허권 연장 양허보다는 협상결렬이 낫다"

  • 홍대업
  • 2006-09-06 07:13:25
  • 국회·NGO, 국내제약 '이중고'...복지부 "만만디 전략"

정부는 물론 국회와 시민단체에서도 시애틀 협상에서 특허연장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이 포지티브 시스템에 대한 딴지를 걸고 있는 것도 특허연장을 얻어내기 위한 전략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이번 협상에서는 ‘특허연장 방어’가 최대 난제가 될 전망이다.

미 요구 수용시 최소 ‘5년 이상’ 특허연장

이미 긴급점검①에서 미국의 특허관련 예상 요구안을 살펴봤다. ▲신약에 대한 자료독점권 ▲특허대상의 확대 ▲특허추가에 의한 특허연장 ▲특허와 의약품 허가 업무연계 ▲강제실시권 제한 ▲독립적 이의신청기구 설립 등이 그것이다.

이같은 내용이 모두 수용되지는 않겠지만, 궁극적으로 미국이 다른 국가와의 FTA 협상에서 골자로 해 추진했던 사안이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신형근 정책국장은 지난달 24일 열린우리당 FTA특위 최종 토론회에 참석, 특허연장 요구 수용은 절대 불가하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전달했다.

이 의견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요구하고 있는 사안은 이미 미국내 특허관련 법률에 있는 내용. 먼저 해치왁스만법과 유사한 법이 국내에 도입될 경우 임상조사와 FTA 심사기간으로 인한 손실된 특허기간을 보상해줌으로써 평균 2.3년이 연장된다.

또, 신속허가심사법이 도입될 경우에도 후보물질 발굴 이후 신약 임상시험 승인신청까지 평균 2년이 소요됐던 기간을 줄이게 되고, 기업이 자체적으로 평가시험법을 개발하는데 소요된 평균 4년의 기간도 단축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와 관련 임상시험 직후 최종 허가심사 기간도 현재 평균 1년에서 6개월 정도로 줄어들어 평균 특허 유효기간이 최소 2년 이상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적시했다. 아울러 소아독점권과 같은 미국 법이 국내에 도입될 경우 6개월 정도 특허기간 연장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미국의 요구사항이 국내에 그대로 적용될 경우 현재보다 최소 5년 이상의 실질적인 특허연장이 이뤄질 수 있다고 신 국장은 설명했다.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19일 싱가포르 협상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미, 신약 특허연장 외에 또 있다

건약은 특히 미국이 특허기간 연장뿐만 아니라 발매를 앞당기기 위한 가교실험 폐지, 임상기간 단축, 유저피(User fee) 등을 통한 심사기간 단축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관측했다.

그 이유는 특허기간을 연장하더라도 후발제품이 유효성이나 경제성 측면에서 뛰어나면 미국의 다국적 제약사의 제품이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제네릭 의약품의 발매를 이같은 시스템의 도입으로 최대한 지연시키는 반면 다국적사의 제품 출시를 앞당김으로써 그만큼 경쟁제품이 적은 시장환경에서 원활한 현금유동성(Cash Flow)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면 제네릭 의약품의 출시도 지연돼 결국 환자들이 고가의 오리지널을 구입할 수밖에 없고, 궁극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의견서는 적시했다.

국내 제약 ‘이중고’ 시름...환자 의약품 접근권도 훼손

특허연장으로 인해 국내 제약사의 경우 거의 혜택을 볼 수 있는 기업이 없다. 특허의약품이 10개 밖에 없는 탓이다. 따라서 특허연장으로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는 쪽은 당연히 다국적사다.

그 이유는 특허연장으로 인해 국내 제약사의 점유율은 줄어들고 다국적사의 점유율은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제네릭 출시가 지연되는 만큼 제네릭으로 경영기반을 다진 국내 제약사의 부담이 가중되고, 시장에서의 경쟁력도 상실하게 되는 이중고에 시달릴 가능성이 점쳐진다.

최근 주요 의제로 떠오른 유사의약품의 데이터 독점권 인정 요구까지 수용하게 되면, 국내 제약산업의 발전기반인 개량신약 개발에도 막대한 악영향을 줄 것으로 시민단체들은 내다보고 있다.

진흥원 박실비아 의약·화장품산업팀장은 지난달 30일 ‘한미FTA 지적재산권 대책설명회’에서 미국측이 주장하는 의약품 허가와 특허연계(해치-왁스만법)가 수용될 경우 특허분쟁 소지가 있는 국내 제네릭 의약품 가운데 60% 이상이 허가지연의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분석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여기에 저렴한 제네릭 의약품의 발매 지연은 곧 환자들이 비싼 브랜드 의약품만을 사용할 수밖에 없도록 함으로써 결국 의약품에 대한 환자 접근권을 제한하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시민단체들은 주장하고 있다.

대한약사회 박인춘 이사도 지난달 17일 국회FTA특위 공청회에서 ‘한미FTA 관련 의약품 분야 의견서’를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이사는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특허를 보유하지 못한 국내 제약산업이 심각한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건강보험재정의 악화와 함께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 대미 의존도가 과도하게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FTA 협상이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허연장 수용하려면 차라리 파투 놔라”...적극 방어 주문

이런 탓에 약사회와 시민단체는 물론 정부, 국회 일각에서도 한미FTA 협상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포지티브 시스템을 수용하는 것을 전제로 특허연장 등을 내줄 양이면 차라리 협상이 결렬되는 것이 낫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데일리팜과의 전화통화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특허연장을 수용하면 포지티브를 하나마나”라며 “특허연장을 수용하려면 차라리 협상이 깨지는 것이 낫다”고 목청을 높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관계자는 포지티브 반대에서 찬성입장으로 급선회한 미국의 태도에 대해서도 “완전 쇼하는 것”이라며 “실질적으로는 특허연장이라는 알맹이를 빼먹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회FTA특위 위원인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도 데일리팜과의 인터뷰에서 “현재로서 미국과 협상을 진행해봤자 득보다 실이 크다”면서 “의약품뿐만 아니라 전체 협상을 지금이라도 중단하는 것이 국익 차원에서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유시민 복지부장관이 최근 국회 답변에서 “FTA는 국익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라면서도 “이를 추구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가되 결과적으로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해, 최종 협상결렬까지도 각오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부 “16개안, 통합협정문에 포함 안 시킨다”...특허연장은 고심

정부는 다행히 16개 미국 요구안에 대해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FTA 통합협정문에도 포함시키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특허연장안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

김종훈 수석대표는 지난달 24일 열린우리당 FTA특위에 출석, 이같은 입장을 피력했다. 김 수석대표는 ‘미국의 특허권 연장요구를 막아낼 수 있겠는냐’는 건약 신형근 정책국장의 질의에 대해 “2차 국회 보고때 언급한 것처럼 신중히 고려하고 있다"는 답변으로 갈음했다.

다만, 미국이 싱가포르에서 요구한 16개 안에 대해서는 "통합협정문에 들어갈 내용은 아니라”라고 못박았다.

김종훈 수석대표와 복지부 관계자 등이 국회FTA특위에서 보고를 하고 있다.
복지부도 의약품 시장에 대한 양보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최선의 방어가 공격’이란 판단이 근저에 깔려 있는 것.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 4일 시애틀행 비행기 탑승에 앞서 "국내 제약 발전의 기반을 흔들지 않는다는 기조로 협상에 임할 것"이라며 "앞으로 4, 5차 협상이 남아 있는 만큼 서두르지 않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싱가포르 협상이 소위 ‘응수타진’의 형태였다면, 이번 시애틀 협상은 아젠다를 놓고 본격적인 밀고 당기기를 할 것이란 말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외교안보적 시각으로 접근, 협상타결에만 매달릴 경우 소탐대실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한미FTA는 무엇보다 국익이 앞서야 한다. 또 국익의 절대적 수혜자는 역시 국민이어야 한다. 이를 간과하면 훗날 FTA 찬성론자들은 또다시 역사의 단두대에 서야 하는 비운을 맞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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